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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51화 (51/184)

51. 와, 총질?!(3)

51. 와, 총질?!(3)

= 정말 이대로 실행합니까?

= 그렇게 해.

= 알겠습니다.

여원의 베타팀은 그 동안 인원 확충을 거듭했다.

그 중에 한 명인 김길주는 특수작전부대에서 소령으로 예편하고 잠시 국정원에서 실전 고문으로 있다가 여원으로 스카우트 된 인물이었다.

당연히 평사원이 아닌 팀장급의 직위로 입사했고, 나름 능력을 인정받아 베타팀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 덕분에 이번 저격 사건의 특별팀에 소속될 수 있었고, 흑영이라는 기이한 그림자 인형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흑영은 김길주에게 신세계를 보여 주었다.

자신은 안전한 곳에 편히 기대앉아서 흑영이라는 인형을 자신의 몸처럼 움직일 수 있다니.

게다가 그 흑영은 그림자만 있으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흑영과 함께 공간을 훌쩍 훌쩍 뛰어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김길주는 그림자 사이를 이동하며 그런 생각까지 했다.

어쨌건 그림자에 몸을 숨길 수 있고, 아무리 작은 틈이라도 통과해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으로 국정원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뽑아냈다.

그리고.

= 명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인다.

그 정보에 따라서 이번 일의 범인들을 특정하고 내려진 명령.

김길주는 그 지시에 따라서 신종남과 마성현이 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마성현 소유의 빌딩에 있었는데, 혹시 모를 사태를 걱정했는지 비밀스럽게 만들어 놓은 세이프티 룸에 숨어 있었다.

빌딩 지하에 지어 놓은 세이프티 룸은 일종의 재난 대비용 벙커였다.

마성현과 신종남은 그런 비밀스러운 공간에 숨어서 저격 사건의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 * *

“뭐야? 왜 연락이 안 와?”

신종남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는 골드 헌터였다.

하지만 캐슬에게 당한 뒤로 오래도록 식물인간처럼 살다가 할아버지인 신경만 회장의 노력으로 병상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런 기적적인 결과에는 치유계 골드 헌터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치료가 된 후에도 신종남은 뉴어스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뉴어스에 들어갔다가 그레이 헌터들에게 들키는 날에는 그곳에서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쪽을 팔아버린 신종남은 그 후로 가슴에 쌓인 울화와 캐슬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이 무너졌다.

그런 중에 신종남에게 접근한 것이 마성현이었다.

마성현은 가디언의 캐슬이 최도현이란 소리를 어디선가 듣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도현 때문에 자신이 골드 헌터가 되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도현이 자신을 밀어내고 골드 게이트에 접촉하면서 뭔가 큰 것을 얻었을 거라고 확신한 것이다.

결국 마성현에게 도현은 자신의 것을 훔쳐간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그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망상이 커지면서 복수심을 키우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신종남을 이용해서 도현 암살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잊었냐? 여기 안 들키려고 통신도 30분마다 짧은 시간만 연결되는 거?”

“어쨌거나 오늘 그 놈이 회사에 왔다며?”

“아직 회사에 있을 수도 있지. 오랜만에 나왔으니까. 그게 아니면 다른 경로로 빠졌을 수도 있고.”

“빌어먹을!”

쨍그랑!

신종남은 신경질을 내며 들고 있던 잔을 한쪽 벽으로 내던졌다.

“야야, 그거 니가 치울 거야? 여기 청소하는 것들 부르기도 힘든 거 몰라?”

“아씨! 그러니까 여기 상주하는 년들 몇 명 들여 놓으라니까.”

“그게 쉽냐? 와꾸 되면서 말 잘 듣고 탈 없는 것들 구하기가 쉬운 줄 알아?”

“아, 씨발!”

마성현의 타박에 신종남은 버럭 고함을 지르며 마성현을 노려봤다.

그러자 마성현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놈이라 자칫 발광이라도 하는 날에는 마성현 자신도 위험할 수 있었다.

신종남이 캐슬에게 박살이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골드 헌터의 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치료 각성 능력을 지닌 골드 헌터 덕분에 몸이 나은 후로는 각성 능력도 돌아왔다.

물론 뉴어스에 다시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실력 향상은 없었지만 지금 상태만으로도 일반인인 마성현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진정해. 처음부터 시간이 걸릴 걸 예상했잖아. 하지만 걸리기만 하면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고.”

“크크큭, 그렇긴 하지. 대가리에 총알이 박히고도 살아날 수는 없겠지. 게다가 총알도 보통 총알이 아니라 대물 저격총의 탄인데. 크흐흐흐흐. 꿀꺽! 꿀꺽!”

신종남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듯 새 잔에 따른 술을 절반이나 흘리며 들이켰다.

그 때였다.

신종남과 마성현이 있는 응접실의 천정 환풍구 구멍에서 검은색의 뭔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보였는데 지면에 닿을 때에는 묵직한 질량감을 느낄 수 있게 변하며 사람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 어? 씨발 저게 뭐야? 술 때문에 헛게 보이나?”

그것을 먼저 발견한 것은 고개를 쳐들고 술잔을 기울이던 신종남이었다.

“뭐? 뭐가? 허어억!”

신종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마성현 역시 그것을 발견하고 다급한 숨을 터트렸다.

그런 중에 그 검은 무언가는 바닥에서부터 다리를 만들더니 결국 사람을 닮은 검은 덩어리로 변했다.

“뭐? 뭐야? 저거?”

“나도 몰라!”

마성현이 신종남에게 물었지만 신종남도 그것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신종남이나 마성현 모두 그 검은 인간이 각성 능력의 하나일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게 해 냈다.

“누구냐!? 얼굴을 왜 숨겨!? 내가 아는 놈이지? 누구야? 어떤 놈이냐고!”

그나마 골드 헌터들과 안면이 있는 신종남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정체를 물었다.

하지만 흑영은 조용히 서서 김길주의 의지를 전해 받고 있을 뿐이었다.

= 확인 바람. 신종남, 마성현.

= 제거.

= 확인!

김길주는 다시 한 번 베타 팀의 결정을 확인했다.

그리고.

스스슷!

“우아앗! 죽어!”

후웅! 휘익!

서걱! 서걱!

투둑! 푸화화홧!

위협을 느낀 신종남이 각성 능력을 사용해서 몸을 강화하며 흑영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한 순간 흑영의 모습이 사라지는 듯 싶더니, 신종남의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져 마성현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흑영이 다시 응접실 구석으로 이동했을 때, 그 움직임의 결과가 나왔다.

신종남과 마성현의 목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 것.

= 보고합니다. 제거 완료.

= 수신. 복귀하라.

= 알겠습니다.

김길주는 지시에 응답하고 곧바로 흑영을 움직여 환풍구 구멍을 통해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리저리 비틀린 좁은 구멍을 통해서 지하 밀실로 들어가는 것도, 또 빠져 나오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김길주는 거듭 흑영의 성능에 감탄했다.

그런데 자신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오던 흑영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공유되고 있던 흑영의 감각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어엇!”

김길주는 조수석 의자를 젖히고 누워 있다가 기괴한 비명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김 팀장님?!”

그 모습에 운전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이 놀란 표정으로 김길주를 불렀다.

“으음, 끄응!”

김길주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과 그 검은 인형의 연결이 끊겼다.

처음부터 잠시 빌려주는 것이라 했으니 대여 시간이 끝난 모양이었다.

“아, 씁.”

김길주는 막연하게 느껴지는 상실감과 공허함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부하 팀원이 다시 한 번 물었다.

“괜찮아. 작전 끝났으니까 복귀하자.”

“네? 네! 알겠습니다.”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조수석에서 잠만 자던 팀장이 작전 종료를 선언했다.

이상하기는 하지만 팀장의 결정을 일개 팀원이 따질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운전대를 잡은 팀원 하동식은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

‘무섭군.’

차가 출발하자 의자를 살짝 세워 앉은 김길주는 다시 눈을 감았다.

눈빛에 담겨 있을 아쉬움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만큼 흑영의 능력에 반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흑영을 나눠받았던 베타의 직원들 모두가 느끼는 감정이었다.

* * *

“이게 무슨 소리야? 정말로 다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원장님.”

“하룻밤 사이에?”

“시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모두 국내에 있던 이들이니 하룻밤이면 충분한 시간입니다.”

“내가 그걸 몰라? 중요한 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잖아. 범인을 알아도 잡을 수가 없다고!”

범인은 여원 그룹의 정보팀이었다.

베타라고 부르는.

“사건 장소 부근에서 그들이 머물렀다는 증거는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게 뭐? 그 놈들이 그곳에서 꼼짝도 않고 있었다며? 그게 화면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

“그 새끼들이 뭔가를 했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는 증거를 우리가 내 놓게 생겼네? 응? 그게 증거야? 응? 황차장, 이거 그 놈 짓이잖아! 그 놈, 최도현!”

“그 시간에 최도현은 경찰서에 있다가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쾅!

“누가 그걸 몰라?! 나도 알아! 하지만 그 놈이 하룻밤 사이에 십여 명을 죽인 것도 분명하잖아!”

“죄송합니다.”

최도현이 벌인 짓이 분명하지만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증거는 주범인 최도현이나 종범인 여원 그룹 정보실의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것들뿐이었다.

그들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수 있는 화면과 증언, 목격담들.

국정원장 윤형식이 머리끝까지 화가 치솟은 것은 그런 이유였다.

“원장님.”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십여 명이 죽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최도현이나 유성그룹의 움직임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유성이 돌아앉으면 뉴어스 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거란 말이지?”

“최도현이 직접 불만을 드러냈으니, 어떤 형태로든······.”

“하아, 미치겠네. 고작 일반인 하나 때문에 정부 전체가 뒤숭숭해지다니.”

윤형식은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쓸어넘겼다.

그는 손바닥에 흥건히 묻어나는 땀을 느끼며 지금 상황이 아주 ‘엿’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원은?”

윤형식은 여원 그룹이 유성과 뜻을 함께 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당연히 유성 편을 들 겁니다.”

“미치겠군. 그래서 대책은 뭔데?”

“비공식적으로라도 이번 작전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사과? 설마 말로 때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당연히 요구 조건을 들어주기도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뭐?”

“최도현 대신에 밖에서 움직인 헌터들을 찾아야합니다.”

“여원 정보팀은 말 그대로 안내 역할만 했고, 실제로 움직인 놈들은 헌터들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대략 다섯에서 열 명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후우, 많군. 골드 헌터는 각국마다 백 명으로 제한되어 있어. 그런데 최도현을 돕겠다고 열 명이 움직였다고? 도대체 그 헌터들은 어디에서 나온 거야? 우리 골드 헌터는 아니잖아.”

국정원에서는 흑영을 헌터로 생각하고 있기에 벌어진 오해였다.

“절대 아닙니다. 아마도 4구역에서 길드를 성장시켜서 새로 등록한 골드 헌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나라의 골드 헌터로 봐야하는데, 그렇다면 그들이 최도현 근처에 대기하고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찾아! 괜히 딴 짓은 하지 말고 그냥 찾기만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도현에겐 1차장을 보내.”

“최도현의 가족을 보호하려 했던 회의 기록 때문입니까?”

“그래. 최도현도 그걸 알고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알겠습니다. 일단 접촉해서 요구 조건을 알아보겠습니다.”

도현은 복수를 했을 뿐이고, 양태호 3차장에게 했던 경고는 말 그대로 경고였을 뿐이지만, 막상 경고를 받은 쪽에선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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