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탑스타 어게인!-42화 (42/220)

42화

사실 나와 최이안의 대결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서 그렇지. 양 드라마의 출연진들 역시 화려했다.

과거 김은율 작가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최은주 역시 이번 작품을 함께 하기로 한 것.

그 결과는 ‘폭군의 세자’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 ‘보이스피싱’ 시창자들을 쫄깃하게 만드는 추격 스릴러. 1화 시청률 14.2%-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영화 같은 드라마. ‘보이스피싱’ 시작부터 대작 예감.

- 단 2화 만에 시청률 16.5%로 무서운 성장세. 올해 최고의 드라마의 등장?

└ 역시 김은율은 김은율이네. 한국에서 이런 장르의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김은율밖에 없는 듯.

└ 와. 나 드라마 보면서 치킨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집중해서 다리 한 조각도 다 못 먹음. ㄷㄷ└ ost까지 다 좋아요. 진짜 연초부터 올해 최고의 명품 드라마가 탄생하는 건가?

└ 저도 이번 주까지만 ‘보이스피싱’ 보고 ‘폭군의 세자’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담주에도 그냥 ‘보이스피싱’ 볼 생각이에요.

└ 최이안 역시 연기 잘하네요. 이러면 굳이 다음 주까지 안 기다려 봐도 결과 나온 듯? 차서준이 이길 방법이 안 보이는데?

└ ㅇㅈ ㅋㅋㅋ 차라리 ‘폭군의 세자’가 먼저 시작했으면 모르겠는데. 이건 최악의 대진운이 될 듯. ㅋㅋㅋ

이미 본격적인 대결이 펼쳐지기도 전에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의 1, 2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

“서준아. 촬영장 분위기는 어때?”

그런 기사들에 서도현이 내게 물었다.

“좋아요. 사실 저쪽을 신경 안 쓴다고 하면 거짓말이긴 한데. 다들 작품에 자신이 있다 보니까 큰 문제는 없어요.”

정말이었다.

만약 ‘폭군의 세자’가 조금이라도 불안했더라면 촬영장 분위기가 흉흉했을지도 모른다.

배우의 연기가 심각하다거나, 대본이 엉망이라거나, 사극임에도 제작비를 절 약했다는 티가 난다거나. 이럴 경우엔 말이다.

하지만.

이쪽 분위기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정말로 우리 촬영장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하긴. 서준이 네가 엄청 잘해주고 있다는 소문이 내 귀에까지 들리더라.”

“정말요?”

“그래. 대체 어디서 차서준이라는 배우를 발견했냐고 넌지시 묻는 사람들까지 있던데.”

서도현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는 얼굴로 웃음을 터트렸다.

최근 서도현의 안목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고는 나도 들었다. 10번을 잘 하다가도 1번 삐끗하면 퇴물 소리 듣는 곳이 이 바닥이니까.

차서준이라는 배우를 찾아낸 서도현의 눈이 다시 재조명된 것이다.

“저도 역시 구름엑터스의 서도현 대표라는 말을 들었어요.”

“누구한테?”

“촬영장 사람들에게서요.”

내 말에 서도현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그만큼 현재 구름엑터스에는 별문제없이 좋은 일들만이 가득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처음부터 기세 좋게 치고 나가는 ‘보이스피싱’을 상대로. ‘폭군의 세자’가 좋은 결과를 보여주는 일뿐이었다.

‘폭군의 세자’에는 단순히 성적만이 걸린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엄마가 함께 준비한 ‘피치노’와 차서준의 콜라보 한정판 에디션.

그 한정판의 성공 여부 역시 ‘폭군의 세자’에 달렸으니까.

*

엄마, 아빠는 다소 긴장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누가 보면 엄청 심각한 결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엄마, 아빠.”

“응?”

“왜?”

이제 ‘폭군의 세자’가 첫 방송을 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감독님이 촬영장에서 저 진짜 잘한다고 칭찬도 엄청 많이 했어요.”

저번 ‘너에게 다시’가 시작하기 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하자. 그제야 엄마, 아빠는 조금 안심이 되는지 표정이 풀린다.

“우리 서준이가 그러면 이제 세자가 되는 거야?”

“네! 조금 더 크면 왕도 돼요!”

내 대답에 아빠가 웃었다. 조금 걱정이 남아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한 모금으로 애써 털어낸다.

그런 아빠의 반대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폭군의 세자’에 대해 검색해보고 있었는지. 사람들의 반응들이 보였다.

└ 이제 곧 우리 서준이의 ‘폭군의 세자’ 시작해요!

└ ㅉㅉ 이미 늦음. 지난주에 ‘보이스피싱’ 봤던 사람들은 지금도 채널을 NBC에 고정 중. 저번 ‘너다’처럼 ‘보이스피싱’이 그냥 이길 듯. ㅋㅋ└ 실시간 검색어도 1위가 보이스피싱이네요. 폭군의 세자는 지금 막 간신히 7위에 올랐고. 확실히 기세가 좀 밀리긴 하는 듯.

└ 차라리 어린 시절을 빼고서. 박우형으로 바로 시작했으면 몰랐을 텐데. 안타깝네요.

└ ‘너다’에서 김우주 본 사람들은 차서준 연기력 인정하긴 하지만. 세자는 조금 매치가 안 되긴 하죠.

└ 이제 시작해요. 되네 마네는 다 보고 나서 떠들죠.

“어? 이제 시작해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광고가 끝나고 QTV ‘폭군의 세자’ 첫 방송이 시작되었다.

오랑캐의 약탈과 침략이 번번이 일어나고. 내적으로는 붕당 싸움이 극에 달한 시대.

그 혼란의 시대에 왕위에 오른 연종이 폭정을 일삼기 시작한다.

뒤이어 보이는 신하들의 상소문. 그리고 그걸 보고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고함을 내지르는 연종.

검은 하늘. 장대비처럼 쏟아 내리는 폭우. 그리고 그 빗속에서도 울려 퍼지는 비명.

-저어언하!!!

-억울하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시작부터 강렬한 전개에 옆에 있던 엄마, 아빠가 숨을 죽인다.

그 비명소리가 아스라이 들리는 곳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어린 세자 이환.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장차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세자에게선 위엄이 느껴졌다.

-내가 저들을 구할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이더냐.

-세자 저하. 지금은 참으셔야만 하옵나이다.

-대왕대비께선 무어라 하시더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라 하셨사옵니다.

제 아비지만 그 정도가 너무나도 지나쳤다. 당파 싸움을 하던 이들조차. 폭군인 연종의 패악질에 나라를 걱정하여 상소문을 끊임없이 올리는 상황.

허나 충심의 마음을 담아 올린 상소문은 주리가 되어 돌아왔다.

이대로 가다간 궁궐 안에는 충언을 올리는 자들은 모두 사라지고. 귓가만 간질이는 간신배들만이 남을 것이 분명했다.

-너무나도 애통하구나. 나라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저런 일을 당해야만 한다는 것이.

눈가가 붉다. 허나 입술은 굳게 다물렸다. 아직 어린 세자의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어린 세자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내일 밤. 다시 궐 밖을 둘러봐야겠구나. 준비하거라.

-세자 저하. 지금은 바깥 분위기도 흉흉하옵니다. 며칠 뒤에 나가심이···.

-내 백성들을 살피지 않는다면. 누가 지금 고통에 신음하는 저들을 신경 쓴단 말이냐.

옆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허나 애써 무시했다. 여기서 고개를 조금이라도 돌렸다간.

‘서준아?’

하는 아빠의 말을 들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TV 속 화면에서 보이는 세자 이환에게서는. 그 어디에서도 차서준이나, 김우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무거운 짐을 어깨에 얹은 세자 이환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

한차례 피바람이 분 다음 날.

몰래 궁궐을 빠져나가 고통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눈에 담는 어린 세자 이환.

그러다 누군가를 마주치는데.

-그대는 어느 집 여식인가.

-넌 누군데 어린애가 벌써부터 애늙은이 같은 말투나 쓰는 거니?

-어허! 이분은···.

-쉿.

한양 어느 골목에서 무언가 남다름이 느껴지는 소녀를 마주하는 이환.

세자 이환은 소녀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음을 느끼고. 이틀 뒤 이 자리에 다시 올 테니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데.

그렇게 굴러가기 시작하는 두 사람의 운명의 수레바퀴.

지칠 때면 궁을 빠져나와 소녀를 만나는 세자 이환. 그리고 그 뒤를 은밀히 따르는 그림자 하나.

-세자.

-예. 아바마마.

-요즘 밤마다 세자가 자리를 비운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어찌 생각하시오?

-그것이···.

그제야 제 뒤를 밟는 그림자가 있음을 깨닫는 세자 이환. 그런 세자를 보면서 눈을 희번덕거리는 폭군 연종.

-그 여식이 어느 가문의 사람인지는 알고 만나는가. 세자.

순식간에 표정이 돌변하는 연종. 그와 동시에 세자를 내리누르는 압박감.

-그 여식이, 이 아비의 일에 사사건건 막아서고 있는 좌의정의 손녀임을 세자가 알고 있었는가를 지금 묻고 있는 것이다.

-아, 아바마마···.

교차되는 두 사람의 눈빛.

흘러나오는 엔딩 OST.

“···.”

“···.”

1화가 끝났음에도 엄마와 아빠에게선 반응이 없었다.

“엄마?”

“으, 응? 엄마는 방금 우리 서준이가 진짜 세자 저하인 줄 알았네?”

“정말요?”

“그러엄! 우리 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네. 잘해!”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는지. 아빠가 옆에서 신이 난 얼굴로 맞장구를 친다.

이런 반응은 비단 우리집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 우리 서준이가 세자에 어울리지 않네, 뭐네 말 많던 사람들. 여기 와서 다시 떠들어보셈.

└ 나는 ‘너다’를 보고 서준이 팬이 되었거든? 그런데 오늘 세자 이환에겐 그 어디에서도 우주의 흔적이 보이질 않더라.

└ 와씨. 차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좀 심한데? 그냥 세자 그 자체였음. ㄷㄷ└ 아니. 탑급 배우들 중에서도 저렇게 배역마다 아예 사람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드문데. 진짜 말도 안 되는 연기력인데?

└ 고뇌과 슬픔. 백성을 위해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폭군인 아빠 때문에 마음아파하는 우리 차 세자 어떡해 ㅠㅠ└ 사극에서 신준철에게 존재감이 밀리지 않는 배우가. 고작 7살의 서준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ㄷㄷ

특히 폭군 연종을 연기한 중년 배우 신준철과의 독대 장면에서도. 존재감이 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나 보다.

신준철의 연기는 말 그대로 보는 내내 엄마에게서 ‘저 배우 진짜 촬영장에서도 저런 건 아니지?’라며 걱정스럽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그런 엄청난 연기를 선보인 신준철과 독대하는 마지막 장면이 시청자들에게임팩트를 제대로 준 듯했다.

‘폭군의 세자’의 1화 시청률은 5.6%

종편 채널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실시간 검색어.

1위. ‘폭군의 세자’

2위. 차서준

3위. 세자 이환

4위. ‘보이스피싱’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분명 NBC의 ‘보이스피싱’의 3화 시청률이 18.2%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끝나자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해버린 건 ‘폭군의 세자’였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바로 다음 이야기의 예고 영상이 끝난 다음 나온 ‘쿠키 영상’이었다.

└ 마지막에 쿠키 영상 보신 분?

└ 저 봤어요. ㅋㅋㅋ 수업 도중에도 자꾸만 우연히 만난 소녀가 신경 쓰이는 이환이 너무 귀여웠음 ㅋㅋㅋ└ 다음 편 예고까지 엄청나게 쫄깃하다가. 갑자기 쿠키 영상에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 지었음.

└ 솔직히 퓨전 사극이라길래. 그냥 사랑 이야기만 주구장창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네요.

└ 지금 실시간 검색어도 죄다 ‘폭군의 세자’가 점령 중임. ㅋㅋㅋ

1화를 모두 시청한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로 이어졌다.

└ 이거 2화 너무 기다려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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