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71화 (71/132)

〈 71화 〉 영화 동아리 장산곶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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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아리 회원들을,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고?”

“응, 영화를 보려면, 집 말고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걔들은 영화 동아리라면서, 어떻게 스크린조차 없이 동아리 활동을 한데?”

“학교 지원이 없는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지. 거기에다 용돈 타서 쓰는 애들이기도 하고.”

“아무튼 초대하는 것이야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집이 아직 엉망이잖아.”

“아! 맞다. 내가 그 생각을 하지 못했네.”

그러고 보니 영화를 볼 생각만 했었지, 어젯밤 내려와서 아직 살림살이 정리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내가 생각도 없이 일을 저질렀다. 내가 그 애를 찾아서 다음으로 미루자고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마.”

“걔들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집 정리하는 일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도 아니고.”

결국 초대해서 영화를 보는 것은 미뤄야 했다.

신혼살림이니 뭐 정리할 것이나 있겠느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신혼살림이기 때문에 정리할 것은 훨씬 더 많았다.

물론 살집을 구한 후 틈날 때마다 스타일리스트 누나와 메이크업 누나 그리고 김 실장님까지 양산으로 내려와서 집 정리를 도왔지만, 아무리 그렇게 정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이 집에서 살아야 할 우리 부부가 또다시 일일이 손을 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혼선물로 들어온 갖가지 물품들 또한 방 하나를 채우고 남을 정도로 가득했기에, 그 선물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 또한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됐어. 그냥 오라고 해. 어차피 거실하고 그 방만 사용할 거잖아. 조금 어수선하더라도 이해하겠지.”

“괜찮겠어?”

“애들이 자기 이야기를 듣고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그 기대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잖아.”

아예 단념하고 아까 그 여학생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예나가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다.

“네겐 미안한 일이지만 나로선 다행이다. 아까 동아리 회장이라는 애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한참 고민하고 있었거든.”

“전화번호도 받아두지 않았어?”

“아예 생각도 하지 못했고, 또 여자애인데 내가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해.”

“그래도 그건 좀 심했다. 나중에 그 애들이 자길 만나지 못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학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거든.”

“알았어. 시간 맞춰서 음식 주문해둘게.”

“세 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웬 음식? 그냥 차나 한 잔씩 주면 되지.”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이들 잘 챙겨오기나 해.”

그렇게 통화를 끝낸 나는, 다음 시간 강의가 있는 강의실로 향했다.

강의실로 들어가니 일제히 박수를 치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두 달이란 시간 동안 제법 친해졌다는 증거였고, 또 진호를 비롯한 다른 동생들이 결혼식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떠들어댄 탓일 것이다.

“형, 집들이에는 우리도 초대해줄 거죠?”

“그래, 그러자. 결혼식이야 하객 숫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탓에 어쩔 수 없지만, 집들이야 당연히 모두 초대해야지.”

“언제요?”

“우선 집 정리부터 좀 해야 해. 아직까지 많이 어지럽거든.”

“오빠, 저희가 가서 정리하는 것 도와드리면 안 돼요?”

“됐어. 정 힘들다 싶으면 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러도 되고.”

동생들이 무슨 이유로 집 정리를 도와주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가 충분히 짐작되지만, 솔직히 정리를 도와준다기보다는 오히려 일거리를 만들 확률이 높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돈을 주고, 도우미 아주머니를 불러서 정리를 맡기는 것이 훨씬 낫다.

오늘 강의를 담당하신 교수님 역시, 내가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을 아셨던 덕분에 수업이 아니라 잡담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오늘 수업 대부분은 흘러갔고, 나는 가방을 챙겨서 영화 동아리 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교문으로 향했다.

“배우님!”

“그냥 편하게 부르세요. 여기가 촬영 현장도 아니고 학교이고, 저도 이 학교 신입생이잖아요.”

“하지만 어떻게요.”

아까 만났던 동아리 회장이란 친구를 비롯한 동아리 회원 모두가 도착해서,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어디냐?”

“주차장에 있습니다.”

“응, 그럼 지금 바로 교문으로 올래?”

학생들이 일곱 명에 나까지 포함하면 여덟이나 되었기에, 내 밴에 한꺼번에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섯을 밴에 태우고, 셋은 택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물론 서로 밴에 타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가면서 택시를 탄 사람을 밴에 태우기로 하는 것으로 정하고서야, 겨우 밴에 탈 사람을 정하고 출발할 수 있었다.

“와~ 여기가 두 분 배우님이 사시는 집이에요?”

“예. 어서 들어가세요. 뒷사람들 기다리잖아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눈앞에 예나와 내 결혼사진과 예나의 브로마이드가 우릴 반기고(?) 있었다.

아까 이 친구들을 데리고 온다고 한 이후에, 사람을 불러서 사진도 찾아서 걸고 대충 정리를 시켰던 모양이다.

“상호가 오늘 땀 좀 뺐겠네?”

“아닙니다. 형님.”

“그럼 여기 있던 짐들은 누가 다 옮겼어?”

“그거 몇 개나 된다고요.”

“아무튼 고생했다.”

그렇게 상호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거실로 들어섰다.

“어서 와요.”

“안....... 안녕하세요. 배우님.”

도우미 아주머니를 부른 것이 아니라 아예 정식 요리사를 부른 모양이었는지, 예나가 있다가 나온 주방 쪽에는 조리복을 착용한 요리사 둘이서 한창 음식 준비에 바쁜 모습이 보였다.

예나의 인사에 학생들은 앞치마를 두른 예나의 모습을 보고, 아예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예나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서 들어와서 앉아요. 왜 그렇게 멍하니 서 있기만 해요.”

“정말 서예나 배우님이 맞으시죠?”

“그럼 제가 서예나지 다른 사람일까 봐요.”

“어떻게 제가 서예나 배우님을 이렇게 직접.......”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다.

거의 매일 얼굴을 맞댔던 나도 예나를 볼 때마다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하는 생각을 가지는데, 우리 업계의 사람도 아닌 학생들의 반응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집이 많이 어지러워서 오늘은 집 구경은 시켜드리지 못하겠네요. 젊은 학생들이 뭘 좋아할지 잘 몰라서 이것저것 준비하긴 했는데, 이왕이면 맛있게 드시고 가세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예나는 주방으로 가서 요리사들이 준비한 음식들을 내오기 시작하자, 동아리 회장인 여학생과 다른 여학생들이 예나를 따라 주방으로 향했다.

“잘 먹겠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내가 직접 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라면도 끓여본 적이 없어 이이가 끓여주거든요.”

어차피 누가 음식을 준비했든, 이 친구들에겐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Top 배우 중에서도 Top인, 이른바 Top of Top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서예나가 사는 집을 방문해서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그런데 저희보다 나이가 많으시잖아요?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정말? 그런데 내가 나이가 많다고 은근히 나를 깐 것은 아니고?”

“절대! 절대 아니에요!”

“알아. 귀엽긴. 그런데 지금 몇 학년이야?”

“전 2학년입니다. 배우님.”

“정말 좋을 때다. 난 학교에 적을 두긴 했지만 학교생활은 거의 해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언제까지 ‘배우님’ ‘배우님’ 그럴 거야?”

“그럼 어떻게?”

“언니라고 부르기 싫어?”

“좋아요!”

그러자 나머지 학생들도 ‘저도요!’를 외치기 시작했고, 결국 남학생들은 누나로 여학생들은 언니로 부르기로 호칭이 결정되었다.

“은교 넌,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영화를 찍었다고 했지?”

“네. 언니.”

“배를 대충 채웠으면, 상 받았다는 그 영화부터 보자.”

내가 해야 할 일을 예나가 대신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널린 그릇들을 싱크대 쪽으로 옮겨 대충 정리를 한 후, 우리는 스크린이 설치된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와~ 여긴 영화만 보려고 만드신 방이에요?”

“강수 씨와 나, 두 사람 다 배우잖아. 그러니 당연한 것 아니야?”

아이들은 방에 들어서서 벽 쪽에 설치된 스크린과 음향 기기들을 보고 탄성을 질렀고, 예나가 이 방에 있는 기자재들을 설명하는 동안, 상호는 은교란 이름의 동아리 회장에게 USB를 받아 장비에 연결하고는 방의 불을 끈 후에 바깥으로 나갔다.

“꽤 잘 만들었네. 이게 고등학교 때 찍어서 출품한 영화라고?”

“예.”

“영화를 계속할 생각이야?”

“제 꿈이긴 한데 집에서 부모님이 반대하셔서요.”

“그렇구나. 하지만 잘 판단해. 아니면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후회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하나만 더 보여드려도 되나요?”

“또 있어?”

“예. 여기 있는 친구들하고 같이 찍은 영화거든요.”

동아리 회원들과 찍었다는 영화는, 단편영화로서는 아주 분량이 많은 러닝타임 47분짜리 영화였다.

그리고 제법 짜임새도 있었고 조금 손을 본다면, 아주 괜찮은 수작이라고 할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은교야. 이 파일 복사를 하나 해줄 수 있을까?”

“얼마든지요.”

“음....... 다른 곳에 쓸 것이 아니고, 내가 잘 아는 감독님께 보여드려 볼까 싶어서.”

“정말요?”

예나 역시 이번 영화를 아주 괜찮게 본 모양이다.

파일을 복사하는 것이야 어려울 일이 없었기에, 예나는 그 파일을 노트북에 옮긴 후 바로 예나가 얘기한 감독님 이메일로 전송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까지 먹인 후, 상호에게 학생들을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게 부탁했다.

“걔네들 제법 잘 만든다. 아마추어로서는 최고일 것 같아.”

“네가 보기에도 그랬어?”

“그래서 강 감독님께 파일을 보내드렸잖아.”

“강 감독님?”

“응, 강선호 감독님 말이야.”

“그 양반 눈에 애들 작품이 눈에 차기나 하겠어?”

“아냐,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닌데, 강 감독님이 독립영화 하는 사람들을 많이 챙기시는 편이거든. 어쩌면 은교란 쟤를 강 감독님이 탐을 내실 수도 있을걸.”

강선호 감독이라면, 이 바닥에서 제법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감독님이다.

물론 나야 아직 신인배우 수준이니, 강선호 감독님을 만나볼 기회가 없었지만 말이다.

“우리 쟤들하고 작품 하나 찍어볼까?”

“뭐?”

“재미있잖아. 쟤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테고.”

예나의 입에서 전혀 엉뚱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당분간 작품 활동을 쉰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Top을 달리는 여배우가 대학생 동아리 학생들과 영화를 찍겠다고 하니, 듣는 내가 오히려 황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먼저 예나와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물론 나 혼자서 일방적으로 사고를 친 것이긴 하지만.......

그런데 오늘 영화 동아리 학생들을 사전에 의논조차 하지도 않고 집으로 초대한 것도 분명 내가 실수한 일인데, 이 일까지 이야기를 하면 과연 예나가 어떻게 반응할지 그것이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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