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 미발견 지역에서 꿀 빱니다-68화 (68/69)

< 몰래 온 손님(2) >

몰래 온 손님(2)

상황 설명을 마친 후, 나는 제임스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제임스에게 주의했다.

“제임스. 우리 차원에서 지내려면 주의할 점이 있어요.”

“대체 뭔데?”

“한동안은 힘을 쓰시면 안 돼요.”

제임스는 덥수룩한 턱수염을 매만지며 한쪽 눈썹을 올렸다.

“힘을 쓰려고 해봐야, 어차피 힘도 안 들어가. 참 내, 내가 쓰러질 줄이야······.”

지구는 마나가 부족해서, 체내의 마나가 금방 떨어진다.

전문가들의 소견으로는, 이 마나 농도 때문에 균열을 타고 내려오는 몬스터들이 ‘마나 스톤’을 몸에 달고 온다고 한다.

제임스는 그런 장치가 없으니까 금방 지칠 수밖에.

“그런데, 힘은 왜 쓰지 말라는 거야?”

“일단 쓰러지는 것도 문제지만, 이 세계에선 제임스의 힘을 썼다간 마법사들이 생체실험할지도 몰라요.”

생체실험이라는 말에, 제임스가 식은땀을 흘렸다.

“세상에, 정수. 네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위험한 곳이란 말이야? 내가 잡혀가서 생체실험을 당할 만큼?”

뭐, 사실 제임스를 잡아갈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겠지만, 지금 제임스는 오래 싸울 수 없는 상황이니까 눈에 띄면 위험한 세상인 건 맞지.

균열에서 나오는 몬스터들도 체내에 ‘마나 스톤’을 달고 나오는 이유가 바로 마나 농도 때문일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니까, 제가 힘을 써도 되는 상황이라고 하기 전에는 되도록 힘을 숨기세요.”

“흠······ 그러고 보니, 윌리엄이 생체실험을 하는 마법사들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지. 멀쩡한 척하면서 어디에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놈들이라면서.”

“맞아요. 이 세계에도 어디서 그런 놈들이 숨어있을지 모르거든요.”

“알았어, 정수. 그렇게 할게.”

“좋아요. 또, 누군가 뭘 물어보면, 기억을 잃은 사람처럼 이름 말고는 대답하지 마세요. 꼭 이름만요! 이름만!”

“알았어. 이름만 대답하기. 이름만······.”

그렇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제임스는 수염이 푹 젖을 정도로 긴장한 채 이름만, 이라는 말을 되뇌었다.

은근히 쫄보구만.

“오, 정수. 여기가 자네 집인가? 처음에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런 큰 저택에 사는 귀족이었군!”

“그런 거 아니에요. 일단, 우리 집 대장한테 먼저 가죠.”

나는 가장 먼저 원장님을 찾았다.

“원장님!”

“어? 정수야! 이번에는 되게 빨리 왔구나. 벌써 일주일이 지났나?”

“사정이 있어서 일찍 내려왔어요.”

“그래. 잘 돌아왔으면 됐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시니?”

원장님의 물음에, 제임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

“저는 제임스입니다.”

“등탑하다가 만난 사람인데, 사정이 생겨서 한동안 갈 곳이 없대요. 그래서 한동안 집에서 머물게 할까 싶은데, 괜찮을까요?”

“뭐, 남는 방도 있으니까 괜찮겠지. 무슨 사연인지는 캐묻지 않을 테니까, 내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요.”

“감사합니다.”

원장님의 말에 제임스가 나와 원장님을 번갈아 보며 미소 지었다.

대체 왜 저런 미소를 짓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원장님이 외출을 준비하시며 말했다.

“앞으로 같이 지낼 거라면, 아이들에게도 인사시키는 게 좋겠다. 나는 잠시 나갔다 와야 하니까, 제임스에게 시설 안내랑 아이들에게 인사 좀 시켜주렴.”

“네. 다녀오세요.”

원장님이 나가신 후, 나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제임스. 아까 원장님이랑 날 보면서 왜 웃었어요?”

“원장님이라는 사람, 너희 보스라고 했었지? 너와 닮았어. 분위기가. 얼굴이 닮진 않은 것 같은데, 꼭 아빠와 아들 같군.”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아버지와 다름없는 분이시긴 하지만, 말투부터 성격까지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머리를 긁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제임스를 데리고 다니며 방을 소개해주었다.

“앞으로 여기서 지내시면 돼요. 식사 때는 제가 찾으러 올 거고요.”

“고맙군.”

“그리고, 바로 옆이 다목적실이에요. 다른 방은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지만, 여긴 괜찮아요. 같이 사는 제 가족들도 보통 여기에 모여서 쉬죠. 그 옆의 식당에 모여 밥도 먹고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희와 해나, 광진이와 민수가 들어왔다.

“어? 외국인?”

“뭐야? 오빠 지인분이셔?”

“아, 다들 인사해. 제임스라고 하는데, 등탑하다 알게 된 지인이야. 나한테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사정이 생겨서 한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실 거야.”

“반갑습니다. 제임스입니다.”

아이들은 제임스가 신기한지, 제임스를 빙 둘러싸고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등탑자라고 하셨죠? 주로 무슨 무기를 사용하세요?”

“외국인 같은데, 고향은 어디세요?”

“수염은 일부러 기르시는 건가요?”

제임스는 난색을 띠고 도와달라는 듯이 나를 바라보다가, 어설픈 미소와 함께 말했다.

“어······ 저는 제임스예요. 네, 제임스에요.”

나는 이마를 짚으며 제임스에게 속삭였다.

“제임스. 이름만 대답하랬다고 그렇게 멍청하게 대답할 것까진 없어요.”

“어? 어어······ 너가 시킨대로 했을 뿐이야.”

진짜 연기 못하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제임스는 지금 반쯤 기억상실에 걸린 상태야. 많은 걸 기억하진 못하니까, 막 그렇게 물어보면 안 돼. 억지로 기억하려고 하면 두통에 시달리거든.”

“아, 그렇구나······.”

“저런, 어쩌시다가······ 탑에서 몬스터에게 당해 머리를 다치기라도 하셨나 보네요.”

“같이 지내는 동안, 우리가 많이 도와드릴게요.”

아이들은 제임스를 딱한 눈으로 보다가 삼삼오오 흩어졌다.

제임스는 큰 충격을 받은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중얼거렸다.

“내가······ 다쳐서 기억을 잃었다고? 톨른의 타워 경비대원인 내가?”

“제임스. 기억을 잃은 충격이 큰 건 알겠지만, 기운 내요. 앞으로 나도 도와줄 테니까.”

내가 씩 웃으면서 제임스의 어깨를 두드리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수! 어떻게 나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 수 있어! 아무리 그래도, 내가 어디 가서 두들겨 맞고 기억 잃을 정도로 약한 사람 아니라고!”

“푸하하! 한동안은 그런 척하고 지내요. 그게 편할 테니까. 됐고, 밥이나 먹죠. 어제부터 먹은 게 없어서 뱃가죽이 달라붙겠네요.”

“밥?”

밥이라는 말에, 제임스의 입가에 침이 흘렀다.

“정수, 그럼 자네 세계에는 라면 같은 게 쌓여 있는 건가? 마치······ 천국처럼 말이야.”

“뭐, 그것보다 맛있는 것도 있죠. 잠깐 앉아있어요.”

“그것보다 맛있는 거라고? 그러면 백 년이고 천년이고 기다릴 수 있지!”

나는 침을 줄줄 흘리는 제임스를 앉혀놓은 채, 치킨과 피자를 시켰다.

제임스는 치킨과 피자를 보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어마어마한 속도로 피자와 치킨을 잡아 입에 넣고는······.

“정수.”

“네? 왜요?”

“나 집에 안 갈래.”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잠시 눈을 끔뻑이자, 제임스가 닭다리를 뜯으며 외쳤다.

“이 음식들은 신이 만든 게 분명해! 오, 신이시여! 이런 음식들을 두고 톨른에 돌아갈 수는 없어!”

“나, 참! 무슨 소리를 하나 했네! 제임스! 애처럼 굴지 마세요!”

“어차피 돌아가면 경계근무나 서고 빨래나 해야 하는데, 여긴 이런 맛있는 음식이 잔뜩이잖아! 천국이라고!”

제임스는 허겁지겁 치킨과 피자를 입에 욱여넣었다.

저게 그렇게까지 맛있나, 싶기도 하지만, 라면에 눈이 돌아갔던 사람들이니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하지.

“천천히 드세요. 부족하면 더 시킬 테니까.”

“시킨다니? 누굴 시켜?”

“아, 그······ 연락을 넣으면, 음식점에서 음식을 가져와줘요.”

제임스는 그 대목에서 더 놀란 듯했다.

“영지민을 하인처럼 부리다니······ 너희, 귀족 가문이었어?”

“아니, 배달의 종족 어플······ 아, 그 돈 주고 하는 거라고요.”

“영지민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좋은 귀족이구나.”

“······일단 먹기나 해요.”

결국, 피자 두 판에 치킨 두 마리를 더 시키고서야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제임스는 손에 남은 기름기까지 쪽쪽 빨아먹으면서 말했다.

“끄윽. 정말 맛있군. 배가 부르니, 좀 움직이고 싶은데.”

“그래요? 뒷마당이라도 좀 걷죠.”

제임스를 데리고 뒷마당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

썩 반가운 모습인지, 제임스가 웃으며 말했다.

“정수. 자네 마을 친구들도 자네만큼 열정적이네. 보기 참 좋아. 물론, 다들 실력은 형편없어 보이지만.”

“다들 아직 배우는 단계니까요.”

“걸음마 수준이군. 나 어릴 때가 생각나. 그런데······.”

아이들의 검술을 유심히 보면 제임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 다들 움직이는 게 내 검술과 아주 비슷해 보이는걸?”

“맞아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르쳤거든요.”

“호오. 그럼, 내가 저들의 스승의 스승뻘이군. 잘됐네. 내가 조금 도와줘 볼까?”

그렇게 말하며 목을 돌리고 몸을 푸는 제임스를 보며, 나는 기겁했다.

“안 돼요! 제임스가 상대했다가 아이들이 다치면 어떡해요!”

“응? 다치다니?”

“제임스 때문에 제 손목이 돌아가서 엄청 고생한 거 기억 안 나세요? 여기선 다치면 톨른처럼 쉽게 치료할 수 없어요!”

제임스와 검을 맞댔다가 손목이 몇 번 돌아갔던가?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환상통에 시달리는 기분이다.

그런데, 막상 내 말을 들은 제임스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피식 웃더니.

“아, 괜찮아. 그거 일부러 한 거거든.”

“······뭐요?”

“설마 내가 그 정도로 힘 조절도 못 할 줄 알고?”

뭐 이 자식아?

나는 넋이 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열 받는다기보다는······ 이게 배신감인가?

어이가 없어 죽일 듯 째려보는 내 시선은 무시한 채, 제임스가 웃었다.

“자, 그럼 검술 좀 가르쳐볼까! 밥값은 해야지!”

두고 봐라, 제임스.

빨리 강해져서 언젠가 이 수모를 갚아줄 테니까.

*

고아원에 제임스만 두고 가기엔 걱정된 나는, 제임스가 이곳에 적응하기까지 등탑을 중단하고 함께 지내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는 제임스에 관한 이야기를 밖에서 하지 말라고 거듭 당부하면서, 제임스를 좀 챙겨달라고 했다.

그리고, 아이들의 도움을 받은 제임스의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와! 수염 하나 없다고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네. 모델이라고 해도 믿겠다.”

“모델은 누구야? 나는 제임스야.”

제임스는 없어진 수염이 어색한지, 계속해서 턱을 매만졌다.

원래는 갈색 턱수염이 덥수룩하고 입고 있던 갑옷도 지저분했는데, 면도하고 씻으니까······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하긴, 원래 키도 있는 데다 평생 검을 휘두른 만큼 몸도 탄탄하니, 원판은 괜찮을 수밖에.

이래서 사람이 꾸며야 한다고 하는 건가?

씻고 나온 제임스는 햄버거 세트 세 개를 해치우고는 콜라를 쪽쪽 빨며 말했다.

“흠, 정수. 생각을 해봤는데, 며칠째 이렇게 신세만 지니까 미안하더라고. 이곳은 사람이 많으니, 내가 빨래라도 하는 게 어떨까?”

제임스는 경비대원 중 막내로서 음식과 빨래 담당이었다.

음식은 내가 온 뒤로 반강제로 손을 놓게 된 모양이었는데, 또 내가 빨랫비누를 쥐여준 뒤로 빨래 장인으로 불리며 선임들의 이쁨을 받곤 했었지.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요. 우리는 빨래해주는 친구가 따로 있거든요.”

“오, 여기도 빨래 당번이 있는 건가? 그 친구에게 얘기해서 나와 교대하지!”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제임스를 세탁실로 데려갔다.

위이잉, 위이잉.

“······이럴 수가!”

제임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빠, 빨래를 해주는 친구가 아티팩트였다고? 그럼 힘들이지 않고 빨래를 할 수 있는 거야?”

“맞아요. 우리 세계에서는 보편적인 친구죠. 거의 집마다 하나씩 있어요.”

텅, 텅.

얼마 전에 고아원을 뜯어고치면서 새 걸로 바꾼 세탁기를 두드리자, 제임스가 바닥에 엎어지며 오열했다.

“여태까지 찬물이 흐르는 강가에서 바위에 문대고 방망이로 두드리며 빨래를 한 내 고생은······ 난 대체 뭘 해온 거지? 경비대원들의 냄새 나는 속옷을 주물럭거리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데!”

제임스의 진한 회의감과 상관없이, 세탁기는 잘만 돌아갔다.

역시, 새 제품이 좋긴 좋아.

반짝거리는 게, 빨래만 아니라 기분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달까?

그렇게 흐뭇하게 웃는데, 제임스가 벌떡 일어나 굳은 얼굴로 내 어깨를 잡았다.

“정수.”

“뭐예요, 그 무서운 표정은.”

“더는 안 돼.”

“······뭐가요?”

“네가 내 식사 당번 자리를 빼앗은 것까지는 참았어. 하지만, 이제는 세탁 당번까지 빼앗길 위기라고! 이건 절대 톨른으로 가져오지 마! 막내로서 내 가치를 빼앗지 말라고!”

일이 없어지면 좋은 거 아닌가?

그리고 방금, 냄새 나는 속옷 만지기 싫다고 했잖아?

아, 설마······ 선임들한테 가스라이팅 당했나······.

하긴 제임스는 3년째 막내라지.

마인드가 완전히 잡일 담당으로 굳혀졌을 만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가져가도 못 써요.”

아마도, 콘센트가 없으니 말이지.

그런데 요즘은 마나를 동력으로 하는 제품도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탑에 올라가서 쓰기 위한 간소한 것들이지만.

마나 동력원이 발전하면 또 모르겠네.

*

상인 길드 ‘골드코인’ 길드 마스터 장강혁의 사무실.

장강혁은 굳은 얼굴로 의자에 앉아,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톡, 톡, 톡.

그 앞에 앉은 남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면목 없습니다.”

“됐다. 네 잘못이 아니니. 드래곤 마스크. 그놈이 98층에서 차원석까지 가지고 내려올 줄이야.”

장강혁은 손가락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곤란하게 됐어. 본사에서 심기가 크게 상하신 모양이야.”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특별 지령이 내려왔다. 녀석이 처음 등장한 광주에, 다시 한번 균열을 연다.”

“하지만, 이미 한 번 실패한 일 아닙니까? 왜 하필 또 같은 곳에다가······.”

장강혁은 씩 웃으며, 서류를 꺼내 건넸다.

그 서류를 본 남자의 눈이 커졌다.

“이, 이건! 맙소사! 이 정도 규모의 균열을 단숨에 열려면 제물과 마나 스톤이 얼마나 필요한지 상상이 안 갑니다.”

“이번에는 그런 벌레들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물론, 이번에는 목적도 다르지.”

서류에는 엄청난 레벨의 몬스터가 소환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목적이 다르다면, 이번에는 탑의 존재께 제물을 바치려는 게 아닙니까?”

장강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마스크 사냥을 준비한다.”

“허─”

“드래곤 마스크의 정체는 몰라도, 전격 계열 마법사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 놈의 전격 마법이 먹히지 않는 몬스터를 소환해 그놈의 모든 걸 끄집어내는 거다. 탐색전이지.”

“고작 탐색전에 이런 강력한 몬스터를 쓰는 겁니까?”

“그래. 윗분들이 단단히 마음이 상하신 모양이야. 그러니······ 이번에는 실패 없도록.”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받아 품에 넣고는 짙은 미소를 띤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놈의 모든 걸 파악하겠습니다.”

“그래. 너희는 드래곤 마스크가 몬스터를 상대로 고전하며 놈의 모든 걸 파악하는 동안, 다른 랭커들의 발을 묶는 것. 그거면 된다.”

“예! 정말 완벽한 계획입니다! 실수 없게 처리하겠습니다! 디아블로에 영광을!”

남자가 나간 뒤, 장강혁은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웃었다.

“드래곤 마스크. 네놈이 레벨 110의 몬스터도 막아낼 수 있을지 기대해보지.”

*

“끄아아악!”

별안간, 제임스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방에서 가계부를 작성하고 있던 나도 덩달아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인간이 저렇게 꽥 소리 지를 인간이 아닌데?

나는 급히 방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무슨 일이에요!”

거실에서 제임스가 구르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것이,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듯했다.

그런데 그 앞에 아이들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딱 보니까 제임스랑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던 모양인데?

“형, 제임스가 레고 밟았어.”

“그것도 제일 뾰족한 걸로!”

제임스는 발바닥을 움켜쥐고 눈물을 흘렸다.

“끄아아아! 정수! 이건 뭐지? 곰 덫인가?”

나는 혀를 쯧쯧 차고는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어휴, 저게 123레벨이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