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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체포합니다 (68/100)

71. 체포합니다 2022.05.07.

최 씨는 은조의 부른 배를 보고는 움찔했다. 민후 부부가 사고를 당한 것처럼 바다에 빠지게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아들을 한주 그룹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했다. 은조를 바다로 밀어버리려고 다가가다가 불룩하게 나온 배를 보고는 발이 더는 떨어지지 않았다. 십여 년 전 아내가 임신 중이던 둘째 아이를 잃었던 것이 생각났다. 배 속 아이를 잃고 한 달 동안 힘들어했던 아내 생각이 났다. 최 씨는 짧은 순간 갈등했다.

16551899247836.png ‘아저씨 손에 아들의 미래가 달려 있어요.’

머릿속에는 취준생 아들과 유산했던 아내 생각이 동시에 났다. 은조는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자신을 쳐다만 보는 최 씨가 이상했다. 최 씨는 은조의 배를 보다가 시선을 들고 은조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죄책감에 울컥했다. 남편이 바다에 떨어지고는 절박한 얼굴로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악마가 된 것 같았다. 최 씨가 흐느끼며 말했다.

16551899247843.jpg “크흐흡! 사모님…… 죄송합니다.”

은조는 순간 최 씨도 예지와 한 편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1655189924785.png “빨리 구조 요청해요!”

최 씨가 눈물을 흘리며 무전기를 들었다.

16551899247843.jpg “여기는 포, 글로리아, 포, 글로리아. 사고 발생. 사고 발생. 구조 요청합니다.”

최 씨는 무전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 예지를 구조한 구명보트는 경비함정으로 돌아갔다. 구조된 예지에게 구조대원들이 담요를 덮어 젖은 몸을 보호해 주었다. 치직, 소리를 내며 무전이 들어왔다.

16551899247843.jpg [대원들!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30대 남자가 포, 글로리아 호에서 떨어졌다.]

무전을 들은 구조대원들이 서로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30대 남자? 대원 한 명이 무전을 받았다.

16551899247843.jpg “남자가 확실합니까? 확인 바랍니다!”

16551899247843.jpg [30대 남자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16551899247843.jpg “지금 구조된 사람은 여성입니다.”

16551899247843.jpg [잠깐만 대기해라.]

무전이 잠시 끊어지고 구조대원이 예지를 쳐다보았다. 무전 내용을 듣고 있던 예지는 실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16551899247843.jpg “아까 혼자 떨어졌다고 하셨죠? 남자도 있었습니까?”

16551899247836.png “…….”

예지는 재빨리 눈을 감고 못 들은 척했다. 구명보트를 함정으로 끌어 올리는데 다시 무전이 들어왔다.

16551899247843.jpg [여자도 함께 떨어졌다고 한다. 여자는 당장 체포하라는 명령이다.]

16551899247836.png “……!!”

구조대원들이 일제히 담요를 덮고 누워 있는 예지를 보았다.

16551899247843.jpg [살인 미수범이니 당장 압송하라는 명령이다.]

예지가 눈을 번쩍 뜨며 소리쳤다.

16551899247836.png “아니에요! 저 아닙니다! 살인미수라뇨! 전 바다에 빠진 피해자라고요!”

예지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거짓말했다. 민후가 익사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조건 죄를 인정하면 안 된다. 민후를 사고사로 몰아가고 목격자인 은조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면 될 것이다. 구명보트가 경비함정에 다 끌어올려지자 누군가 나타났다.

16551899247843.jpg “이예지 씨. 당신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합니다.”

16551899247836.png “아냐, 살인미수라니! 난 아니라고! 나 아무 잘못도 없어!”

손사래를 치는 예지의 손목을 경찰이 잡았다. 착, 예지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졌다. 예지가 경악하듯이 소리쳤다.

16551899247836.png “아악! 난 아니야! 난 아니라고! 다 윤 회장이 시킨 거야! 난 아니야!”

발악하며 소리쳐서 미란다원칙을 알리는 경찰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16551899276652.png

  * 해경 구조대원들이 민후를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섰다. 사고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정이 요트에 접근했다. 요트에 옮겨 탄 해경이 울고 있는 은조에게 말했다.

16551899247843.jpg “꼭 찾아내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1655189924785.png “제발 민후 씨 좀 찾아주세요. 흑흑.”

구조대에 꼭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것 말고는 은조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16551899247843.jpg “남편분입니까?”

1655189924785.png “흑흑…… 네.”

16551899247843.jpg “사고 경위가 어떻게 됩니까?”

경찰이 질문하는 사이에도 은조는 눈물을 흘리며 바다를 쳐다보았다. 민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바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16551899247843.jpg “남편분이 어떻게 바다에 빠지게 된 겁니까?”

은조는 정신을 가다듬고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1655189924785.png “그러니까…… 우리를, 저랑 남편을 바다에 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배가 튕겨 올라 그 여자가 배 밖으로 떨어졌는데…… 남편이 구해주려고 손을 뻗었어요.”

은조는 민후를 그렇게 만든 예지가 더 원망스러웠다.

1655189924785.png “민후 씨가 잡아주려고 몸을 아래로 숙였는데 배가 갑자기…… 제가 그때 꼭 붙잡고만 있었어도…… 흑흑.”

은조는 그때 자신이 민후를 꽉 붙잡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16551899247843.jpg “밀려고 했던 사람이 이예지 씨 맞습니까?”

은조가 경찰이 어떻게 이름까지 알고 있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1655189924785.png “네. 맞아요.”

16551899247843.jpg “저 사람 맞습니까?”

경찰이 요트에 인접해 떠 있는 경비함정 쪽을 가리켰다. 은조가 경찰이 가리키는 쪽을 쳐다보았다. 제주 해양경찰이라고 쓰여 있는 경비함정 위에 예지가 보였다. 두 손에 수갑이 채워진 채 양쪽에 경찰이 연행하듯이 붙잡고 있었다. 거리가 꽤 멀었는데도 예지와 눈이 마주쳤다. 예지를 발견한 은조의 눈에도 힘이 들어갔다. 예지의 가발이 벗겨지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누군가 자신을 뒤에서 밀려고 하는 힘이 느껴져 공포감이 들었다. 다행히 민후가 금방 달려와 위기를 모면했지만, 자신을 죽이려고 한 직원에게 충격을 받았었다. 그런데 가발이 벗겨지자 드러났던 얼굴. 충격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예지가 남편과 자신을 죽이려고까지 한다는 사실에 은조는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을 정도로 충격이었다. 계획적으로 변장한 채로 주변에 있었던 것도 소름 끼쳤다. 은조는 멀리 있는 예지를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았다. 가슴속에서 분노가 뜨겁게 일어났다.

1655189924785.png “네. 맞아요. 저 사람이에요.”

민후와 자신을 죽이려 한 예지를 구해주려다 민후가 떨어졌는데 정작 예지는 저렇게 살아 있으니 분노가 치밀었다.

1655189924785.png “저 사람은 왜…… 왜 살아 있는 거죠?”

은조가 경찰을 바라보며 호소했다.

1655189924785.png “우리 민후 씨는요? 저 사람이랑 같이 빠졌었는데요? 저 사람은 어떻게 저기 있는 거예요?”

16551899247843.jpg “먼저 발견되어서 구조되었습니다.”

예지가 먼저 구조되었다는 말에 은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655189924785.png “같이 떨어졌는데 왜…… 저 사람만…… 흑흑.”

은조가 흐느끼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16551899247843.jpg “최선을 다해 수색 중입니다. 금방 찾을 겁니다.”

구명조끼도 없이 바다에 빠졌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6551899247843.jpg “찾는 건 저희가 할 테니 들어가서 쉬세요.”

경찰이 은조가 임신한 몸인 것을 보고 안정을 취하라고 했다.

1655189924785.png “아뇨. 민후 씨가 아직 바다에 있는데 어떻게 들어가요. 제발 우리 민후 씨 좀 살려 주세요.”

은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미칠 것 같았다. * 그 시각, 윤 회장은 제주도에서 서울로 압송되어 경찰서로 향하고 있었다. 손목에 수갑을 찬 채로 호송 차량에 실려 가면서도 윤 회장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강 형사는 제주 해양경찰에게서 예지가 체포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끝낸 강 형사가 윤 회장에게 말했다.

16551899247843.jpg “이예지 씨도 체포되었답니다.”

윤 회장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눈동자만 움직여 힐끔 쳐다보고 말았다.

16551899247843.jpg “세상에 참 나쁜 사람들이 많아요, 그쵸?”

형사가 한숨을 푹푹 내쉬며 말했다.

16551899247843.jpg “어떻게 동서랑 시동생을 죽일 생각을 했을까? 아주 악질이야. 안 그래요?”

형사는 윤 회장을 보며 떠보듯 말했다.

16551899247843.jpg “그런데 그 악질보다 더 나쁜 사람도 있더라고요.”

형사는 윤 회장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을 이었다.

16551899247843.jpg “자기 핏줄인 손녀를 유산시킬 생각을 하고 죽이려고까지 한 사람도 있더라고.”

윤 회장은 매서운 눈길을 형사에게 주었다. 형사는 윤 회장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며 덧붙였다.

16551899247843.jpg “인간도 아니지, 이건. 폐기물이지, 폐기물.”

형사는 윤 회장과 눈싸움하듯 서로 노려보았다.

16551899247843.jpg “이예지 씨가 그러는데 당신이 사주했다면서요? 살인 교사했습니까?”

윤 회장이 독기어린 눈을 부릅뜨고 쏘았다.

16551899364223.png “무슨 소리예요! 내가 사주하긴 뭘 사주했다고 그래요!”

윤 회장은 살인교사라는 말에 과하게 흥분했다.

16551899364223.png “그 여자가 그래요? 내가 시켰다고? 그 여자가 거짓말하는 거예요. 그 여자 혼자 계획하고 저지른 일이라고요! 난 아무 상관없어요.”

16551899247843.jpg “증거가 다 있어요. 아주 친절하게 녹음까지 다 해놓으셨더구먼.”

윤 회장은 거칠게 숨을 뱉어내며 형사를 노려보기만 했다. 핸드폰 통화녹음 기능이 이렇게 제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그 와중에 윤 회장이 눈을 반짝 빛냈다.

16551899364223.png ‘살인교사라고 하는 거 보니 죽은 모양이네? 둘 다 죽었나? 어떻게 되었지?’

윤 회장이 형사에게 물었다.

16551899364223.png “죽었어요?”

형사가 윤 회장을 쳐다보았다.

16551899247843.jpg “누가요?”

16551899364223.png “…….”

윤 회장은 차마 제 입으로 은조와 민후의 이름을 말할 수가 없었다.

16551899247843.jpg “아, 이예지 씨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아직 모르시겠구나.”

형사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16551899247843.jpg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회장님은?”

윤 회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16551899247843.jpg “손녀분과 손녀사위가 무사했으면 좋겠습니까, 사고사를 당했으면 좋겠습니까?”

16551899364223.png “그, 그야 당연히…….”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16551899364223.png “무사하길 바라죠. 손녀딸인데.”

윤 회장의 대답에 형사가 피식 조소했다.

16551899247843.jpg “그렇죠, 무사하길 바라야죠. 살인교사보다 살인미수교사가 형량은 적을 테니까.”

16551899364223.png “…….”

16551899247843.jpg “그래도 다른 범죄들이 건수도 많아서 남은 생은 교도소에서 보내셔야 하겠던데요?”

윤 회장은 인상을 쓰며 입술을 짓이겼다. * 구조대가 민후를 찾아 나선 지 2시간이 지났다. 수색에 시간이 지체될수록 은조는 점점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대로 민후를 잃을까 두려웠다. 손발이 떨리고 제대로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요트 난간에 서서 바다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은조 눈에 뭐라도 보일까, 바다 이쪽저쪽을 살폈다. 그 와중에 바다가 붉은빛으로 점점 물들어갔다.

16551899422166.png ‘요트에서 바라보는 노을 지는 바다는 얼마나 장관인데. 바다 한가운데서 온통 붉게 물든 바다를 보는 거야. 당신도 분명 좋아할 거야.’

민후가 자랑처럼 하던 말이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바다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노을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의 말대로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쏟아졌다. 함께 노을 지는 바다를 보자고 해놓고 그는 왜 옆에 없는 걸까. 이 아름다운 광경을 함께 보자고 해놓고. 왜 그는 지금 차가운 바닷속에 있는 걸까. 은조는 심장이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아 주먹으로 가슴을 탕탕 쳤다. 목구멍에 울음이 가득 들어차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1655189924785.png “흑흑…… 민후 씨…….”

잠시 후 해경에게 무전 하나가 왔다.

16551899247843.jpg [치직! 여기는 종합상황실. 고래바위섬 인근에서 낚싯배가 바다에 빠진 신원미상 남성을 구조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무전 소리에 은조가 고개를 돌렸다. 해경이 무전을 받아 물었다.

16551899247843.jpg “구조자 강민후 씨입니까?”

16551899247843.jpg [인상착의로 보아 맞는 것 같은데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고 하니 가서 확인 바람.]

옆에서 무전을 듣고 있던 은조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16551899247843.jpg “건강상태 어떻습니까?”

16551899247843.jpg [의식은 없는데 맥박은 희미하게 있었다고 하니 빠른 이송이 관건인 것 같다.]

은조는 민후를 찾았다는 말에 감격해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16551899247843.jpg “빨리 병원으로 가시죠.”

1655189924785.png “우리 민후 씨죠? 민후 씨 찾은 거 맞죠? 살았어요?”

16551899247843.jpg “남편분 맞는 것 같습니다만 병원으로 가서 확인하시죠.”

은조는 속도가 빠른 해경의 모터보트로 갈아타고 병원이 있는 육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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