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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노골적인 민후 씨 (77/100)


77. 노골적인 민후 씨
2022.05.28.


은조는 관장이 시은에게 계약 조기 종료 통보를 한 사실에 의문이 들었다.

이런 식의 일방적인 계약 종료 통보는 부당했다.

만약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워 그랬다면 갑질이나 다름없었다.

은조는 관장에게 찾아갔다.

똑똑.

관장실의 문을 노크하고 관장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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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준호가 책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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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 실장님. 그럼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은조가 소파에 앉자 준호가 상석에 앉았다.

준호는 무슨 일로 그러냐는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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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끼어들 일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이유가 궁금해서요.”

은조가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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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커피숍, 왜 계약 조기 종료하신 건가요?”

은조의 질문에 준호는 잠시 말없이 쳐다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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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말이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란 걸 알기에 은조는 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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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친구 사이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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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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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숍 입점 입찰 과정에서 어떤 부정도…… 없었죠?”

은조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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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결코, 그런 거 없었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나와 은조는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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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준호가 말끝을 흐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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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루머들을 퍼트리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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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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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혜받았다고. 커피숍이 한은조 실장 백으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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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금시초문에 은조는 목을 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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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백으로 들어왔다고요? 그런 소문이 있었어요? 전 처음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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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문은 당사자 귀에는 제일 늦게 들어가는 편이죠.”

은조는 그런 소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기에 꽤 충격적이었다.

입찰공고가 났을 때 시은에게 넣어 보라고 했고 정당하게 입찰받아 입점한 것이다.

사람들이 뒤에서 그런 말을 쑥덕이고 있었다니 기분이 나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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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문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친구 사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녔던 게 제 실수였나 봐요.”

준호는 입찰 과정에서 어떤 부정도 없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친구 관계에도 저런 소문이 도는데 관장과의 사적인 관계가 드러나면 그런 루머는 더 과장될 것이 뻔했다.

시은이 상처받을 상황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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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가라고 한 거예요?”

은조가 준호에게 물었다.

준호는 대답 없이 은조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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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때문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은조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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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님. 결코, 부정 같은 거 없었습니다! 맹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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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습니다. 실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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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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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준호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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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제가 시은 씨한테 직접 얘기하겠습니다.”

은조가 흠칫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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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 씨?’

평소 관장은 시은을 ‘커피숍 사장님’이라고 호칭했었다.

시은을 ‘커피숍 사장님’이 아닌 ‘시은 씨’라고 호칭한 것을 보고 은조가 놀라 쳐다보았다.

*

다음날.

퇴근하는 민후는 기분이 좋았다.

평소보다 설레는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어제까지 아내가 장모님과 함께 잤기 때문에 민후는 때아닌 독수공방을 해야 했다.

차 타고 가면서 은조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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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도착했어? 나도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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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금 도착했어요. 이제 씻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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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으려고?”

아내가 씻는다는 말 한마디에도 민후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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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물 받고 있어요. 따뜻한 물에 몸 좀 담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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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지. 물 많이 받아. 나도 같이 들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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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은조가 장난임을 알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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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녁부터 그런 음탕한 말, 건강에 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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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독수공방했는데 보상이라도 해 줘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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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며칠이나 됐다고? 겨우 이틀 혼자 자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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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틀이야? 그전에 제주도에서는 하루 입원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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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 침대에서 같이 잤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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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잠만 잤잖아.”

민후가 능청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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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일이나 참았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은조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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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는 거 알아요? 예전엔 이런 말도 신사적으로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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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이라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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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뇨. 사실, 좋아요. 하하.]

은조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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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곧 도착하니까 먼저 욕조에 들어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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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같이 목욕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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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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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잠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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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따고 들어갈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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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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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이라 좋다며?”

아내와 은밀한 대화를 하는 민후의 표정이 더없이 행복했다.

*

전화를 끊은 은조의 얼굴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짐승이라고 놀려댔지만 이런 남편이 싫지 않았다.

남편도 함께한다고 하니 목욕시간이 더 기대되었다.

물을 받고 있던 욕조에 향기 좋은 입욕제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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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분위기 좀 내볼까?”

은조는 향초도 꺼내어 불을 밝히고 욕실 군데군데 놓았다.

은은한 향이 퍼지면서 훨씬 분위기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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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뭐가 필요하지?”

은조는 주방으로 가서 와인병과 와인잔을 가져왔다.

임신한 은조는 술을 못 하지만 남편을 위해 준비했다.

태블릿으로 잔잔한 선율의 태교 음악도 틀어놓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은조는 욕조에 들어갔다.

머리를 뒤로 기대고 눈을 감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음악을 듣고 있으니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았다.

은조는 눈을 감고 몸과 영혼이 치유되는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얼마 있지 않아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민후가 온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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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왔어.”

민후가 들어와 제일 먼저 욕실 문을 빼꼼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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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요?”

욕조에 몸을 담근 아내를 보자 민후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었다.

민후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곧바로 슈트 겉옷을 벗었다.

넥타이를 당겨 풀며 그가 욕실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곧바로 옷을 벗는 민후를 보며 은조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욕실에 켜둔 향초와 와인을 보고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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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렇게 준비를 해 놓고 있을 줄은 몰랐네.”

민후도 욕조에 함께 들어갔다.

뒤에서 은조를 안고 무릎에 앉혔다.

물속에서 은조의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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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은이 안녕. 오늘 엄마랑 잘 지냈어?”

은조는 요즘 매일 태담을 하며 아기에게 말을 거는 다정한 민후가 좋았지만 가끔 서운할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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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는 오늘 어땠냐고, 잘 지냈느냐고 안 물어봐요?”

은조가 입을 뿌루퉁하게 내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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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안 궁금한가 봐요? 나보다 아기가 우선순위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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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무슨 소리. 난 언제나 은조가 0순위지.”

민후가 은조의 얼굴을 감싸 자신에게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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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당신은 오늘 하루 어땠어? 잘 지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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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드려 절받으니까 기분 별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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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안해.”

민후가 은조의 입술에 연신 뽀뽀했다.

은조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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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에요, 장난. 나보다 아기가 우선순위여도 난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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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그 누구도 은조보다 우선순위가 될 순 없어. 난 항상 은조가 먼저야.”

민후가 은조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입술을 차례로 베어 물다가 서로의 숨결을 주고받았다.

따뜻한 물에 담겨 있으니 몸이 두 배로 빨리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욕실에서의 키스는 따뜻하고 촉촉했다.

민후는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은조의 입술을 베어 물었다.

촉촉하게 서로의 숨결이 입술에 스며들었다.

며칠 만에 한 키스인지라 키스가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민후가 천천히 입술을 떼고 은조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감미로운 키스 여운에 눈을 감고 있던 은조가 스르르 눈을 떴다.

코앞에 마주한 민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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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스에 너무 감동한 표정인데?”

장난스럽게 말하자 은조가 웃었다.

민후가 손으로 은조의 머리 뒤를 감싸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아까보다 강하게 입술이 포개졌다.

입술과 입술이 밀착되며 강렬한 키스가 이어졌다.

입술을 가르고 뜨거운 숨결이 파고들었다.

더운 수증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열기 때문인지 욕실의 공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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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부는 욕실에서 침실로 옮겨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민후의 팔베개를 하고 누운 은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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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재판은 언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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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목요일.”

은조가 시선을 올려 민후를 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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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나오는 거 맞죠? 집행유예 나오거나 그렇게 되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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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절대. 살인 교사한 정황이 확실하고 분식회계 등 경제 관련 범죄도 증거가 확실해. 도주 우려 때문에 현재 구속 수사 중이야. 형량도 가볍지 않게 받을 거야.”

은조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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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왜 그랬을까요? 왜 날 죽이려 했을까요?”

유일한 핏줄이라며 데려갔던 할머니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은조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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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한번 만나서 물어보고 싶어요.”

은조가 민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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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가서 만나고 싶어요.”

민후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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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랑 같이 가.”

 

*

윤 회장은 구치소에 수용되어 재판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찰이 가진 증거들이 확실해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변호사도 징역형은 면하기 힘들다고 했다.

최대한 형량이 적게 나오길 빌 수밖에 없었다.

살면서 구치소라는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던 윤 회장은 연녹색 죄수복을 받았을 때 굴욕감에 치가 떨렸다.

죄수복을 입은 구치소에서는 한때 잘나가던 회사의 회장님도 배정받은 방의 막내 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선 연장자에 대한 대우조차 없었다.

구치소 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굴욕감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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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인사를 하라 말라 하는 거야! 내가 누군 줄 알아?’

큰소리쳤던 윤 회장은 곧바로 날아든 폭행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남들 앞에서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었던 윤 회장은 그날 밤 멍든 얼굴로 흐느껴 울었다.

구치소 방의 우두머리는 전직 무당이라고 했다.

사기전과 17범인데 진짜 무당인지 가짜 무당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직 무당 죄수가 윤 회장을 가만히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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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니고 둘이 들어왔네.”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든 얼굴로 윤 회장이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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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친네가 누굴 달고 들어왔다고! 옆에 손녀가 있어.”

윤 회장이 놀란 얼굴로 무당 죄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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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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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쯧.”

무당 죄수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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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못 알아듣고. 쯧쯧. 손녀가 옆에서 운다, 울어.”

윤 회장은 무당 죄수에게 다가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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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요? 우리 유정이가요?”

우는 얼굴로 꿈에 자신을 찾아왔던 유정이가 생각났다.

윤 회장이 무당 죄수에게 매달리다시피 붙잡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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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녀가 왜 울어요? 우리 유정이가 뭐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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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내 동생 그만 괴롭혀! 그런다. 동생이 너무 불쌍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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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윤 회장의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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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그만 괴롭히라고, 그렇게 울며 빌었는데 할머니가 못 알아듣는대요.”

무당이 혀를 차며 자리를 뜨고 윤 회장이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뭐……라고?

은조 그만 괴롭히라며 울었다고?

은조가 제 걸 뺏어간다고 울었던 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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