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 세상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법-290화 (291/763)

〈 290화 〉 신성모독(1)

* * *

제논 일대기가 성서급의 위상을 갖기 전에도 사칭은 많았다. 정확히는 '작가' 제논이 아니라 '주인공' 제논이다.

첫번째 이왜진, 그러니까 세계수 오염이 드러나기 전에 제논 일대기는 예언서가 아닌, 어디까지나 평범한 소설에 불과했다.

수 백년 이상 동안 핍박받던 마족을 구원한 건 분명한 업적이지만, 제논 일대기와 같은 문학 작품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역사가 증명하는 중이다.

단, 제논 일대기 같이 '대중적인' 성공은 전례가 없다는 걸 상기해야 된다. 신분을 막론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소설.

어려운 단어들을 남발하는 여타 소설이나 표현이 많은 시와 달리 제논 일대기는 직설적인 표현과 간략한 문체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와 더불어 이단적인 면모를 과감하게 표현하여 거기에 들어있는 차별 및 모순을 따끔하게 꼬집기까지.

수많은 사람들, 특히 평민들에게 대리 만족을 주던 제논 일대기였으나 마냥 좋은 현상만 발생한 건 아니다.

많고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던 제논 일대기였으나 그중 신문거리로 나올 법한 소식은 귀족의 부패와 모방 사건들.

귀족의 부패는 평민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알려져 있던 것이지만 제논 일대기가 발매된 이후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증가했다.

과연 귀족을 믿어도 되는 건가. 더러운 짓거리는 하는 건 상관 없다만 나한테 피해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귀족이 평민을 대놓고 차별하는 악습은 '제이로스 혁명' 이후로 거의 사라졌으나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당장 지구에서조차 재벌들이 갑질을 하여 온갖 욕이란 욕은 얻는데 SNS는커녕 인터넷도 없는 이 세상은 오죽할까.

지금도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평민을 향한 귀족들의 차별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구처럼 소식이나 소문이 빠르게 퍼지지 않아 금방 묻히는 것이지, 평민에게 있어서 귀족은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논 일대기에 귀족의 병폐를 꼬집는 글까지 나오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당연히 귀족들이었다.

비록 제이로스 혁명은 결과적으로 실패의 길을 걸었으나 그렇다고 무의미한 항쟁은 아니었으니까.

만약 또다시 이와 비슷한 혁명이 발발한다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기에 귀족들이 몸가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평민들도 귀족이 똑바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아무런 말없이 넘어갔다. 물론 그렇다 해서 완전한 신뢰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특히 휴재로 인한 시위 사태로 인해 귀족들의 불신이 폭발하기 직전까지 갔던 일도 있었다.

이처럼 제논 일대기 속 이야기로 인해 곤란한 점이 있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제논 일대기는 꿈과 희망(?)이 담긴 영웅의 서사시다.

영웅의 서사시라 함은 재능과 인품을 모두 사로잡은 주인공이 동료와 만나 여정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악의 축을 뿌리 뽑는다.

그야말로 왕도적이고 정석적인 내용이며 만약 지구였다면 평범하디 평범한 판타지 소설에 불과했을 터.

하지만 문제는 이 세상이 지구와 달리 몬스터와 마나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관.

그런 세계관에서 허구의 이야기라 해도 '고증'까지 철저한 소설을 쓴다? 그리고 그 소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모방'이 튀어나오기에 적절한 상황이다.

가끔 가다 탐험서를 읽거나 과장 섞인 모험담을 듣고 모험가나 용병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제논 일대기는 그것보다 훨씬 심한 결과를 초래했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청소년들이 제논처럼 영웅이 될 거라며 기세 좋게 나왔다가 쓴맛을 보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등.

설령 꾸역꾸역 올라갔더라도 현실은 냉혹한 법이라 절망하여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이유는 제논 일대기의 존재가 가장 크지만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세상은 몬스터라는, 현재 인류에 있어서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존재가 있다.

그러한 몬스터를 토벌하여 명예와 부를 얻을 수 있는 게 모험가 또는 용병이라는 직업이다.

하물며 제논 일대기라는, 가슴에 불을 지피는 소설까지 있었으니 너도 나도 꿈을 키우기 위해 바깥으로 나섰다.

결과는 처참했지만. 그래도 모험가와 용병은 때아닌 호황기를 맞았으며 양질 또한 상승했으니 마냥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이건 제논 일대기가 성서로 추앙 받기 시작한 이후에도 마찬가지. 오히려 스토리가 절정에 다다를 수록 지원자가 많아졌다.

제논 혹은 메리처럼 되겠다며 모험에 발을 디딘 혈기왕성한 청년들과 그에 질 수 없다며 노력하는 모험가 및 용병들.

세상 물정 모르는 신입들 덕분에 탈도 많고 말도 많았지만, 그중에서는 괄목할만한 활약상을 펼치는 이들도 있어 기대를 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모른다고 한들 암묵적인 룰 하나는 명확히 인지하는 중이다. 이건 제논 일대기가 성서로 우대 받기 시작한 후에 생긴 불문율이다.

[스스로를 제논 혹은 메리라 칭하지 말 것.]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이름'이 있다. 이건 모험가나 용병으로 활동할 때도 버리지 않고 사용되기 마련.

허나 가끔 가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나 개인의 사정으로 가명을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이왜진이 연달아 터지기 전까지 가명으로 '제논' 혹은 '메리'를 사용하는 남녀가 수도 없이 많았다.

용병 같은 경우는 등록을 해야 되기에 규칙으로도 막을 수 있으나 모험가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모험가들에게 저런 가명이 즐비해 있다.

때문에 약간의 혼동이 발생했으나, 제논 일대기의 신간이 점차 발매되고 더 나아가 예언서로 확정되면서 거의 다 사라졌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라진 게 아니고 주제도 모르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이 사라졌다고 봐야겠지.

특히 이러한 경향은 세실리의 연설과 아르웬의 발표 이후로 더욱 강해졌다.

물론, 세실리와 아르웬을 보듯이 등장인물과 실존인물의 이름이 똑같다는 법은 없다. 어디까지나 모티브일 뿐, 실존하는 경험담이 아니었으니.

카이르를 사칭하는 자들이 미친 사람처럼 떠들 수 있던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불확정한 미래에 매 달려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어보겠다는 심보.

설마 내가? 어쩌면 내가? 라는 착각 속에 빠져든 것도 모른 채 온갖 시선이란 시선은 한 몸에 받았다.

이 탓에 귀족을 포함한 평민들은 제논 일대기를 따라한 사칭 혹은 '모방자'를 거의 사기꾼으로 취급하는 중이다.

괜히 저런 놈들 때문에 제논 일대기의 위상에 피해가 간다며, 감히 세상을 구한 성서에 먹칠을 가한다고.

몇몇 사람들은 혹여 저런 불한당 때문에 제논 일대기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우려에 기름을 들이붓는 사칭범이 기어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남자야?"

"그렇다는데?"

카이르 사칭이 터지고 난 며칠 후의 알븐하임.

현재 알븐하임의 거리에는 카이르 사칭뿐만 아니라 화제의 인물로 각인된 남자가 당당하게 걷고 있었다.

알븐하임의 엘프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남자.

그 남자는 부담스러운 시선에 불구하고 언듯 오만해 보일법한 걸음걸이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색 머리카락과 눈동자. 외모 또한 오똑한 콧대를 제외하면 평범한 편이었다.

허나 그에 어울리지 않게 값비싼 장비를 착용하여 상당히 눈에 띄는 편이었다.

"쟤가 제논이라 떠들고 다니는 놈이 맞지?"

"전혀 제논처럼 보이지 않는데?"

"몰라. 자기가 그렇다는데 자신이 있는 거겠지."

"아직 어려보이는데?"

남자는 주변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자 아까보다 진한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의 가슴 속에서 기이한 열망이 치솟는다.

주위에서 들리는 말을 듣다시피 남자의 이름은 제논. 며칠 전, 알븐하임에 입국한 후 아르웬에게 망발을 내뱉었던 인간 남성이다.

'감히 내 말을 무시하다니.'

남자, 제논은 목적지로 걸어가면서 속으로 짓씹었다. 현재 그는 자신의 말을 깔끔히 무시한 알븐하임의 여왕, 아르웬을 떠올렸다.

자신은 제논인데 어째서 그녀는 곁에 오지 않는가. 어차피 카이르도 전부 사칭이다.

온갖 고생이란 고생을 겪을 바에야 앞으로 세상을 구할 영웅이 '될' 남자의 여인이 나을텐데.

자기자신을 카이르의 모티브가 될 사람이라 떠들던 가짜와는 달리 자신은 진짜 제논의 모티브가 될 남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입장에서는 매우 간단했다.

친부는 원래부터 없었고, 친모는 자신을 낳으면서 세상을 떠났으나 '제논'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리고 제논 일대기의 주인공, 제논도 부모의 얼굴은커녕 이름조차 모르는 고아다.

이것만 해도 충분했으나 그에게는 난관을 헤쳐나갈 재능까지 존재했다.

비록 카이르처럼 걸출한 스승은 없었으나 지나가던 모험가에게 검술을 배웠고, 그 덕분에 재능이 개화되어 모험가에 몸을 던졌다.

모험가에 발을 디딘 이후에도 승승장구하여 힘과 명성까지 얻었다. 물론 중간중간 고난을 겪었지만 제논 일대기 속 이야기처럼 무사히 통과했다.

이것만 하더라도 그에게 지대한 '착각'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했다. 고아에다가 '제논'이라는 이름을 얻고, 더 나아가 난관을 헤쳐나갈 재능까지 존재했으니.

처음에는 본인도 긴가민가했지만 세실리의 연설과 아르웬의 공표 이후 확신을 가졌다.

자신은, 제논 일대기 속 주인공 제논의 모티브가 될 인간이라고. 과연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물론, 책 속의 제논보다 외모도 떨어지고 키도 작았으나 이건 상관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누가 모티브가 되었냐였으니.

툭­

잠깐 딴 생각을 해서 그럴까. 스스로를 제논에 심취 중이었던 제논(?)이 누군가와 부딪혔다.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도착한 것도 모르고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행인과 어깨를 부딪힌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 ···"

행인은 알븐하임에 거주하는 엘프,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엘프였다. 제논은 그 여인의 외모를 재빠르게 탐색했다.

외모는 두말 할 것도 없고 키는 물론 몸매까지 훌륭하다. 알븐하임 특유의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고 있었으나 그걸로 가릴 수 없었다.

순간, 제논의 갈색 눈동자에 음험한 욕망이 깃들었다. 자기자신을 제논에 이입한 그였으나 그것과 별개로 인품은 닮지 않았다.

영웅이 될 사람에게 누를 끼쳤다. 당연히 그것을 어떻게든 갚아야겠지.

그게 돈이든 몸이든 상관없지만, 알븐하임을 처음으로 방문한 그에게 있어서 엘프는 말 그대로 천사 그 자체다.

이에 그는 비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사과했던 엘프 여인에게 말했다.

"사과하면 다야?"

"네?"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사과를 했음에도 오히려 막나가는 제논의 언행에 엘프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놀란 얼굴조차 엘프답게 정말 아름다워 남자의 음심을 자극시켰다.

이에 그는 엘프의 손목을 우악스럽게 붙잡으면서 서서히 압박하기 시작했다.

"나 제논이야, 제논. 제논이 누구인지 알지?"

"어··· 네. 모르면 이상하죠."

"아, 미안. 다시 말할게. 작가 제논이 아니라, 제논 일대기의 주인공 제논이라고."

"······?"

엘프는 제논의 소개에 별 해괴한 소리 다 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작가 제논을 사칭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냥 정신이 이상하게 박힌 사칭 또는 사기꾼이라 생각하면 될테니.

그런데 제논 일대기 속 주인공, 제논은 처음 듣는다. 이 탓에 생각을 거치느라 오래 걸렸다.

하지만 곧이어 알븐하임에 터졌던 사건, 특히 존경하는 여왕을 괴롭히던 카이르 사칭범들을 떠올리자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이 인간도 사칭이구나. 엘프 여인은 그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러고 보니 소문으로 알븐하임에 스스로를 제논이라 포장한 인간이 등장했다는데 이 남자였던 모양이다.

"···저기요."

"그러니까 내 기분을 풀어주는 게···"

"부탁이니까 좀 꺼져주실래요?"

"···너에게도 뭐?"

탁!

제논이 당황스러운 반응을 미처 보이기도 전, 엘프 여인이 그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분명 강하게 붙잡았던 손목이었거늘 너무나도 손쉽게 벗어나자 제논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엘프 여인은 적대감 어린 눈빛으로 제논을 쏘아보다가 콧방귀를 뀌며 신랄하게 까내렸다.

"제논 일대기 속 제논의 모티브? 이제 하다하다 그런 것까지 나오나 보네?"

"뭐···"

"이봐, 인간. 인간 기준으로도 한참 어려보이는데 정신 좀 똑바로 차리지 그래?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제논님의 명예가 깎이는 중이잖아. 안 그래도 카이르 사칭 때문에 여왕님이 곤란해 하는데 너 같은 놈까지 나오니··· 너 같은 놈에게 여왕님을 줄 수 없으니 당장 알븐하임에서 꺼져."

독설에 기질이 있는지 제논으로 하여금 벙찌게 만드는 화술을 구사하고 등을 돌리는 엘프 여인.

제논은 엘프 여인이 등을 돌리며 떠나가자 어안이 벙벙해졌던 것도 잠시,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엘프를 향해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나 진짜 제논이라니까?"

그런 질문에 엘프 여인은.

척­

등도 돌아보지 않고 당당하게 중지 손가락을 올려주는 걸로 화답했다.

남자 못지 않게 호쾌한 그녀의 반응에 제논은 또다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제논 일대기에서.

주인공 제논과 그의 연인, 메리가 이런 식으로 만났지 않은가! 여태까지 자신에게 이런 행동을 보여준 여인, 그것도 엘프는 한 명도 없었다.

'마음에 들어.'

더욱 욕심이 든다. 그래, 제논의 연인이라면 응당 저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이에 그는 탐스러운 뒷태를 선보이며 빠져나가는 엘프 여인의 뒤를 밟았다. 저 여자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덥썩­

"···또 뭐야?"

이미 그가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는지 또다시 손목을 붙잡혀도 불만만 표시하는 엘프 여인.

제논은 그런 여인의 반응에도 상관없다는 듯 본인의 할 말만 입 밖으로 꺼냈다.

"너 마음에 든다. 이름이 뭐야? 혹시 메리?"

"이거 좀 놓을래? 나 반려도 있거든? 그리고 내 이름은 메리가 아니라 소피아야, 이 정신병자 인간아."

"이제부터 메리로 바꾸면 되겠네. 반려보다 내가 더 잘 해줄 수 있는데."

"이 미친 놈이···"

결국 하다 못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엘프 여인이 비어있는 손을 들었을 때 쯤.

"실례합니다."

"음?"

"응?"

그들의 뒷쪽에서 아름다운 여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끄러운 거리에서도 귀에 똑똑히 들어오는, 새의 지저귐과 같은 음색.

이에 인상을 찌푸렸던 엘프 여인도, 욕망에 잡아먹혔던 제논도 표정을 풀며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당신이···"

이윽고 고개를 돌린 곳에는.

"스스로를 제논이라 칭하고 다니는 사람인가요?"

맑은 하늘 밑에 자란 밀밭처럼, 푸른 눈동자와 황금의 머리카락의 성직자가 아름다운 미소를 띤 채 서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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