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57 학교. =========================================================================
학교 앞의 재단 공식 교복 매장에서 미리 제작된 교복 한 벌을 종이백에 챙기고 맞춤형 교복 두벌을 주문하고 밖으로 나왔다.
미리 만들어진 교복은 팔다리가 긴 놈들한테 맞는 거라 예전에 내가 입으면 꼭 바짓단이 길고 소매가 손등을 덮었는데, 이제는 마치 맞춘 것 마냥 딱 맞다!
“오오. 소매 걷고 바짓단도 줄일 필요가 없어졌어!”
누나는 놀라워하는 날 보고 픽 하고 웃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매장은 학교 정문에 있어서 나오자마자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 정문을 드나드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요일인데 왜 학교에서 들락거리지?
“그럼 나중에 봐. 누난 저녁 먹고 들어갈 거니까 엄마한테 그렇게 전하구.”
흰색 생활용 블라우스에 여성용 검은색 스판바지와 통굽 구두를 신은 누나는 검은색 작은 숄더백을 어깨에 매고 디자인에 꽤 신경 쓴 벨트를 패션처럼 느슨하게 허리에 두른 차림이었다.
왠지 뺨을 꼬집혔던 원한이 생각나 다시금 누나의 속옷을 투시해봤는데 그새 갈아입었는지 하얀색 레이스 브래지어와 팬티를 입고 있었다.
…에잉. 왠지 내가 쪼잔해진 느낌이야.
분석으로 벨트를 확인해보니 내가 먹었던 비상식량 벨트와 구성 성분은 비슷했는데 누나가 하고 있는 벨트가 훨씬 고압축 벨트였다. 저 정도면 그야말로 손톱만큼만 뜯어먹어도 내가 한 끼 식사로 먹었던 벨트 양과 비슷한 칼로리를 줄 거 같다.
누나는 내가 벨트를 보고 있다는걸 눈치챘는지 웃으면서 벨트의 끝을 살짝 집어 올려 보였다.
“이건 네가 먹었던 벨트보다 맛도 있고 영양도 많고 칼로리도 높은 거야. 그 벨트보다 5배는 더 비싼 거거든?”
“응. 척 봐도 그래 보였어.”
“이제 안심되니?”
“무지막지하게 안심되서 한숨이 다 날 정도다!”
킥킥거리면서 놀리듯 웃는 누나를 보니 나도 누나를 괴롭혀서 징징거리면서 울게 만들고 싶어졌지만…. 시도했다간 내가 징징거리게 될 테니 봐줬다.
“킥킥. 그럼 나중에 봐.”
“응. 글구 남자들도 조심해.”
“화연이 때문에 오히려 남자들이 안다가 와서 걱정인데 무슨 말 하는 거야!”
누나는 멀어지면서 한번 뒤돌아서 내게 손을 흔들어주더니 갈 길을 가버렸다.
키도 큰 주제에 통굽까지 신다니. 남자들 다 기죽일 셈인가?
내가 누나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프랑은 내가 위상 세계에서 입고 있던 옷과 똑같은 옷을 입은 채 지나다니는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얼굴이 안 보여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나저나, 프랑의 알몸을 마음껏 보는 건 좋지만…. 그래도 벌건 대낮 도심에서 저렇게 홀라당 벗고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편하다.
“가자. 내일부터는 저런 교복 차림은 마음껏 볼 수 있을꺼야.”
이제는 학교를 구경하는지 고개를 위로 올리면서 여기저기 살펴보는 프랑에게 말하고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디어 복귀인가! 능력자 데뷔!
한껏 인기를 즐겨주겠어!
길을 가면서 실실 웃는 내 모습에 프랑은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방금 내가 한 생각을 프랑한테 읽힌 건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전자기기 제조 판매 대기업인 수성 프라자에 들려 전자책 보기 편한 태블릿을 하나 샀다.
-일부러 사실 필요는 없는데….-
“책이 보고 싶으면 이걸로 봐. 아빠가 볼 때 뒤에서 같이 보는 것도 불편하고 보고 싶은 것도 못 고르니 불편하잖아?”
-고마워요!-
내 마음이 기뻤는지 프랑은 내 뺨에 살짝 입을 맞춰줬는데, 이래서 여자 친구한테 선물을 사주는 건가? 프랑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꽤 기분이 좋다!
그래도 기왕이면 입술에다 해주지…. 쩝.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은 다음 프랑에게 태블릿을 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컴퓨터는 간단하게 조작할 줄 알지만 이런 태블릿은 훈련이나 기사활동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 한 번도 못 봤다고 했다. 요즘은 80 넘은 할머니들도 다 할 줄 아는 건데 프랑은 그것도 모른다고 놀렸다가 살짝 삐지는 일이 있었지만….
워낙 조작이 간단해서 몇 분 만에 능숙하게 사용하게 된 프랑은 이내 태블릿에 푹 빠져버렸다. 내일 학교 가는데 안 따라 오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될 만큼.
적당히 캐시를 충전시켜놓고 프랑이 보고 싶은 책을 사서 볼 수 있도록 해준 나는 프랑의 옆에 앉아 며칠간 소홀히 했던 뇌 부분의 위상력 컨트롤을 시작했다.
위상 세계가 나타난 후로 인류 의과학력은 굉장히 발전해서 미국이 달에 수십 명의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콜로니를 제작했다고 얼마 전 뉴스에서 말하는 걸 들었다.
이것만 보면 과학력이 216년 동안 굉장히 발전했을 거 같지만, 능력자 커뮤니티에서는 현실에서 구할 수 없는 특수 물질과 광물들을 제련하고 우주에서도 쉽게 재배해서 먹을 수 있는 위상 세계의 식물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즉 위상 세계가 나타난 뒤로는 거의 220년간 과학이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는 말이지.
뭐 전자기기의 발전만 봐도 거의 없고 조금 더 얇아지고 가벼워진 것 뿐, 인터넷이나 게임만 봐도 200년 전이랑 별로 달라질 게 없었다.
다만 확실히 바뀐 건 위상 석을 이용한 에너지 활용 방법들이다.
기존의 화석 연료들은 대부분 채굴이 중단되고 위상석에서 만드는 에너지와 풍력, 수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약간의 전기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하던가?
대표적인 게 자동차나 항공기와 가정에 들어오는 에너지 변환기가 있다. 자동차에는 에너지 충전 방식을 사용하지만, 전투기나 항공기에는 위상 석을 장착시켜 비행하고 발전소에서 보내오는 에너지를 변환기에서 받아들여 집안에 공급하게 된 거지.
옛날에는 폰 게임을 조금만 많이 해도 배터리가 순식간에 달았다고 하던데 요즘은 10분이면 완충되고 아무리 게임을 오래 해도 5일은 가니까.
지금도 충전하는 게 귀찮고 번거로운데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 몰라.
물론 위상 세계에서 흘러나온 물질들 때문에 과학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요 수십 년의 이야기고 그전에는 위상 세계에 대해 파악하느라 과학 분야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었지.
그 부분은 문화에서도 드러났는데, 200년 전의 문화가 사랑이나 연애 쪽에 집중되고 판타지들이 비주류로 뒷전에 밀려났다면, 위상 세계가 등장한 이후 대부분의 매체가 위상 세계와 이형 능력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이종 격투기는 몰락하고 철저한 안전수칙과 보호장비를 통한 능력자들의 배틀 게임이나, 평범한 소녀와 능력자 남자, 반대로 능력자 여자와 평범한 소년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다룬 드라마라던가 소설도 위상 세계에서 등장하는 이형종 들과 사람들 간의 싸움을 다루는 이야기였다.
게임마저도 실존하는 능력들을 게임상에 구현해서 레벨을 올리고 사람들도 사귀는 MMORPG와 능력자들의 능력으로 다섯 가지 스킬을 가지고 2:2, 3:3, 5:5, 10:10의 pvp 시스템을 넣은 AOS게임들도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오후 6시쯤 되니 주방에서 엄마가 저녁을 만드는지 음식 냄새가 흘러나왔다.
“으으음.”
4시간을 같은 자세로 있었더니 아주 조금은 몸이 찌뿌둥한걸. 물론 위상력 덕분에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기분이 그렇다. 기분이.
침대에서 일어나 살짝 스트레칭을 하다가 힐끔 프랑을 내려다보니 그녀는 아주 책에 푹 빠져서 침대에 엎드려 태블릿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
살금살금 프랑이 눈치 못 채게 침대 끝으로 이동해서 프랑의 뒷모습을 내려다보니 그야말로 절경…!
탄력 있는 엉덩이가 중력을 거스르고 살짝 벌어진 다리 덕분에 엉덩이 골 사이로 프랑의 국화꽃 같은 항문과 입을 꼭 다 물은 음부가 보였다!
일자로 꽉 다문 조갯살을 보니 절로 침이 넘어간다.
꿀꺽.
심장이 울렁거리고 살짝 얼굴이 뜨거워지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프랑의 보지라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만져보고 싶다는 욕망도 고개를 들려고 하고, 계속 보고 있다간 프랑도 눈치챌꺼같아서 아쉬움을 머금고 자리를 옮겨 침대 중간쯤에 앉아 프랑에게 말을 걸었다.
사실 발기해버려서 이대론 거실로 나갈 수가 없었다.
“무슨 책 보는 거야?”
-아. 제가 위상 세계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보던 소설의 뒷부분을 보고 있었어요.-
프랑은 내가 말을 걸자 돌아앉으며 날 바라봤다. 독서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는데, 기왕 이렇게 됐으니 스토리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볼까?
“무슨 내용인데?”
-평범한 기사가 훈련과 단련을 반복하고 역경과 고난을 가문의 주인과 함께 넘으며 강해지고 유대감도 늘어나는 이야기에요! 특히 주인공이 되는 기사는 평민 출신으로 뛰어난 자질을 지녔지만, 출신에 부끄러움과 자격지심이 있어서 제 실력을 발휘 못 하고 있었는데, 동료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가문의 주인의 오른팔이 되어 큰 힘을 발휘하는 대목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랍니다!-
“어, 그거 굉장하구나.”
굉장히 흔한 클리셰같은데…. 프랑은 재미있어하는 거 같으니까 뭐 됐나.
“그 책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제가 속해있던 기사단의 단장님이 추천해주신 도서랍니다!-
그러면서 뿌듯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거…. 세뇌 교육용 도서 아냐? …이것도 일부러 지적해줘서 슬프게 할 필요는 없겠지.
저런 땀내날 거 같은 책이 재미있다고 수 시간 동안 집중해서 보다니…. 왠지 프랑이 불쌍해 보인다. 나중에 누나한테 물어봐서 소프트하고 좀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 같은 책을 구해서 보여줘야겠다.
“그럼 재밌게 봐. 난 엄마가 밥하는 거 같아서 누나가 밖에서 저녁 먹고 온다고 말해주러 가야겠어.”
-네! 저녁 식사 맛있게 드세요!-
활짝 웃더니 도로 엎드려 태블릿에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해서 보는 프랑 27세.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방문을 열고 주방으로 나갔다.
“엄마. 누나 저녁 밖에서 먹고 온대.”
“그러니? 언제?”
“아까 교복 사러 나갔을 때.”
해와 구름이 그려진 하늘색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엄마는 계란 지단을 만들고 있었는데 생면도 보이고 멸치로 육수를 내고 있는 걸 보니 저녁은 국수인가 보다.
“음~. 방금 전에 전화가 왔는데, 예정보다 빨리 돌아온다는구나.”
“무슨 예정?”
“찾던 책이 없다던 걸? 아들은 저녁으로 국수랑 뭐가 먹고 싶니?”
“엄마 떡갈비!”
“그건 금요일 밤에도 먹었잖니.”
“그래도 또 먹고 싶은데? 엄마가 만드는 떡갈비는 세계 최고니까!”
“얘도 참. 알았어. 엄마가 맛있게 해줄게!”
내 아부에 엄마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즐겁게 요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적당한 아부는 엄마의 활력소가 되니까 타이밍이 되면 해주는 게 좋다.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면 나도 좋고.
뭔가 도와줄 거 없냐고 물어봤더니 괜찮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놀고 있으라고 하길래 그냥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엄마가 콧노래까지 부르는 걸 들으니 오늘은 기분이 되게 좋아 보이는걸?
으음. 훈련하기에는 시간도 좀 애매하고, 능력자 커뮤니티나 볼까?
인증기를 조작해서 커뮤니티 화면을 띄웠더니…. 뭐지 속보?
원래 각종 카테고리와 메인에 노출된 글의 제목이 보여야 할 텐데 그 화면을 전부 덮는 팝업창과 함께 영상이 흘러나왔다.
영상에는 수많은 군인들이 소총을 들고 저물어가는 해를 배경으로 산 하나를 둘러싸듯이 서있었 있었고 그 주변에는 어디에 쓰이는지 모를 기자재와 방송국 차량이 보였고 레이드 팀의 트레일러로 보이는 차량 십수대가 번잡하게 늘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이 평범한 상태는 아닌 거 같은데….
그리고 화면 아래 자막이 지나가는데 이 화면을 보고 있는 능력자 연합에 등록된 정식 능력자는 바로 경기도 양평시 용문산 자락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일이냐.”
아버지도 서재에서 나오다가 홀로그램을 봤는지 옆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함께 홀로그램을 바라보셨다.
“양평이라니. 바로 옆이구나. 이형종이라도 나온 건가.”
이형종? 하긴 능력자 커뮤니티에서 메인 화면에 팝업을 띄우고 영상을 계속 보여주는 걸 보면 간단한 일은 아니겠다.
“여기 보면 아래쪽에 자막으로 정식 능력자는 경기도 양평으로 이동하랬는데, 난 안 가도 되는 걸까?”
“넌 미성년자 아니냐. 인증서와 증명서가 있지만 네 담당관도 일체의 사냥과 관련된 행위는 금지라고 했으니 안가도 될게다. 혹시 모르니 강우혁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라도 해보거라.”
“응.”
말 나온 김에 바로 전화해봐야지. 인증기는 상대의 메일 주소만 알면 얼마든지 전화를 걸 수 있으니까 전에 받은 명함에 적힌 메일 주소를 등록해놓길 잘했다.
근데 이건 통화는 어떻게 하는 거지?
메일 주소 옆에 수화기 마크를 터치했더니 잠시 신호가 가더니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들어본 적 있는 남자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리면서 홀로그램 창 하나가 새로 떴다.
새하얀 벽을 배경으로 강우혁이 보였고 홀로그램 창의 구석에는 작은 사각형 창이 하나 더 생기더니 그 안에 내 모습이 비쳐 보였다.
[생환자 보호 관리부 차장 강우혁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서하에요.”
[그래. 무슨 일인가 정서하 군]
“지금 인증기로 팝업창에 돌아가고 있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자막에 인근 200km 이내의 정식 능력자는 양평으로 집합하고 시간이 되는 능력자들도 모이라고 나와서요. 저도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 전화했어요.”
강우혁 아저씨는 차장이었구나. 차장이라면 직책이 높은 건가? 맞은편 벽에서 프랑이 벽을 뚫고 내 옆으로 날아오는 게 보인다. 내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그 상대가 강우혁 아저씨라는 걸 봤는지 눈이 동그래졌다.
아저씨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몇 가지를 조작하고서는 입을 열었다.
[괜찮네. 자네도 집합 대상자였다면 직접 인증기로 연락이 갔을걸세]
어느샌가 엄마도 내 근처로 다가와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른 창에서 재생되고 있는 영상을 보시다가 강우혁 아저씨가 하는 말에 가슴을 살짝 쓸어내렸다.
나도 양평으로 가야 하는 건가 걱정하셨나 보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닌 이상 강제 소집되지 않으니 내년까지는 자네에게 소집 연락이 가는 일은 없을걸세]
“저, 이런 비상소집이 자주 있는 편인가요?”
[1년에 한 두건 정도 되지. 미안하네만 오래 통화할 여력이 안돼서 별일 없다면 이만 끊겠네.]
“일하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아닐세. 오늘처럼 의문 사항이 생긴다면 바로 연락해서 행동에 조언을 얻는 게 좋네. 만약 전화를 받지 못하더라도 최수한에게 연락하면 바로 받을 테니 그쪽으로 연락을 해보도록 하게. 그럼]
정말 바쁜지 통화하는 내내 뭔가를 조작하는 모습이었던 강우혁 아저씨는 말이 끝나자 통화를 끊었다.
통화 화면이 사라지고 다시 팝업창이 전면으로 나오면서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는 용문산을 비추기 시작했다.
엄마는 물이 끓어 넘치는 소리에 황급히 주방으로 달려갔고 아빠도 흥미가 다했는지 들고나온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이형종이 나타난 건가요?-
음. 아빠도 엄마도 누나도 영어를 잘하는데 그냥 이야기하면 다 들을 테니 역시 나도 독순 술로 말해야겠다.
-나도 독순 술로 이야기할게.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옆 도시의 산 근처에 이형종이 나타났나 봐. 인증기 커뮤니티로 능력자들의 조력이 필요하다고 계속 영상이랑 자막이 흘러나오는 거 보면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닌 거 같아.-
-네…. 가문이 있는 지역 근처에 중위급 이형종이 나타났을 때와 상황이 비슷한 거 같아요.-
-중위급 이형종이 나타났었어?-
-네. 그때에도 가문의 정기사와 평기사들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인근 도시의 능력자분들이 소집에 응해주셔서 가문의 주도에 토벌한 적이 종종 있었어요.-
-큰일이었겠네.-
-그다지요. 보통 저런 상황에서 포위망을 만드는 이유는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이유가 크거든요.-
-그래도 혹시나 도망친 이형종이 포위망으로 다가가면 인명피해가 발생하잖아.-
-그런 경우는 없었어요.-
평온한 모습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특수 상황 대책 메뉴얼이라도 있나 보다.
-중하위급 이상의 이형종이 나타나면 바로 해당 국가의 능력자 연합 특무대가 출동하게 되는데 특무대에는 늘 기감과 분석 능력자들이 다섯 이상 대기하기 때문에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출동해서 추적, 포착 및 포위와 섬멸로 이어져요.-
역시. 메뉴얼이 있었구나.
-특히나 분석 능력자의 분석 능력을 응용한 포착은 굉장히 먼 거리에서도 이형종의 위치를 감지해낼 수 있기 때문에 추적을 통해 이형종이 포위망에 접근하기 전에 참살하는 게 보통이지요.-
-와. 역시 나이트 플랑드르 경이구나. 잘 알고 있는 걸?-
그러자 sir로 불러서 그런지 프랑은 조금 부끄러워했다.
-저는, 가문 소속의 평기사라서 정식기사 작 훈을 받지 못했어요. 경이라니, 당치도 않아요!-
프랑은 꽤나 민망했는지 양손을 뺨에 대고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흐뭇한 모습에 인증기를 종료하고 티비를 켜는 순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누나가 감지에 걸렸다.
엄마한테 책을 찾으러 간다고 했던가? 나랑 헤어진 뒤랑 소지품에 별 차이가 없는 거 보면 예정이 바뀌었다는 게 책을 못 찾아서 그런 건가 보다.
“시하 이 지지배는 언제 온다는 이야기도 안 하더니 언제 올 생각인가 모르겠네?”
“엄마. 누나 지금 막 도착했어.”
“응?”
누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문을 열어주러 가는데 엄마는 그런 내 모습을 주방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바라봤다.
“어머, 탐색으로 본 거니?”
“응.”
이제 초인종 누르겠네.
띵동~
초인종 소리에 바로 문을 열어주니 문 앞에는 어딘가 실망한 표정으로 누나가 서 있었다.
“아아~. 찾던 책이 없어서 허탕 쳤어. 완전 시간 아까워~!”
한숨을 쉬며 거실로 들어온 누나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더니 모로 누워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느니, 찾던 책 두 권 중 한 권은 눈앞에서 누가 빼갔다느니, 다른 한 권은 장기 대여 중이라 없었다느니.
…이럴 때 옆에서 알짱거리거나 하면 주먹이나 발이 날라올 확률이 높지. 얌전히 티비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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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문맥의 지적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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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02:51
문맥과 오타 수정!
2월 10일 11:48 편수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