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야! 이 XXX야!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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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님, 아까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 것 같던데, 우선 전화부터 받으시죠?”
“아뇨. 받지 않아도 되는 전화예요.”
“받아. 그러다가 그 사람 학교까지 찾아와서 또 난리를 치면 어떻게 할래?”
내가 전화를 받으라고 했지만 박 선생님은 받지 않아도 되는 전화라고 했고, 그러자 민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으라고까지 한다.
하지만 박 선생님은 아까 문자를 보냈다면서, 휴대전화를 꺼내더니 아예 전원을 꺼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커피숍으로 또다시 한 무리의 여선생님들이 도착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찾아온 것이다.
“자리를 옮길까요? 아니면 여기 의자를 더 갖다 달라고 할까요?”
“우리 2층으로 가자. 2층에 올라가면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있거든.”
민주 의견대로, 방금 합류한 선생님들과 2층으로 올라갔다.
나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1층에서 혹시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을 보게 될까 봐 사뭇 신경이 쓰였는데, 2층은 룸처럼 꾸며져 있었기에 나로서도 만족하는 구조였다.
“야! 박진희!”
하지만 그 평화도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2층으로 자리를 옮겨서 자리조차 제대로 정리되기 전에 우리가 모여 앉아있던 방문이 벌컥 열렸고, 한 사내가 분노가 가득 밴 목소리로 고함을 치며 들어선 것이다.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사내를 막아섰고, 그 순간 ‘퍽!’하는 느낌과 함께 내 눈에는 별이 번쩍거렸다.
“뭡니까? 당신이 누구시기에 이럽니까?”
“야! 이 새끼야? 왜 내 여자를 네가 감싸고돌아? 연예인이면 남의 여자를 함부로 불러내도 돼?”
잠시 놀란 마음을 다잡은 후에 나는 난입한 그 사내 앞에 마주 서서 난입을 저지하자, 그 사내는 분노 가득한 목소리로 자기 여자 어쩌고 하는 것을 보니,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느낌이다.
“선생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진정하세요.”
비록 내가 주먹으로 한 대 맞았지만, 그렇다고 연예인 신분의 내가 맞대응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 사내의 허리를 껴안고, 옆에 있는 의자로 끌고 가서 앉혔다.
그런데 이미 우리가 있는 방문 앞에는 소란을 듣고 몰려온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여자는 ‘저기 한강수란 배우 아니야?’ 수군거리면서, 휴대전화로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민주야, 저기 문부터 좀 닫아줘.”
이 양반이 어떤 오해를 하고, 이 방에 난입한 것인지 대충 이해가 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모습이 밖으로 새나가서 내게 도움이 될 일이 전혀 없기에, 우선 민주에게 방문부터 닫게 했다.
내 말에 민주가 방문을 닫았지만, 몰려든 사람들은 흩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안에 있는 우리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선생, 저를 아십니까?”
“내가 너란 놈을 모를 수가 있어? 지금까지 네놈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것이 얼만데.”
“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니요?”
“저 여자가 네놈을 알고 난 이후부터, 내가 완전히 쭈구리가 되었다. 다른 놈도 아닌 네놈 때문에.”
저 여자라고 지칭된 사람이, 내 팬이라는 박 선생님인 모양이다.
그리고 내 팬이라는 사실 때문에, 이 양반이 갈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쪽 분이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 모두를 오늘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이든 뭐든 왜 내 여자를 네놈이 만나야 하는데?”
“선생님들이 저하고 커피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도 문제가 됩니까?”
“왜 내 여자하고 커피를 마시느냐고?”
이 사내의 목소리에는, 분노 그리고 억울함이 가득 배어 있었다.
이 사내의 지금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으니 마냥 당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도 약간 퉁명스럽게 대꾸를 하니, 이젠 분노를 가득담은 목소리로 고함까지 질러대기 시작했다.
그 꼴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박 선생이란 양반도 ‘참 머리가 아프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자기 여자 친구나 애인을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 양반이 보이는 추태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고, 이건 사랑이 아닌 집착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사내와 만남을 계속하고 또 결혼하게 된다면, 결코 박 선생이란 양반의 결혼 생활도 평탄치 않을 것이란 걱정도 든다.
하지만 그건 내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수렁이란 사실을 잘 알면서도 스스로 늪 속으로 발을 들이미는 법이니, 둘 사이의 문제는 두 사람에게 맡겨둘 뿐이다.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여기 신고한 사람 없는 데요?”
“폭행사건이 있다고 신고를 받았는데요. 그런 사실이 없습니까?”
박 선생의 남자 친구란 사내를 진정시키느라 그 사내의 말을 들어주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둘이 우리가 있는 방으로 들어섰다.
누군가 아까 소란을 보고 112에 신고를 한 모양이고,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출동한 것이다.
“예. 특별히 폭행사건이라고 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여기 정말 신고하신 분이 안 계세요?”
“예. 괜히 경관님을 번거롭게 해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는 것이 가장 좋았다.
내가 배우가 아닌 일반 직장인이라면 폭행을 이유로 고소해서 죗값을 치르게 하든지, 아니면 합의금을 뜯어내든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겨우 주먹질 한번 당했다고 고소를 했다가 기자가 이런 사실 알기라도 하면, 그것만으로도 내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그랬기에 아까 맞았던 쪽을 경찰관들이 보지 못하게 고개를 살짝 돌린 후,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경찰관들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경찰 아저씨! 제가 신고했어요. 저기 앉아 있는 남자가, 주먹으로 우리 강수 오빠 얼굴을 때렸거든요.”
“예? 아가씨, 지금 그 말이 확실해요?”
“예. 아까 엄청 세게 맞았거든요. 강수 오빠 저쪽 얼굴을 보시면 아실 거예요.”
속으로 ‘돌겠네.’란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이제 출동한 경찰관을 돌려보내고 오해를 풀면 상황종료인데, 엉뚱하게 바깥에 있던 아가씨 하나가 ‘강수 오빠’라고 내 이름까지 불러대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아가씨, 맞은 남자분하고 어떤 사입니까?”
“제가 강수 오빠 팬이거든요.”
“팬이라고요? 저 사람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데요?”
“아저씬 강수 오빠도 모르세요? 마지막 황후에서 황후를 지키는 호위무사로도 나왔는데......”
그러자 경찰관은 정말 내가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고,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단순히 사랑싸움이라 알고 호기심을 보였던 사람들마저, 내가 배우란 사실을 알고서는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이제 이번 사건을 조용히 해결하는 것은, 아예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말았다.
“빨리 지수학교 정문 쪽에 있는, M 커피숍으로 와.”
“무슨 일인데 그렇게 소란스러워?”
“일단 빨리 오기나 해. 그다지 큰일은 아니니까.”
결국 이 사건이 외부로 퍼져나갔을 경우 대중들의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경찰서에 출석해서 오늘 벌어진 상황에 대해 진술해야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칫 결혼까지 한 유부남인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나돌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다른 엉뚱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직업이 배우라고 하셨지요?”
“예. 배우 한강숩니다.”
“112에 신고가 접수되었고 폭행을 당하신 것이 사실이라면, 일단 경찰서까지 동행하셔서 피해자 진술조서 작성에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폭행사건 같은 경우는, 반의사불벌죄에 속하는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 그것도 경찰서에 출석하셔서, 한강수 씨의 의사를 밝히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제 매니저가 이곳으로 오고 있는 중이니, 잠시만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경찰에 출석하면 그곳에 기자가 있을 수도 있기에, 경찰서로 가기 전에 우선 회사에 통보해서 대처방안부터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우선 진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진수가 도착하자마자 진수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알았어. 일단 내가 회사에 들어가서 보고부터 하고, 바로 경찰서로 갈게.”
팬이라 자처하는 아가씨 덕분에, 일이 번거롭게 생겼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 이곳에서의 내 모습이 찍힌 사진들이,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이곳저곳으로 퍼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민주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회사의 대응조치가 신속했던 것인지 아니면 진수가 우선 전화로 보고한 것인지, 경찰서에 도착해서 피해자 진술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법무팀 변호사님이 도착하셨다.
“한 배우님.”
“변호사님께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인 걸요. 그런데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하셨다고 하던데, 그건 사실입니까?”
“구타까지는 아닙니다. 그냥 한 대 맞았을 뿐이거든요.”
“하긴 다른 배우님도 아니고 무술에 일가견 있다는 한 배우님께서, 구타를 당하실 리는 없었겠지요.”
조직에서 주먹을 제법 쓰는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직원들이 떼로 몰려와서 붙었던 것도 아니니, 변호사님 말씀대로 내가 구타를 당할 일은 없었다.
아무리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일반인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을 맞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창피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고소를 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다면서요?”
“가해자 여자 친구 되시는 분이, 제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십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맞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고소를 해서 법적으로 잘잘못을 확실히 따져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 배우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이런 경우 나중에 엉뚱한 말이 많이 나오는 법이거든요.”
“하~아~ 그 문제라면 다른 선생님들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커피숍의 그 자리에 다른 선생님들도 많이 계셨거든요.”
지수도 지수지만 괜히 이런 사소한 일로 젊은 사람의 이력에 빨간 줄을 긋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박 선생님이 민주의 동료 교사이었기에 고소하는 것은 정말 내키지 않았다.
“그 장소가 커피숍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제 여동생이 다니는 학교 앞에 있는, M 커피숍입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그러더니 변호사님은, 휴대전화를 들고 바깥으로 나가셨다.
변호사님께서 바깥으로 나가시자 담당 경찰관이 내게 믹서커피를 권했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받아든 커피를 한 모금 목구멍으로 넘겼다.
변호사님은 통화가 길어지는지, 내가 커피를 다 마시도록 돌아오지 않으셨다.
그리고 담당 경찰관은 회사 소속의 변호사가 도착하자, 더는 내게 질문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른 사건 서류철을 뒤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