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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첫날밤 (30/100)

30. 첫날밤2021.12.14.

입술이 겹친 건 순식간이었다. 입술이 닿자마자 은조의 눈이 자동으로 감겼다. 그가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입술을 베어 물었다. 촉촉하게 그의 숨결이 입술에 스며들었다. 방금 와인을 마셔 그런가 키스가 무척 감미로웠다. 그의 숨결이 등줄기를 간질이는 느낌이었다. 민후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 은조를 보았다. 감미로운 여운에 눈을 감고 있던 은조가 스르르 눈을 떴다. 눈앞에 마주한 민후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키스에 빠져 있었던 자신이 부끄러워 은조가 얼굴을 붉혔다. 민후는 귀엽다는 듯 훗, 웃으며 손을 은조의 머리 뒤로 감았다. 그의 입술이 다시 다가왔다. 아까보다 저돌적으로 강하게 입술이 포개졌다. 입술과 입술이 밀착되며 숨결이 강하게 맞닿았다. 은조의 몸이 점점 뒤로 밀려 팔로 옆의 의자를 짚었다.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부드러운 숨결이 파고들었다. 저돌적으로 키스를 해오는 통에 상체가 자꾸 뒤로 밀려 버티기가 힘이 들었다.

16551886487302.png“하아.”

의자에 반쯤 눕다시피 한 은조가 입술을 떼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16551886487302.png“미, 민후 씨.”

가까스로 떨어진 입술로 민후를 불렀을 때는 은조가 거의 반쯤 누워 벽에 머리가 닿을 정도였다. 떨어진 민후의 입술에서도 가쁘게 더운 숨이 뱉어졌다. 민후는 그제야 자신의 상체가 그녀를 반쯤 덮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키스를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듯 몰입해 이성을 찾기가 힘들었다. 민후가 은조의 팔을 당겨 힘들이지 않고 번쩍 일으켰다.

16551886487311.png“침실로 가자.”

  . . . 어두운 침실, 작은 조명 하나에 의지해 은조를 침대에 눕혔다. 민후는 은조를 내려다보며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은조는 걱정했던 그 순간이 다가왔다는 사실에 긴장되어 몸이 경직되었다. 그가 셔츠를 어깨 뒤로 넘겨 벗으니 태평양 같은 너른 어깨가 드러났다. 은조의 위로 천천히 몸을 겹쳐 누운 민후가 다시 입술을 겹쳤다. 키스를 이어갔지만 은조는 긴장한 탓에 입술이 제대로 벌어지지 않았다. 긴장한 티가 역력히 났는지 민후가 은조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말했다.

16551886487311.png“겁나?”

은조는 마른침을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16551886487302.png“아뇨. 괜찮아요.”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그녀가 괜찮다고 하자 민후가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16551886487311.png“꼭 오늘 안 해도 돼.”

은조는 긴장한 것뿐이지 그와 자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16551886487302.png“해요, 그냥 떨려서 그런 거예요.”

은조는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려는 듯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민후의 목을 껴안았다. 민후가 가만히 은조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부드럽게 은조의 입술을 물었다. 아까보다 더 자상하고 배려 깊게 천천히 입술을 베어 물었다. 그녀의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공을 들여 천천히. 은조는 점점 몸의 긴장이 풀어져 눈을 감고 부드러운 그의 숨결을 느꼈다. 맞닿은 입술 사이사이 그의 자상함을 느끼며 은조는 키스에 몰입했다. 어두운 침실의 공기가 점점 뜨겁게 데워졌다. 잠시 입술을 떼어내자 더운 숨을 뱉어내는 은조의 입술이 무척 붉었다. 민후가 그녀의 잠옷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의 시선이 옮겨지자 은조는 발가락끝까지 힘이 들어갔다. 민후가 잠옷의 리본 끈을 잡고 당겼다. 리본이 풀어지자 그녀의 하얀 어깨가 더 드러났다. 민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하얀 목과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은조의 입술이 벌어지고 더운 숨이 마구 흩어졌다. 이따금 내뱉는 그녀의 숨소리에 민후의 본능은 움찔움찔 꿈틀댔다. 잠옷이 바닥에 떨어지고 하얀 살결에 입을 맞추자 은조는 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의 세포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예민해진 감각에 손가락이 민후의 머리카락을 파고들었다. 그의 입술이 하얀 살결에 도장을 찍어대자 은조는 온몸이 불에 덴 듯 뜨거운 감각에 휩싸였다. 은조의 몸이 완전히 준비될 때까지 민후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지 않았다. 겁을 먹은 아내를 배려하며 천천히 문을 열었다.

16551886487311.png“괜찮아? 아파?”

붉은 얼굴로 은조가 고개를 저었다. 통증인지 쾌감인지 구별도 되지 않는 초보인지라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싶었다. 은조는 남편의 등을 꽉 끌어안으며 더운 숨을 뱉어냈다. 몸이 이렇게 뜨거워져도 되는가. 은조는 몸이 다 타서 재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민후의 등을 안은 은조의 손가락 끝이 그의 등을 파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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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샤워하고 나온 민후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말했다.

16551886487311.png“다 했어. 들어가서 씻…….”

말을 끝맺지 못한 민후가 픽 웃었다. 민후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씻겠다고 했던 은조가 깊이 잠들어 있었다. 곁으로 다가가 옆에 앉았다.

16551886487311.png“많이 피곤해? 그냥 잘 거야?”

민후가 나지막하게 물었지만 그녀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듣지 못했다. 깨워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민후는 잠든 아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두 볼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겁을 먹고 바르르 떨던 아내는 민후가 천천히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입을 맞추니 조금씩 긴장을 풀었다. 귓가에 간간이 들리던 아내의 신음에 민후는 곧바로 폭발할 것처럼 몸이 달았지만, 아내가 부담스럽지 않도록 천천히 안았다. 하얗고 여린 몸이 부서질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안아야 했다. 민후도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강렬한 감각들이 온몸을 덮쳤다. 아내를 안으면서도 자신이 지금 아내와 깊이 교감하는 게 실제인지 확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아내를 몰래 마음에 두었던 시간이 길었던 탓에 아내를 안고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그녀는 모를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민후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잠든 아내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얼굴을 가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며 민후가 다정하게 웃었다. 잠든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민후가 고개를 숙여 잠든 아내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 . .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에 아내의 살결이 감겨 있었다. 손은 여전히 민후의 가슴 위에, 다리 하나는 민후의 다리 위에 올려져 있었다. 뭔가를 안고 자야만 하는 그녀의 잠버릇 때문에 적나라한 모습으로도 자신을 안고 자고 있었다. 그 덕분에 민후는 눈을 뜨자마자 행복한 기분을 만끽했다.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제 품에 안겨 잠든 아내를 안고 부드러운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어젯밤 아내는 처음엔 겁이 났었는지 긴장했었지만, 서서히 격렬한 파도에 몸을 실었다. 이따금 아내는 묘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 표정이 민후를 더 달아오르게 했다. 잠든 아내의 얼굴 가까이 머리를 댔다. 오늘이 출근 안 하는 휴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아내를 종일 안고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천천히 쓰다듬다 보니 조금씩 욕심이 난 민후가 아내의 동그란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달았다. 아내의 몸은 단내가 났다. 달콤한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민후가 은조의 어깨와 팔 등에 입을 맞추자 그녀가 깨어났다.

16551886487302.png“어? 내가 그냥 잠들었어요?”

눈을 뜨자마자 그녀가 말했다. 어젯밤 민후가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그녀는 잠에 곯아떨어졌었다.

16551886487311.png“나 씻고 나오니까 깊이 잠들었기에 안 깨웠어.”

16551886487302.png“어머!”

이내 아내는 자신이 자연의 모습 그대로 민후에게 안겨 있는 걸 발견하고 당황하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16551886487302.png“그, 그래도 깨우지.”

햇살이 환하게 비친 침실에서 살갗을 보이는 게 부끄러운지 그녀가 이불을 몸에 둘둘 감았다.

16551886487311.png“살짝 깨웠는데 못 일어났었어.”

민후는 애벌레처럼 이불을 몸에 감고 있는 아내를 두 팔로 안으며 말했다.

16551886487311.png“잠드는 바람에 못 물어봤는데, 몸은 괜찮아? 어디 불편하지는 않아?”

16551886487302.png“괜찮아요.”

은조는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고 대답했다. 어젯밤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그것을 이리 환한 아침에 상기하는 것이 민망했다.

16551886487311.png“아프거나 그러진 않았어?”

아팠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정신이 혼미해졌던 기억이 났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의 파도가 온몸을 덮쳤던 기억도 났다. 자신이 막 소리를 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생각이 떠오르니 은조는 더 부끄러웠다. 민후가 이불에 감겨 있는 은조를 더 꽉 안으며 말했다.

16551886487311.png“진짜 괜찮은 거 맞지? 어디 불편하면 솔직하게 얘기해. 매일 해야 하니까.”

매일 해야 한다는 말에 은조는 숨을 멈추고 긴장한 모습이었다. 민후가 안은 채로 고개를 기울여 은조의 표정을 살폈다.

16551886487311.png“왜, 매일은 힘들 것 같아?”

16551886487302.png“아, 아뇨.”

매일 하는 게 싫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말에 더 떨리고 설렜다. 고개를 저은 은조는 고개를 점점 숙였다. 그가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와 밤을 보내고 나니 그를 더 좋아하게 된 느낌이 들었다.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은 비즈니스 전략으로 아이가 필요해서 하는 행위일 뿐인데 자신만 남편에게 더 빠져들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도 이렇게 그에게 안겨 있는 순간이 너무 행복했다. * 예지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뭔가 골똘하게 생각 중이었다. 지난번 민후의 스토커라는 여자를 찾아가서 들은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 . . 며칠 전. 선주를 찾아간 예지가 말했다.

16551886549831.png“우리 서방님 좋아하시죠?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뜬금없는 말에 선주는 경계심을 보였다.

16551886549835.png“뭘 도와준다는 말이에요? 난 도움 같은 거 필요 없어요.”

16551886549831.png“서방님, 이대로 놓아줄 거예요?”

예지가 천천히 다가가며 악마처럼 속삭였다.

16551886549831.png“당신 우리 서방님 좋아하잖아.”

선주는 예지가 자신을 시험에 빠트리려고 하는지 의심을 품고 쳐다보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이 못마땅해 한 번 더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겨 검찰에서 구속하게 시킬 생각인가, 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16551886549835.png“난 이제 조용하게 살 거예요. 날 교도소에 처넣고 싶어서 이러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예지가 빨간 입술을 당겨 웃으며 말했다.

16551886549831.png“어머, 아니에요. 단단히 오해했네. 난 진짜 당신이랑 같은 편이에요.”

예지가 선주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16551886549831.png“서방님하고 하룻밤 같이 보내고 싶지 않아요?”

선주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1년 넘게 짝사랑했던 남자이기에 유혹적인 말이었다. 선주는 짝사랑을 넘어서 과대망상이 심했다. 혼자서 민후와의 상상 연애를 하고 함께 밤을 보내는 것을 몇 번이고 상상했더니 급기야 상상임신까지 하게 되었다. 실제로 입덧이 나고 생리도 끊겼다. 하지만 병원 진료에서 임신이 아니라고 했고, 선주는 그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민후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믿으며 초음파 사진을 인터넷에서 구해 민후의 아내에게까지 찾아간 것이다. 그런 선주에게 저런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형수라는 여자가 저런 제안을 하는 것인지. 선주가 의심의 눈초리로 예지를 보았다.

16551886549835.png“왜 저한테 그런 말을 하시는 거죠?”

16551886549831.png“당신도 우리 서방님 와이프가 싫을 것 아니에요? 부럽고 짜증 나고 화나고.”

예지는 스토커 선주의 심리를 건드릴 만한 말이 뭘까, 생각하다가 말했다.

16551886549831.png“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여자가 멋진 남자를 차지하고 있으니 얼마나 꼴 보기 싫으실까. 내가 보기엔 당신이 훨씬 우리 서방님하고 잘 어울리겠어요.”

예지는 말없이 자신을 쳐다보는 선주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16551886549831.png“나도 꼴 보기 싫거든요. 우리 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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