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에카르트 크로덴을 막지 못했다. 넓은 어깨를 덮은 망토 자락이 피로 젖었고 허리춤의 마검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젊고 잘생긴 공작, 마검의 지배자, 제국의 수호자! 전부 그의 수식어였다. 그런 에카르트가 제어할 수 없는 이가 하나 있으니! “시엘리나.” “네?” “혹시 몰래 도망칠 생각이었습니까?” 시엘리나를 놓치 않으려는 에카르트. "시엘. 신전 지하실 가자. 지금까지 그랬듯 나 말고 누군가 찾아오지도 않을거야. 영원히…." 게다가 집착하는 원작의 여주인공까지. 시엘리나는 빙의한 후부터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서브 남주, 여주와 헤어지고 멀리 떠나는 바로 이순간!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물론 정이 들기는 했지만…. 살아남으려면 이 방법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