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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가 정치도 잘한다-45화 (45/132)

〈 45화 〉 접수하다. (1)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와~ 우리 서방 휙 휙 날아다니네. 원래부터 싸움을 그렇게 잘했어?”

“싸움은 무슨 싸움. 무술이라니까.”

“암튼 서방이 싸우는 것을 보니, 앞으로 걱정할 일은 없겠다.”

“어디 나가서 맞고 들어올까 걱정이었어?”

“아니. 우리 둘이 데이트하다가 불량배들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것이 없겠다고.”

감독님의 입에서 오케이 소리가 떨어지자마자 예나가 내게로 달려왔고, 그런 예나의 입에서는 황당하게도 데이트 이야기였다.

아무리 우리가 공개연애를 한다고 하지만, 예나처럼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찾는 것은 민폐가 될 수가 있다.

그러다가 보니 예나와 내가 밖에서 만난다고 해봐야, 일반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술집의 밀실이 아니면 아예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외진 곳이 될 것이다.

그러니 예나는 그런 때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목 아프지 않아?”

“그래서 목 보호대를 하고 있잖아. 그렇다고 잠시 쉬는데 가체를 벗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극 출연에는 이런저런 제약이 많다.

특히나 이런 궁중의 일을 다루는 사극 같은 경우 여배우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거의 대부분 시간을 무거운 가체를 머리에 이고 있어야 하니, 보통 고역이 아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가체의 무게에 시달리는 것에 더해서, 바람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서 머릿속이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는 것이 다반사이다가보니, 머리에 땀띠가 나서 고생하기도 한다.

여자배우들이 여름에 특히 고역을 치르는 것과는 달리, 남자배우들은 겨울이 고역이다.

찍고자 하는 그 시대가 요즘처럼 변변한 방한복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촬영에 임하는 배우들은 거의 홑껍데기 같은 옷만 걸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보니 야외촬영이 많은 사극의 특성상, 대부분 남자배우들은 촬영하는 내내 덜덜 떨면서 지내야 하는 것이다.

“지금 가야 해?”

“아니. 촬영 끝날 때까지 여기서 구경할 생각이야. 오랜만에 점심도 같이 먹고.”

“알았어. 그럼 나 다녀올게.”

“그래. 씩씩하게 하고 와.”

내가 촬영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지켜볼 거라고 얘기하니, 예나의 표정이 환해진다.

그렇게 신 하나를 더 찍은 후, 배우들에게는 1시간가량의 휴식이 주어졌다.

촬영을 마친 예나는 가체부터 벗었다.

이제 오늘 촬영할 분량은 야간촬영 분량만 남아 있으니, 그때까지 무거운 가체를 쓰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예나와 함께 주차장으로 나오자 밥차의 현수막이 보였고, 현수막에 확인한 예나가 화들짝 놀란다.

“밥차도 주문한 거야? 괜히 뭐 한다고 밥차까지 주문해. 밥차는 비싼데.”

“그럼 자기는 한두 번도 아니고 밥차를 양산까지 뭐하려고 보낸 건데?”

“나야 그렇지만 자긴 아직 신인이잖아. 그리고 자긴 서예나 소유니 자기에게 함부로 들이대지 말라는 경고지.”

“아무튼 밥차를 보고 배우들뿐 아니라 스태프들도 엄청나게 좋아하더라. 뭘 먹을래?”

“뭘 먹긴 뭘 먹어. 여기서 먹어야지.”

“바깥으로 가지 않고?”

“자기가 밥차까지 보냈는데, 둘이 바깥으로 나가서 먹고 오면 사람들이 어지간히도 좋아하겠다.”

그러더니 예나는 내 손을 잡고 밥차 쪽으로 나를 끌고 갔다.

“맛있게 드세요.”

“예. 한 배우님이 엄청 세심하신 것 같네요. 음식이 아주 다양하네요.”

“서 배우, 한 배우가 서 배우를 엄청 좋아하나 봐? 둘이 서 있는 모습이 예쁘다.”

“고맙습니다. 감독님. 오디오 감독님도 애처가로 소문이 자자하시잖아요.”

점심을 먹기 위해 밥차로 오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밥차 앞에서 일일이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하자 한마디씩 덕담을 던지고 갔다.

“그럼 그 신을 촬영하고 나면, 서울로 올라오는 거야?”

“응, 양산하고 부산 일부지만 조직을 평정한 상태고, 그 과정에서 받아들인 애들을 훈련시켜서 서울 원정에 나서는 거지.”

“그럼 계속 싸우는 신만 찍어?”

“제목부터 그렇잖아. ‘야수’란 말이 그 영화를 대변하는 거지.”

“다행이다.”

“뭐가?”

“그런 게 있어.”

“뭐가 그렇다고. 자꾸 사람 궁금하게 만들래?”

“사범이라는 그 여자가 자꾸 신경 쓰여서.”

“하 사범님이 왜?”

“그 여자가 자길 보는 눈초리가 심상찮았단 말이야.”

밥을 먹으면서도 예나는 전혀 엉뚱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시나리오에 은향이 배역을 맡은 하수경 사범이, 나를 향한 속앓이 하는 장면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시나리오에서나 존재하는 일이지,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전혀 쓸모없는 걱정이다.

더구나 나는 절대 연상 취향이 아니었고 말이다.

물론 내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아닌 이상, 현실적으로도 하 사범보다는 예나가 훨씬 내게 필요한 존재이기도 했다.

아직 대역배우에 불과한 하수경 사범보다는, 예담기획이라는 배경에다가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을 가진 예나와 사귀는 것이, 내가 앞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니 말이다.

“오래 기다렸지?”

“덕분에 남들 보지 못하는 구경 실컷 했잖아. 배고프지 않아?”

“조금 고프긴 한데 오늘 자기가 끓여주는 라면에 밥 말아 먹고 싶어.”

“라면이 몸에 좋지도 않은데......”

“치! 벌써 라면 먹지 않은지 석 달은 된 것 같은데.”

라면을 먹고 싶다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냥 우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뜻인 것이다.

결국 예나를 집으로 데려가기로 하고, 나는 예나의 밴으로 옮겨 타고 진수가 지수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런데 왜 자기하고 똑같이 해서 끓여도 자기가 끓여주는 맛이 나질 않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심지어 지수가 끓여 봐도 마찬가지였어. 공장에서 찍어낸 라면에 귀신이라도 붙은 건지.”

지수나 진수도 항상 하는 말이다.

그랬기에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도, 다른 것은 몰라도 라면만은 항상 내 몫이었다.

“그럼 나흘 후에는 다시 서울로 와?”

“그래. 어차피 골목 신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사흘밖에 없으니까. 요즘 학교는 어때?”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고, 학교에서 수업 받고, 야자 마치면 돌아오고 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이 있겠어.”

“아무튼 며칠만 더 고생해.”

“고생은 무슨 고생. 예나 언니 집이 훨씬 더 좋은데.”

“그럼 거기서 살든지.”

“정말? 나 정말 예나 언니 집에서 살아도 돼?”

“까분다.”

하긴 여고생인 지수에게 예나의 집은 별천지일 것이다.

이따금 텔레비전에 공개되는 배우들, 특히 여배우들의 집은 얼마나 화려했던가 말이다.

지수가 아닌 다른 어떤 여고생에게라도, 예나의 집은 자신들이 꿈꾸는 미래가 있는 그런 집일 것이다.

아무튼 지수는 오랜만에 내가 집에 돌아와서 얼굴을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나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가진 흥분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내가 집에 돌아온 것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냥 자지 왜 깼어?”

“자기가 간다는데 어떻게 잠이 와.”

“어차피 사흘 후면 다시 올 건데.”

“알아. 아무튼 몸조심하고 서울에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한창 잠에 빠져 있을 시각이었기에, 조심했는데도 예나가 잠을 깬 모양이다.

“바깥 날씨가 추워서 감기 걸려.”

“싫어. 자기 가는 것 보고 들어갈 거야.”

“그렇게 하면 나 화낸다. 자기가 나 때문에 감기에 걸리면 내 마음이 편하겠어?”

“알았어.”

바깥에 나와 배웅하겠다고 보채는 예나를 뒤로하고, 우리는 새벽길을 달려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어~우~ 춥다. 부산 날씨도 장난이 아니네.”

“그러게요. 저희야 움직이니 덜하지만, 스태프들은 오늘 고생 좀 하시겠는데요.”

“그러니까 한방에 가자고. 물론 한 배우라면 오늘 찍을 신 정도는 한방에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오늘 찍어야 할 신은 연산로터리 일대를 장악하고 있는 로터리 파 조직을 급습해서 와해시키고, 바로 온천장 조직까지 궤멸시키는 장면이다.

물론 내일은 해운대에서 비슷한 장면을 찍게 되겠지만, 상영될 영화에서는 이곳 연산로터리와 해운대를 동시에 급습하는 식으로 나올 것이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인 것을 알지? 여기서 우리가 지체하면 해운대 쪽으로 넘어간 애들이 위험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온천장 파 놈들이 대비할 시간을 주게 된다. 그러니 손에 사정을 두지 마! 손에 사정을 두는 것은 우리 편을 죽여 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예! 형님!”

“지금부터 나하고 1조는 A 나이트클럽을 치고 난 후에 위로 올라갈 테니까, 장우하고 강산이 너희 둘은 2조하고 3조를 데리고 도로 양옆을 따라 내려오면서 가게들을 까!”

“예!”

“대가리는 확실히 까! 그래서 중간쯤에서 만나 바로 온천장으로 나른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예! 형님!”

사전에 지도까지 펼치고 작전이야 확실하게 짰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작전을 주지시켰다.

오늘 이 싸움은 연산로터리파나 온천장파, 그리고 해운대 신시가지 파 애들이 다른 주변 지역조직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틈도 없이 단숨에 깨버려야 하는 싸움이다.

만약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우리가 협공을 당해 길바닥에 드러눕는 신세가 될 것이었다.

“형님, 여긴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가자!”

해운대 신시가지 쪽으로 넘어간 윤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신시가지 쪽은 윤호가 그리고 예전 한창 집창촌으로 이름을 날리던 육공구 쪽은, 그 지역의 애들이 독하다는 판단에 칼질에 능한 은향이 누님이 맡기로 했다.

이제 부산의 일부이긴 하지만, 동래와 연산동 해운대 이 세 곳을 접수하는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A 나이트클럽은 이 주변에서 가장 큰 나이트클럽이기도 하고, 또 연산로터리 파의 자금줄이자 조직원들 대부분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곳 역시도 대가리 몇 놈만 까면, 나머지는 오합지졸들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얼마나 빨리 내부로 진입해서 저놈들이 우리의 습격에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느냐 하는, 그것이 관건이었기에 영업이 끝난 직후에 습격하기로 했다.

“일단 들어가면서 기도 보는 애부터 바로 까! 그리고 내부에 진입하면 나는 바로 2층으로 올라가서 대가리를 두드려 잡을 테니까, 그동안 너흰 1층을 정리해.”

“예! 형님!”

나이트클럽으로 통하는 골목에서 동생들에게 다시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우리는 로터리 파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A 나이트클럽의 입구를 향해서 내달렸다.

우리가 이 세 곳을 접수할 수 있다면, 오늘의 이 일로 인하여 부산의 주먹 판도가 바뀔 것은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모두 피 흘리면서, 길바닥에서 마지막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신세가 되든지.......

그렇게 우린 부산에서 기반을 굳히는 것을 넘어, 우리 조직이 전국구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다질 첫걸음을 내디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완전히 건넌 것이고, 이젠 새로운 세상에서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간에 피터지게 싸우면서 버텨내고 이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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