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90화 (190/220)

190화

박우형과 김수아 선생님의 결혼식을 스몰웨딩으로 준비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나와 형들은 박우형에게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형이 형. 왜 친한 몇몇 사람들만 초대하는 결혼식으로 하려는 거예요? 오고 싶다는 사람들 엄청 많은 것 같던데요.”

“그러게. 안 그래도 저번에 기자회견을 한 이후에 우형이 형 결혼식에 꼭 가겠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거든. 내 주변에도.”

나와 김정범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묻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우승이 갑자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말하기 시작했다.

“난 알 것 같은데. 사실 우형이 형이 서준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딱히 친분을 쌓는 사교활동을 하거나 그러질 않았잖아.”

“맞네. 사실 나도 서준이 덕분에 우형이 형을 처음 알게 되긴 했어. 그전까지는 배우 모임에도 한 번을 안 나왔으니까.”

김우승의 설명에 그제야 김정범도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처음 박우형의 매니저를 만났을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듣긴 했었다.

우형이 형은 쉬는 동안에도 일절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심지어 김정범의 말처럼 어디 사교 모임에 초대받아도 가질 않는다고 말이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우형이 스몰웨딩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승이 말이 맞아. 사실 서준이를 만나기 전까지 연기에만 집중을 했지, 딱히 사람들과 친해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 데뷔 이후부터 연기에 진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몇 번 심도 깊은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워하는 게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그때부터 그냥 혼자 공부했었고.”

내가 처음 만났을 당시의 박우형이라면 그럴 만도 했다. ‘연기’라는 버튼이 눌리면 사람이 초록 괴물로 변신하듯 돌변해버렸으니까.

거기에 평소에는 단답형 대화 말고는 말도 거의 없는 사람이었으니. 진짜 연기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의 박우형과 처음 만났을 당시의 박우형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괜히 농담처럼 김정범이 ‘우형이 형은 평생 장가 못 갈···. 아니, 안 갈 줄 알았다니까.’ 하고 농담을 던진 게 아니었다.

“서준이랑 인연이 시작된 것도 같이 촬영하기 전에 전작 연기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만나보고 싶다고 했던 거였어. 어린 친구가 정말 말도 안 되는 연기력을 보여줘서. 일종의 팬심이었지.”

“그건 우형이 형 말이 맞아. 나는 지금도 쟤 연기를 보고 있을 때면 흠칫 놀라잖아. 근데 평소에도 비슷하게 놀라게 될 때가 있어.”

연기 말고 평소에도 가끔 날 볼 때마다 놀란다는 김정범의 말에,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요?”

“서준이 너 안에 무슨 산전수전 다 겪은 내 또래 배우가 들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가끔씩 든다니까. 그리고 좋아하는 것들도 은근히 아재 취향이야. 아재 개그부터 시작해서.”

깜짝이야. 가끔은 예리해지는 헛탐정 김정범의 촉이 꽤나 날카롭게 발동되었다.

다행히 지금 형들의 시선이 박우형의 얼굴을 향해 있던 지라. 내게 신경 쓰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결혼식을 챙겨 다닌 것도 아니었으니까. 내가 최근 좀 잘 되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초대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맞지맞지. 솔직히 우형이 형이 축의금이 아쉬운 상황이 아니잖아. 형 생각이 그렇다면 잘한 선택이라고 봐.”

역시. 차라리 박우형이 그저 그런 배우였더라면 일반적인 호텔 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하더라도 적당히 친분이 있는 이들이 올 터였다.

하지만.

넷티비에서 제작된 ‘왕자의 난’이 시즌1에 이어 시즌2 역시 대박이 났다. 거기에 시즌3의 제작설이 피어오르는 상황.

거기에 이런 기사도 나오고 있었다.

- 작년에 이어 올해의 골든 글로브의 주인공은 배우 차서준. 내년 골든 글로브의 주인공은 연사모의 배우 박우형?

└ 솔직히 가능성 있지. 시즌1 때 차 배우가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여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듯이. 이번에 공개된 왕자의 난 시즌2의 박우형 연기가 그냥 미쳤잖아.

└ 안 그래도 미국에서 배우 박우형에 대한 질문 글들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음. 저 배우 진짜 미친 사람 데려다가 찍은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래서 한국 네티즌들이 힐링 가족에서 박우형이 차 배우랑 동생들과 같이 여행 떠났던 거 보여줬잖아. ㅋㅋㅋㅋㅋㅋ 그거 보고서 외국인들이 (경악!) (믿을 수 없음!) 이런 이모티콘 엄청 띄움. ㅋㅋㅋㅋㅋ

└ 나도 그거 봤음. 그만큼 이번에 왕자의 난에서 보여준 박우형의 연기가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어. 괜히 할리우드에서 차 배우에 다음으로 박우형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는 게 아님. ㄷㄷ

└ 맞지. 아직 내년을 논하기에 이르지만. 내년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무조건 박우형이 들어갈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까지 나올 정도임. ㅋㅋㅋㅋ

이렇듯 현재 해외에서 차서준 다음으로 유명해진 배우가 박우형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우 박우형의 결혼식 사실이 알려진다? 얼굴도장을 한 번이라도 찍기 위해 올 사람들이 한가득일 것이다.

“말이 스몰웨딩이지. 들어가는 비용 따져보면 나나 우승이 너가 했던 것보다 더 들어갈걸?”

“괜히 사람들이 결혼식장에서 하는 게 아니야. 그래도 우형이 형 결혼식에 친한 사람들만 불러도 어마어마할 것 같은데.”

“맞아요. 데이븐이랑 가르시아 알렌도 무조건 온다고 했잖아요.”

정말 그랬다. 말이 스몰웨딩이지, 박우형이 나를 만나고 변한 뒤 친분이 깊어진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 사람이 배우든, 작가든, PD든, 감독이든 간에 말이다. 거기에 할리우드 스타인 데이븐과 가르시아 알렌까지 참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호화 하객인 셈이다.

“아, 그리고 결혼식 관련해서 서준이 너한테 부탁할 게 하나 더 있는데. 정확하게는 하준이랑 하윤이한테 할 부탁.”

응? 박우형의 갑작스러운 말에 나뿐만 아니라,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우승과 김정범 역시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축가야 이미 내가 부르기로 결정된 상황이고. 그것 말고 딱히 박우형이 부탁할 것이 없었기 때문.

“무슨 부탁인데요?”

“하준이랑 하윤이가 화동을 좀 해줄 수 있나 싶어서. 사실 나랑 수아가 만나게 된 것도.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도 하준이 덕분이잖아. 원래는 하준이에게 짧은 축가도 부탁하고 싶었는데.”

그건 안 된다. 아쉽게도 노래에 제법 재능을 보이는 하윤이와 다르게. 하준이는 노래도, 연기도 말만 꺼내도 질색하게 되었으니까.

가끔 시무룩한 얼굴로 구석에서 ‘왜 나만 노래 못해···.’ 하고 칭얼거리는 모습을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본 적이 있을 정도였다.

“아마 하준이도 형이 화동 부탁한다는 소식 들으면 엄청 기뻐할걸요? 하준이가 우형이 형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차하준 연애 조작단이 괜히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일전에 내가 하준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왜 영상통화를 하다가 김수아 선생님을 불렀냐고.

그때 하준이가 했던 대답이.

“우형 삼촌이랑 선생님이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았어. 삼촌도 엄청 좋은 사람이고, 또 우리 선생님도 지인짜 애들 엄청 사랑해주잖아. 그래서 나랑 서연이랑 친하게 지내면서 힘을 내듯 친구가 되면 좋을 거 같아서 불렀어.”

이거였었지.

그 결과가 지금 행복한 얼굴로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박우형이니 성공한 셈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니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왜 몸을 떨고 그래?”

“아, 아니에요.”

우리 도현 삼촌은 어떻게 하지?

*

- 배우 박우형, 오늘 일반인 연인과 비공개 스몰웨딩.

- 할리우드 스타 데이븐, 가르시아 알렌 결혼식에 참석해. “연사모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 왔습니다.”

- 차서준 축가, 차하준, 차하윤의 화동과 함께한 배우 박우형의 행복한 결혼식.

- 가까운 지인들과 비공개로 진행된 배우 박우형의 결혼식.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준 큐피드 배우 차서준.

└ 뭐임? 진짜로 데이븐이랑 가르시아 알렌이 저렇게 말했다고? 한국말로?

└ 그럴 리가 ㅋㅋㅋㅋㅋ 당연히 영어로 말했겠지. 그보다 이제는 진짜 연사모가 글로벌로 진출했네. 할리우드 스타들이 결혼식 축하해주기 위해 오다니. ㄷㄷ

└ 축의금도 안 받았다고 함. 정말 가까운 지인들의 축하 속에 행복한 백년해로 약속한 듯. 부럽다. ㅠㅠ

└ 이제 차 배우 옆에 아직까지 솔로로 남아있는 사람 누가 있을까 살펴봤는데. 구름엑터스 대표가 아직까지 솔로임. ㅋㅋㅋㅋ

└ 그런데 서도현 대표 엄청 일벌레라고 하던데. 거의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집에 간다고 할 정도로. 그런 노력 덕분에 구름엑터스가 몇 년 사이에 업계 탑급이 되었잖아.

박우형과 김수아 선생님의 행복한 결혼식을 다녀오니. 어느새 내 졸업식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와 버렸다.

배우 차서준의 초등학교 졸업식이 있기 며칠 전. 나는 그와 관련하여 서도현과 대화를 나누어야만 했다.

“아무래도 이번 졸업식은 기자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을 거다.”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형들도 졸업 축하를 해야 한다면서 오겠다고 했거든요.”

“그렇지. 거기에 이번에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발표 때문에 더 열기가 뜨거워진 상태니.”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올해 오스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발표되었다.

공개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영화 ‘라이프’에서 주인공 제이스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차서준의 이름이 올라갔다.

그 덕분에 아마 졸업식 당일에는 진짜 학교 입구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삼촌이 최대한 상황을 정리해둘 테니까. 서준이 너는 졸업식장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 인터뷰를 좀 길게만 해주고 들어가면 된다. 알았지?”

“네! 그 정도는 문제없어요.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기자들이 막무가내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점인 거 같아요. 이게 다 삼촌 덕분이에요.”

서도현이 갑자기 초월적인 힘을 발휘해서 기자들의 막무가내 출입을 막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영화 ‘라이프’의 천만 관객 공약으로 출연했던 ‘트로트 왕자’. 거기서 유입된 차 가수 팬들의 행동력이 엄청났던 것.

어머님 팬들의 화력에 기자들도 쉽사리 장난질을 치지 못하게 된 셈이다.

며칠 뒤.

나는 졸업식장에 들어가기 전. 입구 앞에 엄청나게 몰려온 기자들 앞에 섰다.

“차 배우!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오랫동안 다닌 학교 졸업식인데 현재 소감은 어떤가요?”

누가 본다면 고등학교나 대학교 졸업을 앞둔 소감을 묻는 것 같았지만.

정작 저 질문의 대상자인 차서준은 이제 겨우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상황.

“너무 아쉬워요.”

아쉽다는 내 말에 기자들이 너도나도 손을 든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겠지.

“6년 동안 학교 친구들과 정말 많이 친해졌거든요. 그런데 이제 졸업하고 나면,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또 헤어지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새벽부터 학교 앞에서 기다린 기자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기사 타이틀 넣기에 얼마나 좋아. ‘너무 아쉬워요. 배우 차서준의 충격 발언!’ 이렇게 말이다.

사람들이 기사를 눌러 보면 ‘친구들과의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이렇게 낚시성 내용이 담겨있을 것이다. 도치법을 쓴 것일 뿐 틀린 말은 아니니.

“지금 차 배우에게 정말 많은 감독님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할리우드에서도요. 혹시 차기작은 결정되었나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었다. 보통 지금쯤이면 차기작에 대한 발표를 했었던 배우가 나였으니까.

하지만.

“아니요. 지금 삼촌과 같이 작품들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마 차기작 소식은 조금 더 뒤에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며칠 뒤엔 동생 유치원 졸업식도 다녀와야 하고. 또 다음 달에는 미국도 가야 하는 일정들이 많아서요.”

하준이의 유치원 졸업식 이야기에 기자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린다.

저 미국 일정이 오스카를 의미했는데. 그 앞에 있는 건 동생의 유치원 졸업식이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느낌이었으니까.

이제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

오스카라고도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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