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75화 (75/184)

75. 일통의 결심을 세우다

75. 일통의 결심을 세우다

수정 광장의 하늘에 치솟은 탑.

그것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징벌의 탑!”

“저, 저게 왜······?!”

“캐, 캐슬이 왔다고? 어, 어디?”

“캐슬이 나타났다!”

희비가 엇갈렸다.

수정 기둥을 지키고 있던 이들의 얼굴빛은 거무죽죽하게 시들었고, 핍박받고 있던 공격 측 헌터들의 얼굴엔 빛이 떠올랐다.

끼이이이이이이이!

그 때, 중립 도시의 평원 먼 곳, 차원 회랑에서 와이번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왔다.

그리고 날아온 와이번은 징벌의 탑, 옆에 멈춰서 날개짓을 했다.

그런 와이번의 등 위에, 녹색의 갑옷을 차려 입은 도현이 서 있었다.

지금 도현이 착용한 것은 산성갑옷이 아니라 숲의 성 갑옷이었다.

“씨발, 정말 캐슬이네.”

“최도현! 저 놈이 어떻게?!”

“이, 이거 우리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씨발!”

반 가디언 연합의 길드원들은 모두 어쩔 줄을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축복 길드의 로익이 있었다.

“조용!”

사람들의 비난 어린 시선이 로익에게 몰릴 때, 마력이 담긴 도현의 목소리가 수정 기둥 광장을 찍어 눌렀다.

이에 수정 기둥을 두고 대치했던 공격과 방어측의 헌터들 모두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들어 도현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더 긴 이야기를 해 봐야 의미가 없겠지. 나는 은원을 분명하게 할 것이다.”

도현이 그런 헌터들을 내려보며 말했다.

“거기, 너희들에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여기서 죽거나 아니면 수정 기둥을 통해서 알케이네스 부대의 도시로 가거나.”

“알케이네스 도시라니······.”

“그게 죽는 거랑 뭐가 달라?!”

“캐, 캐슬 님. 살려주십시오. 살려······.”

“씨이발! 이건 아니잖아! 저 새끼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나냐고!”

“시끄러! 저 새끼 주둥이 좀 막아!”

도현의 선언에 수정 기둥을 막고 있던 헌터들은 패닉에 빠졌다.

여기서 죽거나.

알케이네스 도시를 공격하다가 죽거나.

“운이 좋아서 알케이네스 부대의 도시를 점령하면 다시 뉴어스의 4구역으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 남는 것보다는 그 쪽이 더 생존 가능성이 높겠지.”

그런 헌터들을 향해 도현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손을 들어 허공에 띄워 놓은 징법의 탑을 가리켰다.

그러자 징벌의 탑이 밑둥부터 새빨갛게 물들더니 70%까지 색이 변했다.

그 말은 징벌의 탑이 그만큼 위력적인 공격을 충전했다는 이야기였다.

“변명도 듣고 싶지 않고, 애원도 듣고 싶지 않다. 나에게 너희는 나를 죽이려던 놈들일 뿐이니까.”

도현이 냉정한 눈빛으로 수정 기둥을 둘러싼 헌터들을 노려보았다.

“지금부터 3분의 시간을 주겠다. 그 후에 너희가 있는 자리에 징벌의 탑에서 마법이 떨어질 것이다. 이미 카운트 다운은 시작되었다.”

“으아악!”

“사, 살려줘!”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후다닥! 타다다다닥!

도현의 말에 몇 명의 헌터들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스슥! 푸욱! 서걱!

피피피핑!

“컥!”

“아악!”

“······!! 으으윽!”

포위망 밖으로 움직이던 헌터들의 등 뒤에 흑영들이 나타나 단검을 꽂았다.

그리고 다른 몇은 언제 나타났는지 광장의 지붕에 드문드문 서 있는 레인저들의 화살에 꼬치가 되어 떨어졌다.

푸욱! 푸푸푹! 푸욱!

흑영들은 화살에 맞아 떨어진 헌터들에게 확실한 죽음을 선사했다.

“히익!”

“으으윽!”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방어측 헌터들도 깜짝 놀라 주춤 거리며 뒤걸음질을 쳤다.

“시간은 많지 않다.”

도현이 와이번의 등 위에서 다시 말했다.

“씨바알! 어디로 가야 해!?”

“모, 모두 같은 도시로 가야!”

“시, 시간이 없다고!”

수정 기둥에선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주어진 시간은 짧은데, 수정 기둥을 이용해야 할 헌터들은 많았다.

그렇다보니!

“비켜! 씨발!”

“빨리 안 가?! 비키라고!”

퍼버벙! 서걱! 서걱! 카강!

“아악!”

“뭐, 뭐하는······.”

“안 쓸 거면 비키라고 씹새야!”

“개썅노무 새끼들! 비켜어!”

무리를 지어 이동 도시를 정하려던 헌터들이 공격을 받았다.

수정 기둥을 차지하고 시간을 끄니 뒤에 있던 이들이 조바심을 참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수정기둥에서 멀리 있는 이들일수록 더욱 심했다.

“모두, 제일 아래에 있는 도시를 선택······.”

그런 중에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다가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 말이 도움이 되었는지 헌터들이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씨발, 이미 공격이 선포된 곳이라잖아. 연합이 아니어서 안 된다고!”

도시 공략은 정식으로 연합을 결성하거나 하나의 길드로 묶인 상태가 아니면 공동 공략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마지막 도시에도 갈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밑에서 두 번째!”

“우리는 세 번째!”

“서둘러! 어서 들어가!”

“빌어먹을 징벌의 탑이 움직인다고!”

수정 기둥을 지키던 헌터들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한 명씩 광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십여 분이 지났다.

도현은 3분이란 제한 시간을 줬지만,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징벌의 탑을 발동하지 않았다.

이미 피를 본 상황인데, 대량 학살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정 기둥을 통제하며 도현의 죽음을 바라던 헌터들이 모두 모습을 감췄다.

“우아아아아아!”

“캐슬! 캐슬! 캐슬!”

“가디언! 가디언! 가디언!”

그리고 결국 도현을 도우려던 헌터들만 남았을 때, 수정 광장에는 환호가 끝도 없이 울려 퍼졌다.

“다들!”

그런 중에 도현의 목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환호를 멈추고 시선을 집중하는 헌터들.

“감사합니다.”

도현이 깊이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허리를 편 도현이 말했다.

“친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짜와 가짜가 구별될 거라는 말, 이번처럼 실감하기는 처음입니다.”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잠시 수정 기둥을 노려봤다.

“하지만 조금 전에 수정 기둥으로 들어간 이들만이 전부가 아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저 이야긴······.”

“아직 뉴어스나 지구에도 캐슬의 적이 많이 남았다는 이야기지.”

“아까 로익이 했던 말! 다른 여러 나라가 한국을 압박할 거라고 했었지. 그럼······.”

“캐슬 님이 어디까지 칼날을 세울 것인지가 문제겠지. 자칫하면 우리 나라도······.”

“그래도 설마하니 일반인들을 위험하게 하겠어?”

“캐슬이나 가디언이 그걸 바라진 않겠지. 하지만 뉴어스와 지구에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은 분명해. 경우에 따라서는 징벌의 탑이 수 십 번, 뜰 수도 있어.”

“하아, 미치겠네. 그냥 전범처럼 잡아서 재판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거야 캐슬 님이나 가디언이 그렇게 하자고 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정말 완전한 사적 제재가 벌어지겠지. 개인이나 단체가 지구의 다수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사적 제재.”

“미치겠군.”

“아마 이 소식이 알려지면 잠자리 뒤숭숭한 사람들 많을 걸?”

“저번에 중국 사태 보니까, 숨어봐야 소용도 없더만, 그냥 연루자들 모두 잡아서 바치고,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좋을 걸?”

“솔직히 이번 일에 숟가락 올린 놈들은 모두 쓸어버려도 되지 않겠어? 인류와 타 종족이 전쟁을 하는 중인데, 그 전쟁의 영웅을 죽도록 방치하겠다고 지랄들을 해?”

“그야 그렇지. 싹 다 잡아서 죽여야 해!”

“맞아. 그게 옳지!”

“솔직히 일반인들이나 관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그 사람들도 대부분 방관자였잖아. 그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해야지.”

처음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현의 복수가 정당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곳까지 몰려온 헌터들은 진심으로 도현을 구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었고, 도현이 인류의 구원자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 헌터들이라 그런지 도현이 응징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중을 보여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쪽이었다.

“우선 뉴어스부터 정리를 할 생각입니다. 이번에 크라운 길드의 활동을 방해한 모든 길드들은 점령전 선포를 받게 될 것이며, 그 지휘부는 용서받지 못할 것입니다.”

죽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용서받지 못할 것이란 말에서 충분히 처분의 수위를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아울러서, 그런 길드를 지원하고 뜻을 함께 한 국가와 그 국가의 지도부 역시! 스스로 깔끔한 마무리를 보이지 않는다면, 가디언의 직접적인 복수를 받게 될 것입니다.”

도현은 거리낌 없이 앞으로 자신이 벌일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핑계라고 해도 좋다. 어쨌거나 이번 기회에 차원 전쟁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돌부리를 치운다. 그리고 뉴어스의 차원 전쟁에 대한 지구 인류의 지원을 다시 한 번 확고하게 다진다. 인적, 물적 지원뿐만이 아니라, 의식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야 한다.’

도현은 내심 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

아울러서 지금의 자신이라면 뉴어스의 모든 헌터들을 하나로 묶어서 수직 계열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단일 명령 체계를 만들어야겠어. 모든 길드를 크라운 아래로 묶어서 지휘권을 확보해야지.’

도현은 그렇게 다시 한 번 결심을 다지며 수정 기둥을 노려보았다.

“앞으로 길드 시티의 점령전에서 패배한 이들은 이곳으로 와서 알케이네스 부대 도시의 점령전에 투입될 것입니다. 그 점령전에서 승리해서 다시 뉴어스의 4구역으로 돌아오는 방법 이외에 그들이 다시 뉴어스로 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도현이 뉴어스에 있는 반대파 길드와 길드원들에게 어떤 징벌을 내릴 것인지를 밝혔다.

“죽이지 않는다는 겁니까?”

누군가 도현을 향해 물었다.

“점령전을 통해 길드의 도시를 빼앗고 알케이네스 부대 도시 공격에 투입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한 처벌입니다. 물론 끝까지 저항하며 내 처벌을 따르지 않겠다면 극단적인 상황도 벌어질 수 있겠지만.”

그 극단적인 상황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헌터는 없었다.

듣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알케이네스의 4구역 도시를 점령하면 끝나는 것입니까? 그렇게 뉴어스의 4구역으로 돌아오게 되면, 이전의 잘못에 대해서는 더 이상 따지지 않을 것이냔 말입니다.”

대신 주어진 벌칙을 제대로 수행한 이후를 묻는 헌터가 있었다.

“물론입니다. 다만 그들은 길드를 생성할 수 없으며, 이미 존재하는 길드에만 가입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뉴어스에서 크라운 길드의 허락 없이 길드를 만들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으음. 캐슬 님이 작정하고 뉴어스를 일통하겠다는 거군.”

“그런 거 같네.”

“뭐, 그게 나쁠 것도 없지. 아직까지 캐슬 님이나, 가디언이 우리를 실망시킨 일은 없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된다고 해도 우리가 손해볼 건 없을 거 같거든?”

“문제가 생기면 그 때 항의하면 될 일이지.”

“아무렴, 아직 차원 전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명령 체계를 일통하면 좋은 점도 있을 거고.”

“맞아. 나는 가디언이나 캐슬 님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찬성이야.”

“나도 찬성!”

도현의 다소 과격한 선언에도 광장에 모인 대부분의 헌터들은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다.

도리어 환영하는 분위기.

‘좋아. 그럼 이제 뉴어스는 크라운 길드와 가디언에 우호적인 길드에게 맡기고, 나는 지구로 나가 봐야겠군.’

- 로드께 불경했던 자들을 가만 둬서는 안 됩니다. 모두 일벌백계의······.

‘그래, 봐 줄 생각 없어. 한 땀, 한 땀. 제대로 조져 줄 생각이야.’

- 네,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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