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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79화 (179/184)

179.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179. 전쟁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가 셀레톤 차원이란 말이지?”

“그, 그렇습니다.”

“그리고 너희끼리 부르는 다른 이름은 페디카라고? 페디카는 덫이라는 뜻이고?”

“맞습니다.”

“페디카라는 것이 언제부터 생겼지?”

“그건······.”

“오, 오래 되었습니다. 페디카는 언제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된 이름입니다.”

“페디카는 원래 정해진 차원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 셀레톤이 페디카가 되기 전에는 다른 차원이 페디카였습니다.”

한 명의 강도가 대답을 머뭇거리는 순간, 다른 강도들에 격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껏 도현이 대답을 못하는 상황에서 끼어드는 놈에게 기회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도현이 셀레톤 이전에 다른 차원이 페디카였다는 대답을 한 강도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다른 강도들이 절망스런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다른 차원에서 넘어오는 방문자를 덮치기 위한 함정이 오래 전부터 성행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이렇게 넘어오는 방문자들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는 알고 있나?”

“무, 물론입니다. 허락받지 못한 차원에서 넘어오는 것입니다.”

“허락받지 못한 차원?”

“그, 그러니까 통행이 금지된 차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왜 통행이 금지되어 있는지는 모르고?”

“그, 그건······.”

“······.”

“······.”

“모, 모르겠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 강도를 지나 다른 강도들을 바라보았지만 그들 역시 이유는 모르는 듯 했다.

“좋아. 그럼 계속해 볼까? 여기서 방문자를 털어먹은 후에는 어떻게 하지?”

“곧바로 도시로 돌아가서 수확을 나누고 뿔뿔이 흩어집니다.”

“차원 회랑이 열리는 것을 미리 알기 위해서 적잖은 투자를 했을 거 같은데?”

“회랑 생성을 알아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감지 도구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있다고?”

“그거 하나면 일정 범위 안에서 생성되는 차원 회랑을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그걸 알게 되면 곧바로 몰려간다는 거군? 나를 찾아온 것도 그렇게 된 거고?”

“그렇습니다. 보통은 한 나절, 혹은 반 나절을 각오하는데······.”

“너희가 한 시간도 안 돼서 나타났으니까 내가 넘어온 차원 회랑이 가까운 곳에서 열린 셈이네?”

“마, 맞습니다.”

“운이 없었네? 좀 멀리서 회랑이 생겼으면 너희 대신에 다른 강도 놈들이 걸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강도가 대답할 말을 찾으려 머뭇거렸지만 도현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벌떡 일어났다.

이제, 대충 정보 파악은 끝났다.

더 자세한 것을 알아내는 것은 굳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필요가 없다.

아크 차원에 넣어서 정신을 훑기만 해도 강도 놈들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약육강식의 법칙을 강하게 적용하는 상위 존재의 의지가 지배하는 곳.

그러니 영역의 경계를 넘어온 도현으로선 몸조심을 할 필요가 있었다.

상위 격이 자신의 영역에 있는 모든 존재를 파악하고 그들을 하나하나 살피지는 못하겠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는 반드시 살펴두려 할 것이다.

그래서 도현은 한동안 초인 직전의 경지만 드러낼 생각이었다.

* * *

무법지대.

도현이 살펴본 셀레톤 차원의 분위기는 이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착취하는 것은 당연한 일.

셀레톤에 강자만 남지 않고 약자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약자를 모두 잡아 죽이는 것보다는 살려두고 착취하는 것이 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세상이 별로 낯설지 않단 말이지.”

도현은 셀레톤 차원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인 라우마에 정착했다.

도현이 겉으로 드러낸 경지는 그랜드 마스터 최상급.

언제라도 기회만 닿으면 초인이 될 수 있는 경지였다.

그런데 이 셀레톤에는 도현과 같은 경지에 있는 이들이 무척 많았다.

이곳 라우마에만 하더라도 백여 명의 그랜드 마스터가 있었고, 그 중에 최상급의 극에 이른 이들이 서른 정도는 되었다.

처음 도현이 강도들을 만났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이곳은 경지의 인플레이션이 무척 심한 차원이었다.

다만 셀레톤의 주인이 둘이 될 수는 없어서 셀레톤의 근원을 장악하고 있는 초인은 한 명 뿐이었다.

“차원의 근원을 나눠 가질 수는 없지. 한 초인이 여러 근원을 가질 수는 있어도, 하나의 근원이 여러 초인이 나눠 가질 수는 없으니까.”

= 그런데도 셀레톤에는 적잖은 초인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 뮤, 너 같은 놈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

도현은 셀레톤에 머물고 있는 초인들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그들은 도현을 알지 못했지만, 도현은 셀레톤에 있는 초인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초인들 대부분은 영역 경계를 넘어서 도망을 가려는 이들이었다.

과거 뮤-지하가 워지하드라는 초인을 피해서 도망을 친 것과 비슷했다.

=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영역 경계를 넘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뮤, 네가 지날 때에는 막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지?”

= 그렇습니다 마스터.

“그런데 지금은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 그래서 초인들이 이쪽에 많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뮤.”

= 네, 마스터.

“셀레톤 같은 차원이 또 없을까?”

= 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두 상위 격의 영역 경계에 걸쳐 있는 차원이 얼마나 많을까?”

= 그야······.

합일 경지에 오른 도현만 하더라도 수백 개의 차원을 하나로 모았다.

그런데 합일보다 경지가 높은 초인은 어떨까.

지난 날 융은 합일의 경지에 있는 이들의 수만 수백이 넘는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그 아래로 융합의 경지에 있는 이들이 또 얼마며, 그 아래의 링크나 하급 초인은 얼마나 많을까.

“물론 차원의 경계가 물리적인 선으로 그어지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차원 영역의 경계에 적잖은 차원이 맞물려 있을 것은 분명하겠지?”

= 그야 그렇겠지요.

“그리고 그 차원들도 여기 셀레톤과 비슷할 거고?”

= 영역을 다스리는 상위 격의 지배 방침이 일괄적이라면······.

“자, 그러니까 셀레톤과 비슷한 차원이 여럿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

= 네, 마스터.

“역시 재미있단 말이지.”

뮤-지하의 대답에 도현은 피식 웃으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런 동작은 어딘가에 있을 상위 격을 가늠하는 모습이었다.

= 뭐가 재미있다는 말씀입니까? 마스터?

“과거엔 제법 자유롭게 지날 수 있었던 영역 경계에 철조망이 생긴 셈이잖아.”

= 네.

“그런데 왜 구멍이 있을까?”

= 구멍이라니요?

“너도 들어서 알겠지만 아주 가끔 영역의 경계를 넘어가는 초인들이 있다고 했잖아.”

= 그러니까 셀레톤에 초인들이 몰려 있는 것이 아닙니까. 운이 좋으면 영역 경계를 넘을 수 있······.

뮤-지하가 말을 하다가 뭔가 느낀 듯이 입을 다물었다.

도현은 아크 영역의 암석 차원에 있는 뮤-지하의 모습을 의식하며 피식 웃었다.

“재미있지?”

= 희망고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희망고문은 무슨, 어쨌거나 성공 가능성이 있긴 하잖아.”

= 대신에 초인들이 몰려서 때때로 사냥감이 되기도 하지 않습니까.

사냥감.

뮤-지하의 말처럼 셀레톤 차원에서는 간혹 초인들이 사냥감이 되기도 한다.

셀레톤에 몰린 하급 초인을 링크 경지에 오른 초인들이 잡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지. 때로는 이렇게 초인 전력이 커지면 상대 영역의 차원을 공격할 수도 있겠지.”

= 그냥 도망친 초인들을 모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초인 전력을 의도적으로 쌓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그런 거 같다. 일단 하급 초인들을 이렇게 모아서 써 먹는 거지.”

= 링크나 융합 경지를 쓰지 않는 것은······.

“자신이 동화한 근원에서 떨어진 초인은 하급이나 다를 바가 없지. 그러니 링크 이상의 초인들은 지역 방어에는 강할지 모르지만, 공격 용도로 쓰기는 어렵지.”

= 어차피 근원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상태라면 초인이 된지 오래 되지 않은 이들에 비해서 크게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공격 용도로 쓰기에는 하급 초인이 제일 가성비가 좋지.”

= 게다가 초인이 선점하지 않은 근원이 있는 차원이라면 단번에 함락시키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맞아. 아마도 이쪽 상위 격은 그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 그리고 하급 초인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모이는 링크나 융합 경지의 초인들이 경계 근처로 모이는 효과도 있겠습니다. 셀레톤에서 하급 초인을 잡아먹은 링크 경지의 초인이 셀레톤과 직접 교류가 가능한 차원을 찾아서 근원을 차지하면······.

“대전쟁이 벌어지더라도 후방의 안정은 확보할 수 있는 거지. 물론 내 추측일 뿐이지만.”

= 결국 마스터는 이쪽의 상위 격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확신은 아니고 대충 그럴 거 같다는 거야.”

= 그럼 마스터께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뭐 어째 어쩌긴. 나야 내 일이나 하면 되는 거지.”

= 합일도 아니고 그보다 상위 격이 전쟁을 벌일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모른 척 하신다는 겁니까?

“전쟁이 일어나면 물론 움직이긴 해야지. 저 쪽 상위 격에겐 조금 빚을 진 기분이라 건드리긴 마음이 불편하니까 이쪽으로 온 거잖아.”

= 그게 무슨?

“이건 만약인데, 내가 여기 셀레톤의 초인들과 싸우면 어떻게 될까?”

= 그야 마스터의 압승이 아니겠습니까. 기껏해야 링크 경지가 셀레톤의 주인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못하지. 상위 격의 눈이 무서워서. 그런데 상위 격이 이쪽에 신경을 쓰지 못할 상황이면 어떨까?”

= 그렇다면 마스터께서 두려워 할 일이 없겠습니다.

“그렇지? 합일 경지만 조심하면 되는데, 그건 또 별로 걱정할 게 없어. 왜냐하면 합일 경지에 있는 놈들은 좀처럼 자신들의 차원을 공개하지 않거든.”

= 작정하고 찾아가지 않으면 합일 경지의 초인들을 만날 일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래. 그러니까 사실 마음만 먹으면 이쪽 상위 격의 영역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거지. 다른 놈들은 제 놈들의 차원에 묶여서 아무것도 못할 때, 나는 그런 제약이 없으니까.”

= 아크 마스터가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마스터의 말씀을 들으니 아크 마스터가 정말 무서운 능력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전쟁에 있어서도 특별한 장점이 있는 능력이군요.

뮤-지하는 합일 경지에 이른 도현이 작정하고 움직일 경우를 상상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그 전에 이쪽 초인들이 익히는 특별한 수련법을 좀 알아봐야겠어.”

= 특별한 수련법이란 것은 초인들을 재료로 삼는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워지하드란 놈이 너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도 그렇고, 다른 초인들이 하위 초인을 사냥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는 다른 수련 방법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 그럼······.

“대충 상황 파악이 끝났으니까 이제 워지하드를 만나러 가자는 말이지.”

= 아, 감사합니다. 마스터.

뮤-지하는 도현이 워지하드를 만나러 간다는 말에 감격스런 표정을 지었다.

드디어 워지하드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샘솟았다.

“전에 그 놈이 너를 통해서 나한테 개지랄을 했었지? 어디 이번에도 그럴 수 있는지 한 번 보자고.”

그런 뮤-지하의 반응과 별개로 도현 역시 해묵은 기억을 떠올리며 워지하드에 대한 적개심을 일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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