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돌개바람의 눈. (6)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른 녀석들의 상황을 보고받는 것도 꽤 재밌었으니까.
물론 당사자들은 즐겁지 아니하겠지만 말이다.
뭐, 어때.
나만 즐거우면 됐지.
어디선가 경쾌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학장실을 습격하기로 되어있던 그 녀석일 것이다.
솔직히 말해 학장실을 습격하는 이유 따위는 모른다.
애초에 지금 학장실엔 학장인 오스카 샤르마가 있지도 않다.
게다가 원작인 다카포 드림에서 이 녀석은 트리니티 아카데미를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럼에도 녀석은 만족하며 죽었다는 묘사가 있다.
어째서일까.
아카데미 내부의 자료를 유출하기 위해서였다면 만족하며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학장실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녀석의 목적이 달성된다는소리가 된다.
무언가 함정을 심어 오스카 샤르마를 암살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다.
오스카 샤르마는 천경의 대삼각의 3인 중, 가장 튼튼한 자니까.
급조한 장치 따위론죽일 수 없다.
오스카 샤르마가 외부의 빌런과 내통하기 위해서라는 가설도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부재중인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것은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다.
이미 내통 중인 상황에서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서라면 뭐,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그걸 굳이 침입까지 해서 전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고.
결론은 뭘 하기 위해서 이곳에 침입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놈이 만족했다는 묘사를 생각하면 역시 가만히 두고 놔둘 수는 없다.
이제 내가 다카포 드림의 주인공이니까.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떤가.
등장하지도 않는 엑스트라에 빙의했다 해도 결국 나는 핵심 서사를 관통하는 주인공과 접점을 만들어냈고, 내가 빙의한 이상 이 작품은 평범한 어반 판타지가 아닌 엑스트라 빙의물로 장르가 된 것이다.
혹자는 자의식 과잉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다카포 드림의 내용을 대부분 섭렵하고 있고, 나의 행동으로 인해 그 인과 관계들을 뒤틀 수 있다면, 서사의 중심은 천현우와 베아트릭스가 아닌 나, 박성진이 된다.
즉, 이젠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엑스트라 빙의물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나의 지나친 편의주의적 관점에 불과하다.
앞으로 벌어질 대부분의 사건은 이름도 없는 엑스트라인 나 따위가 아닌 천현우나 베아트릭스의 관점에서 진행될 테니.
물론 내가 일어날 사건들을 해결하며 이 세계에서 천천히 유명세를 타게 된다면, 그 사건들 또한 자연히 그들이 아닌 나를 기점으로 벌어지기 시작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명해지고 나서다.
아직은 원래의 주인공이었던 천현우와 베아트릭스의 이야기를 따라갈 필요가 있다.
“넌 누군데 여기 있냐?”
주저리주저리 나의 망상을 늘어놓을 시간도 슬슬 다 된 모양이다.
휘파람 소리의 주인이 내 앞까지 당도했으니, 이제 싸워야 할 시간이다.
곧바로 실을 사출해 놈에게 발사한다.
딱히 강력한 사상력이라고 보긴 어려워서 그런지, 몸에 흐르는 전류는 제법 버틸만 했다.
뭐, 어디까지나 죽을 정도로 아픈 게 아닐 뿐, 고통스럽긴 했지만.
빌런은 내가 아무런 대꾸도 없이 공격을 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한 모양인지, 너무나 쉽게 공격을 허용했다.
어쩌면 일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다.
놈의 몸을 옥죄고 있는 실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
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의 완력은 생각 외로 터무니없이 강했다.
아니, 내가 약한 것이다.
다카포 드림에 빙의한 뒤로 독하게 단련해왔다곤 하나, 그단련의 대부분이 사상력의 단련이지, 육체적 단련이 아니었던 만큼, 내 완력은 비루했던 모양이다.
새삼 빈센트가 정신 나간 새끼였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울 수 있는 일이었다.
그 교수는 이런 녀석보다 훨씬 강한 각성자도 맨몸으로 제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니까.
“너, 약하네?”
…!
놈이 실을 잡아당기자, 도리어 내가 끌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곧바로 실을 끊어냈다.
그래도 제법 실에 상당한 힘을 주고 있었던지, 실이 끊어지자마자 가해지는 힘을 가누지 못해몸이 기우뚱하고 기울었다.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다음 실을 엮어냈다.
이번에는 평소에 사용하는 가느다란 실이 아닌, 여러 실 다발을 뭉쳐 만든, 동아줄처럼 굵직한 줄을 사용했다.
아까 완력으로 가늠해 보건대, 놈은 제대로 힘을 주면 가느다란 실 따윈 얼마든지 끊어낼 힘을 소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가해지는 장력을 버티기 위해선 굵직한 줄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사용하기 위해 뽑아낸 실은 아니다.
어차피 완력에서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현재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은 매우 한정되기 때문에, 실을 이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놈이 끊어낼 수 없는 굵은 줄로 놈을 메어 두고, 놈을 처치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을 불러서 대신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놈의 싱글 어빌리티, ‘야수화’가 얼마나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세계, 테라롬의 인간들도 끊어내기 힘든 실을 수십 다발로 엮어낸 이 튼튼한 줄을 끊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굵은 줄이 날아가 놈의 목을 결박한다.
줄은 나의 손에 잡혀있는 것이 아닌, 튼튼한 아카데미 내부의 벽에 설치되어 있다.
고로, 놈은 이제 완전히 무력화된 것이라 봐도 좋을 것이다.
놈의 처리는 당연히 빈센트에게 맡길 거다.
내가 아는사람 중에서 이 자식을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로 강한 사람은 빈센트 뿐이니.
트아카 앱을 실행해 빈센트를 부르려는 순간, 찌르르하고 솜털이 곤두섰다.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몸의 반응이었다.
시급히 결박돼있는 빌런을 확인했다.
놈은 나를 향해 싱긋하고 웃어 주었다.
그리고, 빠르게 몸이 커지기 시작했다. 온몸을 뒤덮을 만큼 수북해진 털은 말하지 않아도 놈이 야수화를 사용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괜찮을 거다.
놈은 단단히 묶여있으니.
…나의 오산이었다.
야수화로 얻는 어드밴티지는 폭발적이었던 모양이다.
놈이 묶여있는 줄을 잡아당기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속으로 안심했다.
웬만한 장력으론 저 줄을 절대 끊어낼 수 없으니까.
빈센트 같은괴물이 잡아당겨도 쉽게 끊어지지는 않을 줄이 끊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놈이 취한 행동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줄과 연결된 벽면을 통째로 뽑아낸 것이다.
그리고, 뽑아 든 벽면이 내게 날아들었다.
“씨발….”
온몸이 시큰거리고 욱신거린다.
내가 주인공이니 뭐니, 지랄염병을 해가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던 게 30분도 안된 거 같은데, 벌써 뒤질 위기에 처했다.
기본적으로 신체 능력이 우월한 카타리나나, 제이드 같은 놈이었다면 이런 공격을 맞지도 않았을 것이고, 천현우였다면 주인공 보정에 의해 의지로 견뎌냈겠지만, 천천히 눈이 감겨오는 걸 보면 역시 나는 일개 엑스트라에 불과했나보다.
이 긴 생각도 어쩌면 뒤지기전의스쳐 가는 주마등일지 모른다.
그렇게 의식을 잃기 전, 찰나의 순간에 마지막으로 들려온 것은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박성진!”
희미한 내 정신은 그 목소리가 누군지 유추해낼 만큼 뚜렷하지 못했다.
뭐 어떤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든 간에, 그 목소리는 내가 이젠 다카포 드림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짓궂은 미소를 짓고, 마음을 편히 놓았다.
* * *
멍청하고 아둔한 녀석이야.
그렇게 생각했다.
시리얼 카드도 이식되어있는 주제, C레벨의 빌런을 단신으로 막아?
만용이다.
‘그런 녀석 따위에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렇게 다짐했다.
빌런에게 곤죽이 되어 죽던, 납치당해 실험체로 쓰이던 내 알 바가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없었다.
어째서일까?
사람이 죽는 것 정도는 숱하게 봐온 나에게 타인의 죽음이란 낯선 것도 아니었다.
왜 그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한 녀석이 죽는 모습을 상상하는 순간 마음 한 귀퉁이가 불편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쓴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에게 정 따위들일 자격이 없는 나도, 어느샌가 미운 정이 들어버렸구나.
그녀석은 처음부터 이상했다.
선서문을 보고 재수 없게 웃질 않나, 미래를 본다는 둥 헛소리만 해대는 꼴이 같잖아서 한 대 먹여주려 했더니 정말 미래라도 본 양 진심이 담긴 나의 공격을 피한 것으로 모자라, 내게 ‘왜 서드 어빌리티를 사용하지 않았나’라는 가증스러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녀석이었다.
그래서, 나는 박성진에게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냈다.
그럼에도 그 자식은 계속 나를 평소처럼 대했다.
나의 배경에 몰려든 쓰레기들과는 달랐다.
단지 내 외모에 홀려 더러운 눈길로 나를 훑는 천 것들과는 달랐다.
나를 순수한 친구로 대해주는 녀석은 드물었다.
그 몇 안되는 녀석에 속해있던 게 그 놈이라서일까.
딱히 무언가에 대한 욕구도 없어 보이는 죽은 눈깔을 해서는, 의외로 제법 열심히 사는 모습 때문일까.
어디에서,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른다.
단지, 그 멍청이에게 약간의 관심 정도가 생겼다는 것쯤은, 나도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한번 속아주겠노라 결심했다.
나는 발걸음을 돌려 박성진이 향했다는 학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박성진이 있었다.
처참한 몰골이라곤 하지 않겠다.
나의 가문에선 그보다 더 흉측한 몰골로 만든 경우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피떡이 되어 쓰러진 모습은 척 봐도 좋지 않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박성진!”
저 병신은 뭐가 좋다고 웃는 걸까.
나를 향해 웃어 보이곤, 눈을 감았다.
마치 내가 올 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마냥.
큰 결심을 한 내 체면이 구겨지는 것 같았다.
당장 따지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그 마음을 재빠르게 가라앉혔다.
박성진의 앞에는 야수화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빌런이 있었으니까.
“오늘따라 성가신 일이 늘어나는 기분이네?”
빌런은 킬킬거리며 내 쪽을 돌아본다.
정신을 집중했다.
놈을 죽이겠다는 일념만이 나의 사고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침 환경도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나만을 위해 준비한 무대라는 듯.
사이클론으로 인해 우중충해진 날씨는 사방에 그림자를 흩뿌려놓았다.
“우리의 주벌(誅罰)에선 수유(須臾)의 시간도 벗어남을 허용하지 않나니.”
이 선언은 나, 인간 아이나의 것이 아니야.
미츠루 가문의 당주로써 하는 선언이지.
너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무수한 그림자의 쐐기가 단숨에 야수의 몸을 꿰뚫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림자의 촉수가 몸에서 빠져나가자,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상처들이 순식간에 아물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저런 큰 상처를 회복하는 데엔 많은 사상력이 소모되기 마련이니까.
시리얼 카드가 주는 고통 정도야 내겐 별것 아니다.
가문에서 했던 훈련이 몇 배는 고통스럽고 끔찍했다.
같은 공격을 서너 번 더 먹여준다면 놈도 분명히 야수화를 해제할 수밖에 없겠지.
다시금, 나의 수족과도 같은 그림자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그림자가 야수를 덮쳤다.
야수도 이번에는 쉽게 당해주지 않겠다는 듯, 잽싸게 움직여 촉수들을 피했다.
“너어, 저기 누워있는 친구보단 훠얼씬 강하구나?”
놈이 내게달려들기 시작했다.
암기만 있었어도 저런 직선적인 움직임은 얼마든지 견제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놈이 달려드는 궤도에 그림자를 집중시킨다.
나를향해 뻗은 팔은 나의 머리에서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멈췄다.
그 팔엔 그림자의 촉수 가닥이 휘감겨있었다.
나의 의념을 그림자에 실었다.
야수의 팔이 찢겨나갔다.
일순간 불쾌감이 들었다.
쓰레기의 더러운 살점과 피가 나의 몸에 닿는 것 따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놈을 흔적도 없이 분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신체의 중요 부위 하나가 결락(缺落)된 이상 놈에게 살길은 없을 테니.
오히려 지금까지 내게 버틴 것만으로 용하다고 칭찬해줘야 할지도 모르겠다.
신체 능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야수화가 아니었다면 이미 네댓 번은 더 가져갈 수있는목숨이었다.
그렇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놈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은 나의 수준을 웃돌고 있었기에.
물론 크게 걱정되지는 않는다.
놈이 어설픈 저급 빌런이라고 치부하기엔 생각보다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긴 했으나, 가문의 노친네들의 움직임에 비하면 미물의 발버둥에 불과한 수준이었으니.
…눈빛이 달라졌어?
아까처럼 유희를 즐기는 표정이 아니다.
지금 저 천것의 눈에 깃든 것은, 명백한 살의.
조금은 재밌어지겠네.
“이제야 기억났다! 네놈이 미츠루 가문의 차기 당주라는 그 계집이었구나!”
“지금 그런 게 중요한 거야?”
“어차피 나는 버림패,이곳에서 죽어도 아무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미츠루 가문의 차기 당주 목을 딴다면 우리의 숙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그럴 일은 없을걸.”
공격이 한층 거세졌다.
자신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상처가 심해짐에도 동요하지 않고, 집요하게 그림자가 닿지 않는 틈만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야수화의 향상된 자가 치유 능력은 정말 성가셨다.
그림자가 몇 번이고 놈의 살점을 도려냈음에도 도려져 나간 부위에선 금세 새 살이 돋아났다.
결국엔 나도 유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상처에서 쓰라림이 느껴졌다.
고통에 무뎌져, 시리얼 카드의 전격 조차 크게 와닿지 않는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니, 남이 보기엔 꽤 깊은 상처겠지?
그렇다고 상심할 내가 아니다.
그것에 괘념치 않고,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몇 합의 공격이 오간 뒤, 놈의 사상력은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털로 뒤덮인 몸뚱이는 거의 인간으로 돌아왔고, 상처도 제대로 수복되지 않고 있었다.
움직임이 한참 둔해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놈의 움직임을 좇지못하던 그림자가 이제 녀석의 몸에 몇 가닥 붙어있는 것이 그 증거다.
야수화가 풀려 비루해진 사내의 눈에 살기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지금 사내의 눈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포기뿐.
기력이 모두 쇠해 그것에 대해 저항할 의사가 있다 한들 의미가 있었을까 싶지만.
스멀거리는 그림자는 야수가 아니게 된 그것의 몸을 천천히 휘감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전신에 눌어붙어, 원래 놈의 형상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즈음.
“나는 여기서 죽지만, 솜니엄리버레이터의 유지는 계속될 것이다!”
“그래, 다음 생엔 더 노력하렴.”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사내는 그림자에 묻혀 사라졌다.
아이나의 다짐대로, 그는 흔적도 없이 분해된 것이다.
…
피바다가 된 학장실 앞.
소녀가 뉘어진 소년을 부드럽게 일으켰다.
소녀도 성한 몸이 아니었음에도 묵묵히 소년을 둘러업고, 복도를 걸어 나갔다.
그렇게, 4월의 돌개바람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