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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중간고사 대비 기간.(4) (31/173)



〈 31화 〉중간고사 대비 기간.(4)

중간고사공개 토너먼트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고작 일주일.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빈센트의 훈련 강도는 점점 강해져만 갔다.

그것을 증명하듯, 내 옆의 다른 S클래스 생도들은 모두 빈센트의 맹훈련 아래 녹초가 된 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이제 그렇게 될 예정이다.

왜 나는 아직 녹초가 되지 않았냐고?

다른 녀석들은 모두 훈련을 마쳤고, 나와 천현우는 아직 그러지 않았으니까.

“자, 마지막은 너희다. 천현우, 박성진. 들어가라.”
““네.””

[사용자가 인식되었습니다. 사상력을 동기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용자 천현우, 박성진의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훈련을 설정해주세요.]

“뭐, 훈련 설정은 다들 알지? 시가지, 비, 밤, 약간의 시민까지.”

지금까지의모든 훈련은 이 설정으로 진행했다.

중간고사가 이렇게 진행될 확률이 가장 높아서라나.

저 설정이 정말 귀찮다는 건 여러 번 말해서익히 알고 있는 사실일 테지만,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가장 귀찮은 이유는 역시 ‘약간의 시민 존재’라는 설정이었다.

저 망할 시민들이 곱게 도망이라도 쳐준다면 사실 별다른 문제 없이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일부 호기심 많은 시민들이 전투를 구경, 촬영하겠답시고 가까이 다가와서 전투에 휘말리기라도 하는 순간,  전투는 망했다고 봐도 무방한 전투였다.

시민에게 위해를 가하면 감점당하는 건 기본이고, 일정 수 이상의 시민이 피해를 본 순간, 강제로 전투에 패배하게 되니.

물론 이 점을 악용하여, 시민을 방패막이나 인질 삼는 놈들도 더러 나타났지만, 당연히 이 또한 큰 감점 사유였다.

만인의 귀감이 되어야 할 영웅을 길러내는 트리니티 아카데미 정신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실제로 이런 전법을 자주 구사하던 놈들이 나중에는 빌런이 되는 경우가 흔했으니, 딱히 트리니티 아카데미에서 권장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그럼에도 쉽게 상대방을 귀찮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분명했기에,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도 몇 번은 사용했던 전략이니.

[훈련의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다들 준비는 됐겠지?”
“네.”
“저도  됐습니다.”

[카운트 다운, 5, 4, 3, 2, 1, 0, 훈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구성된 건물들이 바닥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건물들은 이내 빽빽한 하나의 건물 숲을 자아냈다.

이제 서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곤 건물들과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뿐.

그렇다고 해서 마냥 훈련장이 조용한 것은 아니다.

세차게 내리는 장대비 소리가 훈련장 내부를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그간 실을 타고 오는 진동을 이용해 적을 감지하는 법을 제법 많이 키우긴 했다만, 이렇게 빗줄기가 강한 환경에서는 실을 타고 오는 진동이빗줄기 때문인지, 사람의 움직임 때문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웠기에, 실을 이용해 적을 탐색하겠다는 방법은 빠르게 포기했다.

대신 그렇다고 해서 이 설정들이 마냥 나에게 불리한 환경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을 이용한 입체 기동을 훨씬 편하게 주었으니.

나는 가늘지만 높은 탄성과강도를 가진 실을 여러 가닥으로 엮어 만든 한 가닥의 줄로 그래플링을 하여, 건물들 사이를 누비며 빠르게 시가지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 모습에, 몇몇의 시민들이 신기하다는 반응으로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나의 이동 속도는 그렇게 느리지 않았기에,시민들을 떨쳐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그 속도가 조금이라도 느렸으면 시민들이 따라붙었을 게 뻔했다.

그나마 다행이군.

시가지의 중심부까지 왔음에도, 천현우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뭐, 걷는 거보다 나의 이동이 훨씬 빠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했지만.

…생각해 보니 아예 이쪽에서 먼저 천현우를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비라는 기후는 천현우를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내가 선공권을 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비가  천현우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느냐.

천현우의 세컨드 어빌리티, 피의 통치자는 알다시피 피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피와 물은 둘  유체다.

즉, 피도 물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단순히 천현우가 조작하는 피는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다지만, 바닥에 흐르는 빗물을 타고 움직이는 피가 어디로 갈지 예상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상당히 귀찮네.

빗물을 따라 흘러간 피가 어디에서 날 급습할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쉐도우복싱을 하게되는  극구 사양이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빠르게 천현우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천현우가 서 있던 쪽으로 움직여 봐야겠군.

이동한 지 대략 1분이 지났을 무렵.

평소와 같이 느긋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천현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늘은 평소의 대낫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하니, 나와 비슷한 생각으로 훈련에 임한 것 같다.

무기에 의존하기보다는, 사상력을 좀 더 훈련하겠다는 생각.

뭐, 어떤 생각을 하던 자기 마음이다.

무기에 의존하는 것이 딱히 나쁜 것도 아니니.

좋은 무기를 활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미련한 거지.

다만 성장하는 사상력과 달리, 무기는 성장하지 않으니, 대부분이 사상력을 키운다는 선택지를 많이 택하는 게 보통이다.

물론 정말 말도 안되게 좋은 장비가 있거나, 극도로 희소한, 성장하는 장비 같은 아티팩트에 준하는 수준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사용하는 게 옳은 판단이겠지만, 나와 천현우는 그렇지 않았으니.

아무튼, 나는 곧장 실을 천현우에게 쏘아냈고, 가느다란 여러 가닥의 실은 천현우의 몸에 박혔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공격은 못 했겠지만, 그간의 훈련 덕에 꽤 강한 강도를 가진 실을 만들 수 있어, 말랑말랑한 물건 따위를 잘라내거나, 어떤 물체에 실을 꽂는 것 정도는 가능해졌다.

“네가 먼저 공격하려 들다니, 의외인데?”
“…!”

나는 당연하게도 천현우가 몸에 꽂힌 실을 끊어낼 줄 알았다.

뽑아내는 것이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천현우는 몸에 꽂힌 실을 빠르게 뽑아냈다.

체내에 파고든 실을 낚시바늘처럼 구부러트렸기에, 그 실을 뽑아낸다면 엄청난 열상(裂傷)을 입을 게 뻔했음에도, 천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그 실을 뽑아버린 것이다.

 판단은, 지극히 옳았다.

역시, 원작의 주인공이란 건가.

아무리 강도가 제법 튼튼하다 한들, 실을 끊어내는 게 아예 불가능하진 않았을 텐데, 구태여 실을 ‘뽑아’낸 것은 분명히 좋은 판단이었다.

찢어진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공격할  있으니 말이다.

 실수였다.

피를 이용한 공격을 하는 천현우는 외부에 피해를 주는 것보다, 차근차근 내상을 입히는 게 중요하다는  망각한 게 컸다.

그리고, 그 망각은 곧 후회로 이어졌다.

상처에서 흘러내린 피가 곧바로 혈검이 되어 나에게 날아들었으니.

나는 얼른 그래플링으로천현우의 피의 통치자의 사거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거리를 벌릴 수밖에 없었다.

천현우의 찢어진 상처는 결코 옅은 게 아니라, 빠져나간 피를 사상력으로 도로 수혈한다 해도 시간이 꽤 지나면 과다출혈로 승기를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사상력을 단련한다’는 이 훈련의 취지와는 다소 어긋나게 된다.

어떠한 방법으로든 살아남는 놈이 결국 강한 것이라 해도, 이런 요행으로 버티는  결국에 한계가 올 것이다.

미래에 내가 맞서게 될, 솜니엄리버레이터는 결코 허접한 조직이 아니니까.

그러니, 결국 나는 다시 천현우의 사거리 내로 들어가 싸워야만 했다.

아니, 그럴 필요도 없었군.

천현우가 혈검을 타고 직접 내 쪽으로 행차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곧바로 실들을 쏘아내어 천현우의 접근을 막아보려했으나, 천현우는 능숙한 서퍼처럼혈검을 타고 요리조리 잘도  실들을 피해내며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와중, 나는 한 가지 묘책을 떠올렸다.

이 전투 환경에 데스링 옵션은 없지만, 링 아웃승리는 분명히 존재한다.

영웅으로 현장에 투입될 때, 임무지 이탈 또한 임무 실패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나 뭐라나.

데스링이 없으면 링 아웃이라는 조건은 사실상 없는 수준으로널널한 조건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그 룰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번 훈련에서 나는 링 아웃을 유도해보기로 했다.

우선, 그러기 위해선 그래플링으로 최대한 빠르게 멀리 유인해야겠지.

대놓고 링  쪽으로 움직인다면, 내가 링 아웃을 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가능성도 크니까.

다행스럽게 내 그런 생각을 천현우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 이동하는 속도를 더욱 올려, 최대한 내 쪽에 바짝 붙으려는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고있었다.

계획대로 잘 돼가고 있는 것 같…

쫓아오는 천현우의모습을 확인하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리자, 나는 내 계획이 크게 어그러졌음을 알게 됐다.

바닥에 있던 수챗구멍에서 피로 이뤄진 구체가 올라와 내 바로 앞에서 나타난 것이다.

“난 그냥 이동한게 아니야. 움직이며 지하에 있는 하수도를 따라 피도 함께 이동시켰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피의 구체는 수천 개의 날카로운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흩어진다.

나는 구체를 보자마자 실로 엮어낸 장막으로 몸을 보호하려 하긴 했다만, 수십 조각의 피 파편은 기어코 내 몸에 파고들고 말았다.

이대로라면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 내 쪽이 도리어 출혈로 패배하게  수밖에없음이 분명했다.

아까 잠깐 정도는 그냥 출혈사를 이용해 편하게 승리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그런 방법도 통하지 않게 돼버렸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 승부수를 띄운다.

나는 최대한 긴 실 가닥을 쏘아내, 가장 멀리 있는 건물에 걸고,  실을 최속으로 수축시킴과 동시에,  반대 방향인 천현우 쪽으로도 실을한 가닥 쏘아내, 다리에  실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나와 천현우는,  다 엄청난 속력으로 링 바깥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렇게 힘이 실려버린다면, 실을 끊어낸다 하더라도 결국 나와 같은 방향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지.

그걸 아는 천현우도 굳이 실을 끊어내려 하진 않았다.

어차피 내가 먼저 링 바깥으로 날아가고 있었기에, 내가 먼저  아웃이  것이라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리가 없잖아?

나는 곧바로 다른 실을 발사하여, 다시금 그래플링을 시도했다.

약해빠진 실로는 나의 몸에 가해지는 이 강력한 운동에너지를 견딜 수 없었으므로, 발사할  있는 거의 모든 실 가닥을 엮어 만든굵은 줄을 사용해야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건물 끝에 걸린 줄은 끊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급작스럽게 걸린 제동으로 인한 모든 힘이 나의 팔에 가해졌기에, 나는 팔이 끊어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아니, 팔이 몸에서 분리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럼에도, 제동 자체는 걸린  확실했다.

나의 몸은 호를 그리며 원운동을 시작했고, 속력이 점점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제 내가 해야 할 행동은 하나뿐.

원운동을 하며 얻은 강한 원심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천현우의 발목에 걸린 실을 붙잡고 있는 남은 팔 하나로, 나는 그 실을 힘껏 링 바깥으로 내던졌다.

[승자, 박성진. 훈련이 종료됩니다.]

“다시는 못 해먹을 짓이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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