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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2) (34/173)



〈 34화 〉중간고사 공개 토너먼트.(2)

“경기 만나 보겠습니다. 카타리나 벨랴예바와 박성진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기다려온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전해 드립니다. 자, 양 생도의 경기, 해설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성진 생도는 고등부 입학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 만큼, 미래시를 제외한 나머지 사상력에 대한 정보가 외부에 많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미래를 보는 사상력이 분명히 뛰어난 사상력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반대로 자신이 패배하게 되는 미래를 본다면 전의를 상실할 확률도 높습니다. 결과를 뒤집기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죠. 어찌 보면 차라리 모르는 게 이득인 상황이 나올 수도 있어요.”

캐스터와 해설진들이 뭐라고 실컷 떠들고 있었지만, 나와 카타리나에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시험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어, 외부의 소리를 전부 차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판은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필요가 있을  같군.

풀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인 만큼, 한 번의 기회는  남아있긴 하다만,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끄는 개막전에서 허무하게 패배하는 모습은 보여주기 싫으니까.

나는 바닥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실을 꺼내 도심 곳곳에 설치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늘고 약한 실이라 약간의 힘만 가해져도 끊어지는 실이지만, 정찰용으론 이게 훨씬 낫다.

적을 감지하는 데도  낫고, 반대로 적이 나의 실을 알아차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망할 장대비가 진동을 감지하는 것을 방해하는 데다, 시민이 이동하다  실을 끊어버릴 확률도 높으니, 그 무수한 진동 중에서 정확하게 카타리나를 잡아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박성진 생도가 벌써 사상력을 사용한 거 같은데요. 어떤 사상력이죠?”
“박성진 생도의 정보를 확인해보니 서드 어빌리티는 개화하지 못한 상태고, 퍼스트 어빌리티는 실, 와이어등을 사용하는, 미명의 거미라는 사상력이며, 세컨드 어빌리티는 널리 알려진 미래 예지네요. 미래 예지는 많은 사상력을 소모하니, 직접적인 전투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지양하겠죠. 미명의 거미를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역시 줄을 타고 이동하기 위해 미명의 거미를 사용한 것일까요?”
“그것보단 실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으로 카타리나를 감지하기 위해서가가능성 있어 보입니다.”

나의 손에 흘러 들어오는 감각은 하나뿐이다.

빗방울이 실에 걸렸다는 감각 하나.

그것 이외에는 어떠한 다른 진동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이 퍼져나갈  있는 범위가 아직 그렇게 넓진 않으니, 좀 더 느긋하게 기다려 봐야겠군.

그때였다.

하나의 실이 끊어졌다.

아니야, 시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으니, 조금만  기다려 봐야 해.

나는 몇 가닥의 실을 회수하여, 카타리나의 스타팅 지점에서 나에게로 향하는 최단거리의 루트에 실을 조금만 더 설치했다.

한 가닥.

가닥.

세 가닥.

엄청난 속도로 실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카타리나다.

확실해.

나는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실을 회수했다.

“카타리나의 세컨드 어빌리티, 가속입니다! 과연 엄청난 속도군요!”
“아마 박성진의 실에도 분명히 카타리나는 감지되었을 겁니다. 박성진 생도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는 두고 봐야겠죠.”
“실제로 아주 넓게 퍼져 있던 실들이 모두 박성진 생도에게로 회수되고 있습니다. 박성진 생도도 전투를 대비하려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실까지 회수되는 순간, 카타리나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서로 마주쳤습니다! 어떤 공방이 펼쳐질지 기대되네요!”

카타리나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나는 카타리나가 다가오는 방향으로, 내가 생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강도를 지닌 실들을 그물처럼 펼쳤다.

이 실을 그대로 관통하려 한다면, 몸이 조각나 버릴 테니, 쉽게 접근하진 못하겠지.

그물이 펼쳐지자, 카타리나가 급정지했다.

다행이군.

그물이 효과가 있었어.

“박성진 생도가 만들어낸 그물에 카타리나 생도가 멈췄네요.  실이 생각보단 위협적인가 보죠?”
“단단한 물질은 몰라도, 사람의 살 정도는 베어낼 수 있는 절삭력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카타리나를 저지하는데 성공했으니,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군.

나는 그물을 다시 여러 가닥의 실로 풀어냈고,  실들을 아주 단단하게 뭉친 실뭉치를 구성했다.

그리고, 그 실을 고속으로 쏘아냈다.

실로 이뤄진 탄환들이 카타리나에게로 날아간다.

물론 육체적 단련이 극에 달한 카타리나는  발의  탄환도 피격당하지 않았지만, 쉽사리 접근할 엄두는 내지 못하는 듯했다.

뭐, 내가 단순히 실 탄환 몇 발로 카타리나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런 행동으로 보였다면 오산이다.

나의  탄환은 애초에 카타리나를 노린  아닌, 카타리나 뒤에 있는 작은 건물을 노리고  것이니까.

제법 강하게 힘을 줘보았음에도 건물의 벽면을 파고든 실 탄환들은 절대 뽑혀 나오지 않았다.

자, 그럼 안전한 것도 확인됐으니, 쇼타임이군.

나는 실을 초고속으로 수축시켰다.

 결과, 건물이 바닥에서 뽑혀 나와, 빠른 속도로 나와 카타리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날아드는 건물과 나의 카타리나는 등 뒤에 있는 건물에 끼어 샌드위치처럼 압사당할 것이다.

나는 재빠르게 날아드는 건물의 실로 그래플링을 하여 그 건물이 덮치는 궤도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할 거냐. 카타리나 벨랴예바.

“대단합니다! 박성진 생도! 처음엔 실 탄환의 명중률이 너무 낮아 왜 굳이  방법을 선택했는지 의아했습니다만, 처음부터 저걸 노리고 있었다면 이해가 되는 행동이네요! 실의 강도가 무척이나 튼튼한데요?”
“좋지 않은데요. 카타리나 생도, 이렇게 허무하게 승부가 끝나나요?”

뭐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다.

항상 쿨한 기색인 카타리나라지만, 이런 공격에는 당황할 법도 한데.

“아니! 카타리나 생도! 뭔가요!”
“저기서 저런 판단을 내리는군요. 영화에서나 볼 법한 난이도의 스턴트 액션이었습니다. 생도 수준에서는 시도할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을 텐데. 역시 S클래스는 뭔가 다르다는 건가요?”

그녀는, 날아오는 건물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건물이 낮게 뜨며 생긴 좁은 틈을 통해 슬라이딩했다.

미쳤군.

“양 생도 모두 정말 대단한 공방이었습니다.”
“박성진 생도는 약간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같아요. 자신은 미래시만으로 유명해진 게 아니다. 나는 다른 사상력으로도 충분히  싸울 수 있다? 뭐 그런 자신감을 내비추기 위해 보여준 퍼포먼스같은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확실히 좋았던 거 같습니다.”
“카타리나 생도도 워낙 발군인 신체 능력으로 유명하긴 했다지만, 대단하다는 걸 부정할  없네요.”

후, 아쉽네.

방금 공격으로 끝냈다면 좋았는데.

카타리나와의 대전은 솔직히 말해 너무 쫄린다.

그녀의 퍼스트 어빌리티, 초살, 그것과 즉시 연계되는 서드 어빌리티, 강철의 처형자는 ‘한 번의 공격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즉사한다’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준비한 수는 끝인가?”
“아니.”

5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수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막 새로운 수가 떠올랐기에, 거짓말이라고 할 순 없었다.

이 방법, 다소 도박성이 짙다곤 해도, 통한다면 무조건 내 승리다.

 방법이란 바로, 기상 상황을 이용하는 것.

비구름은 필히 벼락을 동반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층 건물에는 피뢰침이 설치되어있기 마련이고.

자, 그럼  피뢰침에 내 실을 연결한다면?

당연히 피뢰침에 떨어진 번개가, 내 실을 타고 흐르겠지.

이제 이해가 가는가?

나는 카타리나에게 벼락을 안겨줄 생각이었다.

그럼, 계획을 시작해야지.

나의 계획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듯, 하늘에선 번쩍하고 벼락이 떨어졌다.

“박성진 생도, 시가지 내부로 급히 뛰기 시작하는데요?”
“딱히 사상력을 사용하려는 낌새도 없는데, 어떤 생각에서 나온 판단일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는 외곽에서 싸웠는데, 지형지물이 적어 실을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나요? 건물이 좀 더 많은 도심 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맞는 거 같은데요?”

10초 경과.

나는 카타리나에게서 열심히 도망쳤다.

여전히 카타리나와는 제법 거리가 있는 상태다.

20초 경과.

고층 건물들의 꼭대기에 있는 피뢰침에 몇 가닥의 실들을 설치하고 다녔다.

30초 경과.

그 과정에서, 나는 작중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경고를 처음 경험하게 됐다.

[경고. 전투를 지속적으로 회피하여 전투 평가의 점수가 감점됩니다.]

이런 게 있었다고?

이건 너무 노골적으로 싸우라는 의미잖아.

30초간 전투를 하지 않고 도망만 다니면 경고가 발생하는군.

좋은 걸 알았다.

“박성진 생도! 경고까지 받아 가며 도망치는 이유가 있을까요?”
“건물들의 꼭대기에 꾸준히 실을 설치하고 있는 걸 보면 뭔가 계획하고 있는 건 틀림 없는데, 굳이 패널티까지 받아야했을까요?”
“그 정도로 근접전에 자신이 없다는 의미겠죠. 사실 뭐 제가 생도였어도 카타리나의 초살과 강철의 처형자는 두려울 거 같긴 합니다.”

도망만 다닌  약 40초가 지났다.

피뢰침에 설치된 실들도 충분하다.

계획을 실현할 준비도 모두 마쳤으니, 이제 굳이 도망칠 필요는 없을 거 같군.

나는 고개를 돌려 카타리나를 정면에서 마주한다.

“이제야 싸울 생각이 들었나보군.”
“내가 이유 없이 도망쳤다고 생각한  아니지?”
“물론 아니다.  제법 영악한 놈이니까.”

제법?

난 많이 영악하지.

지금까지 난 철저한 계산 하에 움직였다고.

기상청의 낙뢰 연보에 따르면, 하나의 낙뢰에서 다음 낙뢰가 떨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분이라 한다.

방금까지, 내가 시간을 잰  무의미한 행동이 아니다.

바로 벼락이 떨어지기까지 시간을 재고 있었던 것이지.

50초 경과.

나는 피뢰침들에 설치돼있던 실들을 모두 카타리나에게로 쏘아냈다.

카타리나는 이정도 실따위 자신에게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듯, 가소롭다는 얼굴을 했으나,  실이 어디에 연결되어있는지 확인하곤, 다급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래봤자 소용없다고.

처음에는 실을 무시하고 내게 달려들려는 듯했으나, 수십 가닥의 실이 카타리나의 몸에 강한 억제력을 거는 중이라, S클래스 내에서도 초인적인 근력을 자랑하는 카타리나조차 몇 발자국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그걸 감안해도 진짜 미친 근력이다.

처음엔 속박된 카타리나를 교살하고 여기서 끝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만, 이미 많은 실을 소모한 상황이라, 내가 뽑아낼 수 있는 남은 실들을 모두 사용한다 해도 카타리나는 그걸 아무렇지 않게 끊어낼 것만 같았다.

실제로 몸에 박힌 몇 가닥의 실은 카타리나의 힘을 견디지 못해, 툭툭 끊어지는 게 보였다.

섣부르게 행동하지 않은 게 다행이군.

그래도 몸에 있는 실들을 전부 힘으로 끊는 것은 불가능하다.

남은 방법은, 몸에 있는 실을 손수 뽑아내는 것 뿐.

하지만, 파고든 실의 끝은 갈고리처럼 구부러져있어, 쉽게 뽑히지 않는다.

뽑는 데 고생 좀 할 거다.

물론 카타리나가 실을 제거하는 동안 벼락이  번도 떨어지지 않거나, 전혀 생뚱맞은 곳에 떨어져 버린다면  그대로 끝장이겠지만.

1분 3초.

카타리나가 어느샌가 몸에 꽂혀 있던 실들을 거의 제거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1분 10초.

제발, 좀 떨어지라고!

1분 13초.

카타리나의 몸에 박힌 실이 두 가닥 남았을 때, 하늘이 번쩍였다.

다행히도  벼락은, 내가 실을 연결해둔 피뢰침 중 하나로 떨어졌다.

숯검댕처럼 새까맣게 타버려, 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진 카타리나가 털썩하고 앞으로 엎어진다.

“이런 방법도 있었네요!”
“거 봐요. 에르제베트. 제가 뭔가를 꾸미고 있는 거라 했잖습니까.”
“와, 전략이 정말 대단한데요. 박성진 생도, 전면전에서 승부를 보기 힘드니 벼락을 끌어들이겠다… 상상도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승자, 박성진. 첫 번째 시험이 종료되었습니다.]

엄청난 환호성이 트리니티 스타디움에 울려 퍼지고 있다는 걸, 모든 소리가 차단된 훈련실 내부에서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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