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88화 (188/220)

188화

‘트로트 왕자’의 인기가 과연 얼마나 뜨거웠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탑6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전석 매진이라고?”

“네. 서울에선 무려 10,000석이 넘는 규모의 체조 경기장을 섭외했는데에도.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되어버렸대요. 지방 일정 티켓들도 마찬가지고요.”

“안 그래도 삼촌도 그 소식 들었다. 업계 관계자들도 모두 놀랐다고 하던데. 무슨 탑급 아이돌 콘서트 티켓 예매 전쟁인 줄 알았다면서.”

오죽하면 ‘트로트 왕자’로 엄청난 재미를 본 예능국장이 장우철 PD에게 하루라도 빨리 시즌2를 준비하라고 닦달을 했을까.

바로 남성부를 편성하기엔 현재 탑6의 아성이 너무 높은 터라. 다음 시즌은 여성부로 한다고 들었다.

“누가 농담처럼 그런 말을 하던데. 배우가 아니라 트로트 가수로 나가도 괜찮겠다고. 그래서 삼촌이 우리 서준이는 둘 다 해도 된다고 했지.”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승을 차지한 김한결과 맞먹는 팬층을 가진 사람이 배우 차서준. 아니, 가수 차서준이었으니까.

우스갯소리로 서울에서 준비 중인 탑6 콘서트를 차서준 혼자 단독으로 해도 순식간에 매진이었을 거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역시 삼촌의 안목이 엄청난 것 같아요. 생각지도 않던 트로트 오디션에 관객 공약으로 참가를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되었잖아요.”

내가 정말 존경의 마음을 담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서도현을 바라보자.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삼촌도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랑을 받을 줄은 몰랐다.”

마치 비밀을 고백한다는 듯 서도현이 말한다. 그 묘한 표정에 그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압도적인 흥행을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조차 직접 경험해보니 놀랄 정도인데.

이건 좀 성공 가능성이 있겠는데? 이런 생각으로 천만 관객 공약으로 ‘트로트 왕자’ 출연을 제안했던 서도현은 얼마나 놀랐겠는가.

지금 배우 차서준의 차기작 제안보다 더 많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트로트 가수 차서준의 행사 섭외 요청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일단 어머님 팬들이 가수 차서준의 노래를 너무나도 원하고 계신 상황이니. 전문가 섭외해서 곡을 받아볼 생각인데. 서준이 네 생각은 어떠니?”

“저도 좋다고 생각해요. 일단 라이프로 내년 초에 있을 시상식이 있기 전까지는 차기작 활동을 좀 쉬기로 했잖아요.”

“그렇지. 배우에게 있어 꾸준한 작품 활동도 좋지만. 감정적인 소모가 특히나 심한 캐릭터를 한 뒤에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김도경 시절을 모르는 서도현의 입장에선 당연한 걱정이자, 소속사 대표로서 하는 아끼는 배우에 대한 케어였다.

할리우드에서 그 어떤 매력적인 제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그것은 아직 어린 배우에 대한 구름엑터스 대표이자, 삼촌인 서도현으로서의 결단이었다.

“고마워요 삼촌.”

“뭘. 당연히 대표로서 해야 하는 일이지. 그보다 혹시 힘들거나 그런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삼촌에게 말해야 된다. 알았지?”

“네.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삼촌에게 가장 먼저 말할게요.”

“녀석.”

서도현이 저렇게 걱정하는 이유가 있었다. 세르지오 디난테 감독의 영화 ‘라이프’가 내년에 있을 골든 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에 언급될 정도로 뛰어나다는 건.

그만큼 촬영 과정에서 있어 배우의 감정 소모가 심했다는 뜻이었다. 특히나 생존을 위해 극한의 상황에서 발버둥치는 제이스를 연기했던 나였으니까.

그래서였을까.

“서준아. 삼촌은 가능하면 내년 초까지는 차기작에 대한 고민 없이 푹 쉬었으면 좋겠는데. 힐링 가족 촬영과 광고 정도만 소화하면서. 삼촌 생각은 그런데 서준이 네 생각은 어떠니?”

‘라이프’의 촬영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서도현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저 말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 ‘라이프’가 공개되고 할리우드에서 러브콜들이 쏟아졌을 때에도 서도현의 생각은 그대로였다.

아직 어린 배우 차서준이 오랫동안 연기 생활을 하기 위해선. 때로는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배우가 연기할 때 소모하는 감정이란 것이 무한적인 게 아니다. 사람이 어딘가에 극한으로 몰두하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치기 마련이지. 아직 배우로 작품을 할 날들이 지금까지보다 몇 배는 남은 상태인데. 삼촌은 무조건 서준이 널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거다.”

김도경 시절의 경험이 있기에 괜찮다고 말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서도현의 저 말을 듣는 순간 삼촌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러면 일단 탑6 전국 투어 콘서트 일정은 그렇게 소화하는 걸로 하고. 가수 차서준의 노래는 삼촌이 진행되는 대로 알려주마.”

“네. 삼촌 믿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신뢰 가득한 내 말에 서도현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더니 한 가지가 떠올랐는지 내게 물었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에 예약 좀 하나 해달라고?”

“네. 이번 크리스마스이브가 토요일이잖아요. 그래서 가능하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세 가족 정도가 파티를 벌일 수 있는 곳으로 예약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하준이, 하윤이 친구 가족들과 함께 보내려고 하는구나?”

“맞아요.”

내가 나오는 ‘힐링 가족’을 잊지 않고 다 챙겨보는 서도현이었다.

당연히 하준이, 하유인이의 단짝 친구들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황.

“그러면 그것도 삼촌이 다 준비를 해줄 테니. 서준이 너는 콘서트 준비에 집중하렴. 가수 차서준을 보기 위해 비싼 티켓값과 먼 거리를 오는 팬들이니까. 알았지?”

“네!”

*

하준이, 하윤이가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언제일까. 생일? 그것도 맞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바로.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였다. 정확히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는 파티를 기다렸던 것. 우리 가족끼리 하는 것이 아닌 하준이, 하윤이의 단짝 친구들 가족들과도 함께하는 파티였다.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가 평일이었던지라. 우리집에 모여서 엄마들과 애들만 모여 홈파티를 했었다.

하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이브는 바로 토요일. 아빠들도 쉬는 날이었기에 특별히 장소를 조금 옮겼다.

“형아! 여기 너무 좋아. 고마워!”

“엉아! 정말 최고!”

서울 가까운 곳에 근사한 독채 풀빌라로 잡은 것. 바비큐 파티와 선물들도 잔뜩 준비했으니. 좋아할 애들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당장 풀빌라에 도착하자마자 동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날 안아준다. 큰맘 먹고 돈을 쓴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 짐을 다 풀었을 무렵. 서연이네 가족과, 은서네 가족이 도착했다.

“서연아!”

“은서야!”

이상하다. 방금 전까지 내가 최고라며 안아주고 있던 하준이, 하윤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순식간에 곁에서 사라진 동생들이 단짝 친구들과 방방 뛰고 있었다.

“올해도 초대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이건 오늘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아서 선물로 가지고 왔어요.”

“저도 조금 가지고 왔어요. 우리 은서가 오늘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이제는 자주 서로의 집에도 초대하여 자주 만난다는 엄마들. 그리고 오늘 처음 만나게 된 아빠들까지.

이미 하준이, 서연이, 하윤이, 은서. 이 넷은 옷을 갈아입고선 우다다 풀장으로 달려가 버렸다.

조금 거리가 있고, 또 크리스마스 성수기라 숙박비가 만만치 않지만 여기로 잡은 이유가 있었다. 실내 대형 온수 풀장이 있기 때문.

12월의 추운 날씨에 밖에서 물장구를 쳤다간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니. 벌써 물놀이를 시작했는지 까르륵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동생들이 내가 준비한 온수 풀장 선물에 매우 기뻐하는 걸 보니 행복하다.

“오늘 초대 정말 감사드립니다. 처음에 집사람이 애들만 데리고 가면 된다고 해서 무슨 소린가 했었는데. 이렇게 다 준비를 하시다니.”

“저희도 그 이야기 듣고 작게 선물들을 챙겨오긴 했는데. 이렇게 근사한 곳이라 그냥 와도 괜찮은지 걱정이네요.”

“서준이가 크리스마스를 위해 다 준비했다고 하니. 오늘 편하게 즐거운 시간 가지면 될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맥주 한 잔부터 시작할까요?”

놀이터에서야 몇 번 고개 인사를 했다지만. 이렇게 함께하는 건 오늘이 처음인 아빠들이었다.

역시나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방법은 시원한 맥주 한 잔부터겠지. 그럴 줄 알고 이미 시원한 병맥주들로 쫙 준비를 해두었다.

“어머? 정말요?”

“정말이에요. 그래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이제는 제법 친해진 엄마들의 대화 소리에 즐거운 웃음이 가득하다.

확실히 하준이, 하윤이가 친해진 단짝들의 가족들도 사람이 좋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같은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을 테니.

“형아! 빨리 와!”

“마자! 얼른 와!”

이런. 아빠들이나 엄마들 사이에 끼려고 했는데. 그 시도는 빨리 풀장으로 오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동생들 때문에 실패로 돌아갔다.

세르지오 디난테 감독의 영화 ‘라이프’를 찍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왜냐고?

“형아! 나 이것도 배웠어.”

“나도! 은서랑 배워써!”

첨벙첨벙 능숙하게 물 위에서 움직이는 하준이, 하윤이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딘가에 조난당했을 때. 생존 수영은 필수라는 것을 영화를 통해 배운 것. 원래 배우던 수영에 열정이 더해진 셈이다.

심지어 단짝 친구들까지 꼬셔서 수영을 배우러 다니고 있는 동생들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물속에서 놀다보니 은근히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다. 머리를 말린 동생들은 어른들이 바비큐를 준비하는 동안 기절해버렸다.

“애들은 자니?”

“네. 물놀이를 너무 열심히 했나 봐요. 머리 다 말려주고 잠깐만 누워서 쉬라고 했어요.”

벌써 잠들면 어쩌나 걱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괜찮다. 애들의 체력은 조금만 자면 금방 급속 충전이 되니까.

정말로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자느라 조용하던 방에서 와글와글 아이들의 떠드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서준이가 골든 글로브 영화 부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면서요? 축하드려요.”

바비큐 파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난 뒤. 단연 대화 주제는 배우 차서준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오늘 내가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를 모두 준비해서뿐만이 아니라. 방금 나온 말처럼 내년 1월에 있을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

그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온갖 기사들로 도배가 된 탓에. 이 자리에 있는 서연이, 은서네 부모님들이 모를 수가 없었다.

“회사에 영화에 대해 좀 아는 친구가 있어서 들어보니까. 서준이의 라이프가 올해 골든 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을 탈 확률이 엄청 높다고 하더군요.”

“아, 저도 들었습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드라마 부문에 이어, 영화 부문으로 남우주연상을 타는 최초 기록이라고 하던데요.”

안 그래도 배우 차서준의 팬들의 관심이 향한 부분이 저것이었다.

과연 작년 ‘왕자의 난’으로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차서준이. 올해 영화 부문으로 남우주연상 수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우리 차 배우가 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골든 글로브에서 끝이 아니라, 바로 뒤에 있을 오스카에서도 남우주연상을 타야죠.”

“맞아요. 우리 차 배우가 라이프에서 얼마나 끝내주는 연기를 보여줬는데. 사실 팬클럽에서도 미리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들이 나오고 있어요.”

이런. 깜빡하고 있었다. 서연이, 은서네 엄마들 역시 배우 차서준의 열렬한 팬이라는 것을. 특히 팬클럽에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하준이, 하윤이 덕분에 알게 된 사적인 내용들은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잠시 후.

“우와!”

“우아!”

“대단해!”

“고맙슴니다!”

내가 하준이, 하윤이, 서연이, 은서를 위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들을 공개하자.

포장을 뜯은 애들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특히 서연이와 은서는 ‘어떻게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알았지?’ 이런 표정으로 기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었다.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사전 조사를 해두었거든. 내부 조력자인 하준이, 하윤이를 통해서 말이다.

“형아! 고마워! 사랑해!”

“엉아! 최고!”

“고맙슴니다!”

“우와!”

잠시 기쁨에 방방 뛰던 아이들이. 하준이를 시작으로 네 명 다 우르르 달려와 나를 안아준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동생들과 친구들. 그리고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 어른들의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까지.

이게 행복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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