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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당신을 좋아해요 (70/100)


73. 당신을 좋아해요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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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해서 미안해요. 나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을 좋아해요.”

은조가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민후의 얼굴 위로 감격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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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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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잃을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은조가 민후를 와락 끌어안고 흐느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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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 진심을 말하지 못했던 것이 너무 후회되었어요. 흑흑.”

뜨거운 눈물이 민후의 가슴을 적시자 민후가 힘겹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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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은조야.”

그가 힘겹게 손을 들어 은조의 동그란 머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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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기가 힘들어해.”

은조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얼굴로 그를 보았다.

민후는 너무 울어 엉망이 된 은조의 얼굴을 보며 마음이 아파 미간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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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걱정 많이 했겠다. 임신한 몸으로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는데.”

민후는 자신을 걱정하며 울었을 은조가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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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나 때문에.”

자신은 바다에 빠져 죽을뻔했는데 오히려 임신한 아내 걱정을 했다.

은조는 이 와중에 제 걱정을 하는 민후를 보며 더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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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왜 미안해요. 당신 죽을뻔했는데 왜 내 걱정을 해요.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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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민후는 의식이 돌아온 후 각종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다행히 장기손상이나 다른 이상은 없었다.

의료진은 뒤늦게 폐의 손상이나 부종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하루 이틀은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입원실로 옮긴 후 민후는 의식이 더 또렷해졌다.

경찰이 와서 민후에게 사고 경위에 대해 다시 물었다.

그 과정에서 예지와 윤 회장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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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은 지금쯤 검찰청에서 조사받고 있을 겁니다.”

윤 회장 체포 소식에 은조와 민후는 서로를 보았다.

은조는 묘한 감정이 차올랐다.

그토록 두려웠던 할머니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에 기쁜 감정과 두려운 감정이 공존했다.

할머니에게서 이제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금방 다시 나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었다.

경찰과 의료진이 다 나가자 민후가 은조에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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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 은조야.”

은조가 다가가자 그가 링거를 맞고 있는 팔을 벌렸다.

은조가 엎드려 그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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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 윤 회장 오래도록 못 나오도록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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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에요? 정말 못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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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쉽게 못 나와.”

민후는 여전히 두려운 얼굴인 은조의 얼굴을 감싸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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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오더라도 내가 당신 지켜. 아무 걱정하지 마.”

은조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차올랐다.

이제 든든한 남편만 믿고 살아갈 수 있다.

방해하던 할머니가 안 계시니 이제 민후와 헤어지지 않고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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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따위 불태워버리고 우리 이제 행복하게 잘 살면 돼.”

이제 그와 이혼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은조는 그와 헤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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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 씨. 흐흑.”

민후를 끌어안은 은조는 행복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민후도 은조를 안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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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제 아내가 살인미수로 체포되었다고요?”

한편 기현은 경찰에게서 연락을 받고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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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동명이인을 착각하신 거 아닙니까? 제 아내는 한주 그룹의 며느리이자 이엑스푸드의 회장님의 자녀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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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주 그룹 며느님 맞습니다. 동생분 부부를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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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뭐, 뭐라고요?”

기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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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아닙니까?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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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요. 바꿔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전화기에서 예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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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박 변호사한테 연락 좀 해줘요.]

기현은 진짜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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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경찰이 한 말이 대체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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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억울해! 이게 다 그 윤 회장 때문이라고. 그 여자가 계획한 일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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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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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얘긴 나중에 하고. 여보, 박 변호사한테도 연락하고 나 최고의 변호인단으로 꾸려줘요. 나 당신만 믿을게!]

변호사를 섭외해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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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여보!”

기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았다.

<제주도에서 인면수심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시동생 부부를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하려던 대기업의 며느리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때 TV에서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기현이 TV를 보며 가까이 다가갔다.

<제주해양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시동생 부부가 탄 요트에 직원으로 변장해 몰래 타 바다로 밀어버리려고 하다가 시동생 B 씨와 함께 바다에 떨어졌습니다. A 씨는 해경이 발견해 구조되었고 B 씨는 지나가던 낚싯배에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뉴스 화면에는 경찰차에서 내린 여자를 연행해 경찰서로 데리고 가는 모습이 찍혔다.

기현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휘청이며 걸어가 소파에 풀썩 주저앉았다.

후드 모자를 푹 뒤집어썼지만 예지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아볼 수 있었다.

평소 예지가 즐겨 입던 바지와 옷이었다.

수갑을 찼는지 손이 앞으로 묶인 채 경찰에 연행되어 가는 모습이 화면에 나왔다.

<경찰은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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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기현은 예지임이 분명한 화면을 봤음에도 현실을 부정하듯 고개를 내저었다.

시동생 부부를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했다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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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아까 분명 억울하다고 했잖아.”

기현은 핸드폰을 들어 민후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은조는 민후 옆에서 그의 손을 잡고 떠나지 않았다.

민후와 은조도 병실에 있는 TV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예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경찰에 연행되어 가는 모습을 둘은 아무 말 없이 지켜보았다.

착잡한 심정이었다.

1년 넘게 가족으로 지내온 가까운 사람이었다.

얄밉게 구는 구석이 있긴 했어도 이렇게 무서운 짓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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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랬을까요?”

은조가 TV 화면을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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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때문에 출산을 막으려 했던 건 이해라도 하겠는데, 대체 왜…….”

민후는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무감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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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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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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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을 받는 건 물 건너갔으니 아예 경쟁자인 날 제거하면 형이 경영권을 쥐게 되니까.”

은조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인상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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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생각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민후가 짧게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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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믿기지 않아. 이렇게까지 할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체 뭐가 형수를 그렇게 만든 건지.”

민후가 잡은 은조 손을 힘을 주어 꼭 잡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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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당신이 무사해서 다행이야.”

잡은 손에 은조가 다시 손을 겹치고 그 위에 민후가 또 손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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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Rrrrr.

그때 민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현이 전화한 것을 보고는 민후가 표정을 굳혔다.

형도 계획에 가담한 사람이 아니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이제는 친형제조차 믿지 못할 상황까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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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민후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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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후야. 어떻게 된 거야? 네 형수가 경찰에 잡혀갔어. 너희 부부를 사고사로 위장하려고 했다는데, 이거 아니지? 오보지?]

민후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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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아냐. 다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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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뉴스에 나왔던 게…… 다 맞다고?]

기현은 충격을 받았는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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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봤으니까 나도 바다에 빠졌다가 구조된 것도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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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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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는 내가 구조되어 병원으로 옮겨졌다고만 나왔는데 내가 괜찮은지는 안 궁금해?”

적어도 가족이라면 무사한지 다친 곳은 없는지 궁금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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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사하니까 지금 전화를 받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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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형의 아내인 그 여자가! 은조랑 나를 익사시키려고 바다에 빠트리려고 했어.”

민후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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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민후야.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 설마 네 형수가 널 일부러 밀려고 그랬겠어? 네가 오해한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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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경찰이 그러는데 사전에 계획한 증거가 다 나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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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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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의 목소리가 똑똑히 녹음되었어. 우리 둘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려는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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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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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정말 몰랐던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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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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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형도 못 믿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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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나도 지금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알아? 하루 여행 다녀온다고 나간 아내가 갑자기 뉴스에 나왔는데 난 얼마나 황당하겠냐고!]

기현은 형도 못 믿겠다는 말에 화를 내고는 전화를 끊었다.

민후는 제발 형은 거기에 가담하지 않았기를 바랐다.

형마저 그랬다면 정말 충격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들 것 같았다.

*

기현은 예지를 만나기 위해 경찰서로 갔다.

예지는 유치장에 갇혀 있어 면회 신청을 해야 했다.

면회실로 들어온 예지는 기현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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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 여보…….”

늘 명품 옷에 품위를 유지하던 예지가 남루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울고 있었다.

예전 모습에 비하면 거지꼴인 예지를 보자 기현은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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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투명한 가림판을 사이에 두고 기현과 예지는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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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살인미수라니? 정말 당신이 그런 게 맞아?”

기현은 여전히 예지가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예지는 기현 앞에서 죄인처럼 고개를 숙였다.

예지는 경찰에게서 윤 회장과의 통화 녹음이 다 되어 증거가 확실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처음엔 밀지 않았다고, 바다에 빠진 건 사고였다고 발뺌했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지가 자포자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현이 충격을 받은 듯 눈이 커다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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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말 다, 당신이 그랬다고?”

제 아내를 보는 기현이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예지가 눈을 매섭게 뜨더니 기현을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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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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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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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회장님 만들어주려고 그랬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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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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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내가 그럴 이유가 뭐가 있겠어? 내가 왜 서방님을 제거하려고 그랬겠냐고!”

예지를 쳐다보는 기현의 인상이 점점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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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때문에…… 그랬던 거라고? 차기 회장직 때문에?”

기현은 아내가 무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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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 회장님 만들어주려고, 당신 하나 제대로 내조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이걸 내조라고 말하는 예지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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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사실 서방님 이길 자신 없지?”

기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예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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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당신이 서방님한테 밀리는 건 세상이 다 알아. 내가 아버님이라도 당신보다는 서방님한테 경영권을 넘기겠어. 그런 막강한 경쟁자를 내가 제거해주려고 그랬던 거야.”

예지가 광기 어린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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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맙지 않아? 당신 하나 잘되게 해주려고 하다 이렇게 된 건데 당신이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안 되지!”

기현은 두려운 표정으로 예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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