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 접수하다. (2)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저 새끼 잡아!”
“어디서 온 새끼들이야?”
‘퍽!’
‘아~읔!’
나이트클럽의 영업을 끝내고 업장 정리와 청소를 하다가, 날벼락을 맞은 로터리파 조직원들은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동생들이 꼬맹이들을 상대하는 사이에, 나는 사장실이 있는 이 층으로 달려갔다.
“넌 뭐하는 새끼야?”
‘어~헉!’
어차피 깨부수러 왔는데 말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나는 눈앞에서 거치적거리는 놈은, 그놈이 누군지 불문곡직하고 어깻죽지에 목검을 날렸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목검에 의해 사장실 유리창이 내려앉았고, 나는 창을 훌쩍 건너뛰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사장실로 들어간 즉시, 사장실 안에서 문을 지키고 있던 놈의 머리통을 목검으로 내리쳤다.
그 순간 ‘쉬~익!’하는 소리와 함께 내 쪽으로 전화기가 날아왔고, 그것을 확인한 내가 몸을 살짝 비틀자 ‘퍽!’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기가 벽에 부딪혀 깨졌다.
“너 어디서 온 놈이야?”
“지랄! 알아서 뭐할래?”
한 마디로 쓸데없는 질문이다.
1층에 있는 똘마니들을 거쳐서 이곳까지 올라왔을 때는, 제 놈을 깨부수러 올라왔다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하고 있을 것인데, 굳이 누구인지 무슨 목적인지 물어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너 그거 들기만 하면 정말 뒈진다.”
“지랄! 넌 몽둥이를 들고 날 죽이려 하는데, 나보고 맨손으로 하라고?”
“까분다! 그냥 꿇어!”
“지랄하네!”
책장 옆에 세워둔 골프채를 잡으려 하기에 경고를 날렸지만, 기어코 골프채를 집어 들려고 했다.
골프채를 쥐는 걸 기다리는 것이 멍청한 짓이었기에, 골프채를 잡는 순간 손목을 후려쳤다.
그놈 입에서 ‘억!’ 하는 비명이 흘러나왔고, 골프채를 놓친 그놈은 잔뜩 독 오른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치사한 새끼!”
“지랄하네. 우리가 지금 게임 하냐? 싸우는데 치사하고 말고가 어디에 있어. 어쩔래? 그냥 꿇을래 아니면 계속 들이댈래?”
‘아~아~악!’
괴성과 함께 미친놈처럼, 뱃살을 출렁거리면서 내게로 달려왔다.
덩치가 제법 있는 놈이 달리니 마치 코뿔소가 미쳐서 질주하는 느낌이었고, 나는 그런 놈의 행동을 주시하다가 목검으로 그놈 어깻죽지를 내리쳤다.
그리고 매타작이 시작되었다.
이런 놈을 두드려 잡을 때는 아예 몸이 녹진녹진할 정도로 모질게 두드려야 하는 법이고, 입에서 제발 살려달라는 곡소리가 나올 때까지 두드려 놓아야 한다.
“형님! 모두 처리했습니다!”
“그래? 얘는 좀 묶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연산로터리 파의 두목을 일으켜 세우고, 준비해온 케이블 타이로 손을 뒤로 해서 묶어서 승합차에 뒤에 실었다.
이미 승합차 안에는 로터리파 행동대장이 얼굴이 엉망이 된 상태로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위로 올라가자!”
“바로 옆까지 다 치고 내려왔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어딘데? 가자!”
동생들을 반으로 나눠 도로 건너편으로 이동하게하고, 나는 바로 옆의 단란주점 계단을 올랐다.
“영업 끝났습니다.”
계단을 오르려는데 덩치가 앞을 가로막기에 대답 대신에 목검을 날렸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 덩치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아~오~ 시팔! 야 이 개XX야! 상도덕도 없냐? 하필이면........ 아~윽!”
떨어진 목검을 주우려고 보니, 하고많은 곳 중에 하필이면 중요부위를 목검에 맞은 모양이다.
덕분에 덩치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나는 그놈의 불만 어린 중얼거림을 뒤로하고 가게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어차피 조그만 가게의 영업부장들 실력이야 뻔히 짐작되었기에, 나는 내 앞으로 다가오는 놈들을 향해 거침없이 목검을 휘둘러댔다.
그리고 그것은 채 몇 분도 걸리지 않았고, 가게 안은 꼬맹이들의 신음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그곳을 정리하고 3층으로 올라가려는데, 우리 아이들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끝났어?”
“예. 이쪽 라인은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그럼 넘어가자!”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연산로터리 파의 돈줄이 되는 가게들 대부분은 박살을 냈다.
그리고 이들은 사태파악이 끝이 날 때까지, 며칠간은 문을 닫은 채 사태를 관망할 것이다.
온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선 본진이 몰려 있는 나이트클럽은 나와 동생 몇이서 정리하기로 했고, 나머지 동생들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가게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컷! 오케이!”
드디어 감독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하~아~ 죽겠다.”
“한 배우, 고생했어요.”
“아! 감독님.”
“한 배우는 아예 액션전문 배우로 나서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은데.”
감독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옆에서 촬영을 지켜보던 진수가 달려와 내 몸에 담요를 뒤집어 씌웠고, 나는 건물 입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쉬지도 않고 몸을 쓴 덕분인지, 완전히 녹초가 된 기분이다.
“이거 마셔.”
“속은 더워. 지금 속옷이 푹 젖었구먼.”
“그러니까 마셔두라고. 땀이 마르면 감기 걸리기에 십상이야.”
“음료 더 없어?”
“아까 스태프들에게 부탁해서 다 나눠주라고 했어.”
그러고 보니 촬영을 끝낸 배우들이, 하나같이 손에 캔을 들고 손을 녹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움직였기에 몸이야 아직 열기로 가득하겠지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된 손이 시린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빨리 차로 가자. 히터 빵빵하게 틀어 뒀거든.”
“세 사람은 더 탈 수 있잖아.”
“왜?”
“아니 어차피 세 사람은 더 탈 수가 있으니, 태워서 가자고. 저 양반들도 추운 것은 매한가지잖아.”
오늘 아침은 촬영현장에서 차로 30여 분쯤 가야 하는 민락동에 있는 식당이었다.
아침부터 문을 여는 식당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일 새벽에는 해운대 신시가지 일원에서 촬영할 것이기에, 콩나물 해장국으로 유명하다는 민락동으로 이동해서 아침밥을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어~우 이제 좀 살 만하네요. 고맙습니다.”
“뭘요. 어차피 남는 자리가 있었을 뿐인데요.”
가까이 있는 배우들 셋을 더 태우고,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태운 버스 뒤를 따라서 민락동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 배우님.”
“예.”
“운동은 언제부터 하셨습니까?”
“어릴 때부터 했습니다. 어릴 때 키가 아주 작았거든요. 그 덕분에 제가 만만해 보였던 것인지 괴롭히는 애들이 제법 있어서, 맞지 않으려고 도장엘 다녔었거든요.”
“그렇군요. 그런데 서예나 배우님하고 사귄다는 소문은 정말입니까?”
예나가 밥차를 보내면서 아예 광고를 했지만, 이 양반들 눈에는 그게 쇼로 느껴졌던 모양이다.
이 양반들이 가지는 그 의문은, 내가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당연한 의문이었을 것이다.
이 바닥에도 알게 모르게 신분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고 내 차에 타고 있는 이 양반들은 그 계급 중에서 가장 밑바닥이라고 할 수 있는 단역을 전전하는 배우들이니, 그런 계급에 의한 차별을 가장 극명하게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이 양반들 눈에는 이른바 SS급의 초특급배우인 예나가, 기껏 높게 평가한다고 해봐야 겨우 B급 수준의 조연에 불과한 나와 사귄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까지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나는 그냥 피식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 서 배우도 양반은 못되나 보다.”
“응?”
“진수 씨, 우리 자기 촬영 끝났어?”
“옆에 있습니다.”
나한테 바로 전화를 걸면 촬영에 방해가 될까 봐 그랬던 것인지, 차량에 연결해둔 진수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고, 진수는 그걸 아예 스피커폰으로 돌렸다.
“자기야, 촬영 끝났어?”
“응. 방금 끝내고 아침밥 먹으로 민락동으로 가는 중이야.”
“민락동? 거기 횟집 있다는 곳 아니야?”
“횟집도 있긴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회를 먹어.”
“그럼?”
“콩나물 해장국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리로 가는 중이야.”
“맛있겠다. 나도 콩나물 해장국 좋아하는데.”
“예나야, 지금 차에 다른 분들도 같이 타고 있거든. 내가 20분쯤 후에 다시 걸면 안 될까?”
“알았어. 그럼 차에서 내리면 바로 전화해야 해.”
예나와의 통화가 끝났지만, 뒷좌석에 앉은 세 사람의 입은 얼어붙었다.
솔직히 이 양반들의 머릿속에 지금 어떤 생각이 들어 있는지는 대충 짐작이 됐다.
이번 생에서야 첫 작품부터 조연급으로 캐스팅되었지만, 전생에서의 나는 제법 오랫동안 무명의 단역 배우 생활을 전전했었다.
덕분에 소위 Top급이라는 배우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시가 뒤섞인 그런 복잡한 감정을, 나 역시도 수없이 경험했었으니 말이다.
뜻하지 않은 예나의 전화 덕분에 민락동 회 센터 옆에 있는 콩나물 해장국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 안의 분위기는 답답하면서도 불편한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었다.
“덕분에 편하게 잘 왔습니다.”
조금은 요상한 분위기에서 차에서 내렸고, 이 양반들은 분분히 해장국집 안으로 들어갔다.
“괜히 쓸데없는 오지랖 때문에.......”
“신경 쓸 일이 뭐가 있어.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래도 그렇다. 사람들이 뭐 저래?”
“저 양반들 나름 소외감을 느껴서 그래. 그리고 그런 소외감이야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고.”
“넌 경험도 해보지 못했으면서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원래 형님이 좀 많이 똑똑하잖아.”
“지랄한다.”
진수 역시 그들의 태도에, 기분이 과히 좋지 않은 모양이다.
기껏 자기네들을 생각해서 태워 왔는데, 자기들 기분이 씁쓸하단 이유로 진심이 1도 담기지 않은 형식적인 인사만 하고 쌩하니 들어갔으니, 진수 역시 기분이 상했을 것은 당연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촬영이 없었기에,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냥 쉴 사람은 영화사 측에서 미리 잡아둔 숙소인 모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산 구경을 갈 사람은 끼리끼리 짝을 지어서 외출하기도 했다.
“어떻게 할 거야?”
“어차피 서울 가봐야 특별히 할 일도 없으니, 내일 촬영 마치면 같이 올라가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감독님께 눈도장이나 실컷 찍으면 되지.”
이튿날 새벽 촬영 신은 해운대 지역을 접수하러 간 팀이, 해운대 신시가지와 옛 육공구 지역을 접수하는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그랬기에 단역들은 무관했지만 온천장과 연산로터리 장면에서 주인공 역할을 했던 나는, 이곳 해운대 장면에서는 아예 얼굴이 나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말은 결국 내가 이곳 양산과 부산에서의 찍을 것은 모두 끝났다는 뜻이고, 내가 굳이 이곳 부산에서 하룻밤을 더 묵을 이유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스케줄이 빡빡한 주연배우도 아닌데, 번연히 촬영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나 혼자 불쑥 현장을 떠난다는 것도 눈총을 받을 수 있는 일이었기에, 그냥 오늘 하루는 부산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송정이나 가자.”
“응?”
“내가 사랑하는 매니저님에게, 회나 한 접시 대접하겠다고.”
“회 먹는데 뭐하러 송정까지 가? 그리고 나 회는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럼 전복죽은 좋아하냐?”
“그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럼 됐다. 일단 가자.”
어차피 시간이야 남아돌았고 진수에게 밥이라도 사주고 싶어서, 나는 진수를 재촉해서 송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