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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스타 어게인!-62화 (62/220)

62화

영화 ‘금괴 소동’의 VIP 시사회의 날이 밝았다. 안 그래도 이미 어젯밤부터 김우승과 박우형에게 쉴 새 없이 연락이 오고 있었다.

정작 의외였던 건. 이런 시사회는 일절 참석하지 않기로 유명한 배우 신준철도 오겠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내 첫 영화를 응원해주겠다는 덕담을 곁들이면서.

“서준아. 오늘 신준철 배우도 온다면서?”

“네. 원래 시사회 같은 데에는 안 가신다고 들었는데.”

“아마 서준이 네가 찍은 첫 영화니까 그런 걸 거다. 또 같이 촬영했었던 다른 사람들도 온다면서?”

서도현의 말이 맞았다. 신준철이 끝이 아니라 같이 작품을 했었던 이름 있는 배우들 모두 시사회에 오기로 했다.

VIP 시사회에 이름을 올릴 만한 배우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온 것이다. 모두 첫 영화를 촬영한 나를 응원해주고 싶다면서 말이다.

제법 콧등이 시큰해지는 일이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어요. 연기도 그렇지만 주변 분들에게 더요.”

“잘 생각했다. 배우에게 있어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인간관계거든. 지금부터 쌓아두면 앞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다. 서준이 너도 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고.”

사실 김도경 시절에는 잘 몰랐다. 그저 연기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당시 옆에 있던 가족들도 그렇게 강조하기도 했었고.

어린 나이부터 탑급에 올라섰기에 혼자라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나였다. 먼저 친해지고 싶어 다가오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지금처럼 다른 사람과 친분을 깊게 나누고. 그 교류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또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그런데.

어린 차서준의 몸으로 눈을 뜬 순간부터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롭게 배우고 있었다.

김우승, 박우형과 ‘연사모’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가까이 지내면서 특히나 더욱더. 사실 저 두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사람이 나일지도 몰랐다.

“오늘 잘 다녀오렴.”

“네 삼촌. 잘 다녀오겠습니다!”

서도현의 배웅을 받은 뒤. 나는 수진 누나와 함께 VIP 시사회가 있을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미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연예인들이 시사회 대기실에 모인 상태였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감과 동시에. 다른 연예인들과 대화를 나누던 김우승이 손을 번쩍 들고 나를 불렀다.

“저기 서준이 왔네요. 서준아!”

“형.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고맙긴. 당연히 서준이의 첫 영화인데 무조건 와야지. 우형이 형은 잠시 저기서 신준철 선배님과 대화를 좀 나누고 있어.”

김우승이 끝이 아니었다. 이런 자리를 처음 참석한지라 박우형을 붙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던 신준철 선생님.

그리고 ‘너에게 다시’와 ‘폭군의 세자’를 같이 했었던 배우들까지. 모두가 나를 응원해주기 위해서 와주었다.

“오늘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뭘. 우리 차 배우의 첫 영화라는데. 당연히 응원을 와야지.”

나는 고마움을 담아 찾아온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나 이외에도 ‘금괴 소동’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했기에 그 인맥들이 많이들 찾아왔다.

잠시 후.

진행자의 소개에 ‘금괴 소동’ 출연진들이 무대 위로 포토월 위에 올랐다. 그와 동시에 요란하게 터지는 셔터음과 플래시.

“대박이네. 예상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게요. 오늘 와준 스타들도 그렇고. 뭔가 느낌이 좋아요.”

“소식 들은 기자들도 엄청 왔어. 이렇게 많은 기자들은 또 오랜만에 보네.”

다음 차례들을 위해 포토월에서 내려가는 ‘금괴 소동’ 배우들의 수군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생각보다 성대하게 진행되는 VIP 시사회에 자기들도 놀란 모양.

“어? 차서준이랑 같이 작품 찍었던 배우들이 빠짐없이 다 왔네?”

“정말이네. 차서준이 촬영장에서 진짜 잘했나 본데?”

“이야, 신준철은 이런 자리 처음 아니야? 이거 ‘폭군의 세자’랑 엮으면 조회수 좀 나오겠네.”

나랑 함께 작품을 했었던 이름 있는 배우들이 모두 참석하자. 놀란 반응을 보이는 기자들의 수군거림도 있었다.

‘너에게 다시’, ‘폭군의 세자’를 통해 이름값이 올라간 이들이 제법 있었으니.

상영관 안에서도 무대 인사를 올린 뒤. ‘금괴 소동’ 상영이 시작되었다.

-그, 금이다! 금이라고!

-땅이나 파라니까 아까부터 구시렁거리다가 뭔 헛소리를··· 그, 금이다! 금이라고!

“푸하하.”

“하하하.”

상영관 안에 조용히 보고 있는 이들의 입에서 연신 웃음이 터진다.

헛웃음이나,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는 것이 아닌. 정말 웃긴 장면에서 나오는 폭소들이었다.

-아, 아빠!

-여보!

결국 도망치다 잡히기 직전에 아내와 아들을 숨기기로 결정한 주인공.

-지호야. 그리고 당신. 잘 들어. 내가 놈들을 유인할 테니까. 여기 잘 숨어 있다가 재빨리 도망쳐. 알았지?

-여보···.

-아빠···.

-아빠가 지호 사랑한다. 이거 잘 가지고 있다가 엄마랑 써야 된다.

그와 동시에 깔리기 시작한 웅장한 브금.

‘신파가 나오나? 그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아마 여기서 관객들이 이런 생각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바로 그 순간.

-저기 있다!

-잡아!

-여보! 야이 화상아!

조폭들이 소리치며 달려오자. 정작 가려야 할 뚜껑을 들고 도망쳐버리고. 그대로 자리에 덩그러니 남겨진 채 붙잡히고 마는 지호와 엄마.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터지고 마는 사람들. 이미 웅장하던 브금은 코믹스러운 것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통수에 통수가 이어지며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지고. 결국 마지막에 재치를 발휘한 주인공 덕분에 조폭들이 일망타진 되고.

경찰서에서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받은 주인공 가족. 그러나 눈앞에서 물거품이 되어 사라진 금괴들에 허망한 표정만 지었다.

-아빠!

-응?

-짜잔. 이거 봐라.

아들 지호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다 서서히 커지는 눈동자.

-···어, 어, 어!!!

주머니에서 나온 아들 지호의 손에 들려 있는 건 분명 반짝반짝이는 금괴였다.

-이거 몇 개 더 숨겨놨어.

그와 동시에 전환되는 화면에서 나오는 지호가 금괴를 빼돌리는 과정. 그와 동시에 다시 한번 터지는 사람들의 웃음.

경쾌한 엔딩 OST와 함께 나오는 주인공 가족들의 행복한 이야기.

“와, 벌써 끝났네? 110분이 이렇게 사라졌다고?”

“재밌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재밌는데?”

“이거 되겠다. 지금 개봉 시기도 끝내주잖아. 다음 주가 황금연휴니.”

“정범이 이번에 필모에 기록 하나 세우겠는데? 자랑하더니 이유가 있었네.”

상영관에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방금 끝난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VIP 시사회였던 만큼. 화려한 스타들이 친근하게 출연 배우들을 언급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다음 날 저녁.

VIP 시사회 이벤트에 당첨된 이들 중 한 명의 후기가 올라왔다.

- 친구가 당첨된 ‘금괴 소동’ VIP 시사회 간단 후기.

영화 내용은 스포니까 말 못 하는데. 엄청 웃김. 특히나 우리 차 배우의 팬이라면 꼭 보러 갈 것.

농담이 아니라 끝나고 상영관에 불 들어오자마자 연예인들 떠드는 소리 들어봤는데. 다들 잘 빠진 영화라고 칭찬들이 자자했음.

내부 시사회나 언론 시사회 후기가 바이럴 아니었음.

끗.

└ 영화는 재밌음? 이번에 추석 연휴 때 부모님 모시고 보러 갈까 하는데.

└ ㅇㅇ 제대로 웃긴 영화가 나왔음. 특히 엄마, 아빠가 좋아할 만한 코미디 영화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빵빵 터져.

└ 우리 서준이 직접 봄?

└ 사진도 찍었음. 작년에는 마냥 어린애 같았는데. 실물로 직접 보니 요즘 점점 연예인 느낌이 나는 거 같더라.

└ 우리 차 배우 이번 영화에서 연기는 어때?

└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해. ‘차 배우’ 이 말이 모든 걸 설명해주고 있는데. 차 배우의 색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맛볼 수 있음. 아주 진수성찬임.

내 팬이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왔었나 보다. 이미 가기 전에 자랑했었는지 후기를 기다리고 있던 이들의 댓글이 주르륵 달렸다.

뜨거운 반응은 저기뿐만이 아니었다. 나를 위해 VIP 시사회에 왔었던 김우승과 박우형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나 오늘은 꼭 같이 저녁을 먹어야 한다면서 선약을 잡은 두 사람이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사회 후기는 팬이 관람한 영화에 대한 감상이었다면. 눈앞의 두 사람은 영화 속 내 연기에 대한 감상을 멈추지 않았다.

“이야, 역시 서준이야. 안 그래요 형?”

“나도 깜짝 놀랐다. 서준이 너 진짜 비밀이 많은 아이구나?”

VIP 시사회가 끝난 다음 날인 오늘. 나는 집이 아닌 김우승의 집으로 납치를 당했다. ‘같이 갔다’가 아닌 ‘납치당했다’였다.

“저번에 서준이가 나한테 코믹 연기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물어본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보니까 애초에 서준이한텐 조언이 필요 없어 보이더라.”

“맞지. 우지학 감독님이 아주 잘 잡았더만.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행동들을 어떻게 그리 감초처럼 넣는지.”

“신준철 선배님도 서준이 연기에 몇 번이나 감탄했다고 하시던데.”

확실히 배우는 배우들이었다. 코미디 영화에 배꼽이 빠져라 웃으면서도. 그 안에서 펼쳐지는 내 연기를 놓치지 않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형들. 요즘 안 바빠요?”

“응. ‘소하’ 촬영은 모레 있지. 그 외에는 일이 없네.”

“난 백수.”

이 말도 많고, 시끌시끌한 인간들이 시간 부자가 되어버렸다. 심지어 저 눈동자들이 초롱초롱한 건 어제 본 영화 때문일 터였다.

정확히는 영화 속에서 선보인 내 연기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연기’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눈이 돌아가는 박우형이었는데. 내 코믹 연기를 보더니 아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 어떨 거 같아요?”

“잘 될 거 같던데.”

“개봉한 다음 주가 추석 연휴고. 오늘 보니까 제대로 웃긴 영화라 기대해도 되겠던데?”

화제를 돌려보려 했지만. 이미 눈에 불이 번쩍 들어온 박우형에겐 통하지 않았다.

“확실히 우지학 감독님표 코미디도 좋았지만. 내가 오늘 정말 놀란 건 서준이 네 연기 덕분이었지.”

“형도 놀랐다니까. 아니 ‘너다’에서 제법 코믹한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냥 차서준이 아니라 ‘금괴 소동’의 지호 그 자체더라.”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도 이해는 갔다. 가뜩이나 연기에 대해서는 진심인 두 사람이기에 내가 등장할 때마다 유심히 본 것이다.

영화가 별로였다면 위로의 자리였겠지만. 심지어 상영 내내 웃었다는 말을 할 만큼 영화도 재밌었다.

VIP 시사회에 참석한 연예인들에게서 립서비스가 아닌, 진심으로 재밌게 봤다는 후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팔딱팔딱 튀는 반응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 앞에 있지 않던가.

“아, 그리고 형님께 전화 드렸는데. 오늘 서준이 너랑 외박해도 된다고 하시더라.”

“네? 그걸 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싫어?”

“아니요. 그건 아니고. 형들이랑 있으면 즐겁긴 한데. 오늘 시사회도 와줘서 고맙기도 하고요. 그렇긴 한데.”

귀가 너무 아파. 그리고 가뜩이나 오늘은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저 두 사람에게 던져진 상태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박우형. 그 옆에서 얼쑤얼쑤 거들고 있는 김우승까지. 잘하면 오늘 내 귀에서 피가 나올지도 몰랐다.

다행히 때를 맞춰 주문한 배달 음식들이 도착했다. 집주인인 김우승이 부지런히 음식을 세팅하는 동안.

“처음에는 영화 자체가 주목받을지 몰라도.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서준이 네가 주목받을 거다.”

확신에 찬 얼굴로 박우형이 말했다.

“맞지. 아마 그냥 영화를 보러 간 라이트한 관객이라면 처음엔 웃느라 잘 인식하지 못할 거 같던데. 시간이 지나면 서준이 네 감초 연기에 사람들이 주목할 거 같네.”

거기에 김우승이 거든다.

이어지는 대화는 역시 영화 ‘금괴 소동’에 관한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영화 촬영 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 그리고 내 연기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그래서 서준이 네 생각에는 몇만 관객까지 갈 거 같은데?”

그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호기심이 듬뿍 담긴 시선이 나를 향했다.

솔직히 말해 개봉하기 전까진 그 누구도 어디까지 흥행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를 터였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5백만은 넘기지 않을까요?”

이번 ‘금괴 소동’은 제대로 터질 것 같다고.

각종 시사회에서 나온 ‘제대로 웃긴 영화’라는 반응들과. 벌써부터 치솟은 예매율.

마지막으로.

입소문의 절정을 찍게 해줄 추석 황금연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기대가 되네. 지금까지 서준이 네가 보여준 연기력이라면. 쉽진 않겠지만 서준이 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내 당찬 대답에 박우형이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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