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4 i will find... you? =========================================================================
거의 30분에 걸친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누나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에리와 카라가 그렸다는 지도를 보여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건 왜?”
되물으면서도 인증기로 촬영해둔 그리다가 만 지도를 띄워주니 누나는 대꾸도 없이 땅에 그려지다가 만 그림을 유심히 바라본다.
고개만 살짝 돌려 허공에 띄워진 홀로그램 창의 사진을 보던 영은이도 뭔가 느낀 것인지 눈이 약간 커진다.
“……설마?”
“으음. 저런 그림으로 유추하기에는 너무 증거가 빈약하네요.”
“하지만 그런 거라면 말이 되지 않니?”
영은이도 본격적으로 호기심이 동하는지 몸을 모로 눕히며 누날 반짝 빛나는 눈으로 빤히 바라본다.
“그래도 1725년이라잖아요. 고작 그만한 시간에 대륙이 이동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그리고 서하가 가진 위상 세계의 지도는 현실의 것과 그다지 다른 게 없는걸요?”
“나는 위상 세계의 평행차원 설에도 관심이 있지만, 서하가 말한 세계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도 흥미가 많아. 시대를 알 수 없는 과거의 지구로 의심하고 있는데 대륙 지각은 현실과 똑같다? 뭔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니?”
“위상 세계가 등장한 지 200년이 넘었지만, 지형 탐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해당 부분에 대한 학자들의 논문이나 학술 세미나 등은 없지만… 저도 이상하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어요.”
“잠깐잠깐. 우리도 좀 알아듣게 막 주어 생략하면서 이야기 나누지 말고 좀. 설명 좀 해봐.”
둘이서 알아듣지도 못하게 숙덕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핀잔을 날렸더니 누나는 날 똑바로 바라보며 하나를 물어본다.
“서하 넌 팡가이아pangaea, 판게아라는 단어를 알아?”
“판게아? 초대륙? 그, 대규모 지각변동 이전에 모든 땅은 하나였다는 이야기 말하는 거야?”
“그래. 에리와 카라가 그린 단 하나의 땅, 그게 판게아가 아닐까 나랑 언니는 의심한 거야.”
누나의 말을 듣고 우리, 나와 프랑과 화연이는 다시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사진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약간 C 자 비스무리하게 생긴 게… 그런데 이걸 판게아라고 볼 수 없기도 하다고?
“위상 세계는 연도를 알 수 없는 까마득한 현실의 과거. 하지만 4억년 이전에는 대륙은 하나였다. 하지만 내가 공간 도약으로 하늘에서 조사해본 결과 위상 세계의 대륙 형태는 현실과 비슷해. 그런데 볼굴이 제작한 골렘인 에리와 카라의 지식에 주입된 1725년 이전의 위상 세계 지도는 판게아와 흡사하게 생겼다…. 뭐야 이게?”
생각하다 보니 뇌가 삐그덕거리는거 같다. 머리에 김이 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직접 체감하고 있는데 이런 내 모습을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영은이가 한술 더 떠서 내 머릿속의 혼돈을 가속하기 시작한다.
“난 서하가 가져다준 정보를 들을수록 세피로트의 나무가 생각나. 세피로트의 나무는 각각의 특징적인 속성에 세피라라는 이름을 붙이잖니. 그걸 현실의 다른 갈래로 하나하나 대입해보면 하나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거든?”
“…어머.”
영은이의 말에 누나는 이제야 눈치챘다는 표정으로 입을 가리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에 비하면 나나 프랑, 화연이는 멀뚱히 누나와 영은이만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하지?”
“정말 신기하네요.”
“뭐가 신기한지 물어보고 싶은데, 들었다간 내 머리가 폭발할 거 같아.”
“저도 이해를 못 하겠어요….”
푸념 아닌 푸념을 중얼거리며 내 머리의 경화 지수가 높음을 한탄스러워하는데 프랑도 민망한 얼굴로 귀를 만지작거리고 화연이는 팔짱을 낀 채 사진만 뚫어져라 노려본다.
“세피로트의 나무는 10개의 세피라가 존재하고, 22가지의 길이 세피라와 연결되어있어. 여기서 세피라에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른 평행차원 9개를 집어넣고, 귀환 포인트로 사용하는 빛무리는 22개의 통로를 가지고 다른 평행 차원으로 서로 이동한다고 생각하면 그럴듯하지 않니?”
으… 누나는 뭔가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느낌인데 이해가 갈랑말랑….
“그럼 통합현상은 10개의 세피라라는게 하나로 뭉쳐지는 거야? 근데 현실도 10개의 세피라 중 하나라며? 뮈르딘이 한 이야기랑은 완전히 반대되는 거 아냐?”
“멀린 그 할아버지가 그 부분을 잘못 이해하고 계셨을 수도 있지. 멀린 할아버지는 위상 세계를 현실의 과거라고 확정 지었지만, 위상 세계가 현실과 과거가 아니라 똑같은 시간상의 평행 차원의 과거라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위상력이 다른 평행 차원보다 위상력이 작아 22개의 통로를 통해 위상력이 유입되다가 안정화되면 각 연결 통로가 끊기는 거라는 쪽이 더 신빙성이 높지 않아?”
“…그럼 10개 중 하나는 우리가 사는 곳이고 하나는 내 위상 세계라면, 나머지 8개는 뭔데?”
“글쎄?”
가장 중요한 물음에 누나는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뺀질뺀질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런 게 어딨어!”
“내가 그걸 어떻게 아니? 전지全知한 존재도 아닌데.”
그건 그렇지만 난 왜 이렇게 낚인 기분이 들까. 이건 틀림없이 저 얄미운 얼굴떄문일거다.
“…어쨌든 요점이 뭐야? 위상 세계가 현실의 과거든 평행세계든 내가 해나갈 일에는 상관없는 거 맞지?”
이번에도 밉상 짓을 하면 분노의 응징을 하리라 마음먹으면서 물었는데 대답은 내 허벅지를 베고 있던 영은이가 해줬다.
“후후. 그냥 흥미에서 나온 끼워 맞추기식 가설일 뿐이니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렴.”
그 뒤에 일어선 영은이는 웃으면서 내 뺨이 뽀뽀를 해주더니 팔을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켠다. 그러고는 "씻어야겠다~." 하면서 사랑스러운 둔부를 살랑살랑 흔들며 거실을 나가버렸는데, 애초에 누나도 흥미본위였는지 영은이가 사라지자 프랑을 붙잡고 신상 액세서리가 나왔다며 인증기에 넣어둔 카탈로그를 넘기면서 걸즈토크를 시작했다.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다가 인상을 팍 쓰면서 머리를 벅벅 긁었다.
뭐가 결론은 하나도 나지 않고 복잡한 이야기만 중구난방으로 떠들다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화제가 사라져버리니 혼란스럽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서 터질 지경이다.
세피로트의 나무는 또 뭐야? 평행세계 이론은 예전에 인증기로 보기도 했었고 해서 알겠는데 판게아? 1700년 전??
“…하아.”
답답함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화제였으면 이렇게 금방 분위기가 식어버려도 치밀어오른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누나나 영은이를 붙잡고 못살게 굴었을 텐데, 이야기를 따라가질 못하다 보니 오히려 금방 주제가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즘 점점 머리가 나빠져 가는 거 같아. 너무 힘을 편하게 휘둘러서 그런가….”
뻣뻣해진 거 같은 뒷목을 주무르며 중얼거리니 거실 한쪽편에 세워져 있는 책장에서 미스티컬… 콰바라? Mystical Qabalah라는 제목이 영어로 씌여진 책을 꺼내온 화연이기 내 옆에 앉아 빙긋 웃으면서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서하는 세피로트의 나무에 대한 도형과 이론을 잘 모르지 않나. 거기에 적지 않은 정보가 머리에 가득 담겨있으니 이것저것 정보를 조합해 끼워 맞춘 가설을 듣자 두뇌 회전에 부담이 간 상태일 뿐이다.”
그거, 나 바보라고 하는 거 같은데… 언제나 내 편 일 거 같은 화연이마저 바보라고 비난하는듯해서 눈물이 앞을 가릴 거 같다…!
내 머릿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정확한 상태를 캐치해준 화연이였지만 그녀가 가지고 온 책에 시선이 자꾸 간다. 책의 표지에 웬 색색들이 이상한 도형이 그려져 있는데 뭔가 사이비스러움이 물씬 풍긴다고 해야 하나?
“그 책은 뭐야?”
책에 시선을 주며 물었더니 화연이는 300페이지는 되어 보이는 꽤 두꺼운 책을 들어 보이며 설명해준다.
“미스티컬 카발라. 유대 신비교의인 카발라에 대한 책이다. 이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함축시켜놓은 교리 본이기도 하지만 수련법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세피로트의 나무는 카발라에 등장하는 일종의…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 능력자가 사용하는 능력과 비슷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가이드라인인거지.”
이 책에 세피로트의 나무가 등장한다고? 화연이도 아까 누나와 영은이가 나눈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건가?
그런데 화연이는 이 책을 이미 본 적이 있는지 예쁜 손가락으로 커버의 도형을 톡톡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게 세피로트의 나무라고 부르는 문양이다.”
그 문양은 오망성과 육망성이 이리저리 혼합된듯한 색색깔의 도형이었다.
위아래로 길쭉한 육각형 모양에 각 꼭지점에는 원이 하나씩 있고 육각형 내부에도 2개의 원이, 좌우에 세로 직선으로 그어진 선에도 원이 각각 하나씩 있는데 원과 원 사이에 선이 그려진 게… 꼭 22개다.
“…그러니까 영은이가 말한 가설은 이 동그란 원 하나하나가 세계를 뜻하는 거고, 이것 중에 우리 세계랑 내 위상 세계가 있단 말이지? 원과 원 사이를 잇는 선은 능력자들이 위상 세계로 이동하는 통로 같은 거고.”
“그래.”
뮈르딘 할배는 위상 세계를 과거라고 표현했는데… 그럼 할배가 틀린 건가?
“영은이는 내가 조사해본 지형 정보 때문에 위상 세계는 까마득한 과거가 아닌 현재와 비슷한 시간대의 페러렐 월드라고 의심하고 있고 그 의심을 뒷받침해주는 게 에리와 카라가 그린 판게아의 그림이란 거네?”
“정확하다. 세피로트는 일종의 정신 수양을 의미하기도 하기때문에, 완성하게 되면 신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고도 카발라는 이야기한다. 그런 수양은 대체로 완벽한 밸런스를 추구하는 것이지. 그렇기에 현실과 다른 위상 세계 간의 위상력의 밸런스가 깨어지니 강제 송환과 함께 이형종이 나타난 거라는 가설을 여사님과 시하가 세운 거다.”
아… 그런 거였어? 책의 표지에 그려진 문양을 멀뚱멀뚱보고있으니 참…
아인? 아인소프 오르는 또 뭐야.
“뭔가 가설은 잔뜩 늘어나고 있는데 딱 이거다! 하는 명확한 해답이 나오지 않으니까 점점 머리만 복잡해진다 진짜.”
“학문도 그렇다. 대부분이 가설로 시작해서 그 가설을 뒷받침해줄 증거 자료를 모으고, 그 증거 자료를 제시해 다른 학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그 가설이 정론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하가 수집해온 정보로 여러 가설을 제시해놓고 자료를 모으게 되면 여러 가설 중 무엇이 사실이었는지가 밝혀지게 되겠지.”
크아. 말만 들어도 머리가…
“학자가 안 되길 진짜 잘한 거 같아. 이 정도로도 머리가 복잡해서 죽을 맛인데 학자는 평생을 이런 짓을 하고 산다는 거야? 대단하다 진짜.”
질렸다는 얼굴로 혀를 내두르니 화연이는 부드러운 웃음으로 대답해주고 소파에 앉아 미스티컬 카발라를 차분히 정독해나간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대로인 게 다행이네.
내가 유채린을 통해 부탁했던 대형 로브는 다음날 바로 완성되어서 저택으로 배달되었다.
정원에는 아스팔트로 만든 도로를 내기 싫어서 로마 시대의 포장도로처럼 커다란 석괴를 깔고 그 위에 일정한 크기의 사암을 깐 뒤 화산회로 굳힌 도로를 만들어놨는데, 그 위를 금괴호송 차량 같은 묵직한 느낌의 트레일러가 포장도로를 따라 천천히 달려오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보조석에서 전에 한번 봤던 중년 아저씨가 뛰어내려 헐레벌떡 달려왔다.
“어… 조평석 전무님?”
“아이고, 말씀 편히 낮춰주세요. 회장님!”
지금 프랑이 입고 다니는 실버 뱅의 가죽으로 만든 은자갑을 배달해준 산진순도의 전무 아저씨가 반갑게 웃으며 허리를 꾸벅 숙였다.
“아니에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어쨌든 제가 부탁드린걸 만들어오셨다고요? 어제 연락드렸을 텐데 벌써 만들어서 배달까지 해주시다니, 엄청 빠르시네요.”
“소재는 이미 준비되어있었고 패턴은 워낙 간단해서 금방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번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내 성격을 이미 파악했는지 조평석 전무는 쓸데없는 잡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며 스위치를 조작해 육중한 트레일러의 측면을 열었다.
트레일러 내부에는 두 개의 대형 캐비닛이 실려있었는데 트레일러 자체도 특별히 제작했는지 바닥이 경사를 만들면서 한쪽이 일어나더니 캐비닛의 내부를 보여준다.
내부에는 내가 요청한 대로 검은색에 일체의 문양도 없는 로브가 가지런히 접혀있었는데, 5m짜리 거인이 입을 로브인데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거의… 목면 솜이불 두께 정도?
트레일러에 올라타서 로브를 들어봤다. 크기에 비해 무게가 작은 비닐봉지 수준 정도로 가볍다. 이 정도라면 기체 같은 걸로 이루어진 에리와 카라도 충분히 입고 다닐 수 있겠군.
로브를 손에 쥐고 공간의 벽을 펼쳐 높은 데서 펴보니 남자껀지 여자껀지 알 수 없는 완벽한 검은색 로브가 나풀거린다. 시스루같이 반대편이 살짝 비쳐보이긴 하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상관없겠지.
처음 보는 차량이 정원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봤는지 허니콤 근처에서 놀고 있던 미호가 히아리드와 함께 하늘을 날아와 내 옆에 내려서며 내게 물었다.
- 주인님. 뭐 산 거야?
“어. 에리하고 카라가 입을 옷.”
- …앗! 주인님 에리하구 카라 꺼내는 거야?!
미호는 진주색 눈을 깜빡깜빡거리더니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면서 소리쳤다. 그 소리에 히아리드를 힐끔힐끔 훔쳐보던 조평석 전무가 깜짝 놀라더니 멋쩍은 듯이 험험 거리며 어울리지도 않는 넥타이를 고쳐맸다.
“응. 두 녀석이 입을 옷을 주문했어.”
- 와아~!
그렇다고 해주니 에리하고 카라와 함께 놀 수 있다며 정신 사납게 꼬리를 팔랑거리며 내 주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대충 로브를 접은 뒤에 아공간을 열어 안에서 알몸으로 눈을 감고 둥둥 떠다니는 에리와 카라를 바라봤다.
현실에서 두 녀석을 풀어놔도… 괜찮겠지? 저 녀석들은 묘하게 미호를 따르는 거 같으니까 미호에게 나쁜 짓 못 하게 다짐시켜놓으면 괜찮을 거야.
아공간에서 시선을 돌려 이쪽을 바라보며 꼬리를 붕붕 흔드는 미호에게 말했다.
“미호야. 니가 에리하고 카라 데리고 다니면서 나쁜 짓 못 하게 감시하고 착하게 잘 가르쳐야 한다? 나쁜 짓 하면 바로 혼내고 아공간에서 안 꺼내줄 거야.”
- 응!
잠깐의 기다림도 없이 바로 대답하는 녀석을 보니 믿어도 될까 조금 불안했지만… 히아리드를 보고 눈짓을 하니 내 뜻을 알겠다는 듯이 산들바람처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성적인 히아리드와 함께하면 그나마 낫겠지.
로브 두 개를 집어 든 다음 조평석 전무 아저씨한테 대금 결제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이미 그랑 블루 총무부에서 결제를 해주었다는 대답을 들었다.
알겠다고 하면서 다음에 부탁할 일이 있으면 또 부탁하겠다는 말을 하니 조평석 전무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에 트레일러에 올라타서 되돌아나갔다.
트레일러가 시야에서 완전히 나가는 걸 본 다음 여길 훔쳐보는 사람은 없나 공간 지각으로 살펴본 뒤에 아공간에서 에리와 카라를 꺼냈다.
전신이 희끗희끗한 푸른색 안개 같은 걸로 이루어진 몸을 지닌 에리식과 카라직. 두 녀석은 아공간에서 꺼내지자마자 눈을 뜨더니 주변을 확인한 뒤에 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흠흠. 연인들이랑은 색다른 몸매가 꽤 볼만하다. 프랑이 풍만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그야말로 완벽한 가슴과 허리, 골반을 지니고 있는 신의 몸매라면 화연이와 영은이는 운동과 전투로 다져진 표범같이 날렵하면서도 큼지막한 가슴 덕에 침이 흐르는 몸매다.
그에 비하면 에리는 말 그대로 쇼윈도에 서 있는 마네킹같이 비현실적인 몸매였다.
카라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에리의 몸을 보며 잠깐 눈요기를 한 뒤에 로브를 두 녀석에게 건네주면서 입으라고 했다. 그런데 로브를 손에 쥐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한다?
- 그건 이렇게 이렇게~! 해서 입으면 돼. 따라 해봐!
아, 입는 법을 몰라서 그런 거였나?
미호가 둘의 앞에 서서 로브를 입는 시늉을 보여주자 어색한 동작으로 미호가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에리와 카라. 로브 아래쪽에 머리와 손을 집어넣고 어색한 동작으로 로브를 입었는데, 둘 다 몸매가 마네킹처럼 겉모습만은 완벽해서 펑퍼짐한 로브를 걸쳐도 핏fit이 살아난다.
다만 평범한 얼굴이 그걸 모두 망치고 있었다. …역시 패완얼인거 같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
검은색 시스루 같은 소재다 보니 속이 비치긴 하지만 몸도 평범한 살색이 아니라 마찬가지로 비쳐 보이는 안개 같은 몸이니 예상대로 노골적으로 보인다거나 하진 않는다. 그저 희끗희끗 몸의 굴곡이 보이는 정도?
- 친구들 소개해줄게 따라와!
에리와 카라가 로브를 입고 나자 미호는 두 녀석을 데리고 저택의 남쪽으로 날아올랐다. 친구라면 스케일러를 말하는 거겠지.
…그러고 보니 암흑이 이 녀석은 내가 돌아왔는데 날 만나러 오지도 않고 알케마가 있는 연못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
미호를 따라가려고 날개를 펼치는 히아리드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물었다.
“암흑이는 뭐하길래 알케마랑 같이 있으면서 올 생각을 안 하는 거야?”
=암흑은 알케마의 알이 마음에 들었는지 알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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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