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CBS 연기대상.
드디어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기 대상 시상식이 찾아왔 다.
일 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드라마의 팬들은 하나둘 채널을 고 정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너에게 다시]의 팬들이 많은 글들을 쓰고 있었다.
└ 아쉽네요. 올여름에 했었던 ‘러브하우스’만 아니었더라면. 우리 서준이가 연기 대상 노려볼 만했는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임. 차 서준은 ‘너에게 다시’에서 주연이 아니잖아. 그리고 강보라가 얼 마나 미친 연기력을 보여줬는데.
└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함? 당장 NBC ‘시크릿 라이프’에서 박윤후와 연기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게 우리 서준인데?
└ 맞아요. 우리 서준이 아니었음 ‘너다’ 안 봤어요. 제 주변 사 람들도 우주 보려고 ‘너다’ 본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 솔직히 하반기 CBS 드라마 암흑기를 종식시킨 서준이에게 상 좀 많이 줘야 됨. 물론 아직 6살이니 다 주긴 그렇겠지만. 그래 도 챙겨줘야지!!!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난리가 났다. 연기 대상에 대한 논란 은 없었다.
여름에 방영된 ‘러브하우스’의 강보라가 수상 확정이라는 말 이 여름부터 나왔었으니까. 시청률, 화제성 모두 잡았던 엄청난 성적의 드라마였다.
다만. 스타 군단을 모은 NBC와 맞대결하여 승리를 쟁취해낸 ‘ 너에게 다시’에게 얼마나 많은 상이 주어질지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 서준이 오늘 귀염 포텐이 폭발했네요. 6살 수트에 내가 심쿵 한 거 실화임? ㅋㅋㅋㅋ
└ 심지어 머리에 힘도 주었음. ㅋㅋ 근데 서준이 보고 있으면 진짜 뭔가 아역 배우 같지가 않고. 뭔가 톱스타들에게서만 느껴 지는 아우라가 있어요. ㄷㄷ
└ ‘너다’에서 우주일 때는 몰랐는데. 서준이로 시상식에 참가 한 모습 보니까. 우리 서준이도 연예인은 연예인이네요.
└ 김우승이 서준이를 계속 챙기네요. ㅋㅋㅋ 드라마 속 부자 케미가 현실에서도 보이는 거 같아요.
축하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본격적인 수상들이 이어지기 시 작했다.
“CBS 연기 대상, 베스트 커플상의 수상자는···. 드라마 너에게 다시의 최우성, 김미란 커플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가장 먼저 시상식에 오른 김우승과 인설아는. 사람들의 축하 를 받으며 마이크 앞에 섰다.
└ 우리 우주 엄마, 아빠 베스트 커플상 수상되니, 물개박수 치 는 거 본 사람? 미친 귀여움임 ㄷㄷ
└ 지금 김우승 수상 소감 봄? ㅋㅋㅋ 이 상의 영광을 아들인 우주. 서준이에게 돌린다고 함. ㅋㅋㅋㅋ
└ 사실 저 두 부자 케미 지분의 80프로는 우주 덕분임. 근데 김 우승, 인설아 모두 서준이만 계속 언급하는 거 실화임?
└ ㅋㅋㅋㅋㅋ 그래도 인설아는 두 번 정도만 언급했는데. 김 우승은 시작부터 끝까지 서준이만 말함. ㅋㅋ
└ 베스트 커플상인데 서준이만 언급됨 ㅋㅋㅋ
다음 수상자는 바로 공로상을 수상하게 된 원로 배우 김순철 이었다.
“김순철 선생님은 너에게 다시에서 기존과 다른 연기를 보여 주셨는데요. 특히 손주인 우주와의 환상적인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수상자 김순철이 시상식에 오르고.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축하 꽃다발을 건네기 시작했다.
└ 너무 많아서 바닥에 쌓아두는 거 웃기네. ㅋㅋㅋ
└ 사실 ‘너다’에서 김순철 연기 보면 낯선 사람들 많을걸? 항 상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만 하다가. 우주랑 푼수 연기 보여주는 게 일품이었음.
└ 근데 왜 여기서도 서준이가 계속 언급되냐. 김순철 선생님 도 서준이 덕분에 즐거운 촬영을 할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시네. ㄷㄷ
└ 봤지? 우리 서준이에게 연기 대상을!!!
한 해의 마지막 CBS 연기 대상을 보는 시청하고 있는 이들은 한 가지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상식에 오르는 ‘너에게 다시’ 팀들이 모두 차서준을 언급한 다는 것.
그런 차서준이 시상식 위에 오른 건. 1부 마지막쯤 청소년 아 역상을 수상할 때였다.
“안녕하세요. 차서준입니다. 아직 부족한 제가 이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어린이용 수트까지 차려입은 차서준이 마이크 앞에 서서 수상 소감을 말하기 시작하자.
└ ????
└ ???
└ ??
└ ?
물음표 행렬이 물결쳤다.
└ 서준이 6살 아니에요? 무슨 수상 소감을 저리 능숙하게 말 하고 있음? ㅋㅋㅋㅋ 무슨 20년 차 배우 올라온 줄 알았음. ㅋㅋ ㅋ
└ 인생 2회차인가? 공동 수상이라 먼저 받았던 박지율은 목소 리를 떨던데. 왜 서준이는 수십 번 상을 받아본 사람 같죠? ㅋㅋ ㅋㅋㅋㅋ
└ 쟤 6살 아닐지도 몰라. ㅋㅋ
당연히 연기 대상을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심지어 아역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 9살 박지율의 앞선 수상 소 감과 비교되어. 반응은 더 극에 달했다.
2분여간 감사한 마음을 담아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마친 차서 준이 마지막 멘트를 시작했다.
“제게 배우를 시작해보자 말해주신 우리 도현 삼촌. 그리고 엄 마, 아빠. 사랑해요!”
차서준이 머리 위로 하트를 그리자.
└ 마지막에 해맑게 웃으면서 사랑한다고 하니까. 이제야 6살 처럼 보이네요. ㅋㅋㅋ
└ 이제 몇 시간 지나면 곧 7살 됨. 근데 ‘너다’에서 보여주는 그 충격적인 연기가 6살이 보여줄 수 있던 게 맞나?
└ 그러니 지금 서준이 별명이 차 배우 아니겠어요? 그냥 연기 력이 나이를 초월했어요. ㅋㅋ
└ 하긴. 저쪽 박윤후랑 비교선상에 언급되는 거 자체가 말이 되질 않는 상황임.
└ 우리 서준이에게 최우수 연기상을 달라!!!
└ 저분 또 저러시네.
그렇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차서준이 다시 시상식에 올라오게 된 건.
“네티즌상 수상자는··· 차서준 군입니다!”
네티즌상을 수상했을 때였다. 모두를 놀라게 한 건 후보들과 의 압도적인 투표수 차이를 보인 결과였다.
└ 투표수가 압도적으로 서준이가 1등이네요. ㄷㄷ
└ 당연한 거임. 솔직히 서준이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어도 최 우수 연기상 받았을지도 모름. ㅋㅋ
└ 아까 떨려서 수상 소감에 다 말하지 못했다면서 스태프들 언급하는 거 실화임?
└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많네요. 다들 촬영장에서 서준이에게 잘해주는 듯.
└ 마지막에 또 엄마, 아빠 사랑한다고 하트 그리네요. ㅋㅋ
└ 깜빡했다면서 촬영 기간 동안 응원해준 샛별반 친구들도 고 맙다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
차서준에 대한 이야기의 절정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정 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 [너에게 다시]의 김우승이 호명되는 순 간.
눈시울이 붉어진 김우승이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 너에게 다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상 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이 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많은 분 들이 보셨던 그 영상처럼 많이 부족하던 저에게 이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도와준···.”
└ 울지 마 ㅠㅠ
└ 맘고생이 심했을 거예요. ‘너다’ 시작 전에 조롱하는 게 밈이 되었을 정도였으니까.
└ 그래도 쇼앤프루브 해서 다행이에요. 직접 연기력으로 증명 을 했으니. ㅠㅠ
그렇게 감동의 도가니가 되려던 찰나.
└ 응?
└ 어?
└ 지금 김우승이 뭐라 한 거죠?
└ ㅋㅋㅋㅋ
└ 배우 김우승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은인 서준이에게 고맙 대요. ㅋㅋㅋㅋㅋㅋ
김우승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서준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순간.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서준맘 김우승.
이 별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7살이 되었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지 않 았다는 점일까.
7살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건 없었다. 유치원은 12월 마지막 주부터 겨울 방학이 시작되어 샛별반에 갈 일이 없었다.
그 덕분에 [너에게 다시] 촬영에만 올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은 어느새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다.
“서준아.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라고 했니?”
“네! 오늘 촬영 끝나고 쫑파티 하기로 했어요!”
어느덧 12부작 대장정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있었다.
마지막 촬영을 끝으로. 그동안 수고했던 모든 이들을 위해 작 은 쫑파티도 하기로 했다.
“엄마. 목요일에는 모두 다 같이 마지막 화를 보고. 종방연도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종방연은 마지막 12화가 방송되는 목요일. 다 같이 마 지막 화를 보고서 축하 파티를 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니? 우리 서준이는 촬영이 끝나서 아쉽겠네.”
아쉽긴 하다.
지금까지 촬영을 하며 제법 정들이 들었으니까. 허나 그보다 나를 설레게 만드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왜?”
“주말에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잖아요!”
“우리 서준이 잊지 않고 있었네?”
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에게 크리스마스로 SUV를 선물했지만. 여전히 출퇴근은 대중교통으로 하고 있는 아빠였다.
아들이 선물한 차인 만큼 애지중지하면서 타고 싶다면서.
덕분에 촬영이 모두 끝난 이번 주말에. 첫 나들이로 놀이동산 을 가기로 약속했다.
내가 아직 키가 작아 탈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에 행복할 뿐이 었다.
“아, 맞다. 서준아.”
“네?”
“오늘 촬영장에 가면. 조만간 우승이 형 한 번 집에 놀러 오라 고 해. 알았지?”
“눼.”
이런.
혹시나 엄마가 김우승을 부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엄마 의 입에서 김우승이 언급되었다.
엄마, 아빠 역시 한해의 마지막이자, 아들이 나오는 CBS 연기 대상을 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시상식에 올라올 때마다 ‘서준이’.
그리고 마지막에 대성통곡을 하며 ‘Thanks to 서준’을 울부짖 은 김우승을 보고만 것이다.
“세상에. 예전에 엄마가 한참 힘든 시절에 유니온이 큰 힘이 되었는데. 우리 서준이가 김우승의 은인이 되다니.”
엄마는 어쨌거나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셨다. 동물원에 서 김우승의 로봇 연기를 볼 때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어느새 아들인 나와 함께 드라마에 출연하고. 시상식 무대에 당당히 올라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까지 했으니.
특히 시상식에서 아들인 나를 울부짖은 게 큰 감동이었나 보 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문자가 들어왔다며 진동했다.
-미안하다. 서준아.
어제 축하주를 새벽까지 달렸는지. 술기운이 느껴지는 김우승 의 문자가 때마침 도착했다.
원래 김우승이 준비했던 수상 소감은 저게 아니긴 했었다. 그 런데 막상 최우수 연기상이라는 연기에 대한 수상을 한 순간. 눈 앞이 하얘지며 자신도 모르게 나를 찾게 되었다고.
-괜찮아요. 형 오늘 촬영 있는 거 알죠?
-알지. 얼른 술 깨고. 샵에 들렀다가 갈게.
-술약 먹어요.
싫은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나를 바라보며 너무나 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김우승의 모습에 감동도 받았다.
다만.
“이 형 보소. 당장 오늘, 내일이 마지막 촬영인 걸 알면서도 달 렸다고?”
무엇이든 끝맺음이 중요한 법이다.
안 되겠다.
나는 수진 누나에게 조금 더 빨리 움직이자는 문자를 보냈다.
직접 가서 김우승의 상태를 확인하고 점검해야지.
-형. 제가 상태 확인하러 갈 거예요. 준비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