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166화 (166/220)

166화

- CBS 주말 저녁을 책임질 신규 예능 ‘힐링 가족’ 편성.

- 대세 가족 예능에 뛰어든 CBS, ‘소소한 하루’ 이주연 PD의 새로운 도전.

- ‘힐링 가족’ 내달 첫 주말 첫방.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 예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소소한 하루’ 이주연 PD가 만드는 가족 예능 ‘힐링 가족’은 어떨까.

└ 뭐야? 기껏 시청률 안 나오는 프로 내리고 한다는 게 가족 예능임? 이거 다른 시간대지만 타 방송사에서 보여줄 그림들은 이미 다 보여준 거 아님?

└ 보나마나 여기도 무슨 새로 오픈한 키즈카페, 입장료가 미친 테마파크. 이런 데나 광고 받아서 보여주겠지. 저번에 다른 곳에서 나온 곳 가보려고 했다가 비용 보고 포기함. ㅠㅠ

└ 요즘 심해도 너무 심해요. 엄마! 나도 저거 사줘! 라고 애들이 하도 원해서 검색해 보면··· ㅎㄷㄷ 보나마나 제목만 힐링이고. 또 광고판 예능이겠네요.

└ 광고야 둘째 치고. 이거 아무리 이주연 PD가 만든다곤 하지만 후발주자인데 시청률이 나오려나? 이미 애들 있는 유명 연예인들은 다른 쪽에서 다 쓸어갔는데?

└ 한 자리 수 시청률 좀 찍다가 폐지되겠지 뭐. 가족 예능이 유행이라고 여기저기서 다 따라 만들었지만. 원조 빼고는 이제는 다들 시들해졌잖슴.

CBS 예능국 ‘힐링 가족’ 회의실.

국장실에 간 이주연 PD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건. 당연히 방금 올라오기 시작한 기사들에 관한 것이었다.

“기사 반응은 어때?”

“최악이죠 뭐. 무슨 첫방과 동시에 망해버리라고 고사를 지내는 것 같아요.”

“아니. 우리 PD님 마지막까지 소하에서 시청률 잘 뽑았는데. 망해서 쫓겨났었던 거라니. 사람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혹시나 댓글 달지 마. 이런 분위기에 옹호하는 말 꺼냈다간. 넷티즌 수사대가 뒷조사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일제히 올라오기 시작한 ‘가족 힐링’ 기사들의 댓글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기사를 넘어서 각종 커뮤니티 반응 역시 부정적.

그때였다. 회의실 문이 열리며 국장실에 다녀온 이주연 PD가 등장한 건.

“다들 모여 있었네? 기사 뜬 거 봤지? 예상보다 많이 매콤하던데?”

“이건 매콤이 아니라 핵불닭 맛인 것 같아요. 캡사이신 100배 수준이에요.”

“댓글들만 보면. 우리 프로그램이 무슨 첫방도 전에 벌써 망한 것 같은 반응이던데요.”

이주연 PD는 툴툴거리는 작가들의 말에도 미소를 지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홍수처럼 쏟아졌었던 포맷을 똑같이 들고나온 것처럼 보일 테니.

아무리 기획 단계부터 타 방송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두었다지만. 아직 첫방이 나가지 않은 터라 시청자들에게 크게 다가가진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이주연 PD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것은 방금 다녀온 국장실에서도 마찬가지.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현 상황에 만족스러운 표정까지 짓고 있던 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던 이주연 PD였다.

“일단 다음 촬영지 사전 답사 결과 보고부터 듣자.”

분명 회의실 분위기가 좋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아직 시작도 전인 프로그램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었으니까.

심지어 이제 이주연 PD가 ‘소소한 하루’를 하차한 이유도. 감이 다 떨어져 퇴물이 된 것 때문이 아니냐는 악플까지 있을 정도.

그러나.

작가들을 비롯한 막내 PD까지. 회의실에 앉은 그 누구의 얼굴에도 어두움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서준이네 가족이 갈 곳부터 말씀드리자면. 꽤나 괜찮았어요. 동선도 잘 뽑힐 것 같고. 그림도 예쁘게 나올 것 같고요.”

“체험존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그것도 저희가 다 직접 해봤는데. 애들이 꽤나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다른 출연자 가족들이 갈 곳에 대한 사전답사 보고까지. ‘힐링 가족’ 제작팀의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회의가 다 끝난 뒤.

막내가 사 온 샌드위치를 입에 문 채로. 조만간 공개될 기사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준비된 다음 기사 나가면 여론 싹 바뀌겠죠?”

“바뀌다 뿐이겠어? 아마 지금 욕하는 사람들도 첫방 언제 하냐고 기다릴걸.”

“제가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해봤지만. 이번만큼 광고 잘 붙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 정도 수준이 아니지. 오히려 이쪽에서 선별해서 받아야만 했을 정도였잖아.”

내일이었다.

지금 사람들이 계속해서 욕하고 있는 ‘힐링 가족’의 출연자 가족들이 공개되는 시간이.

“자자. 내일이면 분위기가 반전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일에 집중합시다.”

이주연 PD가 마치 예언하듯 말했다.

*

- CBS 신규 주말 예능 ‘가족 힐링’에 배우 차서준이 떴다.

- 배우 차서준의 차기작은 영화, 드라마가 아닌 예능? ‘가족 힐링’에 고정 출연 결정.

- 대세 연예인. 배우 차서준의 첫 고정 예능 ‘가족 힐링’ 첫방은 언제?

- 차 배우가 떴다! CBS 가족 예능 ‘가족 힐링’에 출연을 결심한 배우 차서준.

└ 아니!!! 차 배우의 차기작 소식을 그렇게 기다렸는데. 차기작 소식이 아니라 예능 출연을 보게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

└ 그보다 대체 어떻게 섭외한 거지? 예전 소하에서 몇 번 같이한 인연으로 섭외한 건가? 아니. 그보다 우리 차 배우 예능 고정 출연은 처음 아니에요?

└ 지금 우리 차 배우 몸값이 얼만데. 당장 충무로에 차 배우 원하는 감독이 한둘이 아님. 스타 작가들 중에서도 차 배우랑 작업하고 싶다고 인터뷰하고 있는 판에. ㅋㅋㅋㅋ

└ 맞지. 그나마 이해가 가는 게 가족 예능이라는 점? 안 그래도 디멘션 소서러에 이어 왕자의 난까지 초대박을 치면서. 바깥 외출이 힘들 정도라는 말들이 나왔었잖슴.

└ ㅇㅈ 아직 어린 배우한테 적당히 해야지. 가족들이랑 나들이를 나왔는데 그렇게 사인, 사진 요청을 하면 어떡함. ㅉㅉ 놀지도 못하고 그냥 가는 거 보고 속상했단 글도 올라왔었는데.

└ 그나저나 정말 기대가 되네요. 우리 차 배우의 가족 사랑이야 각종 수상 소감에서도 수없이 나왔었는데. 동생들이랑 첫 예능 출격이라니!

분명 처음 ‘가족 힐링’이 편성된다는 기사가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꽤나 좋지 못한 반응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죽하면 내가 이주연 PD에게 괜찮으냐는 전화를 해야 했을까. 우려와 달리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정말 밝았지만.

사람들이 배우 차서준의 첫 예능 ‘가족 힐링’에 대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을 때. 나는 형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

“역시 서준이야. 그냥 출연 가족 발표가 나자마자 분위기가 반전되네.”

“나 같아도 그렇겠다. 쟤가 지금 탑 오브 탑. 아니, 어나더 수준이라니까. 솔직히 예능 촬영 결심 자체가 깜짝 소식인 수준이지.”

“맞아.”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김우승과 김정범의 손에는 각각 닭다리가 들려 있었다. 맞장구친 박우형의 손에는 닭 날개가.

특히 촬영 당시 운전대를 잡고 몇 시간씩 운전을 해야만 했던 김정범이다. 그 고마움으로 근사하게 쏜다고 했는데도 치킨을 선택한 형이었다.

“정범이 형. 제가 더 맛있는 곳으로 산다니까요. 형 덕분에 첫 촬영을 잘 마칠 수가 있었잖아요.”

“됐어. 집에서 이렇게 우리끼리 편하게 맥주에 치킨 먹는 게 더 좋아. 안 그래?”

“인정. 그런데 우승이는 집에 들어가야 되지 않아?”

박우형의 걱정에 김우승이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형들이랑 서준이를 만나러 가는 거잖아. 당연히 외박까지 허락을 받았지.”

특별히 외박권까지 얻었다며 활짝 웃는 김우승이었다.

“그러면 오늘 이 자리는 곧 방송될 서준이의 첫 예능을 축하하는 자리가 되려나?”

이런. 더 기쁜 소식이 있는데. 서도현이 혹여나 비밀이 새어나갈까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모양.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여기 있는 형들에게는 말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누구보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할 형들이었으니까.

“형들.”

“응?”

“어?”

“왜?”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자.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던 형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한다.

“어. 음. 그러니까요.”

생각해 보니. 그냥 나중에 확정 기사가 나올 때쯤에 말해도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자꾸만 목 끝에서 말문이 턱 막히게 만드는 형이 하나 보인다.

‘연기’에 미쳐 연애조차 관심을 두지 않는 배우. 박우형이 말이다.

내가 이야기를 꺼냈을 때. 오늘 과연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힘들 거 같은데.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떠오른다.

“무슨 일인데. 무슨 심각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혹시 정범이 형이 같이 힐링 가족 촬영가서 사고라도 쳤어? 어쩐지. 저 형이 치킨으로 만족한다고 할 때 이상하더라.”

“아니라고! 내가 촬영할 때 서준이, 하준이, 하윤이 다 데리고 얼마나 잘 다녀왔는데! 운전도 정속으로 몇 시간씩 했다고!”

김우승의 의심에 김정범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빨리 해명해달라며 나를 향해 눈빛 신호까지.

어쩔 수 없지. 그런 형들의 티격태격을 보면서 내가 담담히 말했다.

“형들. 저 차기작 결정됐어요.”

“진짜?”

“오.”

김우승과 박우형은 그냥 놀란 반응이었지만. 김정범은 아니었다. 같은 소속사인데 배우 차서준의 차기작 논의에 대한 기미조차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무언가 떠올랐는지 김정범의 고개가 이쪽으로 홱 향한 것은.

“어? 서준이 너 설마?!”

그런 김정범을 보며 내가 말했다.

“맞아요. 저번 미국에 다녀오면서 이야기가 좀 됐어요. 세르지오 디난테 감독님이 절 좋게 봐주셔서요.”

침묵이 찾아왔다.

허나 그 침묵은 잠시였다.

“뭐? 지금 서준이 네가 말한 사람이 저번 미국에서 만났던 감독님들 중 하나인 세르지오 디난테 감독님 맞지? 오스카의 남자라고도 불리고 수많은 할리우드 탑스타들조차 함께하길 원하는 그 감독. 저번에 서준이 네가 감독님들의 초청으로 가서 사진도 같이 찍어서 설마 했는데. 이런 기쁜 소식이 있을 줄이야. 혹시 어떤 내용인지 대략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

폭탄이 터졌다.

*

CBS 주말 예능 ‘가족 힐링’의 첫 방송 날.

이건 무조건 집에서 봐야지. 나는 엄마, 아빠, 하준이, 하윤이와 함께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형아. 이제 나 티비에 나와?”

“그럼. 저번에 정범이 형이랑.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랑 여행 다녀왔잖아. 기억나지?”

“응! 엄청 재밌었어!”

“마자!”

처음 카메라 앞에. 그것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촬영해야 하는 일이라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하준이, 하윤이가 생각보다 훨씬 잘했다.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와 김정범이랑 같이 여행을 다닌 것. 덕분에 이주연 PD가 좋은 장면을 많이 건졌다고 좋아했었다.

“저번에 우리 하준이, 하윤이랑 같이 논 모습들이 오늘 TV에 나올 거야. 식기 전에 피자부터 먹자.”

아직 광고도 나오기 전이었다. 때마침 도착한 피자가 식기 전에 먹어야지.

“피자 저아!”

“맞아! 피자도 맛있어!”

‘특별한 날 = 대게’ 이 공식을 가지고 있던 동생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내가 깜짝 선물로 보낸 피자의 신메뉴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 특히나 뜨끈한 피자에서 쭈욱 늘어지는 치즈가 재밌었던 모양이었다.

대게를 시켜줄까? 물었는데 피자! 하고 대답이 돌아온 걸 보면 말이다.

“엄마! 아빠! 드세요.”

“어머. 하준이가 엄마, 아빠부터 챙기는 거니?”

“네!”

기특하게도 접시에 한 조각씩 덜어주자. 엄마, 아빠를 먼저 챙기는 하준이었다.

“그나저나 서준아. 촬영하는 동안에 재밌는 일 하나가 있었다면서?”

“아, 그게···.”

“안 돼!”

아쉽게도 아빠의 궁금증은 해결될 수가 없었다. 옆에서 안 된다며 손을 내젓는 하준이 때문에.

하준아. 여기서 형의 입을 막아도 소용없단다. 이미 카메라가 그 장면들을 다 찍었어요.

“왜? 형은 그 모습을 되게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그, 그래도 안 돼.”

하준이의 태도가 제법 단호했다. 혹시나 오늘 방송에 그 장면이 나와서 다음부터 촬영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때였다. 광고 타임이 끝나고 ‘힐링 가족’의 첫 방송이 시작된 것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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