사교회는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던 귀족들이 한데 모이는 만남의 장.
미네르바 제국의 귀족은 인구 대비 0.05%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인구가 인구다 보니 이정도도 많은 편이다.
또한 귀족들은 황제의 권한 아래에 영토를 관리하는 영주직을 담당하기도 하지만 그건 극히 드문 경우다.
대부분 각자 책임과 권한이 존재하는 공무원 역할에 가까우며 정치의 주축을 담당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평민도 공무원이나 정치와 관련된 직종을 가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정치 쪽은 평민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거의 없다.
적어도 미네르바 제국에 한해서는. 테르스 왕국은 평민 의회가 존재하여 평민이 정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네르바 제국은 아직이다. 의회를 도입한다는 말은 있어도 아직 말밖에 없다.
이럼에도 불만의 소리가 없는 건 아직까지는 정치와 국정이 매우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지가 없어도 권한이 막강한 귀족들이 모이는 사교회. 더군다나 제국에 단 하나밖에 없는 공작가가 주최하는 파티인만큼 다양한 귀족들이 몰렸다.
실질적인 권력이 강한 백작부터 시작해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유명인. 유명한 철학자를 포함하여 권력이 서서히 강해지고 있는 귀족 등등.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는만큼 귀족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단지 직설적이냐, 아니면 우아하게 받아치느냐의 차이일 뿐.
"그 새까만 피부는 여전하군 그래."
"그러는 너는 희여멀건 얼굴을 보아하니 잘 먹고 잘 잤나 보군?"
물론 그렇지 않은 부류도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군사 가문 출신들이다.
군사 가문은 그 특징상 거친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으며 예법을 배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해 남자는 최소한 5년 동안 기사로 지내야 하는 풍습이 존재한다.
당연히 실전 경험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으며 여기서 온갖 경험을 하기 마련.
북부를 담당하는 마티우스 후작과, 남부의 바다를 담당하는 고츠 후작.
마티우스 후작은 창백한 피부를 갖고 있는 반면, 고츠 후작은 뱃사람답게 까맣게 탄 구릿빛 피부를 갖고 있었다.
서로 대비되는 피부색이라 눈에 띄었지만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단연코 그들이 착용한 제복.
어깨에는 사령관만 착용할 수 있다는 견장을 달고 있었었으며 제복 디자인만으로도 기품을 풍겼다.
"헌데 클로제 후작은 안 오는 건가?"
풍성한 갈색 수염 덕택에 '해군'이 아니라 '해적'에 가까운 인상을 풍기는 남자, 고츠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주변에는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귀족들이 대화의 장을 열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 찾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에 마티우스 후작은 손에 든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대답했다. 와인잔 안에 담긴 와인이 소용돌이치며 회전한다.
"스타비르크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오늘은 불참한다더군. 이유는 몰라도 철을 포함한 각종 재료를 사들이고 있어."
"무기를 제작하는 건가? 놈들은 손재주가 좋잖나."
"그건 확실하지 않지. 하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어."
스타비르크는 독립 운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미네르바 제국에서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본래는 반도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어떻게든 통제했지만 어느 순간 통제에서 벗어나더니 독립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렇다 해서 귀중한 인력을 쏟아부울 수도 없기에 일단 견제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령관님."
"오! 칼라스 자작!"
그때 두터운 입술에 말똥말똥한 눈동자를 가진 남자, 칼라스 자작이 접근하자 고츠가 화색을 띠었다.
사이에 끼어있는 마티우스 후작은 둘의 만남에 눈을 조용히 감았다. 슬슬 시작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에.
"그간 잘 지내고 있었나? 북부의 야만수인 놈들이 다시 활개친다는 소식이 있던데?"
"저야, 마티우스 후작님의 배려 덕택에 잘 살고 있습니다. 야만수인이야 늘 똑같죠. 그러는 고츠 후작님께서는 어떠신지요?"
"말도 마. 해적 놈들도 그렇고 밀수업자 놈들 때문에 힘들다."
고츠 후작은 껄껄 웃으며 말도 마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아마 여기서 잠깐 의문이 들 것이다.
바다는 악마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이들은 왜 바다를 이용하는 것일까?
항해술이 발달되지 않았는데 해군은 왜 있고 해적은 또 왜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는 목숨을 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원래 인간은 모험심이 강하여 위험에 몸을 던지는 종족. 제아무리 바다가 위험하다지만 그만큼 보답을 하는 지역이 바다다.
물론 지구의 콜럼버스가 그랬듯 '장거리 항해'는 꿈도 못 꾸고 있다. 하물며 미네르바 제국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연안항해만 한다면 그다지 위험하지도 않았으며 위험을 걸만한 가치가 있어서 무역상선도 존재했다.
"그래도 대포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지! 배를 박살내면 전부 물고기 밥이 되니까 말이야! 크하하하!"
"역시 뭘 아십니다. 대포야 말로 화력 그 자체죠."
"암! 그럼! 그럼! 화약이 많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지만 해적 새끼들을 소탕하는데 대포만한 것도 없지!"
"하아······"
양옆에서 대포를 찬양하는 소리가 들리자 마티우스 후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다시피 고츠 후작 또한 칼라스 자작처럼 대포의 매력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본래 선박과 선박과의 싸움 즉, 해전은 불화살을 발사하거나 창을 던지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게 아니라면 충파를 통해서 충격을 먹인 뒤 백병전으로 이끄는 식이다. 이때까지 해전은 이리 진행됐다.
하지만 '대포'를 탑재한 이후부터는 양상 자체가 바뀌었다. 백병전이 아니라 화력전으로 넘어간 것이다.
'해전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해전은 배가 매우 중요하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기사 혹은 마법사여도 선박이 손상되면 전부 물고기 밥 신세다.
특히 마법사는 배 위에서 힘을 전혀 못 쓰는데, 거친 해류로 인해 집중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포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선원의 무력이 대부분을 결정지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뒤바뀌었다.
"대포를 좋아하는 건 상관없지만 나한테 부탁은 하지 말게. 칼라스 자작 자네도 마찬가지고."
"에잉. 칼라스 자작 같은 인재가 부탁하는데 한 번만 들어줄 수는 없나? 우리 해군은 지상과 달라서 배가 더 중요하지만 땅개들은 아니잖나."
"마법사를 사용하는 게 더 나아. 물개들은 마법사를 사용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겠지."
단호한 마티우스 후작의 말에도 칼라스 자작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입으로 화력! 화력!을 외치고 있다만 꿈에 가깝다는 걸 안다.
현실은 보급 하나만으로도 머리가 빠질 것 같았으니까. 현재 미네르바 제국은 악마 숭배자로 인해 난리도 아니다.
그러니 꿈은 잠시 멀리 두고 보급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슬슬 때가 된 거 같은데."
마티우스 후작은 그리 중얼거리며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저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그중에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해 가신들도 있었으나 가장 중요한 주최자가 등장하지 않았다.
파티가 시작된 지 약 1시간 정도가 흐른 상황. 조금 있으면 등장할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제국의 달, 드미트리 하우젠 레킬리스와 그 일가 분이 나오십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종의 커다란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웠다.
그와 동시에 파티에 참석한 귀족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이제 파티의 주인공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내······
"어?"
"잠깐만. 저 사람 설마······"
"빨간머리? 정말로 그 사람이야?"
······냈으나 전혀 의외의 인물도 함께 등장했다. 레킬리스 가문의 상징인 백발보다 더 눈에 띄는 붉은 머리카락.
파티의 주인공인 드미트리를 중심으로 양옆에 각각 아내, 사라와 장남, 케이가 서 있다.
또한 케이의 옆에는 장녀이자 제논의 약혼녀로 널리 알려진 마리가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리의 옆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귀빈이 등장했군."
"그러게 말일세."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아이작이 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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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되서 죽을 뻔했다. 사교장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든 내 생각이었다.
정체를 고백했을 때처럼 충분히 대비했지만 막상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청심환이라도 먹고 올 걸. 아, 여기는 청심환이 없구나.
아무튼 예정에 전혀 없던 내가, 그것도 바깥 활동을 거의 하지 않던 내가 등장함으로써 파티장의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곧바로 가라앉았으니. 사실 이건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던 상황이다.
게다가 나 혼자 등장한 것도 아니고 마리네 가족들도 있다. 여기서 가장 능숙하게 대처한 건 장인어른, 드미트리였다.
그는 이런 상황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라는 듯, 아주 능숙한 대처를 보여줬다.
"오늘은 제 생일이기도 하지만 더 특별한 날이기도 합니다. 바로 제 사위가 함께 찾아왔기 때문이죠. 예정에도 없는 등장이지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늘은 어디까지나 제 기념일이니까요."
자칫하다가 나에게 쏠릴 수도 있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말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이번 사교회는 드미트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개최된 것.
내게 신경 쓰지 않고 파티를 즐기면 그만이다. 나의 등장은 예고에도 없던 깜짝 이벤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이벤트가 황금 고블린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게 흠이지.
말은 저렇게 해도 나에게 쏠릴 관심은 어쩔 수 없다. 이건 드미트리뿐만 아니라 마리네 가족 전체가 짐작하고 있는 바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드미트리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참석자 입장에서는 처신을 잘 해야 될 것이다.
"제논 님께서는······"
"제논이 아니라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입니다. 편하게 아이작이라고 불러주세요."
"아! 죄송해요. 그럼 아이작 님께서는 언제부터 글을 쓰시게 된 거죠?"
"글을 쓴 건 정확히······"
저런 질문은 평범해서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마리도 이 정도 수준에서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다.
자그마치 레킬리스 공작의 파티에 참석할 정도면 정치계의 거물이거나 특정 부분의 큰 손이라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눈치 100단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명성이 명성이다 보니 함부로 접근하기가 애매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질문은 어떻게 하느냐.
"레킬리스 영애. 하나 민감한 질문이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네. 말씀하세요."
"그······"
짙게 화장을 한 영애는 내 눈치를 보더니 뺨을 약간 붉히기 시작했다. 그 반응에 마리가 움찔하는 건 덤.
나도 그걸 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영애가 수줍어하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전에 신문에서 본 적이 있어요. 커다란 흉기를 지닌 짐승을 상대하는 느낌이라고······ 아닌가요?"
"호호. 제 약혼자 옆에서 얘기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문제네요. 잠깐 자리를 가질까요?"
그리 말한 마리는 질문한 영애를 포함해 다른 여인들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뒤이어 내가 들리지 않게끔 쑥떡거리더니 어머! 어머! 하는 탄성과 더불어 내 쪽으로 힐끔거리는 게 아닌가.
나는 애써 무시했으나 강렬한 시선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와인이나 마셔야지.
"······음."
맛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셨던 와인보다 더 달달하다.
알코올 특유의 쓴맛이 가미돼 있기는 해도 와인은 본질적으로 과일을 술로 만든 음식. 단맛도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입생 환영회와 달리 적당히 마실 예정이다. 그때 인사불성이 되어서 흑역사를 만든 적이 있었으니 참아야지.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아델리아가 곁에서 제지해줄 것이다.
"많이 어색하지?"
와인을 마시는 도중에 아델리아가 빙글빙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내 호위 기사로서 간단한 복장을 입었으나 여느 귀족 영애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나는 방금 전과 달리 한적한 내 주변을 둘러보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색하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잘 안 오니까. 누나는 이런 적 많아?"
"아니. 왕가에 있을 때는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거든. 사교회 자체는 신입생 환영회가 처음이었고."
"아. 그때 니콜 누나를 만났다고 했었지?"
"응."
들은 적이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 참여한 니콜이 교복 차림으로 서성이고 있던 아델리아와 만났다고.
그 만남을 계기로 절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인연이 닿아 나와 만나게 됐다.
여러모로 아델리아에게 있어서 니콜은 절친 그 이상의 복덩어리나 다름없을 것이다.
'생각보다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네.'
나를 힐끔거리는 사람은 있어도 당당히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 그 영애도 내가 아니라 마리에게 먼저 다가왔다.
나에게 다가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소리.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간 가문이 싹 다 날아갈 수도 있었으니. 물론 그러지 않겠다만 나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당장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면서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겠지. 그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면 된다.
"매제."
"응?"
멀뚱멀뚱하게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이에 고개를 돌리니 마리의 오빠, 케이가 눈에 들어왔다.
마리처럼 백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청년. 훤칠한 키를 가졌으며 최근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그리고 케이는 먼 미래에 레킬리스 공작가를 이을 남자 즉, 귀족들에게 있어서 잘 보여야 할 사람 중 한 명이다.
보통 같으면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겠으나 웬일로 나를 찾아온 상황이다.
"아, 네. 무슨 일이시죠?"
"매제를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혹시 시간 좀 될까? 마리도 허락했어."
보아하니 케이를 거쳐서 나와 만남을 가지고 싶은 귀족이 있는 모양이다. 마리도 순순히 허락한 걸 보면 안전한 사람일 터.
그게 아니라면 본인이 끼어들기 곤란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 나는 잠깐 생각을 거쳤다가 입을 열었다.
"누구인지 먼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마티우스 후작과 고츠 후작이야. 이름은 들어봤지?"
들어본 적 있다. 그것도 파티가 시작되기 직전에.
직급으로 치자면 사령관 직위에 앉아있는 3명의 후작 중 2명. 마리가 주시해야 할 대상이라고 알려줬다.
다만 나보다는 드미트리에게 관심을 가져야 정상이다. 그들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군인들로, 예산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거리고 있다 들었으니.
그런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나를 부른 것일까. 조금 궁금해졌다.
특히 마티우스 후작 쪽이 더욱 궁금해진다. 그의 딸, 아이라는 나와 마찰까지 빚었던 전적이 있었으니까.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월하게 승낙했다.
"알겠어요. 한 번 만나볼게요."
"고마워. 그럼 여기서 기다려줘."
그로부터 잠시 후, 케이는 마티우스 후작과 고츠 후작을 데려왔다.
"만나서 반갑소. 북부를 맡고 있는 게르트 벤 마티우스라 하오. 세상을 구한 영웅과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남부 바다에서 활동하고 있는 굴라크 데먼 고츠요. 만나서 반갑소."
한 명은 야생에서 살다 온 것 같고, 또 한 명은 평생을 바다에서 산 것 같은 인상이다.
더군다나 군인 특유의 위압감을 풍기고 있어서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여기서 마티우스 후작은 흔히 소설에서 떠올릴 법한 '북부 대공'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것 같다. 얼굴에 난 자상도 그렇고 사자 갈기처럼 기른 머리카락도 그렇고.
어쨌거나 인사는 해야겠지. 나는 정중을 담아 고개를 꾸벅 숙인 후 예의바르게 인사했다.
"아이작 듀커르 마이샬이라고 합니다. 제국을 수호하는 두 분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헌데 이 분은······"
두 명의 후작도 충분히 개성이 강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물이 하나 있다.
어깨에 견장은 없었으나 두터운 입술과 말똥말똥한 눈으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풍기는 남자.
내가 그 남자를 가리키자 마티우스 후작도 아, 하더니 특유의 점잖은 목소리로 대신 소개했다.
"소개하도록 하지. 내 부관인 칼라스 자작이네."
"마셜 캐틀 칼라스입니다!"
"······마셜?"
100만 대군에게 보급이 아니라 아이스크림까지 제공할 것 같은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