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연설(3)
* * *
아르웬의 연설은 국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이끌만큼 대성공을 이루었지만, 내막을 잘 들여다보면 완전한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칫 잘못 해석했다간 종족우월주의, 그러니까 파시즘에 물들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으며 실제로도 교만에 빠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어떻게든 순혈과 혼혈을 엘프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앞으로 지켜보면서 순혈과 혼혈이 서로 잘 융합되어 진정한 의미의 하나가 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아르웬이 원하는대로 흘러간다면 다크 엘프조차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하지만 그녀를 시시각각 견제하는 원로원 특정상 아르웬이 업적을 쌓는 걸 방해할 게 눈에 훤하다. 부디 아르웬이 잘 처신할 수 있기를 바래야겠지.
그리하여 모든 연설이 종료되고 사람들이 광장에서 해산할 때도 우리는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는..."
"제국의 태양과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혹시 나중에 우리 나라에 초대를..."
"헬리움은 어떤 곳이죠?"
연설이 끝나자마자 리나와 세실리를 중점으로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렸기 때문이다. 알븐하임은 미네르바 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귀빈들도 있었으니 반쯤 예정된 일이다.
나는 이런 자리가 불편했기에 본능적으로 빠지려고 시도했다.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이런 즉석 만남에 익숙해져야 되지만 나도 모르게 나온 습관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막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어디 가? 너도 이제 이런 자리에 익숙해져야지."
"난 싫은데..."
"투정 부리지 마. 나중에 나랑 결혼하면 너도 어쩔 수 없이 사교회에 데뷔해야 돼. 설마 사교회에 데뷔하기 싫다고 나를 멀리할 생각은 아니지?"
내 여자친구 마리였다. 그녀는 하나 하나 맞는 말만 짚으면서 나를 즉석 만남에 참석시켰다.
처음에는 투덜거렸으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참석해도 안 좋은 건 없었다. 게다가 즉석 만남인 만큼 짧은 시간만 진행될테니 부담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대신 미네르바 제국의 귀족이 아니라 타국의 왕족 또는 귀족이라는 게 조금 걸린다. 그들의 문화와 예절은 어떤지 잘 모르고 있었으니.
그러나 그 불안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함이 아이작이라고 하셨죠? 붉은 머리카락은 세상에 몇 없는데 정말 독특하네요."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레이디도 저와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제 머리카락도 주황색이라 그런 말 많이 들어요. 마리 공녀님도 그런 말 많이 들으시나요?"
"그렇죠. 백발도 흔한 편은 아니니까요."
즉석 만남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마리의 계급이 높기 때문인지 모두들 친절했다. 특히 나를 볼 때마다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항상 언급했다.
더군다나 나는 남작가 출신이고, 마리는 공작가 출신이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가끔 가다가 몇몇 사람들이 마리를 향해 나의 무엇을 보고 약혼했냐고 묻기도 했다.
약간 불쾌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우리 둘의 계급을 보면 당연히 드는 의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의 여자친구는 그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내 얼굴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건 우리 약혼자의 얼굴을 보면 알 것 같네요. 이런 얼굴로 상냥하게 웃는다고 생각해보세요."
"오... 납득이 가네요. 저렇게 개성적인 외모는 흔치 않죠."
"네. 그렇죠. 그리고 몸도 은근 좋으신 거 같은데..."
"옛날에 기사 훈련도 받았습니다. 비록 재능이 없어서 그만두었지만 현재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참고로 현재 헤일로 아카데미에서도 교수에게 촉망받는 인재랍니다. 벌써 추천 학생으로 등록되어 교수님을 돕고 있죠."
어쩌다 보니 자랑을 하게 되었지만, 내가 마리에게 어울리는 남자라는 걸 어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를 얕보지 않을테니.
예상대로 마리의 자랑 타임이 끝나자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부러워하는 눈길로 우리를 쳐다봤다. 아마 이들은 우리를 선남선녀 커플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마리는 공작가 출신에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자로, 나는 계급은 낮지만 능력 좋고 개성적인 외모의 남자로.
하물며 인간 측 최강이라 할 수 있는 미네르바 제국 출신이라 꿀리는 건 하나도 없다. 덕분에 인맥을 수월히 쌓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몇몇은 바쁜 일정 때문에 먼저 떠나갔다. 사람이 줄어들어 자연스레 리나와 세실리도 합류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대화는 여자들이 주도하고, 남자들은 그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화술이 아닌 대화는 남자보다 여자가 뛰어나니 그들이 주도권을 잡는 건 당연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여자들의 수다를 듣기만 했다. 중간중간 다른 남자들과 눈이 마주치긴 했는데, 내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그들도 쓰게 웃었다.
국적과 문화, 그리고 계급은 달라도 남자는 여자의 수다에 끼기에는 너무 단순헸다.
"그나저나 여러분은 연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다가 어떤 여자 한 명이 연설에 대해 언급했다.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색 눈동자를 지닌, 수수하면서 단아한 미모를 지닌 여인이었다.
아까 전 대화를 통해 들었을 때는 벨루아 공국 사람이라고 했던가. 벨루아 공국은 작지만 전세계 교역의 중심지여서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나라다.
욕심 많은 미네르바 제국도 마음 같아서는 점령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중립국이다 보니 가만히 놔두고 있는 실정이다.
"훌륭한 연설이었죠. 특히 마지막 부분에 엘프의, 엘프에 의한, 엘프를 위한이라는 구절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근데 약간 뭐랄까..."
"종족우월주의적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시죠?"
가만히 듣고 있던 세실리가 대신 답했다. 섣불리 입을 열기 망설였던 여자는 세실리가 시원하게 답하자 화색을 띄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그에 세실리는 왠지 모르겠지만 나를 한 번 힐긋거리더니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부분은 저도 걱정되지만 여왕님이 누누이 언급하셨죠. 교만에 빠지지 말라고. 원래 교만이라는 것이, 남에게 해악을 끼쳐야만 교만이 되는 법이에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자부심만 있으면 문제는 없겠죠."
"그렇군요. 어쩐지 종족 전쟁까지 언급하더니 그 이유가 있었네요."
"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죠. 여왕님이 잘 수습했다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나는 연설에 대한 비평이 이어지는 동안 슬쩍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시선을 옮긴 곳은 다름아닌 알븐하임의 귀족들이 있는 곳.
그곳에서도 우리처럼 즉석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었다. 어쩌면 저기 있는 사람들 중 몇몇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이, 엘프는 마족처럼 마법을 숨 쉬듯이 사용할 수 있으니 도청할 수도 있다. 하물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귀족도 아니고 왕족 혹은 고위급 귀족에 속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네.'
즉석 만남인 만큼 중요한 말은 나오지 않겠지만 혹시 모른다. 세상에는 말실수라는 것이 있으니까.
다행히 아르웬이 예상보다 어려서 놀라웠다니, 그래도 엘프이니 나이가 많을 거라니 등등. 이런 말만 나왔지 그 이상은 나오지 않았다.
혹여 누군가 눈치 없이 이상한 얘기라도 꺼냈을 때는...
"케이트 님. 여기서 그 얘기를 하는 건 약간 실례인 것 같네요. 저쪽에 알븐하임의 귀족 분들도 계시는데."
"아...! 죄, 죄송합니다."
여기서 제일 높다고 할 수 있는 리나가 곧바로 제지시켰다. 역시 계급이 깡패다.
아무튼 간에 즉석 만남은 짧은 시간 내에 종료되었고, 내일 아카데미로 복귀해야 되는지라 우리도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같아서는 알븐하임 곳곳을 돌아다니고 싶으나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에췽!"
"아직도 그래?"
"크응. 웅..."
세실리의 알레르기 반응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전 즉석 만남에서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묻는 말에는 대답했을 뿐, 사실상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걸 본 사람들도 약간 이상하게 생각했겠지만 지금처럼 재채기를 하고 코를 훌쩍거리다 보니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다가 문득 그녀의 목부근에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닭살 정도가 아니라 오돌토돌 돋아난 것이 뭔가...
"어? 누나. 목에 뭐 났는데?"
"뭐, 뭐?"
세실리는 내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더니 목을 매만졌다. 이윽고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서둘러 팔을 확인했다.
새하얀 그녀의 팔에도 마찬가지로 두드러기 같은 것이 돋아나 있었다. 그걸 본 우리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의 마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마족에게 치명적이었다.
"...발락 경!"
"예. 공주님."
자신의 팔을 확인한 세실리가 가르츠를 불렀다. 이에 가르츠는 소리없이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의 능력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세실리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질문했다.
"발락 경도 두드러기가 났나요?"
"전 아직 두드러기는 나지 않... 에취! 죄송합니다. 전 공주님처럼 두드러기는 나지 않았습니다."
"으음..."
그의 대답을 들은 세실리는 미간을 좁히며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아직 두드러기는 얼마 나지 않았지만, 피부마저 빨갛게 변하는 것이 증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중이었다.
두드러기 같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 꽃가루나 음식도 아니고 '마나'로 인해 발생한 증상이었으니.
이에 세실리는 고개를 돌려 뒤를 쳐다봤다. 그녀의 시선은 정확히 세계수로 향하고 있었다.
"...악마들이 어째서 알븐하임에 침공하지 못 했는지 알 것 같네."
뒤이어 그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리더니 손으로 두드러기가 난 팔을 감싸쥐었다. 그동안 나는 걱정을 담은 눈빛으로 세실리를 쳐다봤다.
세실리도 내 시선을 느꼈는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걱정을 덜어줬다.
"너무 걱정하지 마. 발락 경한테 두드러기가 안 난 걸 보면 내가 너무 강한 탓이니까. 마족은 강하면 강할수록 검은 마나의 농도 또한 짙어지거든."
"...일단 빨리 돌아가자. 그러다 더 심각해질라."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난 그리 약하... 엣췽!!"
"... ..."
나는 세실리가 재채기를 하자마자 눈을 슬며시 감았다. 얼굴을 마주보고 있던터라 얼굴에 침이 다 튀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만약 전조가 있었더라면 고개를 돌렸겠지만,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터진 거라 피할 시간도 없었다.
"킁... 미, 미안. 닦아줄까?"
"...괜찮아."
아무래도 마족이 위그드라실로 오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듯싶었다.
*****
아이작 일행이 귀국하고 있을 때였다. 아르웬의 연설은 알븐하임의 국민들 마음 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던 교만을 없애기에는 충분했지만, 불만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중 대표라 할 수 있는 건 당연하게도 아르웬의 견제 세력, 원로원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예상을 한참 벗어난 아르웬의 명연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대국민 연설까지 고작 일주일 정도밖에 없었는데 재능인지, 아니면 숨겨 놓았던 수였는지 몰라도 예상 밖의 연설 능력을 보여줬다. 연설도 연설이지만 그 내용은 원로원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젠장! 설마 그런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원로원의 수장이자 대의원, 피렌은 엘로디아 안으로 돌아오면서 역정을 내었다. 아르웬의 대국민 연설은 그의 예상을 넘어 대성공으로 마무리 되었고, 더 나아가 순혈과 혼혈 간의 경계도 사라지는 중이다.
평소 아르웬을 시시각각 견제하던 그로서는 납득이 될 수 없었다. 그녀가 책을 좋아하고 언변이 뛰어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만, 연설은 별개다.
도대체 일주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아르웬은 알븐하임의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며 민심까지 사로잡았다.
'실패할 줄 알았더니...'
피렌은 좁혀진 미간에 손가락을 갖다 대며 고심했다. 일주일의 준비 기간동안 아르웬을 건드리지 않았던 이유가 별 볼 일 없는 연설을 준비할 거라 예측했기 때문이다.
본래라면 순혈과 혼혈 간의 갈등을 조장하여 혼혈들을 모두 몰아내는 게 목적이었다. 아르웬이 처음에 본인도 혼혈이라 밝혔을 때는 속으로 함박 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으며 계획조차 휴지 조각이 되었다. 설마 아르웬이 순혈과 혼혈을 구분짓는 게 아닌, '엘프'라는 하나의 집단을 형성시킬 줄은 몰랐다.
정치적 입지가 아르웬에게 밀리는 건 불 보듯 뻔할 일. 어쩌면 원로원을 돕는 명문가들조차 아르웬을 지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피렌 의원님!"
"음?"
피렌이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급하게 달려왔다. 이에 피렌은 상념에서 벗어나와 누구인지 확인했다.
자신이 신임하는 의원이자 정보를 전달하는 엘프, 주키리였다. 엘프답게 아름다운 미모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어딘가 다급한 얼굴이다.
"왜 그러지?"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이걸 보십시오!"
주키리는 급하게 뛰쳐왔는지 헉헉거리며 피렌에게 종이를 전달했다. 피렌은 편지인가 싶어 아무런 의심없이 종이를 넘겨받았다.
그러나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은 피렌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기 충분했다.
종이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번에 아르웬의 대국민 연설의 내용과 일치했으니까.
문제는 아르웬의 필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필체라는 것이다. 그녀의 필체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이건..."
"하녀가 여왕의 침소를 정리하면서 발견한 것이랍니다. 여왕이 깜빡하고 정리를 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필체가 다르군. 이건 여왕이 쓴 게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으음..."
피렌은 새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고민했다. 잘 이용하면 아르웬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연설문을, 아르웬에게 전달했는지, 왜.
육하원칙 중 4개가 모자르다. 피렌은 최대한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키다가 번뜩 한 가지 가정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여왕이 유독 제논을 찾는 걸 꺼려 하던데...'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널려있다. 그러나 이런 연설문처럼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너무 앞서나가는 생각일 수도 있으나 그간 아르웬의 태도를 고려하자면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녀는 제논을 찾자는 본인들의 말을 전부 다 기각시켰으며 고작 책뿐이라고 단정지었다.
하지만 제논과 아르웬이 서로 긴밀한 관계라면? 심지어 아르웬은 혼혈이라 스스로 밝혔으며 혼혈은 인간 사회에서 성장하는 환경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제논 일대기 속에 카이르와 엘리샤의 비극적인 서사도 담겨있다. 엘프 여왕과 특출난 능력을 지닌 인간의 사랑 이야기.
심지어 제논도 산전수전 겪은 현자라 세간에 추정되고 있으며 본인의 경험담을 제논 일대기에 녹아냈다고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으니.
피렌은 퍼즐이 묘하게 딱딱 들어맞는 느낌에 의심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었다.
아르웬과 제논은, 과거에 깊은 관계를 맺은 끈끈한 사이라고. 어쩌면 수명 차이로 헤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키리."
"예. 대의원 님."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제논 일대기의 출판사로 보내. 그리고 제논의 입장문이 적힌 편지를 한 장만 달라고 하게."
"네? 그건 어째서..."
의아해하는 주키리에 피렌은 한 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나올 것 같아서 말이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