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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77화 (177/184)

177. 융의 말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

177. 융의 말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지

“그런 이유가 캐슬 너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겠지. 어쨌거나 저들을 살려주기로 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융은 그렇게 말을 하며 근원 에너지를 움직여, 상처 입은 초인들을 모두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물론 그것은 도현이 콜로세움 회의장을 장악하고 있던 근원 에너지를 풀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끝까지 도현이 회의장에 대한 장악을 풀지 않았다면 융이 제 마음대로 일을 벌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제 끝난 건가?”

도현은 융이 초인들을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지켜본 후, 그렇게 물었다.

“급한 일은 끝났지.”

융이 대답했다.

“그럼 이제 내가 뭘 좀 물어도 되나?”

“대화가 필요하긴 하지. 캐슬 너는 아는 것이 너무 없으니까.”

도현의 물음에 융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뒤로 한동안 도현과 융은 합일 경지와 그보다 상위 격의 경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융이 도현에게 알려주는 형식의 대화는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대충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 도현이 융에게 물었다.

“결국 상위 경지의 존재와 직접 만난 일은 없다는 거네? 네가 아는 합일 경지의 그 누구도?”

차원의 경계는 아득했다.

융도 그 경계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했고, 도현도 딱히 차원의 구별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융은 분명히 구분된 영역이 있다고 했다.

상위 경지의 존재를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렇게 구분된 차원 영역을 다스리는 존재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가 바로 상위 경지의 존재라는 것.

“대면하지는 못했지만 존재는 분명해!”

도현의 말에 융은 다시 한 번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뭐 그렇다고 치자고. 내가 가진 합일 차원에 수많은 지성종이 살고 있지만, 내 존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은 몇 되지 않으니까. 물론 그 중에 나를 직접 만난 이는 거의 없고.”

그렇게 따지면 도현보다 상위 격의 존재를 지금껏 만나지 못했다고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었다.

“그래도 가끔은 내면 의식에 영향을 주는 의식이 있어.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지.”

“합일 경지에서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세뇌인 건가?”

“하하하.”

도현의 말에 융은 그저 웃기만 했다.

정말 상위 경지의 존재가 융을 비롯한 다른 초인들을 세뇌했더라도 알아차릴 수 없었을 테니, 뭐라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뭐, 이런 걸 떠올릴 정도면 괜찮을지도 모르지. 아니면 이미 세뇌가 되어서 그에 맞춰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이유가 있나? 캐슬 네가 불만을 가질 어떤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맞아. 그렇지.”

세뇌든 뭐든, 지금의 경지에서 그런 꼴을 당한 거라면 저항이 무의미한 일이다.

그리고 세뇌된 놈이 저항이란 키워드를 떠올릴 일은 없을 테지.

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 속의 의심을 지웠다.

‘지우지 않으면 또 어쩔 거야?!’

이래도 저래도 불가항력이란 말만 떠오른다.

그리고 그것이 도현의 마음을 건드렸다.

“억울하면 강해져라!”

“크크크, 명언이군.”

도현의 한 마디에 융이 피식 거리는 웃음소리를 겨우 참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어쨌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합일 경지의 초인들이 따로 모이는 경우는 없다는 거고.”

“그렇지.”

“다들 자신의 합일 차원에서 수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그래. 솔직히 합일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태생적인 한계는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

“자신과 동화된 근원을 떠나서는 제 힘을 모두 쓰지 못한다는 거?”

“그래. 그런 면에서 캐슬 너는 정말 특별하지.”

“아크?”

“그래, 아크.”

“다르게는 자유지. 다른 초인들과는 달리 고정된 근원에 묶여 있지 않아도 되니까.”

“그래서 내가 너를 특별하다고 하는 거다. 하지만 그 특별함이 너에게 고난을 줄 수도 있다.”

“그거야 뭐.”

융의 말에 도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지금껏 아크 마스터라는 이유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이 어디 한둘인가.

“그래, 그 특별함이 지금의 너를 키우기도 했겠지. 아무튼 이제 내 볼 일은 끝났다.”

“가려고?”

“그래. 이젠 너도 내면 의식에서 들리는 소리에 집중하다보면 상위 격 존재의 의지를 알 수 있을 테지.”

“그에 복종하라는 소리는 아니지?”

“지금까지 내가 아는 합일 경지의 동격 존재들이 억지로 뭔가를 한다고 느낀 적은 없다. 그것이 순리에 맞으니 그에 따를 뿐이지.”

“그런가?”

“그래. 그래서 우리들 대부분은 상위 경지로 나아가는 길을 굳이 경쟁이란 방법으로 찾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럼?”

“홀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거지. 누군가로부터 뭔가를 빼앗아서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니까.”

“빼앗아서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라고?”

“내가 가진 것은 캐슬 너도 가지고 있을 테지. 그리고 혹시 부족한 것이 있다면 청을 해서 얻을 수도 있고.”

“그냥 내어 준다고?”

“합일의 경지에서 구하지 못할 것이 있기나 할까?”

“으음.”

“제대로 된 합일의 경지라면 원하는 것은 뭐든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거지. 그리고 그런 상태에서 구하지 못할 것이 혹시라도 있다면, 그것은 상위 격의 소유인 것이고.”

“그런가?”

“설마 상위 격의 소유를 빼앗을 생각은 아니겠지? 뭐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긴, 닿지도 못할 존재를 상대로 칼을 빼 들 수는 없겠지.”

융의 말은 건성건성 대충 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 속에는 굵은 뼈가 있었다.

도현은 융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렵지 않게 알아들었다.

지금 도현과 같은 영역에 있는 합일 경지의 초인들은 대부분 홀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는 중이고, 교류를 원하면 그것도 내치지 않고 받아준다는 뜻이다.

서로 빼앗아서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니, 싸우지 않고 협력하는 관계라는 것.

거기에 더하여 상위 격의 존재는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대상이니 비벼볼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좋다. 그럼 정말로 볼 일은 끝난 것 같군. 나중에라도 다시 볼 일이 있었으면 좋겠군.”

융은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훌쩍 허공으로 녹아들며 사라졌다.

도현은 떠나는 융을 잡지 않았다.

그리고 융의 기척이 온전히 사라진 후.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있네.”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찌 그러십니까?”

이에 지금껏 숨을 죽이고 있던 세이안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융, 그 놈의 이야기.”

“네, 마스터.”

“앞, 뒤가 안 맞아.”

“네?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다른 건 모두 덮어 두고라도, 처음이 상위 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네, 마스터.”

“분명히 영역을 두고 서로 다툰다고 했었잖아.”

“아, 맞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게 무슨 이유겠어?”

“그건 저도 잘······.”

“서로 다툰다는 것이 그냥 사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닌 거 같았단 말이지. 분명히 영역 싸움이라는 느낌이었다고.”

“그건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더 많은 차원, 혹은 더 넓은 영역을 차지하려 한다는 소리잖아.”

“상위 격도 그런데 그 아래에 있는 마스터가 깨우침에만 매달릴 때는 아니란 말이군요?”

“그렇지. 이건 이쪽 영역을 지배하고 있는 분명 상위 경지의 존재가 쳐 놓은 그물이야. 거기에 걸리면 그냥 죽어라 수련에만 매달리게 되는 거지.”

“그럼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내 생각엔 뭔가 더 많이 모아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게 뭔지도 대충 짐작이 간단 말이지.”

“설마 기록을 새기는데 필요한 재료, 그걸까요?”

“그렇지. 그 중에서도 기원 기록을 새길 수 있는 재료. 솔직히 그것만 풍족하게 쓸 수 있다면 세상을 창조하는 것도 가능하지.”

“차원이 아니라 세상인 것입니까?”

“작은 차원 하나 정도야 지금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데?”

“······.”

“아무튼 내 생각엔 투 트랙으로 가야 하는 거야.”

“두 가지 방법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세이안은 도현이 갑자기 투 트랙이라는 말을 꺼내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단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련.”

“네.”

“그 다음은 기원(起源)에 가까운 기록을 새겨 넣는데 필요한 재료를 모으는 거.”

“그 재료는······.”

“합일 차원의 근원에서 조금씩 생산되지.”

“그러니 그걸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면 합일 차원을 가진 이들은 깨달음을 위한 수련을 하며 시간만 보내면 된다는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융이 의도한 것도 그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상위 경지에 있다는 존재가 다른 영역의 존재와 경쟁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세이안은 도현의 뜻을 짐작했다.

조용히 수련하며 자신의 합일 차원에서 생산되는 재료만 가지고 경지 상승을 도모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어떤 방법으로든 외부에서 재료 수급을 하겠다는 뜻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분명히 상위 존재의 심기를 거스르게 될 것이다.

“세이안.”

“네, 마스터.”

“나는 아크 마스터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내 합일 차원은 어디에 있지?”

“마스터의 내면, 아크 차원에 있습니다.”

“그럼 내가 내 아크 차원으로 들어가면 나는 어디에 존재할까? 상위 격은 나를 찾아낼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전에는 내 본체가 아크 밖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상위 경지의 존재를 두려워해야 했지. 하지만 내가 내 아크로 숨을 수 있게 된 지금은?”

“상위 격도 마스터를 찾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알 수 없지. 아니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지.”

“그런데 왜 모험을······.”

“당장 무슨 일을 벌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상위 격이 지배하는 영역의 경계까지 갈 수 있다면 달라지겠지.”

“아, 아크 마스터의 자유!”

세이안은 드디어 도현의 뜻을 알겠다는 듯이 탄성을 터트렸다.

“그래. 다른 놈들은 자신의 차원에 묶여 있지만, 나는 여차하면 경쟁 상위 격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이쪽 영역이 아니라 적대적 영역을 공격해도 좋을 테지. 그걸 이쪽의 상위 격이 나무라진 않을 거 같다만.”

“한 마디로 자원 입대인 것입니까? 최전선으로?”

“쯧, 그 말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군대 두 번은 선 넘은 거지.”

“네?”

“아니, 그런 거 있다. 아무튼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영역의 경계가 전장이라면, 내가 그곳으로 가려는 것도 맞고, 거기서 내 전투력을 팔려는 것도 맞으니까.”

도현은 자신이 영역의 경계에 도착하면 반드시 상위 격의 접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크 마스터는 능력의 하락 없이 지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특별함이 있으니까.

“꽤나 쓸모가 많은 장기 말이 나타났는데 그걸 참아?”

도현은 그렇게 향상심을 불태우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한 전장에 몰아넣기로 했다.

“하아, 마스터.”

다만 세이안은 권속이 되자마자 마스터를 걱정하는 신세가 되어 긴 한숨을 쉬었다.

= 어이, 괜찮아. 마스터 걱정은 하는 게 아니야. 우린 그저 마스터의 뜻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라고.

뮤-지하는 그래도 조금 오래 묵은 값을 하려는지 그런 융을 위로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 마스터, 가시는 길에 워지하드는 좀 찾아 주십시오. 이제 생각해보면 그 놈, 합일 경지도 못 된 것 같습니다. 융합 경지라면 이제 저도 붙어볼 만 합니다.

뮤-지하는 영역의 경계로 가기 전에 구원을 풀 수 있기를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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