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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케일럽의 각성 (136/151)


136. 케일럽의 각성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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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을 정비하고 궁인들에게 대항해라! 방어선은 절대로 무너뜨리지 마라!”

대신관의 명령에 성기사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윽고 궁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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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새로운 황궁의 주인께 반역하다니! 지금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자는 목숨은 거두지 않겠다! 하나, 거역한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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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황궁의 주인은 오직 황제 폐하, 황후 폐하뿐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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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따윈 무섭지 않아! 당신들 같은 악인들에게 굴복하지 않겠어!”

궁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함이었는데, 그들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더더욱 강한 의지를 내보일 뿐이었다.

한편 케일럽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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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는 승산이 없는 것을 알겠어. 우선 황후 폐하의 곁으로 돌아가야겠어.’

그는 혼란을 틈타 인파 속으로 몸을 숨겼다.

로벨리아의 기사단과 성기사단의 군세는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서로에게 밀리지 않았으나, 노예와 궁인들이 합세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팽팽하게 이루어진 균형상태에서 아무리 적은 무게라고 해도 한쪽에 얹어지자, 그 결과는 확연했다. 성기사들이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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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

케일럽은 초록빛 방어막으로 덤벼드는 성기사들을 벽 사이에 끼운 채 짓눌러 기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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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전황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던 로벨리아가 안타깝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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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려. 곧 방어선이 뚫릴 테니까! 그럼 널 바로 이쪽으로 데려올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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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케일럽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갈색 눈동자 위로 신뢰의 빛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때였다. 보기만 해도 위협적인 하얀 빛이 케일럽의 등 뒤에서 번쩍였다.

콰앙! 그 빛은 녹색의 막에 가로막혀 산산이 흩어졌다. 케일럽이 다급하게 발동한 방어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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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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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재회를 방해하게 되어 유감이로군요.”

무수한 인파가 맞붙어 싸움을 벌이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함을 가진 남자, 대신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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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저는 당신을 이대로 풀어줄 생각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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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언제 여기까지!”

케일럽은 황급히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런 반응을 기다렸다는 듯, 대신관의 손안에서 새하얀 빛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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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요소는 최대한 싹을 잘라야 하는 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위험 요소 중 하나가 친히 적진 한복판까지 와주셨으니, 이쪽에서도 성의를 보여드려야겠지요.”

급박하고 혼란스러운 주변 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듯, 자기만은 다른 세계에 있다는 듯, 대신관은 여유 만만한 태도였다.

그 모습을 보며 로벨리아는 애가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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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선만 깨진다면 바로 구하러 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녀의 마음과 달리 방어선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아슬아슬함을 유지하면서도 끝끝내 부서지지 않았다. 노예들의 합세에도 불구하고 성기사들은 꽤 끈질기게 버티고 있었다.

대신관과 케일럽은 꽤 동등하게 싸웠으나, 결국 케일럽이 밀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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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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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진짜 끝을 내겠군요.”

대신관의 눈동자에 승리의 광기가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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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이교도 노예 주제에 신의 곁으로 가게 되다니, 이만한 영광이 또 없을 겁니다. 그대와 같은 비천한 존재에게도 평등하게 자비로우신 신께 감사드리도록 하세요.”

냉혹한 말과 함께, 대신관의 손에서 쏟아진 어마어마한 빛의 파동이 케일럽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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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로벨리아가 절망스럽게 소리쳤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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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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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선이 뚫렸다!”

드디어 방어선이 무너졌고, 로벨리아의 기사들이 1층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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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괜찮니? 케일럽!”

로벨리아는 케일럽이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뛰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노먼이 그녀를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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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사들이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위험합니다, 폐하!”

그제서야 로벨리아도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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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내가 이성을 잃으면 안 돼. 내 어깨에는 막중한 책임이 걸려 있어. 하지만, 케일럽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했다면……!’

그때였다. 대신관의 신성력의 기운이 가시고, 케일럽의 모습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는 자신의 두 발로 버티고 서 있었다.

로벨리아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케일럽은 분명 대단한 마법사였지만, 그는 대신관의 강력한 공격을 맞았다. 부상조차 없이 무사한 건 이상했다.

놀란 것은 로벨리아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대신관 역시 전에 없이 굳은 얼굴을 한 채 케일럽을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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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의 몸 위로 이상한 기운이 빛나고 있어!’

케일럽의 몸 위에는 투명한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그가 평소 쓰던 초록색 방어막과는 다른 형태였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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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이다! 7서클로 각성한 거야!”

로벨리아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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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케일럽이 죽음의 위기에서 각성한 건가?’

그녀의 생각대로였다. 케일럽은 가진 마력을 거의 다 소모했고 대신관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으나, 바로 그 순간 기적처럼 7서클로 각성한 것이다.

각성으로 인해 바닥났던 마력은 다시 충만해졌고, 또 6서클일 때 거의 대등한 싸움을 벌였던 케일럽의 마법능력이 큰 성장을 했다.

심지어 방어선까지 뚫리지 않았는가. 대신관 측에 지극히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대신관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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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어떻게 이런 일이!”

성기사단장이 눈치 좋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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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퇴, 성기사단은 2층으로 후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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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

성기사단과 대신관은 계단을 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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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쫓지 말고 1층을 수복하는 데에 집중해라!”

노먼이 기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드디어 로벨리아와 그 일행은 중앙궁의 1층을 손에 넣는 데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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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폐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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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 만세!”

기사들에게는 오랜 시간과 전투 끝에 얻은 귀한 승리였고, 궁인, 노예들에게는 첫 승리였다.

기사와 궁인, 노예까지 모든 신분의 사람들이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계급의 차이가 엄연한 제국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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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로벨리아는 케일럽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아무런 저항 없이 로벨리아에게 끌어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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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일럽,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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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에게 마지막 공격을 받을 때는, 꼼짝없이 케일럽에게 큰일이 일어나는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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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갑자기 끌어 안겨져서 놀란 듯 케일럽은 어안이 벙벙한 반응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아까 일어난 일들은 로벨리아뿐만 아니라 케일럽에게도 급작스럽고 놀라운 일들이었을 것이다.

로벨리아는 가까스로 포옹을 풀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 드러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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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곳은 없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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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분에요. 조금 긁히긴 했지만 각성이 일어났을 때 말끔히 나았어요.”

케일럽은 큰 사고를 친 강아지처럼 로벨리아의 눈치를 보는 얼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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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저를 혼내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케일럽의 얼굴은 기쁘고 고마운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하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로벨리아는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언제 울먹였냐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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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혼도 나야지. 케일럽, 내가 분명 하루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었지? 그런데 약속을 어기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 혼자 가다니! 큰일날 뻔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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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해요, 폐하. 폐하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했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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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시는 없어야지. 케일럽, 네가 날 돕지 못하는 것보다, 네가 위험에 빠지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된단다. 그러니 날 위해서라도 너 자신을 좀 더 아끼도록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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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로벨리아의 어투는 엄격했으나, 케일럽은 그 단호한 외피 아래에 숨어 있는 그녀의 다정함과 자신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을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이 그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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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이에 7서클이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그때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바로 노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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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서클은 대륙에서 몇 명 되지 않는다는, 그야말로 대마법사의 경지입니다. 십 대의 나이에 6서클도 놀라웠는데, 정말 경이로운 재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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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로벨리아는 자랑스러운 듯 노먼의 말을 받았으나, 칭찬을 들었음에도 케일럽의 표정은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로벨리아와 단둘이 하던 대화를 방해받았기 때문이었다.

케일럽의 마음은 모른 채, 로벨리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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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케일럽이 원작에서 등장할 때에도 7서클이었지. 하지만, 원작에서 케일럽의 대사 중 7서클이 된 건 성인이 된 이후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현재 케일럽은 만 17세였다. 제국법상 성인이 되는 것은 18세이니, 케일럽의 성장 속도가 원작보다 빨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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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원작과 너무 많은 것이 달라졌으니, 케일럽의 성장 속도 역시 달라졌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케일럽이 7서클이라면 우리의 전력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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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1층을 수복하다니, 정말 잘됐어요. 1층을 얻는 것은 건물의 반을 얻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우린 이미 반을 해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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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외부와의 통로인 1층을 빼앗겼으니 대신관은 지금 물자공급로가 차단된 상태입니다. 분명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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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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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어어억!”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의 근원은 바로 궁인들이었다. 궁인과 노예들이 쓰러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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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지?”

로벨리아가 충격에 빠져 중얼거렸다.

쓰러지는 궁인들의 몸에서는 색색깔의 빛이 빠져나오더니 곧 빨려 들어가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케일럽이 눈치 빠르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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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의 짓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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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왜 우린 무사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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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외신 결계마법으로 준비했으니까요. 하지만 미처 결계마법을 걸지 못한 지원군들은 그대로 피해를 입고 있는 거예요!”

바로 그 순간, 시리도록 냉혹한 목소리가 비명과 신음으로 가득한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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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이대로 중앙궁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

바로 대신관이었다. 그는 계단 위에 서서 로벨리아와 그 일행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더 이상 여유는 없었다. 그저 무생물과도 같은 무감정함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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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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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부터 황궁만이라도 먼저 신께 바칠 생각입니다. 신께서 원하지 않으셨던, 신의 뜻에 반역하는 반역자들이 많긴 하지만……. 이제껏 했던 모든 일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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