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27 혼란인 듯 혼란아닌 혼란 같은 날 =========================================================================
자신의 키에서 절반이 약간 넘는 미호를 벙찐 얼굴로 내려다보던 알케마는 자신과 손을 맞잡은 히아리드로 시선을 옮기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을 바라보다가 암흑이가 했던 말이 떠올라 사실인가 싶어 물었다.
“알케마.”
=네, 서하님.=
“저택이 불편해?”
이 질문이 뜬금없다 여겼는지 눈이 동그래졌던 녀석은 잠시 생각하는듯하더니,
=건축물이 부실해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서 저택에 있으면 불안합니다. 제 몸에도 맞지 않는 크기라 지내기에 불편함이 커 미호 님께 연못을 만들어 달라 청한 뒤 그곳에서 기거하고 있습니다.=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해.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하고. 구해 줄 테니까.”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차라리 잘됐구나 싶었다. 허니콤 주변에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다면 스케일러들의 분란이나 사소한 트러블은 제깍제깍 처리할 수 있게 될 테니까.
“그런데 미호는 왜 다른 녀석들도 씻겨주냐?”
꼬리를 살랑거리며 스케일러들을 다시 씻겨 나가는 미호를 보며 물었더니 - 편애는 나쁜 거야! 라면서 손을 붕붕 저었다. 아니, 편애가 나쁜 거긴 하지만 독악이를 씻기라는 건 독액 분비물 때문에 그런 거였는데…
개골개골. 꽥꽥 꽥
하지만 미호의 물 속성 꼬리와 손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 기분 좋다는 듯 울음 주머니를 부풀리는 루뱅을 보자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수하듯이 앞발로 머리를 쓱쓱 훑는 루뱅을 보고 있으려니 옆으로 다가온 히아리드는 오른쪽 세 장의 날개로 내 몸을 감싸며 웃음을 보인다. 그런 히아리드의 모습이 믿을 수 없는지 알케마는 육각형으로 변한 눈으로 이쪽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어쨌든 은근하게 접근해 스킨십을 하려는 히아리드를 올려다보다가 얇은 천에 감싸여 굴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히아리드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세게 움켜잡았다.
…가 바로 손을 뗐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무의식적으로 히아리드의 엉덩이에 손을 뻗다니, 아무래도 본능의 영역에 쌓인 욕구가 내 예상보다 큰 거 같다.
그도 그럴게 뤼아르네의 일도 있고 인어들의 노출 어린 몸매 때문에…. 으흠!
언제나 속이 비치진 않지만 얇은 슬립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니는 히아리드는 손만 대면 그대로 촉감을 느낄 수 있을 복장인데 방금 만져본 엉덩이는 그야말로 사람이 아닌듯한 피부였다. 얇다지만 팬티와 옷, 두 겹의 천에 가려져 있었는데도 손이 파묻히는듯한 감각이라니, 진화하면서 육체가 더욱 맛있어졌… 아니 아니!
“크흠… 미안. 일부러 만지려던 건 아니었어.”
당황한 마음을 감추면서 사과했더니 히아리드는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살짝 미소를 머금고 조금 더 밀착해오며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번에 진화하며 육체가 바뀌었기에 서하 님께 더욱 기쁨을 드릴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있사온데, 이번에 한번 사용해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사용……. 아냐,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연인들이 들었다간 난리가 날 법한 단어를 태연스레 말하는 히아리드에게 기겁하면서 황급히 떨어졌더니 낙담한 표정으로 날개마저 축 늘어트린다.
외형적인 의미로 천사 같은 히아리드가 저렇게 처량한 모습을 보이니 어쩐지 가슴이 콕콕 찔리는 기분과 함께 녀석이 원하는걸 들어줄까 하는 마음이 조금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어 털어냈다.
능력자 vs 이형종 파벌이 점점 현실화되어가는 기분에 등골에 식은땀이 흐르고 목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다.
- 사용하다 라는 단어는 도구를 쓸 때 쓰는 거 아니야? 몸을 사용한다는 건 무슨 뜻이야?
히아리드의 난감한 육탄공격을 막아냈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호가 그 난감한 부분을 정통으로 찔러 들어왔다!
순진한 눈망울로 물어보는 녀석에게 "넌 어려서 아직 알 필요 없어!"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시한폭탄을 끌어안는 거나 마찬가지겠지? 뒤로 미뤘다가 저 녀석이 연인들한테 물어보기라도 하는 날에는…!
“…넌 아직 알 필요 없어. 지금보다 좀 더 자라면 그때 직접 알려줄게.”
- 웅.
“프랑이나 화연이나 영은이나 누나도 곤란해 할테니까 물어보는 것도 안돼. 알았지? 약속.”
- 약속!
말 잘 듣는 착한 미호는 내 이야기에 더이상 궁금증을 드러내지 않고 신경을 스케일러들에게로 돌렸다.
휴우….
미호가 스케일러 열여덟 마리를 전부 씻겨냈을 때 저택의 식당에서 프랑의 요리가 다된 거 같아 알케마에게 바닷가재 한 마리를 꺼내주었다.
“이거 먹을래?”
알케마는 바닷가재를 처음 본다는 얼굴로 신기해하며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들고 =감사합니다.= 하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녀석에게 1.5m짜리 바닷가재 한 마리를 건네주고 저택으로 돌아오니 시간이 어느덧 오후 7시를 넘긴 상태였다.
그 뒤에 시간을 맞춘 듯이 누나와 화연이에 영은이도 차례차례 집에 도착해 저녁을 모두 함께할 수 있게 됐는데,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두 모인 가족들을 보니 흐뭇함이 절로 든다.
“어휴, 여자들뿐이네, 여자들뿐이야.”
“이 자리에 가족이 아닌 남자가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그건 그렇지만.”
의자에 앉은 누나가 투덜거리자 화연이가 작게 웃는다. 투덜거림을 듣고 보니 내가 앉은 원형 테이블에는 누나와 프랑, 화연이와 영은이가 시계방향으로 앉아 있었고 옆으로는 수한과 두 명의 메이드 누나가 음식 시중을 들어주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따로 테이블을 마련해서 음식을 산같이 쌓아두고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미호와 암흑이를 히아리드와 소피아가 챙겨주고 있다.
그리고 식당에서 훤히 보이는 주방 안에는 수한이 고용했다는 요리장 두 명과 요리사 세 명도 모두 여자고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을 날라다 주는 분들도 전부 메이드 누나들이다.
…뭐 어때!
쓸데없는 의견은 귓가로 흘러넘기고 거의 새끼 돼지와 비주얼이 비슷한 바닷가재 통구이를 메인으로 저녁 식사가 나오자 다들 즐거운 표정으로 음식에 손을 뻗는다.
“세상에, 크기 좀 봐. 거기다 이렇게나 농후한 맛이라니, 앞으로 로브스터는 못 먹겠는걸.”
“맞아요. 정말 혀가 즐거운 맛이에요.”
“아 참. 식사가 끝나면 좋은 거 줄 테니까 기대해도 좋아. 특히 누나 말야.”
“나?”
갑작스러운 말에 누나는 물론이고 연인들도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내가 더이상 말할 의사를 안 보이니 다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음식을 들기 시작했다.
프랑과 요리사들이 한껏 실력을 발휘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누나를 공간지각으로 살펴보고 있으니 어째 심장이 계속 뛰기 시작한다.
다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 중이지만 이 식사가 끝나면 누나를 연인들 앞에 [정식]으로 소개시켜줘야하는 일이 기다린다.
이미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거랑 공론화시켜서 인정을 받아내는 건…. 어우, 진짜 속이 더부룩해지는 게 체할 거 같네.
인어의 눈물방울로 일단 다들 기분을 업시켜둔 뒤에 이야기를 꺼낼 생각이지만… 혹시나 싸움이라도 나면 어쩌지.
……어째 다들 평범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와 누날 힐끔힐끔 엿보면서 히죽거리는 게, 뭔가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으로 보인다. 내가 좋은걸 주겠다는 거에 대한 기대감은 아닌 거 같은데….
“얘는 무슨 생각 중이길래 불러도 대답을 안 해?”
그 순간 옆구리에 작은 고통이 이 올라오며 누나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누나가 새침한 표정으로 손가락을 들어 날 찌르고 있었다.
“…어?”
“어? 가 아니구! 인어 마을에서 별일 없었냔 말야.”
“일은 무슨 일. 별거 없었어. 아까 회사에서 다 들었으면서.”
뤼아르네와 있었던 유사 성행위는 당연히 편집했고 최대한 매끄럽게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그렇게 하고도 누나의 기묘한 눈치를 피해가진 못한 거 같다.
나도 시침 떼기 실력이 늘어 이상한 소리 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누나가 캐묻기 모드에 들어가기 전에 아무것도 듣지 못해 궁금하다는 눈빛을 하는 영은이를 위해 인어 마을에 있었던 일을 리핏repeat해주며 인증기로 녹화했던 영상을 보여주었다.
“세상에, 저 물방울 색 아름다운 것 좀 보렴! 어두운 해저 지대에 저런 아름다운 빛이라니….”
“인어는… 머메이드는 전부 여자니? 아니네. 머맨도 있구나.”
“저게 오트로스라구? 얼마나 큰 거니?”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며 연신 감탄하는 영은이를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진다. 사실 감탄하는 건 영은이 뿐만 아니라 미호들과 이쪽을 훔쳐보던 요리사들에 메이드까지 인증기의 영상에 눈을 떼지 못하는 상태였다.
시커먼 심해 바닷속에서 홀로 찬란하게 빛나는 인어 마을의 모습은 어렸을 때 이야기로만 듣던 왕궁이 아닐까 싶을 만큼 환상적이었고 곧이어 나타난 오트로스는 인어들을 괴롭히는 악당으로 보여 동화 같은 느낌도 있었으니까.
“저거 봐! 저 뤼아르네라는 인어. 쟤 반응이 무지무지 수상쩍단 말야.”
…크으. 저 귀신도 울고 갈 눈치 같으니.
누나가 지적한 부분은 암흑이 딜도 버전에 유린당한 뒤의 뤼아르네였는데, 통편집된 뒤에 나한테 비술을 전수해줄 때의 모습이다 보니 내가 봐도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던 모습이긴 했지만….
아냐, 누난 대충 찍어서 물은 걸지도 몰라. 이땐 능청스럽게 잡아떼는 거야!
“아, 저 땐 비술만 외우고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때인데 뒤에 보니 나랑 함께 오고 싶어 하더라고. 물론 안된다고 거절했지만.”
그러자 누나는 경찰서의 마스코트가 이상한 표정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짤방처럼 섬칫한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힘들게 비술을 외워올 필요가 있었어? 저 정도면 "내가 널 책임질 테니 같이 나가자!"라고 하면 미끼를 문 생선 마냥 덥석 물었을 거 같은데, 데리고 나와서 비술을 천천히 배워나가면 되는 거 잖아.”
“이형종을 자꾸 데리고 나온다고 연합에서 한소리 했다고 한 게 누구였는데? 난 일부러 힘들게 누나들을 위해서 비술을 외워왔구만, 이런 식으로 의심하면 재미없어.”
살짝 기분 나쁘다는 듯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눈썹을 찡그리니 누나는 찔끔한 표정으로 말을 멈췄다.
낚였다! 회심의 카운터를 먹였지만, 누나는 그래도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한 듯이 포크 끝을 입에 물고 눈을 가늘게 뜬다. 이때 화연이가 누날 보며 작게 힐난하는 목소리로 내 편을 들어준다.
“이번에는 시하가 잘못했다. 아무리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서하를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면 안 돼.”
“맞아. 시하는 가끔 서하한테 너무 엄격하더라. 서하도 이제 성인이니까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질 나이잖니. 너무 그렇게 꼬투리 잡는 건 좋지 못해요?”
“시하 님은 조금 더 서하를 믿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괜히 한마디 했다가 화연이와 영은이, 프랑에게 한마디씩 들은 누나는 연인들을 보며 황당해하다가 곧 억울해한다. 그렇지만 대세가 나한테 넘어왔다는 걸 인식했는지 누나는 더는 아무 말도 못하고 뾰로통한 얼굴로 바닷가재의 살점만 포크로 찍어대기 시작했다.
휴우, 혹시나 암흑이를 보면서 캐물을까 봐 조마조마해서 큰일 날 뻔했다. 암흑이한테 입단속을 시키지 않아서 누나가 암흑이를 잡고 캐물으면 곤란한 상황이 펼쳐질 뻔했는데….
이 상황에 암흑이를 돌아보는 등의 바보짓을 해서 누나에게 반격의 빌미를 주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즐겁지만 체할 거 같은 식사 시간이 끝나고 4층의 거실에 모이자 연인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날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마치… 마치 얼른 좋은 걸 말하라는 느낌?
그 무언의 압박을 즐기다가 누나를 돌아보니 누나는 아까의 일에 삐졌는지 내 시선도 모르는 척 미호를 뒤에서 껴안고 암흑이와 장난치고 있었다.
꺆꺆거리는 미호의 비명과 암흑이의 소란을 제외하면 침묵이 감도는 이 분위기가, 그녀들의 번뜩이는 눈동자가 날 압박한다!
“흠흠. 자, 이걸 봐봐.”
아공간에서 내가 꺼낸 건 인어의 눈물이 굳어져 맺힌 무지개색의 반투명한 눈물방울. 이걸 보여주며 알드리치에게 들은 효과를 말해주니 누나와 영은이의 눈이 그야말로 빔을 쏘아내듯 빛이 난다.
“이, 이게 영원의 구슬이라는 거니?!”
“진짜?! 진짜 이게 영원의 구슬이야?!! 꺅!! 세상에!!”
“…한두 개도 아니고… 어림잡아 백여든 개가 넘어가는 거 같군.”
“…….”
…뭐야. 이게 그렇게 유명한 거야?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다가와 내 손에 들린 주머니를 바라보는 누나나 영은이와 입을 딱 벌린 채 오색으로 반짝이는 눈물방울을 보는 프랑.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화연이까지.
예상외의 격한 반응에 좀 얼떨떨해하고 있으니 누나는 날 보며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언니, 저거 보세요. 서할 보니 또 이게 뭔지도 모르고 뺏어온 거 같네요.”
“서하야, 서하야. 우리 줄 거야? 응? 우리 줄 거니?”
누나의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날 잡아먹을 듯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영은이가 살짝 무서워져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대답했다.
어째 누나보다 영은이가 더… 아, 영은이는 자기 나이가 많다고 신경 쓰고 있었지.
“당연히 주려고 가져왔지. 근데 영원의 구슬이라니, 이게 그렇게 유명해?”
연인들의 소란과 호들갑에 미호는 물론이고 히아리드와 암흑이도 가까이 다가와서 인어의 눈물방울을 구경하는 와중에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화연이가 설명해준다.
“영원의 구슬이라는 건 능력자들이 임의로 부르는 별칭이고, 정식 명칭은 "슬픔과 기쁨이 뭉친 밤하늘의 극광極光"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불로장생약不老長生藥이라 불리지. 인어가 진심으로 기쁨과 슬픔을 느껴 흘린 눈물이 굳어져 맺힌 보석이자 노화를 방지해주고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신의 비약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능력자 부부가 위상 세계의 바닷속에서 인어들이 살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폐허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거기서 단 세 개의 영원의 구슬을 얻었었다. 두 개는 부부가 섭취했고 하나가 경매에 나왔었는데 그때 낙찰된 가격이 원화로….”
“52조 원.”
“헐. 이게 그거였어?””
중간에 끼어들어 말한 프랑은 살짝 한숨을 쉬더니 두 손으로 자기 뺨을 감싸며 황홀한 눈빛으로 영원의 구슬을 바라본다.
하나하나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딱지가 붙었던 게 이거였구나. 인증기에서 단독으로는 가장 비싼 채집물이고 당시 로트쉴트의 여든이 넘은 당주가 먹고 회춘했다고 들었는데.
52조 원이면 TP로 따져도 5천만 TP가 넘는 양이다. 그 양이면 최고위 이형종이 아니라 초위 이형종을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이 이상 지체했다간 영은이가 덮쳐들 거 같아서 그녀와 연인들, 누나에게 하나씩 주고 히아리드와 미호, 암흑이에게도 하나씩 줬다.
수한하고 소피아한테도 하나씩 주고 엄마랑 아빠랑 할머니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한테도 줘야지.
다른 사람들은 하는 거 봐서 챙겨줘야겠다.
내게서 영원의 구슬을 받자마자 날름 삼킨 영은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니 뭐랄까, 세포 하나하나에 활력이 돋는다는 게 저런 거구나 싶을 만큼 전신에 기력이 감도는 거 같다.
연인들도 누나도 모두 젊고 건강하니 겉으로는 크게 표시가 안 난다. 그건 미호들도 마찬가지고.
히아리드는 그냥 한차례 날개를 퍼득 하더니 만족한 표정이었고 미호는 - 이게 뭐지? 입에 넣으니까 그냥 녹아내렸어. 하며 신기해할 뿐이다. 암흑이는 뭔지 모를 표정으로 미호의 팔에 안겨있었고.
황홀해 하며 자기 피부를 연신 쓰다듬는 영은이와 "나도 이제 젊고 오래 살겠지?" 하면서 히죽거리는 누날 보며 진정하길 기다리고 있으니 내 시선을 눈치챈 연인들과 누나는 금방 침착을 되찾고 머쓱한 듯이 웃는다.
“우리 서하가 최고라니까. 그렇지 않니?”
“영은도 참. 서하는 우리에게 언제나 최고였어.”
빈 말 보태지 않고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이정도라면 누나의 이야기를 꺼낸다고 해도 그녀들의 혹시 모를 반발은 최대한 억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하며 살짝 심호흡하고 그녀들을 보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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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보러 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리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