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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74화 (74/184)

74.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 수정 광장의 충돌

74.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 수정 광장의 충돌

알케이네스 중립 도시 수정 기둥 광장.

그곳에는 두 집단이 흉흉한 기세로 대치하고 있었다.

“비켜! 니들이 뭔데 수정 기둥을 막아!”

“꺼져라!”

“당장 꺼져! 차원 회랑을 넘어가라!”

“이곳은 마스터 캐슬이 점령한 곳이다. 너희에겐 아무 권리도 없어!”

“이곳을 지킬 때에는 우리도 피를 흘렸다. 너희가 독점할 수 없어!”

수정 기둥을 향해 전진하려는 이들의 외침.

그들은 어떻게든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 4구역에 고립되어 있는 캐슬을 구하려는 이들이었다.

“니들 전부를 다 합쳐도 마스터 캐슬 발끝에도 못 미쳐! 당장이라도 알케이네스 병력이 대규모로 쳐들어오면 여기도 제대로 못 지킬 놈들이!”

“이러다가 여길 빼앗기면 니들이 다시 이곳을 되찾을 능력이나 있냐!”

“비켜라! 캐슬 님을 구해 와야 해!”

“너희 따위에게 인류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헌터들.

하지만 그들의 세력은 수정 기둥을 막아선 이들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은 뉴어스에서 도현을 구해야 한다는 뜻을 함께 한 헌터들이 차원 에너지를 모아서 겨우 차원 회랑을 넘은 이들이었다.

그 차원 에너지에는 크라운 길드의 도움도 적지 않게 들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 크라운 길드나, 크라운 길드의 하위 길드에 속한 헌터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흘 전, 크라운 길드가 전격적으로 알케이네스 차원 전장에 대한 모든 활동을 중지한다고 발표하고 뉴어스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크라운 길드조차 캐슬을 포기했다는 뜻으로 해석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크라운 길드와 그 하위 길드는 뉴어스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었다.

그런 크라운이 대 알케네이스 전쟁에 나서지 않으면 어찌 될까?

그런 추측 때문에 뉴어스의 헌터들은 물론이고, 지구의 여론조차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지금 이곳 알케네이스 중립 도시에 도현을 구해야 한다며 헌터들이 몰려든 것도 그 사건이 적잖은 영향을 주었다.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캐슬은 몰라도 크라운까지 빠져나가면 차원 전쟁에서 패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정 기둥을 통한 이동은 허락할 수 없다. 지금은 우리 지구의 헌터들이 알케네이스 부대를 정면으로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옳다. 캐슬은 최초로 차원 회랑에 진입한 특전을 가지고 있어서 알케네이스 부대와 싸울 수 있는 것 뿐이다. 우리까지 그럴 수 있다는 오판은 하지 말아야지.”

“우리가 할 일은 캐슬을 믿으면서 우리의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알케이네스를 막는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수정 기둥을 막아선 쪽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공익을 위한 것인 양, 헌터들의 전력 약화를 핑계로 대고 있었다.

“개소리! 그럼 사람은 가지 않더라도 보급 물자는 보낼 수 있는 거 아니냐? 니들이 받은 소모품을 내 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크라운에서 보내겠다는 것도 막은 이유가 뭐냐?”

“크라운의 것도 인류의 것이니 아껴야 한다는 개소리는 하지 마라. 듣는 귀가 썩을 거 같으니까!”

“썅, 개아들놈의 새끼들!”

“이럴 때에 수정 기둥에서 캐슬 님이 떡 하고 나와야 저것들이 정신을 차릴 텐데.”

“그렇게 되면 어쩌면 저것들이 캐슬 님을 공격할지도 모르지.”

“그랬다간 그대로 발릴 걸? 캐슬 님 혼자서 알케이네스 부대 전체를 상대로 버티고 있는 건데, 저것들이 상대나 되겠어? 뉴어스에 있는 놈들 몽땅 끌어 모아도 상대가 될까 말까 할 텐데?”

“그렇지. 그래서 저것들이 지금 어떻게든 캐슬 님이 죽기만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 거지?”

“아, 씨발. 진짜로 여기에 캐슬 님이 떡 하고 나타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저것들 목을 다 따버렸으면.”

“그러게.”

“우리 이러지 말고, 그냥 밀어 붙이자. 씨발 나는 목숨 걸었어. 캐슬 님이 미래야. 여기서 죽더라도 어떻게든 캐슬 님께 치료제 하나라도 보내고 죽을란다.”

“옳다! 가자. 쉐엣! 퍼킹!”

“더 기다려봐야 시간만 흐른다. 자, 결정을 합시다. 여기서 모두 죽을 각오로 수정 기둥을 탈취할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뒤로 물러나십시오.”

“너희도 잘 생각해라. 우린 정말 죽을 각오를 했고, 정말로 죽일 각오도 했으니까!”

“모두 준비!”

누군가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급변했다.

캐슬을 구하겠다고 나섰던 이들이 갑자기 적극적인 공격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무기를 뽑아들고, 마력과 오러를 끌어 올렸다.

“어? 씨발, 이거 정말 싸우는 거야?”

“그럼? 밀고 들어오면 막으라는데 어쩔 거야?”

“지금 막는 게 문제냐고. 그냥 투닥거리는 게 아니라. 목숨 걸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위에서 그렇게 하라잖아. 그리고 캐슬이 있으면 우린 끝까지 꼬봉 노릇만 하게 될 거고.”

“그렇다고 목숨 걸고 싸워? 알케이네스나 몬스터도 아닌 인간 헌터들하고?!”

“저것들은 이미 적이야. 적을 상대하는데 인간이고 나발이고 그런 게 어디 있어!?”

“씨발, 지구에서 전쟁이 어디 한 두 번이냐? 세계 대전만 두 번이고, 자잘한 싸움은 단 한 번도 그친 적이 없는 곳이 지구였어!”

“아니, 그렇다고······.”

“씨발 그래서 어쩌려고? 여기서 헛짓 하다가는 정말 지구에 있는 가족들이 다칠 수도 있어.”

“그건 가디언이······.”

“우리 길드가 가디언의 캐슬을 죽이겠다고 나선 마당에 가디언이 그 길드에 속해 있는 우리 가족을 지켜주겠냐고!”

“아닌 말로 캐슬이 벌써 죽었거나 포로로 잡혀 있을 거란 추측이 더 그럴 듯 하지 않냐? 저 수정 기둥에 나온 표시는 그 도시가 점령이 되었는지 아닌지만 알 수 있잖아.”

“그래. 그 말이 맞지. 도시를 점령하고 심장석을 그대로 둔 상태로 이쪽에서 헌터들이 넘어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우린 그렇게 개죽음을 당할 놈들을 구해주려는 거고.”

말도 안 되는 논리.

하지만 또 그런 단순한 주장을 신앙처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의외로 많았다.

여론이라는 것은 한 번 만들어져 흐름을 타게 되면 제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기 어려운 법이다.

시간이 흐르고, 뒤를 밀어주던 힘이 약해진 다음에야 자신들이 어디까지 뛰어 왔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돌이키기 어려운 곳에 서 있음을 깨닫게 되면?

굳이 시키지 않아도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끊어진 열차처럼.

“죽여!”

카가가강! 콰르르릉! 퍼버버벙!

“막아!”

“아니, 죽여!”

퍼벙! 퍼엉! 터더더덩!

“개새끼들! 크라운 길드 소모품을 쓰고 있다!”

“씨발 놈들이 염치도 없지!”

“개새끼들! 죽여 버려!”

“으아아악! 비키란 말이야! 우린 수정 기둥만 가면 된다고!”

“죽인다! 모두 죽여 버린다아!”

어느 순간,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도 정확하지 않은 충돌이 생겼다.

분명 가볍게 투닥거리는 정도였을 뿐인데, 어느 순간 스킬이 발동되고 오러가 번뜩이는 날붙이가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막는 쪽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유는 알케이네스를 막으라고 전해줬던 크라운 길드의 방어 아이템을 막는 쪽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스킬이건 원거리 공격이건 허공에서 맥없이 폭발하거나 튕겨 나갔고, 오러를 담은 날붙이도 방패나 갑옷의 표면에 흐르는 반투명한 보호막에 막혀 버렸다.

공격하는 쪽에서는 너무도 어이가 없는 것을 넘어서 울화통이 터지는 상황이었다.

저들이 사용하는 소모품 모두가 캐슬이 지원한 것들이 아닌가.

“으아아아! 개새끼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

“씨발놈들아! 니들을 살려준 것이 가디언과 캐슬이라고!”

“니들 그거 쓰면서 양심이 찔리진 않냐?”

어이없는 상황 때문일까?

한 순간 싸움이 소강상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싸움이 멈춘 순간, 수정 기둥을 빼앗으려 했던 이들의 전의는 차갑게 식고 있었다.

수에서도 밀리는데, 크라운 길드의 공방 소모품까지 저들이 사용한다면?

승산은 전혀 없다고 봐야 했다.

그나마 첫 충돌에서 놈들이 공격 물품을 쓰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아니 어쩌면 다음에서 그것을 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공격 쪽의 헌터들이 망설이게 되었을 것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다들 싸움을 멈추십시오.”

그 때였다.

중립 도시의 성문을 지나 한 무리의 헌터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대형 길드의 수뇌부들.

말하자면 도현의 구출을 반대하는 편에 선 연합의 지휘부인 셈이었다.

“지금 헌터들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고, 결국엔 서로 상잔하여 피를 보게 만들다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들 앞에 선 인물은 로익.

프랑스의 골드 헌터로 축복(bénédiction)이라는 길드의 마스터였다.

그런 그가 유럽 연합 전체의 길드 대표가 되면서 발언권이 커졌는데, 이번 도현의 문제에선 격렬하게 가디언을 성토하며 문제 제기를 한 인물이었다.

가디언이 독단적이며 독재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

인류를 위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헌터는 자의로 차원 전쟁에 참가한 이들이니 그들의 의사 결정은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

등등.

로익은 그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강력하게 가디언을 성토했고, 결국 반 가디언 세력의 수장 역할을 하게 되었다.

“로익! 배신자!”

“썬오브······!!”

“지옥으로 가라!”

“#$%@#%!!!”

“#@*$$^!!”

그의 등장에 도현을 지지하는 헌터들 사이에서 입에 담기 힘든 욕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로익은 수 십 명의 길드 마스터들과 함께 태연한 표정으로 수정 기둥 쪽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수정 기둥을 탈취하려던 헌터들은 그런 로익 일행의 걸음을 막지 못하고 길을 터 주고 말았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지만 이미 한 번의 충돌로 기세가 꺾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십시오.”

수정 기둥을 지키는 헌터들 사이에 도착한 로익이 누군가 스킬로 만들어낸 단상 위에 서서 말했다.

“하, 항복?”

“저게 지금 뭔 개소리야?”

“그러게?”

이에 수정 기둥을 탈취하려던 헌터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당신들의 행위는 인류의 공익에 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잘못을 인정하고 항복하십시오. 그러면 선처하겠습니다.”

“서, 선처?”

“저 개새끼가 지금······.”

“오늘 이곳에 있는 여러분, 우리를 공격한 모든 길드들은 앞으로 우리 연합의 점령전 대상이 될 것입니다.”

“뭐? 뭐라고?”

“아울러서 점령된 도시의 길드원들은 모두 퇴출될 것이며, 우리 연합의 어떤 길드도 그렇게 퇴출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무소속으로 떠돌다가 죽게 만들겠다는 그런 말이네?”

“선택에 따라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선택?”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두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 되겠지요.”

“씨발 새끼들! 결국 힘으로 누르겠다는 소리네?”

“니들 마음대로 될 것 같으냐? 크라운 길드가 가만히 지켜보기만 할 거 같아?!”

결국 로익의 말에 반발한 이들이 크라운 길드를 입에 올렸다.

사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은연중에 크라운 길드를 믿고 있었다.

이에 로익의 눈썹이 꿈틀하더니 표정이 딱딱해졌다.

그는 잠시 목소리가 들린 쪽을 노려보다가 피식 웃었다.

“후훗, 크라운 길드? 그들을 믿고 있다면 어리석은 짓입니다.”

그리고 표정을 풀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무, 무슨?”

도리어 당황한 것은 캐슬을 구하려는 쪽의 헌터들이었다.

“한국이 약한 나라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국가들이 압박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크라운은 뉴어스에 고립되고 말 것입니다.”

로익이 말했다.

“한국을 압박해서 크라운의 항복을 받겠다고?”

“우리들의 정보에 따르면 크라운의 길드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애착이 큰 것 같더군요. 이미 죽은 캐슬, 아니 최도현 때문에 한국이 어려워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될 거 같아? 웃기는 소리!”

헌터들 중에 한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

그는 딱 봐도 한국 출신의 헌터가 분명했다.

그의 주변에는 비슷한 외모의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한국의 경제와 문화, 정치와 생활 수준 따위를 모두 반세기는 후퇴시킬 수 있습니다. 그걸 누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하하핫.”

“무, 무슨······. 아니 어떻게 그런 짓을······.”

“그건 여러분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겠군요. 이곳에 있는 몇 명의 한국 헌터들은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아,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헌터들은 항복해도 다른 길드에 들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개자식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로익의 말은 특히 한국 출신 헌터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그리고 그들이 분노에 휩싸여 로익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이었다.

“어? 씨발? 저거 보여?”

“미, 미쳤다.”

“어어어어?”

갑자기 광장이 어두워지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선은 광장의 하늘을 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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