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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127화 (127/220)

127화

‘타임슬립’이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종영했다.

NBC에선 20부작으로 늘리지 못한 아쉬움에 땅을 쳤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로. 올해 최고의 히트작이 된 드라마 ‘타임슬립’이었다.

특히 비중 있는 조연들은 모두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았기에. 지금까지 무명이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배우들도 여럿이었다.

“서준아. 종방연은 어땠어?”

그런 ‘타임슬립’의 종방연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과 열광의 시간이었다.

“어제 엄청 즐거웠어요. 저는 1차에서 집에 갔지만 다들 2차에 3차까지 달렸다고 들었어요.”

“그렇겠지. 최근 드라마를 내는 족족 성적이 저조하던 NBC였는데. 이번 기회에 아주 제대로 터트렸으니.”

“맞아요. 그 덕분인지 감독님, 작가님뿐만 아니라. 다들 기쁨에 취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1차부터 술에 거나하게 취하진 않았다. 밖에 기자들과 팬들이 쫙 깔리기도 했고. 또 아직 술을 마시지 못하는 어린 강록인 내가 있었으니까.

대신 분위기만큼은 다들 술에 취한 것처럼 아주 뜨거웠다.

“기사 봤다. 이번에도 준비한 선물에 다들 기뻐했다면서?”

“네! 서준T에 다들 기뻐하더라고요.”

“당연하지. 방송가에 서준T를 종류별로 많이 가질수록 대박 작품을 많이 했다는 증거라는 농담도 떠돌고 있는데.”

배우 차서준이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감독부터 막내 스태프, 단역에게까지 선물한다는 서준T는 이번에도 인기가 좋았다.

오죽하면 배우 차서준과 함께하는 종방연의 인증샷은 서준T를 들고 찍는 게 의례라고 말할 정도였다.

무슨 용볼도 아니고. 7개를 모으면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아닌데. 다들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받았다.

그 덕분에 선물을 준비한 나 역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기쁘게 받아주는데 어떻게 안 기쁘겠어.

특히 공개 오디션으로 뽑힌 배우들은 다들 붉어진 눈가를 한 채로 찍었다. 심지어 이런 후기들도 많이 올라왔다.

[차 배우에게 받은 서준T (받고 찔끔 눈물 났었음. 운 거 아님. 진짜 아님.)]

└ 이번 서준T도 이쁘네요. 매번 막내까지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차 배우의 마음은 더 예쁘고요.

└ 농담처럼 저거 받으면 대박 난 작품 한 인증서라고 하던데. ㅋㅋㅋㅋ

└ 근데 다들 왜 눈시울이 붉지? 누가 보면 저 선물 받고 감동의 눈물이라도 흘리고 닦은 것처럼. ㅋㅋ

└ 저거 누가 썰 풀었는데. 촬영 초반 당시 처음 해보는 비중 있는 캐릭터에 긴장할 때. 차 배우가 다가와서 엄청 도와줬다고 함.

└ 저번에 작가도 그러고. 배우들도 저러는 거 보니까. 다들 왜 서준T를 받고 저리 기뻐하는지 좀 이해가 가네요.

└ 작품 끝나고 나면 항상 차 배우에 대한 미담들만 넘쳐남. 그래서 그런지 다들 차 배우를 엄청 아끼던데.

└ 나라도 그러겠다. 미친 연기력으로 작품 대박 터트려줘.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해줘. 또 끝나고 나면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선물도 줘.

서도현도 그 인증샷들을 본 모양이다.

“어제 인증샷들도 많이 올라오던데?”

“촬영 때문에 바쁘게 달리다가. 제가 선물한 서준T를 받고 나서야 실감이 난다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정말로. 술이 약한 배우들 중에 나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다가 눈물을 펑펑 흘린 배우도 있었다. 이제야 자신이 정말로 배우가 된 게 실감이 난다면서.

종방연을 찾은 팬들이 불러진 이름과 환호성. 그리고 나에게서 받은 서준T까지. 바쁜 촬영 일정에 숨 막히듯 달리다 그제야 달라진 인지도가 느껴지기 시작한 셈이다.

“삼촌. 하나는 좀 아쉬웠어요.”

“아쉬운 게 있었어?”

내 말에 서도현이 흥미롭다는 듯 묻는다. 매번 종방연을 끝내고 나면 즐거웠다는 말만 했던 나였으니까.

뭔가 특별한 이유가 나올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 이유를 듣는 서도현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2차를 못 가는 게 너무 아쉬웠어요.”

“뭐?”

내 말에 서도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농담 아닌데. 매번 종방연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물이나 음료만 마시는 건 고문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그간의 고생을 마무리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더. 내년이 되어도 고작 10살이니 아직 멀었다.

그렇게 어제 있었던 종방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눈 뒤. 서도현이 내게 들어온 광고들을 보여주었다.

“자, 이건 전에 말했었던 광고들 중에서. 서준이 네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려놓은 것들.”

“고맙습니다, 삼촌.”

이번에는 차기작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월드 코믹스 영화가 내년 말에 촬영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여름 방학쯤에 미국에 가서 촬영 관련 미팅을 가진 뒤. 겨울 방학 기간 동안에 촬영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 이제 휴식인가?”

“아니요. 영화제가 남았잖아요.”

내 말에 그제야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서도현이 스케줄을 적어놓은 달력을 확인한다.

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정이라고 별표까지 그려놓고선. 밀려오는 일들에 치이다가 깜빡한 모양.

“이런. 우리 도윤이와 서준이가 나가는 영화제를 잊을 뻔했네.”

그럴 만도 한 게. 이번에 우리 사총사가 참가하는 ‘어린이 감독 영화제’는 서도현에게 있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영화제인 셈이었다.

이름에 ‘영화제’가 들어가긴 했지만. 말 그대로 어린이 행사와 비슷한 규모의 것이었으니.

구름엑터스 소속 배우가 늘어난 만큼. 대표인 서도현이 해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정작 본인은 일이 많아지는 것에 행복해 보였지만.

“삼촌이 까먹은 거 알게 되면 도윤이가 삐질지도 몰라요.”

“도윤이의 첫 주연 영화니까? 심지어 서준이 너와 처음으로 찍은 작품이고.”

“네. 지금 자기 첫 주연 영화가 개봉된다고 얼마나 설레어 하는지 몰라요. 학교에서도 매일 날짜 체크만 하고 있어요.”

20분짜리 단편 영화였지만. 자신의 첫 주연작이라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김도윤이었다.

특히나 같이 출연한 배우가 나라는 사실에 더욱더 기뻐했다. 언젠가 정식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같이 하고 싶다면서 의욕도 불태웠다.

“사실 지환이를 돕기 위해 결정하긴 했는데. 조금 걱정이 되긴 했어요.”

“어린이 영화제에 탑급 배우가 나가는 거니까?”

“네. 아직 저도 어린이지만 아무래도 말이 나올지도 모르니까요.”

작은 올챙이들이 뒷다리를 쑥 나온 것을 자랑하는 자리였는데. 난데없이 거대 황소개구리가 나타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니.

어린이들이 미래에 감독님과 배우님을 꿈꾸며 참가하는 어린이 영화제였다.

그런 곳에 이제는 톱스타라고 평가받는 배우 차서준이 참가해버렸다. 혹여나 뒷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내 말에 서도현이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서준이 너 모르는구나.”

“네?”

“원래는 별로 관심도 거의 없는 영화제였는데. 이번에 서준이 너와 도윤이가 참가한 덕분에 다들 기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응?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나는 이내 서도현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서준이 네가 이번에 어린이 감독 영화제에 참가한다고 밝히면서. 영화제의 규모도 조금 더 커지고. 또 기자들부터 시작해서 많은 관심이 쏠린다고 하더구나.”

“주목도가 올라간 거네요?”

“그렇지. 다른 때라면 모를까. 이번에 배우 차서준이 참석한다는 소식에 기뻐하는 부모들이 많을 거다.”

안 그래도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일단 어린 학생들이 ‘어린이 감독 영화제’에 참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꿈나무들을 위해 좋은 시간과 추억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

‘어린이 감독 영화제’ 관계자들은 돌아가는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분명 작년에 비해 줄어든 후원사에 대해 걱정하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오는 연락에 가려 받아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오늘도 연락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래? 미쳤구만. 그렇게 부탁드린다고 할 때에는 콧방귀도 안 끼던 분들이. 거참.”

갑과 을의 위치가 하루아침 사이에 바뀌어버렸다. 문지방이 닳도록 찾아가도 거절을 당했는데. 이제는 오히려 저쪽에서 안달을 내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이다 보니 모를 수가 없었다. 당장 NBC에서 보여주고 있지 않던가. ‘차서준 효과’에 대해서.

대단하다, 대단하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경험하고 있는 ‘차서준 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단순히 후원 연락이 빗발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었다.

“확실해? 주우정 감독님이 특별 심사위원을 해주시겠다고?”

“예. 기존 심사위원분들에게 폐가 된다면 거절해도 괜찮다고···”

“아니! 미쳤어? 주우정 감독이 누군지 몰라?”

그럴 리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그것도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이었다.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감독.

그런 주우정 감독이 특별 심사위원으로 나서준다니. 이건 ‘어린이 감독 영화제’의 급이 올라간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수상하게 되는 아이들은 무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감독이 뽑은 작품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다 못해 감사하다며 절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무조건 된다고 해. 기존 심사위원들에겐 내가 연락해서 양해를 구할 테니까. 아니지. 어차피 저쪽에서도 두 팔 벌려서 환영할 텐데 걱정할 필요도 없지.”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감독과 나란히 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릴 기회다. 작은 행사 규모의 영화제에서 뜻밖의 행운이 터졌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을 리가.

‘어린이 감독 영화제’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행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뭐?”

“그게···. 차서준 소속사 측에서 토크 시간에 참석해줄 수 있답니다.”

“정말?”

‘어린이 감독 영화제’에서 하는 행사 중에는 현역 배우가 미래의 꿈나무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사실 이쪽에서 섭외하는 배우라고 해봤자 크게 이름 있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배우라는 사실에 아이들이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었다.

그런 시간에 다른 배우도 아닌 얼마 전 ‘타임슬립’을 통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배우 차서준이 나와 준다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책임자는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거 부담이 좀 큰데.”

“왜 그러십니까? 무조건 좋은 일 아닙니까?”

“좋은 일이긴 하지. 지금 차서준이 우리 영화제에 참가해준 덕분에 얻은 이득이 어디 한둘이야?”

배우 차서준이 친구를 위해 20분짜리 단편 영화로 참가한 뒤. 로또 1등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대박이 터지고 있었다.

하지만.

“차서준이 찍은 영상이 별로면 골치 아파질 수도 있어.”

수상자 선정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당장 특별 심사위원으로 도와주겠다고 한 주우정 감독이 차서준과 함께 베를린에 갔던 사이가 아니던가.

지금까지 찍는 작품마다 대박을 낸 차서준이라면 걱정할 필요도 없었지만.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친구인 초등학생이 만든 20분짜리 영화였다.

만약 배우들의 연기는 뛰어난데. 내용이 엉망이라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수가 있었다. 그만큼 뜨거운 관심이 쏠린 상태니까.

“에이. 전 또 무슨 큰일이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뭔가 커다란 문제가 있을까 걱정 가득한 얼굴로 듣던 직원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안 그래도 그런 문제가 있을까 미리 봤는데 말입니다.”

“어땠어?”

“재밌던데요? 솔직히 다른 친구들이 출품한 것보다 훨씬 더 말입니다. 공정성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

나는 지금 들어오는 연락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형들이 왜 와요? 이번에 가는 데는 영화제가 아니라 그냥 어린 친구들이 하는 행사 정도의 규모인데요?”

“왜 가긴. 서준이가 찍은 영화가 걸린다는데. 형들이 무조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맞지맞지. 우리가 안 가면 또 기사가 나올 수도 있어요. 연사모의 흔들린 우정?! 이렇게.”

“인정.”

20분짜리 단편 영화였다. 심지어 초등학생이 만들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찌 보면 영화보다 영상에 가까운 작품.

그럼에도 내가 출연한 영화이니 ‘어린이 감독 영화제’에 참석해서 축하해주겠다는 형들이었다.

고맙긴 한데. 문제는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형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 말고도 간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을 텐데? 다른 사람도 아닌 서준이 네 영화니까.”

“사실 맞아요. 괜찮다고 했는데도 와서 축하해주겠다는 분들이 많아서 문제에요.”

“거봐. 그래도 기뻐할 만한 일이야.”

기뻐할 만한 일이라고? 내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자 박우형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만약에 서준이 네가 아닌 다른 아역 배우였더라면. 다들 귀찮게 샵도 들리고. 옷까지 신경 써 가면서 갈 이유가 있을까? VIP 시사회도 아니고. 특히나 영화제라는 타이틀까지 걸려있으니 가볍게 갈 수도 없는 자리인데. 다 서준이 네가 주변에 잘했기에 생긴 결과니 기뻐할 만한 일이지.”

박우형의 설명이 길었지만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이었다.

사실 크게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정말 그랬다. 과거 김도경 시절에는 이런 진심 어린 축하는 많이 받아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작은 행사 규모의 영화제임에도 오겠다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고마워요 형들.”

형들이 그냥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겠다는 건데.

설마 무슨 일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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