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탈옥한 천재마법사-13화 (13/227)

#013화. 역 배당 (1)

“이고르. 세금은 잘 모아 놨나?”

방 안, 나를 제외한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귀신이라도 본 얼굴이었다.

침대 밑의 먼지를 쓸어내고 있던 이고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네놈. 어떻게 돌아온 거지? 분명 독방에서 두 달씩이나….”

“아, 거기? 미치는 줄 알았어. 차라리 진짜 미쳤으면 좋았을 텐데 안 미치니까 더 미치겠더라.”

이히힉 하는 웃음을 흘리며 키프텔이 말했다.

딱 보아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음에, 죄수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렸다.

‘만일을 위해 수를 써두었지.’

독방에서 나온 죄수의 정신 감정은 에스텔이 맡는다.

그녀에게 말해두었다.

‘키프텔’에게 복귀 판정을 내리라고.

물론 내가 손을 쓰지 않았더라도 돌아왔을 확률이 높지만, 만일을 위해서였다.

“아아-. 좋지 않았어. 먹을 거라곤 스프에 빵 쪼가리가 전부고. 쥐 잡아먹으면서 버텼다니까? 쥐꼬리를 으득으득 씹으면서 생각했지. 아, 나가자, 빨리 나가자, 나가서 사회로 가자, 이 교도소 밖으로 가자.”

“······.”

“그러니까 돈. 걷어 놓은 거 빨리 줘. 매점 가서 티켓 살 거니까.”

키프텔이 손바닥 하나를 보란 듯 내밀었다.

내 쪽을 잠시 쳐다보는 이고르.

자신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시선이었다.

이고르의 곰 같은 손바닥이 높이 올라갔다, 낙하했다.

텅!

두 사람의 손바닥이 마주치며 가죽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황급히 손을 회수한 키프텔이 손바닥을 후후 불었다.

“이런 씨발, 미쳤어?”

“내가 줄 건 그거밖에 없다. 얻어맞기 싫으면 꺼져라.”

“아니, 집에 돌아오니 개가 무네? 나한테 짓밟혔던 게 기억 안 나나?”

“지금은 아니다. 넌 두 달 동안 독방에서 삐쩍 곯은 반면에 난 계속해서 단련을 멈추지 않았지. 이젠 누가 더 강할 것 같지?”

본래 두 사람의 싸움 실력은 키프텔이 미세하게 우위였다고 했다.

‘아직 키프텔이 각성하기 전이란 얘기겠지.’

“당연히 내가 더 강하지. 좀 맞아야 할 거 같은데? 너?”

키프텔이 늑대처럼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아닌 게 아니라 녀석에겐 늑대의 피가 흐른다.

정확히 말하면, 아인종, 라이칸 슬로프의 피가.

뒷골목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녀석 스스로도 모르는 사실이다.

“덤빌 테면 덤벼라. 그 꼴로는 내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질 테니까.”

나가떨어지는 건 이고르일 가능성이 크다.

늑대나 사자, 뱀 같은 동물의 형(形)을 따르는 아인종은 대개 이성보다 본능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쿵!

키프텔의 손이 번쩍임과 동시에 이고르가 쓰러졌다.

이고르는 주먹에 맞은 턱을 어루만지며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 방금 뭐지?”

“모, 몰라. 뭐가 번쩍인 것 같은데.”

정신이 피폐해질수록 ‘본능’이 ‘이성’의 자리를 내리누르고, 피의 작용이 더 강하게 일어난단 얘기다.

물론 그 피가 아주 옅기에 녀석의 몸 어디에도 늑대 인간의 흔적은 찾을 수 없지만, 근력이나 민첩성 등의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월등하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지겠지. 어느 정도 한계선까지는.’

나는 슬슬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안 듣는 개는 매가 약이지.”

쓰러진 이고르에게 다시 주먹을 날리려는 키프텔.

탁.

녀석의 손목을 붙잡았다.

“뭐야 넌? 못 보던 얼굴인데? 신참?”

히죽거리며 웃던 녀석의 얼굴은 이내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그럴 수밖에.

아무리 힘을 줘도 손이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오? 오? 밖에서 힘 좀 쓰다 왔나 봐?”

붙잡은 손아귀와 붙잡힌 손목이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린다.

녀석이 안간힘을 쓰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괴력이다.

「근력 강화」마법의 출력을 계속해 높이며 녀석을 통제한다.

“아, 알겠다. 너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남들 청소하는데 혼자 침대에 앉아 있더라? 그리고 이 정도 힘이면.”

녀석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네가 방장 먹었구나? 그렇지? 당연히 반장도 먹었을 테고.”

“허, 헛소리! 내가 반장이다!”

이고르가 내 눈치를 보며 부리나케 소리쳤다.

“아닌 거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 신…참!”

녀석이 말끝을 흐리며 팔을 크게 뿌리쳤다.

자연스럽게 풀려난 녀석의 손목은 벌건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걸 보고 씰룩거리는 녀석의 입술.

내가 말했다.

“본인이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난 방장도, 반장도 아니다.”

“…뭐 상관없어. 때려눕혀야 할 개새끼가 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나는 속으로 픽 웃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개’는 키프텔 쪽이 가까웠기에.

내 웃음을 본 키프텔이 다시 한번 으르릉거렸다.

“덤벼. 날 막아섰다면 그만한 각오를 했단 거겠지.”

“지금은 아니다.”

“뭐?”

“지금은 아니라고 했다. 또 다시 문제를 일으켜 독방에 가고 싶은 거라면 상관없지만.”

독방이라는 말에 녀석의 얼굴이 급격히 핼쑥해졌다.

“거긴 아냐. 거긴, 거기는….”

“넌 네가 반장이라고 생각하지. 잠깐 독방에 다녀왔을 뿐이니까.”

“그건 맞아.”

“그럼 그 자리를 걸고 제대로 한 번 싸우지. 교도관들 승인 하에.”

녀석이 미친 듯이 킥킥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고르가 교육을 안 시켰나? 신참이 아주 겁대가리를 상실했는데?”

내가 몰핀을 시켜 금고를 가져와 열게 하자, 녀석의 웃음은 뚝 멈춰버렸다.

“네가 이기면 전부 주지.”

녀석의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린다.

돈의 출처나 금액, 내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답은 정해져 있다.

한참 뒤 녀석이 말했다.

“뭐, 좋아. 거짓말할 녀석 같지는 않고. 그렇다 해도 강제로 빼앗으면 되는 일이지. 싸우는 건 언제?”

“일주일 뒤. 네가 몸 상태가 안 좋아 졌다는 핑계 댈 일이 없도록. 그 정도면 회복할 시간으론 충분하겠지.”

녀석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리더니 끅끅거리며 말했다.

“진짜 재밌는 놈이네. 일주일 뒤에 보자고. 그 돈은 잘 간수하고 있고.”

녀석이 문밖으로 사라졌다.

“카인 님! 남들 보는 앞에서 밟아버릴 생각이시군요!”

“저 건방진 녀석이 주제도 모르고 말입니다.”

죄수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걱정하진 않는 모습이었다.

단, 직접 주먹을 맞아본 이고르를 제외하면.

녀석은 아직도 멍한 얼굴로 몸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 * *

─신참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다.

─돌아온 반장 키프텔과 신참이 한 판 맞붙기로 했다.

부하들을 통해 소문을 퍼트렸다.

교도소 최강자와 최약자의 싸움.

소문은 금세 들불처럼 번져 교도소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죄수, 교도관 할 것 없이.

「난 일단 키프텔이 정신 병동에 안 간 것도 놀랍긴 한데, 신참은 무슨 생각이지?」

「글쎄. 맞아 죽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 전에 광석 삼키고 난리 난 적 있잖아. 키프텔이 독방 간 이유가 B반 한 명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고.」

「미친놈 생각을 어떻게 알아. 우리야 구경거리나 챙기면 그만이지. 」

어디를 가든 시선과 수군거림이 달라붙었다.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더욱이, 키프텔은 몸이 약해진 틈을 타 도전해 오는 녀석들을 차례로 때려눕히며 주가를 높이고 있었다.

물론 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필요도 있었다.

양측에 걸리는 돈의 비율이 어느 정도 맞춰져야 판이 커지는 법이니까.

「난 신참에게 100만 실링을 걸겠다.」

이고르를 시켜 직접 발언케 했고, 소문엔 더욱더 불이 붙었다.

「신참이 뭔가 숨기고 있는 거 아닐까? 미쳤다고 100만을 태울 리는 없잖아. 아무리 세금으로 모은 돈이라 해도, 일반 죄수가 15년 넘게 숨만 쉬고 모아야 하는 돈인데.」

「승부 조작 아냐? 키프텔과 이고르 사이에 뭔가 말이 오갔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반장 자리가 걸려 있는데. 아, 난 모르겠다.」

소문을 듣고 키프텔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고르가 언급한 돈이 자신과의 내기에 걸었던 그 돈이 아니냐고.

「실제로 걸 생각은 없다. 판을 키우기 위해서지. 너도 그편이 더 낫지 않나?」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이던 녀석은 이야기를 듣더니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 쪽에 걸리는 돈이 많아질수록 좋긴 하지. 난 가진 돈 모두를 나한테 걸 생각이니까.」

그리고 돌아갔다.

수작을 부리면 독방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정말 날 죽여 버리겠다는 경고와 함께.

어쨌든 추측과 혼란 속에 소문은 제 몸집을 키워 갔고, 교도소 어디를 가든 키프텔과 나의 ‘반장 자리를 건 싸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곳은 없게 되었다.

‘…그래봤자 판돈은 대부분 키프텔에게 몰리겠지. 그동안 보여 온 이미지가 극명하게 다르니.’

7:3.

내가 예상하고 있고, 또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었다.

나는 이틀 뒤 싸움 장소가 될 운동 코트를 살폈다.

주위를 둘러싼 철망.

2개의 낮은 골대.

실제 경기를 위해 쓰인지는 한참 되었는지, 흙바닥 곳곳엔 돌멩이가 굴러다녔다.

‘저 굳은 피는 어제 키프텔에게 당한 놈 건가.’

녀석은 난폭했다.

거칠고, 과감하고, 잔학했다.

야생의 맹수가 화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교도관들이 경기장 바닥에 총을 쏜 뒤에야 비로소 멈췄다.

라이칸 슬로프.

아인종은 아무래도 규격 외의 존재인 법이다.

수인과의 혼혈.

진짜 라이칸 슬로프에 비할 바는 못 된다고 하나 늑대의 피가 흐르긴 하는 만큼 방심할 순 없다.

“안에서 뭘 하는 거야?”

“자기 묫자리 될 장소 미리 둘러보고 있나 보지.”

철망 밖에서 죄수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고, 돌멩이 하나를 주워 주먹에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회로를 가동시켰다.

우웅-

어떤 마법이든 기본 원리는 같다.

회로에는 마나가 흐르고, 마나에는 72종의 원소가 담겨있다.

화(火), 수(水), 전(電), 금(金) 등의 속성을 위시한 12종의 주 원소.

자체적으로 뚜렷한 성질을 띠진 않지만 마법의 배합재로 들어가는 60종의 보조 원소.

수식계산을 거쳐 필요한 원소를 선별하고, 발현 시작점이 될 신체 부위로 올려보낸다.

융합과 동시에, 신체 내부, 혹은 외부의 좌표를 지정한다.

우웅-

풍(風), 토(土), 금(金), 3종의 주 원소와 12종의 보조 원소가 손바닥 위에 이지러지며 한 점에 모여든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평생 1, 2종의 주 원소를 다루는 게 고작.

하지만 「원소 친화성」이 있는 내겐 제한의 폭이 없다.

내가 사용하고 건 「바람 덩굴」.

어느 정도 물리력을 갖춘 바람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마법.

‘보통이라면 마법은 원소가 융합을 마치자마자 즉시 발현되기 마련이지만.’

나는 ‘융합’되어 ‘발현’되기 직전인 원소 덩어리를, 손에 쥔 돌멩이 안에 박제시켜 넣었다.

은은한 빛이 돌멩이를 감돌다 사라졌다.

응용 계열 마법 「각인」이었다.

마법의 발현 좌표를 외부 사물에 고정시키고, 발동 시점을 임의로 조정하는 기예.

현재 회로 레벨로는 며칠 정도의 지연이 한계이나, 지금은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완성된 돌멩이들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진 뒤, 다른 돌멩이들을 주워 같은 과정을 계속해 반복했다.

* * *

“저, 카인 님. 슬슬 나가셔야 하지 않습니까?”

침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내게, 몰핀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눈을 떴다.

[회로 레벨: 1]

[마나: 250 / 250]

“가지.”

난 부하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코트에 가까워질수록 함성이 커져 왔다.

모여든 죄수들도, 감시탑에 올라선 교도관들도, 그 어느 때보다도 숫자가 많아 보였다.

다만 교도관들은 평소와 같이 공터 ‘안’ 감시탑이 아니라 ‘밖’ 감시탑에 올라 있다.

‘흥분한 죄수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대비를 하는 거겠지. 코트에는 딱 붙어 있는 위치니 관전하기도 좋고.’

공터의 철망과 코트의 철망은 한쪽 면을 공유하는 구조였다.

“절름발이 왔네!”

“기다리고 있었다고. 이고르가 괜히 돈을 건 건 아니겠지!”

내게 기대감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조롱과 야유를 보내기 바빴다.

“재미없는 꼴 보이면 죽을 줄 알아라!”

“병신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온갖 쓰레기가 날아든다.

음료수 캔이나 과자 상자, 돌멩이 따위의 것들.

먼저 와있던 이고르가 내 눈치를 보았지만, 난 그저 지시했던 대로 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얼른들 걸어! 선수 입장하고 시작 종 울리는 순간! 그 이후 베팅은 배당률 떨어지니까!”

‘수첩’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바삐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녀석을 불러 양측에 걸린 돈의 비율과 총금액을 물었다.

비율은 대략 8:2.

총금액은 242만 3천 실링.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한 목표치엔 한참 부족하다.

아직 간을 보고 있는 녀석들이 많다는 얘기겠지.

흥을 돋워줄 필요가 있다.

끼익- 철컥.

철망 내부에 들어가자 곧 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걸렸다.

안쪽엔 먼저 도착한 키프텔이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몸을 풀고 있었다.

아직 시작종은 치지 않은 상태였다.

“왔냐.”

“그래.”

나는 대충 대답해 넘기며 주위 감시탑을 살폈다.

이쪽을 쏘아 보고 있는 게렉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녀석이 돈 냄새를 맡고 그냥 지나칠 리 없지.’

죄수들이 경기에서 원하는 건 분명하다.

도망갈 수 없는 철창.

굶주린 맹수들의 싸움.

폭력. 피. 자극. 신음.

묵은 지루함을 날려 버릴 짜릿함.

쉴 새 없이 철컹거리는 철망과 함성이 그를 증명하고 있다.

싸움은 늘 격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분위기는 선수들에게도 마법이나 마약 같은 작용을 하기 마련이니까.

싸움이 선을 넘으면 교도관들이 제지를 가하지만, 이번엔 그 선이 평소보다 훨씬 높을 가능성이 짙다.

게렉이 내게 악감정을 품고 있을뿐더러 상대는 키프텔이다.

“자, 1분 뒤에 종 치겠습니다! 선수들 준비하시고!”

늑대의 피가 흐르는 짐승.

녀석이 킥킥거리며 말했다.

주위 함성에 묻혀, 녀석의 목소리는 내게만 들렸다.

“아까 물어봤는데 판돈이 크진 않더라고. 뻔한 승부라 어쩔 수 없긴 하지만.”

“판돈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군.”

“당연하지. 걸린 돈이 커야 내 수익도 커지는데.”

“내가 키울 수 있다.”

“뭐?”

“지금 당장도 가능하지.”

녀석의 얼굴이 호기심으로 물든다.

“어떻게?”

“궁금한가?”

“그래. 그런 방법이 있으면 당장 써야지 뭐 하는 거야?”

나는 이고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눈짓을 보냈다.

이고르는 바닥에 있던 금고를 들어 올리며 쩌렁쩌렁한 소리로 외쳤다.

“100만 실링! 카인에게 걸겠다!”

일순간의 정적.

이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 진짜 걸었어!”

“100만 실링! 미쳤어! 미쳤다고!”

상황을 파악한 키프텔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너─이, 저 돈─!”

녀석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나도 카인한테! 3만 실링!”

“나도 건다! 2만 실링!”

“4만 실링!”

연이은 내 부하들의 베팅에 함성이 더욱 거세졌기에.

“저 새끼들 전부 같은 방이잖아. 뭔가 있는 거라고!”

“총합이 109만 실링이야! 나도 들어갈래! 수첩! 내 돈 받아!”

술렁이던 죄수들이 ‘수첩’에게 앞다투어 지폐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어때. 효과 확실하지 않나?”

녀석이 흐흐 웃으며 미친 사람처럼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녀석이 이긴다 한들 저 돈을 독식할 수는 없다.

건 금액에 따라 나눠서 배당을 받을 테니까.

땡!

“이 개새끼가!”

그 순간 종이 치고, 녀석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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