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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는 회귀해서 군주가 되었다-12화 (12/184)

12. 타락한 드라이어드의 던전(2)

12. 타락한 드라이어드의 던전(2)

도현이 가리킨 곳에는 산성병사들을 향해 날아오는 벌들이 있었다.

사람의 머리통만큼 큰 벌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날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 로드, 저런 건 산성병사가 상대하기 어렵겠습니다. 수가 많아서 방어도 힘들고요.

에포르가 몰려드는 벌들을 보며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며 도현의 옆으로 나섰다.

여차하면 제가 먼저 벌들을 상대하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벌의 약점이 뭔지 알아?”

그런데 도현은 이번에도 별로 걱정 할 것이 없다는 듯 느긋한 태도로 에포르에게 물었다.

- 약점이 있습니까?

“하하, 간단하지. 독침을 찔러 넣은 벌은 죽는다는 거야. 그걸 몰라?”

도현이 그렇게 말했을 때, 벌써 산성병사들의 발밑으로 벌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벌의 독이 강하긴 하지. 저거 일반 헌터들은 서너 방이면 꼼짝도 못해. 알레르기가 있으면 한 방에 훅 가는 거고. 하지만 그 역시 생체에 작용하는 거라서 산성병사에겐 안 통해.”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곤 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산성병사들도 전진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도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포르, 여기 벌침들 좀 모아서 보관해 둬. 죽은 벌들의 날개도 따로 모으고.”

- 그것들이 쓸모가 있습니까?

“헌터들이 쓰는 대부분의 도구들은 이 뉴어스에서 만들어야 해. 2구역 이상으로 나가면 지구의 것들은 전혀 먹히지 않거든. 그래서 재료도 중요하지.”

-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빠짐없이 챙기겠습니다.

에포르는 그것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따지지 않고 도현의 명령대로 독침과 날개를 모으기 시작했다.

* * *

독가루와 환각, 현혹.

거기에 더해진 벌들의 공격.

사실 일반적인 헌터들의 파티에겐 쉽지 않은 던전이다.

튜토리얼을 막 통과한 헌터들의 독저항이나 정신저항력은 없거나 있어도 그리 높지 않다.

게다가 한 번에 백여 마리에 이르는 벌들의 공격은 범위 공격이 없다면 대처하기 쉽지 않다.

이곳의 벌들은 독침 한 방을 쏘고 나면 죽는다는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 한 방이 무섭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도현에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타락한 드라이어드의 뿌리> 던전은 굴곡이 많은 토굴이지만 갈림길이 없다.

그저 통로를 따라서 전진하면 끝에 닿을 수 있는 심플한 구조다.

도현과 산성병사들은 꼬박 하루가 걸리긴 했지만 결국 던전의 마지막에 도착했다.

썩은 나무뿌리들이 가득 엉켜서 만들어진 공동.

거기에 피부가 썩고 곪은 드라이어드 한 마리가 있었다.

원래 윤기 흐르는 녹색이었을 머리카락은 푸석푸석 메말라 빛을 잃었고, 맑고 고왔을 하늘색 눈동자는 검붉게 핏줄이 터져 있었다.

“어째서냐? 어째서 나를 그냥 가만히 두지 않는 거지?”

드라이어드는 눈에서 적광을 번뜩이며 도현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도현은 이 던전을 탐험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이미 저 드라이어드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때, 도현이 만났던 보스는 움직이는 거대 떡갈나무였다.

썩어가는 거대 떡갈나무는 가지에 주렁주렁 벌집을 달고 있었고, 그 벌집에서 쉬지 않고 벌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 때는 이미 공략법이 퍼진 상태라 최대한 시간을 끌며 벌들이 나오게 해서 화염 마법 한 방으로 모두 정리해 버렸다.

벌들이 사라진 떡갈나무의 공격이야 요리조리 피하면서 장작패기를 하면 끝이었고.

어쨌건 눈앞에 있는 이 드라이어드는 이 던전에서 한 번만 등장하는 진(眞)보스인 셈이다.

“어째서! 어째서냐고!”

타락한 드라이어드가 악을 쓰며 도현을 노려봤다.

“네가 던전에 있기 때문이지.”

도현은 대답인 듯 혼잣말인 듯 그렇게 중얼거리며 산성병사를 움직였다.

타락한 드라이어드를 포위하듯 다가가는 산성병사들!

“용서하지 않겠다. 내 부활을 막으려는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타락한 드라이어드는 고함을 지르며 발을 굴렀다.

쿠르르르릉!

그러자 바닥이 갈라지며 이전 기억속에서 도현이 상대했던 거대 떡갈나무가 솟구쳐 올랐다.

여기저기 썩어가는 죽은 떡갈나무는 뿌리까지 땅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가지와 뿌리가 모두 채찍처럼 움직이며 허공을 휘저었다.

부우우우웅 부우우우웅!

그와 함께 떡갈나무에 달린 벌집에서 벌들이 날아올랐다.

“어우, 이건 좀 위험하겠네?”

도현은 거대 떡갈나무에 올라탄 드라이어드를 보며 엄살을 피웠다.

- 로드 괜찮겠습니까?

에포르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내 갑옷이 산성병사들 갑옷보다 튼튼하니까 벌은 걱정할 필요가 없지. 떡갈나무의 공격도 물리 공격이라 크게 걱정은 없고.”

- 그럼 저 타락한 드라이어드가 문제군요?

“그렇지. 특히 정신 지배 같은 거에 걸리면 골치 아픈 상황이 되겠지.”

도현은 그러면서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 로드?

“싸움은 산성병사들에게 맡겨야지. 솔직히 지금 상태론 내가 마법 쪽엔 약하거든. 저항력이 낮······.”

도현은 그렇게 변명을 하다말고 입을 다물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드라이어드의 정신계 마법에 약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마력심장이 있으니까 저항력도 강해지지 않았을까?”

도현은 저도 모르게 그런 결과를 예측해냈다.

그리고 거대 떡갈나무에 올라앉은 타락한 드라이어드를 노려봤다.

“너 어째,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다? 응?!”

도현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마력 심장 없이도 정신 공격을 버티며 탱커 역할을 했던 도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력심장도 있으니.

도현이 갑자기 당당한 모습으로 드라이어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 로드?

그런 도현의 모습에 놀란 듯, 에포르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도현은 걸음을 옮기며 마력심장에서 마력을 끌어냈다.

하급 마력 연공법의 마력 통로를 따라서 온 몸에 마력을 퍼트린 것이다.

산성병사들은 썩어가는 떡갈나무를 막기 위해서 온몸을 던지고 있었다.

떡갈나무의 공격은 뿌리와 가지를 이용한 물리적인 공격이었다.

콰과광! 콰지직!

그 공격을 맞을 때마다 산성병사들은 몇 미터씩 튕겨 나가곤 했다.

당연히 팔다리가 부서지는 것은 예사였다.

하지만 산성병사들은 그렇게 부서진 부분을 곧바로 회복하며 다시 떡갈나무에게 달려들었다.

덕분에 도현에게 떡갈나무의 공격이 닿는 일은 없었다.

“이 노옴!”

떡갈나무의 어깨에 올라앉은 타락한 드라이어드가 도현을 노려보며 다시 분노의 고함을 터드렸다.

산성병사를 소환한 것이 도현임을 알아보고 있는 것이다.

위이이이잉 윙이이잉!

타닥 타닥 타다다닥! 타닥!

빠가각 빠각 빠박!

벌들이 도현에게 날아들었다.

떡갈나무는 산성병사에게 막혀 있지만 드라이어드의 암살자로 불리는 벌들은 아니었다.

벌들은 산성병사를 공격하지 않고 곧바로 도현에게 몰려들었다.

벌들은 독침으로 몸을 찌르고 이빨로 갑옷을 갉아댔다.

하지만 도현은 그런 벌들의 공격에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저 눈앞을 가리는 벌들만 팔을 휘저어 치우며 앞으로 나아갈 뿐.

그렇게 어느 정도 타락한 드라이어드와 도현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으으음?”

도현은 갑작스런 어지럼증을 느끼며 비틀거렸다.

- 로드, 로드!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십시오.

에포르 병사가 깜짝 놀라며 비틀거리는 도현을 부축했다.

도현은 에포르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력심장을 한 단계 더 자극했다.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뛰는 심장.

그리고 그런 마력심장의 박동에 힘입어 몸 안의 마력 통로에 흐르는 마력의 힘도 강해졌다.

“으음, 괜찮아! 나아지고 있어!”

도현이 비틀거리던 몸을 바로 세우며 에포르에게 말했다.

이 순간 도현은 드라이어드의 정신 공격을 방어하는 요령을 조금씩 깨닫고 있었다.

드라이어드의 정신 공격은 도현의 뇌에 작용하는 것이었다.

드라이어드는 마력을 담은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이 도현의 몸으로 들어가 머리로 올라갔고, 뇌로 들어간 드라이어드의 마력이 정신에 작용하는 형태였다.

도현은 몸 안으로 들어온 드라이어드의 마력을 확인했고, 그것이 어떻게 들어와 어디로 가는지도 확인했다.

그리고 그 뒤는 간단했다.

자신의 마력을 이용해서 드라이어드의 마력을 가두거나 밀어내면 그만이었다.

물론 드라이어드의 마력이 때론 도현의 마력을 이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도현의 우세가 확실했다.

“주먹구구식으로도 네 공격을 막았는데, 이제 방법을 알았으니 두려울 것이 없지.”

도현은 타락한 드라이어드를 노려보며 그렇게 말하곤 서둘러서 몸 안에서 드라이어드의 마력을 몰아냈다.

그리고 머리 쪽으로 자신의 마력을 더 많이 흐르도록 했다.

-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로드?

에포르 병사가 도현의 옆에서 언제든 다시 부축을 할 태세로 물었다.

“괜찮아. 이제 저 드라이어드가 날 어쩌진 못해. 떡갈나무만 처리하면 끝이야.”

도현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산성병사들의 공격을 더욱 강하게 했다.

방패와 검, 창을 다루는 산성병사들이 제 각각의 특기를 살려 썩어가는 떡갈나무를 상대했다.

그런 중에 도현은 의지를 이용해서 창을 다루는 산성병사들의 무기를 도끼창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도끼창에 뿌리와 가지가 찍혀 나간 떡갈나무는 점차 움직임이 굼떠졌다.

“이 노옴! 용서하지 않겠다. 이제 머지않았는데, 이제 곧 다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었는데 네 놈이! 네 놈이!”

타락한 드라이어드는 떡갈나무의 어깨에 올라서서 도현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썩어가는 떡갈나무의 밑동이 베어지며 땅바닥에 팽개쳐졌다.

“아아악! 억울···하다.”

타락한 드라이어드는 썩어가는 떡갈나무가 쓰러지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 허무한 결말인 거 같습니다.

에포르 병사가 연기처럼 조금씩 사라지는 드라이어드의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어차피 이 뉴어스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허상의 존재야. 게다가 이 던전은 이후에도 계속 유지가 되지.”

- 그렇습니까?

“물론 저 드라이어드는 다시 나오지 않는 거 같지만.”

- 그렇군요.

“자, 그럼 이제 즐거운 파밍 시간을 가져 볼까?”

- 파밍이라니요?

“음, 그런 게 있지. 사냥이 끝나고 전리품을 수거하는 거. 일단 저 벌침들하고 날개 챙기고.”

- 넵, 알겠습니다. 로드.

도현은 에포르에게 먼저 잡템 수거를 맡겼다.

그리고 떡갈나무와 타락한 드라이어드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떡갈나무 스태프>

<떡갈나무의 새싹>

<드라이어드의 정수>

- 오오, 괜찮은 것들이 나온 거 같습니다. 마력을 제법 품고 있군요.

도현이 떡갈나무와 드라이어드가 사라진 자리에서 세 개의 아이템을 주워들자 에포르 병사가 다가왔다.

“스태프는 당분간 내가 쓰면 되겠고, 새싹은 흡수하고, 정수는 보관해야겠군.”

- 그렇습니까? 아, 그렇군요. 새싹을 흡수하면 숲의 성에 대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겠습니다. 스태프는 마력 효율을 높이는 부분이 쓸 만하겠군요.

“그래 그 정도가 지금 내게 유용한 거지. 하지만 언젠가는 주인을 찾아 줘야 할 거야. 딱 드루이드 전용 스태프거든.”

- 그러고 보면 드라이어드의 정수도 드루이드 계열이 쓸 물건이군요?

“그런 거지. 원래 여기가 드루이드를 육성하기 위한 곳이거든. 문제는 새싹인데, 이게 드루이드에게 어떻게 쓰일 건지는 모르겠단 말이지.”

도현은 조금 고민스런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떡갈나무 새싹>은 말 그대로 한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새싹이었다.

아이템 정보에 이름이 뜨긴 하지만 겉으로 보면 아주 작은 묘목의 모종처럼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름 이외의 정보가 뜨지 않는다.

게다가 과거의 기억에도 <떡갈나무 새싹>이란 아이템에 대한 것은 전혀 없었다.

“분명히 나오긴 했을 텐데······.”

도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혀를 차고는 잡생각을 떨쳐버렸다.

과거의 기억에는 정말 어이없이 사라진 아이템들이 어디 한둘인가.

어쩌면 골드 헌터 중에 누군가가 이 <떡갈나무 새싹>은 지구로 옮겨서 어딘가에 심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라질 거라면 내가 유익하게 써 주는 것이 좋겠지.’

도현은 결국 처음 생각대로 <떡갈나무 새싹>을 흡수하기로 했다.

“에포르 주변 좀 지켜!”

- 로드?

에포르 병사는 도현의 명령에 고개를 돌리다가 우뚝 멈췄다.

- 로드! 아무거나 그렇게 막 주워드시면 안 됩니다. 무슨 땅그지도 아니신데······.

그러거나 말거나 도현은 이미 <떡갈나무 새싹>을 꿀꺽 삼킨 상황이었다.

‘마력도 올리고, 숲의 성 점유율도 올리고! 일거양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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