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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3) (35/173)



〈 35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3)

“첫 방송 경기가 끝났습니다! 그럼 다른 조들의 경기 결과도 확인해 봐야겠죠?”

천장 위의 대형 스크린에 편성된 조가 나타났다.

다음 상대는 알프레드라, 이건 무조건 진다고 봐야겠군.

그래도  경기에서 괜찮은 임팩트를 심어줬고, 알프레드야 아이나를 비롯해 S클래스의 탑건으로 평가받는 인물들이니, 좀 추하게 진다 해서 문제 될 건 없겠지.

설마 또  경기가 방송 경기로 나갈 일도 없을 거고.

“S클래스는 대체로 예상했던 결과다 라는 반응이 이어지는군요!”
“그래도 다른 경기의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뭐, 다른 경기는 몰라도 확실히 알프레드와 천현우의 경기는 궁금할 만하다.

그건 경기 결과를 뻔히 알고 있는 나조차도 궁금한 경기니까.

“알프레드 아이스너 생도와 천현우 생도의 경기는 분전이었다고 합니다. 천현우 생도, 최근 들어 폼이 많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대단하네요!”
“그래도 상대가 알프레드인  어쩔  없었나 봅니다. 결국 천현우 생도의 패배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천현우가 알프레드 상대로 분전했다고?

이상한데.

내 기억으로 아직 천현우는 알프레드 상대로 비빌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알프레드와 호각을 이뤘다는 건, 무언가가 변했다는 걸 의미했다.

각성할 계기가 있었나?

모르겠군.

뭐, 천현우가 강해지는 건 나한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아이나 생도와 백성연 생도의 경기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그냥 붙어도 백성연 생도가 많이 불리한데, 환경마저 아이나 생도에게 따라주니 어쩔  없었다고 해야겠죠. 너무 쉽게 끝나버린 경기였다고 하네요.”

이건 들을 필요도 없는 이야기네.

해설들은 경기 결과를 분석해가며 몇 마디를 덧붙였으나, 내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아이나를 상대로 백성연이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그래도 이변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바로 제임스 생도의 제이드 생도의 경기인데요. 상대 전적은 제임스 생도가 제이드 생도를 한참 앞선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번 대전에선 제이드 생도가 승리했네요.”

4조야 어떻게 되든 말든 솔직히 관심 없다.

나와는 거리가 먼 쪽에 있는 조라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거든.

“상성도 제임스 생도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이는데, 어떻게 이긴 걸까요?”
“현혹의 울림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악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비 때문에 악기를 사용하긴 힘들고, 자신이 직접 소리를 내자니, 빗소리에 쉽게 묻혀버려서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상성 상의 이점보다, 환경적인 이점이 더 컸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런가?

나는 그래도 상성 상의 이점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제임스가 방심해서 진 게 아닐까 싶다.

매번 이겨왔던 놈이니, 방심할 만도 하고.

“마지막 조는 올리비아 테이셰이라 생도와 베아트릭스 발데크 생도의 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재밌어 보이는 조였는데요.”

확실히, 둘 다 제법 특이한 구성의 사상력이라, 단순히 강하기만 한 알프레드와 천현우의 경기보단, 이쪽에 관심이가는 사람도 있을 법했다.

“베아트릭스 생도가 조금 신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카타리나 생도야 일격에 상대를 끝낼  있는 조합의 사상력이니, 실수  번에 경기가 끝날 수도 있지만, 올리비아 생도의 사상력, 저주의 손길은 한 번의 기회는  주거든요?”
“확실히, 베아트릭스생도가 초반에 압박을 잘한 건 맞아요. 그대로 그 기세를 이어나갔으면 무난하게 이기는 그림이었는데, 무리하다가 두 번째 접촉을 허용한 게 컸습니다.”
“그래도 베아트릭스 생도의 성장력은 기대가 되는 경기였습니다.”

해설들의 눈에도 베아트릭스의 부족한 점들이 보이나 보네.

하긴, 각성자 짬밥을 수십, 아니 수백 년 먹은 사람들인데, 나보다 보는 눈이 모자랄 리는 없겠지.

그래도 벌써 싹수가 있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보면, 그래도 다행인가?

축하한다. 베아트릭스.

모자란 머리는 점차 채워지겠지. 뭐.

“아무튼, S클래스의 경기들도 어느 정도 확인했으니, U클래스도 만나봐야겠죠! 직접 확인해 보시죠!”

그 말에 나는 곧장 스크린에서 고개를 돌려 음료수 자판기로 향했다.

그곳에 제롬이 있던, 동아리 단장인 서찬욱이 있던, U클래스의 생도들이 뭘 하는지는 내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료수 자판기 앞에서 마주친 사람은, 언제 만나도 껄끄러운 그녀, 미츠루 아이나였다.

“…축하해.”
“뭘?”
“이겼다면서. 카타리나.”
“아, 그냥 운이 좋았어. 너도 백성연 이긴 거 축하한다.”

물론 이런 말로 기뻐할 아이나가 아니다.

오히려 고작 백성연을 이긴  축하받을 일이냐며 역정이나  게 뻔하다.

“백성연을 이긴 건 딱히 축하받을 일이 아니야. 백성연은 보조 계통의 능력자니까. S클래스에 속해 있다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는 사람이지.”

이럴  알았다니까.

심성이 베베 꼬인 년답다.

“성연이가 그 말 들으면 좀 슬퍼하겠는데.”
“하지만 사실이야.”

그 이상 아이나의 말에 토를 달지는 않았다.

아직 경기도 한 경기 남은 마당에, 그녀와 입씨름을 하며 진을 빼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딱히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프레드를 이길 방법은 있고?”
“아니, 없지. 질 생각인데?”
“…어째서?”
“나는 알프레드의 전격을 피할 자신이 없거든.”

아이나야 알프레드의 전격을 쉽게 피한다지만, 그게 결코 S클래스의 평균적인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우리보다 한 수준 위인 U클래스에서도 알프레드의 전격을 그렇게 잘 피하는 녀석은 없다.

그걸 아무렇지 않게 피하는 아이나가 이상한 것이다.

“피하는 법, 알려줄까?”
“그러면 고맙지.”

웬일이람?

그 차가운 아이나가 날 도와준다고 할 줄이야.

신기한 일도  있네.

“알프레드의 눈을 유심히 봐.”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것만 알면 돼.”
“좀만  설명해봐.”

아이나는 영문 모를 소리만 내뱉고 자판기 안의 음료를 꺼내 유유히 자신의 훈련실로 돌아갔다.

눈을 지켜보라고?

무슨 의미지?

[두 번째 시험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생도 여러분은 모두 새로 배정된 훈련실로 입장해주십시오.]

잠깐의 쉴 틈도 주지 않는군.

손에 들린 음료수를 원샷하고, 트아카 앱을 실행해 새로 배정된 훈련실을 확인했다.

855번 훈련실.

자신이 없네.

자신이 없어.

도무지 알프레드를 이길 자신이.

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배정된 훈련실을 찾아 떠났다.

* * *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잠시  트리니티 아카데미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의 2라운드가 진행될 예정이니 많은 시청 부탁드리겠습니다.”

훈련실에는 알프레드가 미리 도착해있었다.

알프레드는 평소와 똑같이 사람 좋은 얼굴을  채 나를 맞이했다.

[사용자가 인식되었습니다. 사상력을 동기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 알프레드아이스너, 박성진의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시험의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안녕, 박성진.”
“안녕, 알프레드.”
“카타리나를 이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그랬지.”
“카타리나와 대전은 어땠어?”
“그냥 뭐, 꼼수 써서 이겼지.”
“꼼수도 실력이야.  카타리나를 이길 실력이 있었던 거고.”

꼼수가 실력이라는 말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카타리나를 이길 실력이 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아마 카타리나와 100전을 한다면, 내 승률이 과연 1할이라도 나올지 의문인 마당에.

“아무튼 너랑 붙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  부탁한다.”
“그래, 나도 부탁한다.”

알프레드는 그렇게 말하고, 훈련실의 구석으로 고개를 돌려 떠났다.

저 당당한 태도를 보아하니, 카타리나야 운 좋게이겼을지 몰라도, 자신은 절대 질 리가 없다는 분위기다.

하긴, 아이나 정도를 제외하면, S클래스에선 알프레드를 이길 만한 놈이 딱히 보이지 않는 건 사실인데다, 나는 S클래스 내에서도 상당한 약체라는 취급을 받는 놈이니, 그럴 만도 하다.

처음에는 미래시 덕에 전투에서도 압도적인 강함을 보여주지 않겠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가는 사라지고, 전투에는 영 꽝이라는 쪽으로 평가가 기울었다.

“기다려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재 모든 생도가 준비를 마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럼 두 번째 방송 경기 추첨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방송 경기를 추첨하는 것은 트리니티 아카데미의 학장을 맡고 계신, 오스카 샤르마 학장님이 되겠습니다. 오스카 학장님, 버튼을 눌러주시죠!”

오스카는 평소와 다름없는 과묵한 얼굴로 버튼을 눌렀고, 기기 내부의 공들이 튕겨대기 시작했다.

공들이 벽면을 이리저리 두들긴 지  초가 지나자, 기기의 출구로 하나의 공이 굴러 나왔다.

“855번 훈련실입니다! 훈련실에 있는 것은… 박성진 생도와 알프레드 생도입니다!”
“박성진 생도는 출연료를 많이 받겠네요. 저희보다 출연료를 많이 받는 거 아니에요?”
“어우,부러운데요?”

아까는 가짜 머피의 법칙이었나 보군.

이게 진짜 머피의 법칙이네.

“두 해설분은 경기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 거 같으신가요?”
“알프레드 생도가 많이 유리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한백 해설에 동의합니다.”
“어째서죠?”

해설도, 캐스터도,  귀찮은 직업이다.

이 뻔하고 당연한 걸 계속 구구절절 설명해줘야 하는 직업이라니.

나는 답답해서 절대 못한다.

“전 경기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박성진 생도의 실에는 전기가 통하거든요? 실을 타고 다니는 기동성이 봉인될 확률이 무척이나 높습니다. 타고다니는 실에 전격을 쏘아버리면 박성진 생도도 그대로 감전될 테니까요.”
“그렇다고 박성진 생도에게 뭔가 판을 순식간에 뒤집을 만한 강한 사상력도 없으니, 알프레드 생도는 박성진 생도에게 견제타만 날려도 박성진 생도가 지칠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탈진패로 이어지겠죠.”

그래도 분석은 정확하네.

나에겐 알프레드를 꺾을 만한 수단이 없다.

아이나가 전격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줬다곤 해도, 그게 알프레드를 꺾을 수단이 되지는않는다.

애초에, 피해 다니기만 하면 경고가 누적되어 실격패를 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방송 경기인데 바로 기권해버릴 수도없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이네.

[카운트 다운, 5, 4, 3, 2, 1, 0,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경기! 알프레드 아이스너와 박성진, 박성진과 알프레드의 경기가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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