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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129화 (129/132)

〈 129화 〉 부산 로케 (5)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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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감자 캐러 가기로 한 것, 엄마도 못 가신다니 넌 빠져도 돼!’

지령문의 내용은 간단했다.

문자에 ‘감’ 자가 들어간 것을 보면, 오늘 거래장소가 감천 부두가 아니면 감만 부두 둘 중의 한 곳인 모양이었다.

오늘 감천이나 감만 부두에서 거래를 하는 현장에서 빠지란 지령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내 마음대로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 내 처지였다.

“바빠 죽겠는데 뭐한다고 전화를 해서 귀찮게 해?”

“형, 오늘 나도 가야 하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처박혀 있어.”

“창수가 저도 감자 캐고 싶다고 하면서 꼭 같이 가자고 하던데.”

“아무튼 무조건 오늘은 우리끼리 갈 테니 그렇게 알아. 꼭 농사일 해보고 싶으면 나중에 땅콩 캘 때 오라고 하고.”

반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순간적으로 ‘시파!’하고 욕을 할 뻔했다.

상부에서 제대로 치라는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다.

그리고 반장님 말 중에 땅콩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니, 총기사용까지 허용된 강경대응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조직의 일이라는 것이, 내가 싫다고 마음대로 빠질 수가 없으니 그게 난감할 뿐이다.

정말 재수가 없으면 콩알이 몸에 박히는 일도 생길 위험성이 있다는 생각에 은근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내가 그것을 피해갈 도리는 없었다.

“너 이 새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죄송합니다. 형한테서 전화가 와서요.”

“빨리 끊고 들어 가. 지금 시국이 어떤 시국인데 새끼가 똥오줌도 가리지 못하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오늘 밤 출동해야 하니까 준비 단단히 하고 있어라.”

“예? 전 오늘 집에 잠시 다녀와야 하는 데요?”

“이 새끼가 돌았나? 회사에서 까라면 까야지, 웬 헛소리를 나불대고 지랄이야.”

어차피 말이 통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괜히 되도 않는 소릴 했다가 한 대 걷어차였을 뿐이고, 나는 출동에 대비해서 연장을 챙기러 사무실로 향했다.

“너 군대는 갔다 왔어?”

“전과 때문에 면젭니다.”

“시발 놈. 그럼 총도 싸보지 못했겠네?”

“총이요?”

“그래. 총.”

그러면서 조장이 내 눈앞에 권총을 내보였다.

“어! 형님! 이게.......”

“이거 들고 정수한테 가서, 어떻고 쏘는지 배워둬.”

“예?”

“이 새끼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리바리타고 지랄이야. 오늘 밤에 써야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정수한테 가서 어떻게 쏘는지 배워두라고.”

순간 X됐다는 생각만 들었다.

권총을 손에 들고 무리 속에서 경찰과 대치를 하게 된다면,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나도 권총을 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리 속에서 경찰을 돕는답시고 마약사범들을 향해 총질하다가는, 몇 발 쏘지도 못하고 내가 먼저 벌집이 되어버릴 테니까 말이다.

차라리 마약을 거래하기 전에 이곳 사무실을 급습해서, 이곳의 마약사범들을 일망타진한 후에 중국에서 건너온 마약조직 또한 체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렇지만 나 같은 하급자의 말이, 먹힐 리 만무한 곳이 또 경찰조직인 것이다.

“새끼 잘하네.”

“예?”

“처음 총을 만져본 놈 치고는 잘한다고.”

“아. 예전에 태종대에서 인형 맞추기를 하면, 백발백중이었습니다.”

“지랄한다. 그런 장난감 총하고 진짜 권총하고 같아. 아무튼 방아쇠를 당길 때는 잠시 숨을 멈추고, 가시나 젖가슴을 만지듯 부드럽게 당기면 돼.”

사격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미끄러져 국가대표는 되지 못했다는 정수란 친구에게, 간단히 권총사격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사선이랍시고 만들어둔 곳에서 몇 발 쐈더니, 정수란 이 친구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박수를 쳐대면서 칭찬을 한다.

솔직히 내 속에서 지랄한다는 소리가 나오려고 한다.

권총사격대회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무차별 총격전을 벌이는 중에, 살기 위해서 방아쇠를 당기는 상황에서 그따위 생각을 할 겨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한마디로 지금 정수란 저 친구는, 말도 되지 않는 개소리를 씨불이고 있는 것이다.

“그냥 혹시나 해서 권총을 나눠준 것이니, 절대 내가 쏘기 전에 쏴서는 안 된다! 알았나?”

“예! 형님!”

“그럼 정해진 대로 차에 타고 출발한다!”

결국 나도 무리에 섞여 감천부두로 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재수 없게 눈먼 총알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정말 이런 방법이 통할지는 몰라도 조끼와 셔츠 안쪽에 깡통을 두드려 편 양철조각을, 가슴부위에 대고 차에 올라탔다.

원래 부두라는 곳이 국가기간시설인 것은 사실인데,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부두 출입은 누워서 떡먹기였다.

수출입 업무를 하는 업체에서 만들어준 서류를 제출하고, 사전에 뒷돈으로 매수한 세관직원의 도움만 받으면 얼마든지 부두출입이 가능하다.

그랬기에 조직원들은 컨테이너 안에 들어가 출입문을 통과한 후, 컨테이너 야적장에 도착하면 바깥에서 문만 열어주면 되는 것이다.

“전부 안전 고리는 제대로 확인했지?”

“예! 형님!”

“괜히 신기하다고 조몰락거리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 자리에서 뒈지니까 조심들 해!”

“예! 형님!”

그렇게 차에 타서 한참이나 잔소리를 들은 후에야, 비로소 차 안이 조용해졌다.

서면서 출발한 우리는 부산진역 부근에 있는 한 회사의 창고 안에서, 컨테이너 박스로 옮겨 탔다.

“지금부터 밖에서 문을 열어주기 전까지 입을 벌리는 놈은 뒈진다!”

“예! 형님!”

당연한 말이었다.

지금부터 우리는 수출할 화물일 뿐이고, 우리가 들어가 있는 컨테이너 박스는 그 화물을 수입하는 나라까지 운송하기 위한 도구일 뿐인데, 그 안에서 말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말이다.

30여분을 달리던 트럭이 마침내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섰고, 잠시 후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컨테이너의 문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비릿한 바다냄새와 함께, 불빛에 반짝이는 바닷물이 우리 눈앞에 드러났다.

서면에서 30여분을 달린 것을 보면, 이곳이 아마 감천 부두인 듯했다.

“모두 조용히 내려!”

“예! 형님!”

“이 새끼들이 미쳤나? 주둥이 닥치라고!”

그렇게 조직원들은 차례대로 컨테이너에서 뛰어 내렸고, 조장의 뒤를 따라 오늘 거래가 이루어질 곳으로 이동했다.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우리가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중국선적의 컨테이너 화물선이었고, 신호를 보내자 가방을 든 중국 놈 몇 명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중국 놈들 중 일부는 갑판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폼이, 아마도 우리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것 같았다.

대부분 거래가 그렇듯 우리가 달러가 든 가방을 열어 확인시키자, 중국 놈들도 배에서 가방 하나를 건넸다.

가방을 건네받자 행동대장 옆의 한 놈이, 비닐 팩을 칼로 긋고 새끼손가락으로 가루를 찍어 맛을 보고 있었다.

“맞습니다. 형님!”

“그럼 가방 모두 앞으로 가지고 나와.”

그러자 뒤에 대기하고 있던 놈들 몇이 달러가 든 가방을 앞으로 가져갔고, 중국 놈들 역시 배에서 몇 명이 히로뽕이 든 가방 하나를 가지고 내려오고 있었다.

“어! 뭐야?”

갑자기 주위가 대낮처럼 밝아졌고, 우리 뿐 아니라 중국 놈들도 갑작스런 사태에 우왕좌왕하면서, 고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꼼짝 마라! 너희는 포위 됐다!”

미리 준비해두었던 것인지, 컨테이너를 쌓아둔 곳의 위 몇 군데서 서치라이트가 켜지면서, 우리 주변을 환하게 비췄다.

그리고 스피커에서는 경고방송이 흘러 나왔다.

“시팔! 약부터 챙겨!”

“형님.”

“이 새끼! 정신 안 차려!”

중국 놈들은 달러가 든 가방을 들고 배가 있는 쪽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우리 행동대장 역시 히로뽕이 든 가방을 들고 차가 있는 쪽으로 달렸다.

그 순간 ‘탕!’하는 소리와 함께, 중국 놈들이 도망치는 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렸다.

“쏜다! 모두 손들어!”

“에이~ 시팔!”

배로 도망치려던 중국 놈도 그리고 차로 도망치려던 우리도, 갑자기 터진 총소리에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순간도, 행동대장이 서치라이트를 향해 총질을 하면서 끝이 났다.

우리 쪽 행동대장의 사격이 시작되자 우리 조직원들과 중국 놈들은, 소리가 난 쪽으로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뭐해!”

“예?”

“쏘라고 새끼야! 여기서 잡힐 거야?”

“아, 예.”

사실 이런 상황에서 도망을 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여기서 잡히면 어떻게 될 것인지 뻔히 안다.

그리고 아무리 총기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경찰이 지향사격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일단 도망치려 한다.

경찰의 경고사격에 행동대장이 섣불리 대응사격을 한 탓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우리 주변을 타깃으로 해서, 연신 총을 쏘아대고 있었다.

나는 등 뒤에서 사격을 종용하는 선배(?) 조직원의 눈치를 봐가면서, 총구를 약간 아래로 내린 상황에서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사격을 시작하자, 그것을 확인한 선배란 놈은 내가 마치 엄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처럼 슬금슬금 뒤로 몸을 빼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우리가 은폐하고 있는 컨테이너 박스 쪽으로, 마치 조준사격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따금 총을 쏴대고 있었다.

덕분에 컨테이너에 총알이 맞을 때마다, 불빛이 번쩍거리면서 ‘따~당!’하는 소리가 귀를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직격 당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재수가 없으면 컨테이너에 맞았던 총알이 튕겨서, 나를 때릴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긴장한 상태로 경찰관들이 내 쪽으로 총을 쏘지 못하게, 경찰관이 숨어 있는 쪽 앞 땅바닥을 겨냥해서 총알을 날렸다.

이제 나도 슬슬 도망을 가야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가 진짜 조직원도 아닌데, 괜히 더 이곳에서 얼쩡거려 봐야 재수 없이 총알 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너 이 새끼, 왜 나왔어?”

“모두 도망을 갔습니다.”

“미친 새끼! 다른 쪽에서 대응사격 중이잖아. 빨리 안 가?”

사전에 준비해둔 승합차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니, 행동대장과 간부랍시고 꺼떡대던 놈 둘 이렇게 셋은, 이미 승합차에 올라탄 채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마도 사전에 짜둔 대로 나 같은 잔챙이들을 던져놓고, 자기네들끼리 도망을 칠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탕!’ ‘탕!’ ‘탕!’

세 놈의 어깨에, 총알 한 방씩을 공평하게 쏴주었다.

갑작스러운 내 공격에, 세 놈은 어깨를 감싸 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고, 나는 그놈들을 차에서 끌어 내렸다.

“개새끼들! 제 놈들만 살겠다고, 따까리들은 팽개쳐!”

어차피 언더커버로서 잠입근무는 오늘이 끝이었기에, 내 신분이 드러나는 것을 겁낼 이유가 없었다.

아지트에서 기다리고 있는 보스에게 히로뽕을 인도하는 순간, 현장을 급습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대미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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