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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46화 (246/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46화

‘그러고 보니, 실장님이 요즘 다시 섭외 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었지…….’

강태한은 문득 가게에서 황 실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꽤나 귀찮다는 듯이 툴툴거리는 말투로 말했었던 내용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천마안마의 인지도는 꽤나 높은 편이다. SNS에서 화제가 되는 것도 이젠 그리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고, 소개를 받고 유명인이 찾아오는 것도 꽤 자주 있는 일이 되었으니까.

그렇다 보니 방송과 관련된 제안도 꽤나 자주 들어왔었다. 가게에서 촬영을 해도 되겠냐는 요청이나, 방송에 나와 달라는 출연 섭외 같은 것들 말이다.

다만 그것도 매번 거절하다 보니 업계 내에서 이야기가 돌았는지, 어느 순간부터 뜸해졌었는데… 요 며칠 사이 다시 부쩍 늘어났었던 것이다. 그것도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말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방송에 나와 주실 수 있으신가요?’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방송에 한 번만 좀 나와 주세요.’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이전에는 나오면 좋고 아니면 말고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거기에 간절함이 살짝 더해졌다는 모양이다.

‘왜 갑자기 그러나 했었는데.’

이렇게 살펴보니 대강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올림픽은 역대급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그리고 자연스레 선수들에게도, 특히 이미 경기를 마치고 메달을 따낸 선수들에겐 더욱 큰 관심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선수들마다 안마사와 관련된 내용들이 언급되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으니, 그 안마사가 누구인지 관심이 몰리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가게 이름이나 본명이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딱히 비밀스럽게 활동을 해 온 것도 아니니, 알아내려고 마음만 먹으면 금방 알아낼 수도 있었을 것이고…….

어찌 됐거나, 올림픽의 흥행 덕분에 본인도 생각 이상의 주목을 받게 된 상황인 셈이다. 강태한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 세아 씨는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저요? 후후.”

한편 그러는 동안, 유세아는 한쪽 손에다 턱을 괸 채 미소를 지으며 강태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웃음을 흘리고는, 흐뭇해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냥요. 태한 씨의 대단한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는 게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랑 단둘이 앉아서 모닥불을 보고 있는 게, 신기하고 좋아서요.”

“…흐음.”

유세아의 말에 강태한은 침음을 삼키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평소였다면 그냥 머쓱해할 만한 말이었으나, 유세아의 얼굴 때문인지 쑥스러워하기보다는 그저 웃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런 식이면 뭐, 저는 항상 신기하게요? 영화에서만 보던 사람이랑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는데.”

“어라, 안 신기했어요?”

싱긋 웃으며 되묻는 유세아의 한마디.

장난기가 담뿍 담겨 있는 목소리였으나, 강태한은 순간 말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말문이 막혔다기보다는, 다른 곳에 눈길이 끌린 모습이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 말이다.

“뭐… 항상은 아니지만, 종종 그렇네요.”

강태한은 싱긋 웃음을 짓더니,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괜스레 모닥불 안의 장작을 막대기로 쿡쿡 쑤셨다.

“크흠. 그보다, 슬슬 식사 준비를 할까요?”

“좋죠! 안 그래도 허기가 지고 있었거든요.”

그러고는 자연스레 화제의 방향을 식사 쪽으로 돌리는 강태한. 그 말에 유세아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캐리어처럼 생긴 큼지막한 통 하나를 가져왔다.

“캐리어에 요리 재료도 같이 넣어 온 거예요?”

“네? 아뇨?”

강태한의 말에 고개를 젓는 유세아. 강태한은 그 말을 안에 요리 재료가 없다는 걸로 알아들었으나.

“이거 캐리어 아니고 아이스박스에요.”

유세아의 대답의 의미는, 요리 재료를 같이 넣어 놓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캐리어라는 말에 대한 것이었다. 통의 뚜껑을 열자, 안쪽에는 딱 봐도 꽤 많아 보이는 식재료가 담겨 있었다.

꼬치에 꿰어진 구이용 재료들이라든가, 치즈라든가, 떡이라든가… 캠핑에서 먹기 좋게 손질된 것들이, 그야말로 한가득.

“…이 정도면 잔치 열어도 되겠는데요?”

“그런 느낌으로 준비해 오기는 했죠!”

강태한의 말에 유세아는 방긋 웃으며 답했다.

남자 친구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 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본인이 먹고 싶은 마음, 그 두 개의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 아이스박스였다.

* * *

“…하아. 진짜인가, 이거.”

차에서 내려 한차례 주변을 둘러보는 한 남자.

그의 시선은 이윽고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 멈춰 섰고, 그 상태로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보기만 해도 경직되어 있는 게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막상 오니 또 새삼 긴장되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는 다름 아닌 최성현.

그런 그가 한참 쳐다보고 있는 건물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완성되어 문을 연, 소위 천마 아카데미라 불리는 교육 시설이었다.

지금의 천마안마에서 근무할, 더 나아가 향후 추가될 곳곳의 지부에서도 일할 안마사들을 육성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곳.

오늘부터 천마 아카데미는 준비를 마치고 첫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그것은 곧 오늘부터 최성현이 이곳의 원장으로 취임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것이 지금 그를 긴장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솔직히 그 이전까지는 약간 막연하기도 했고, 실감이 나지 않기도 했다. ‘뭐 그리 어렵겠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으음…….”

헌데 이렇게 막상 와서 학원 앞에 서 있자니, 여러모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가 학원장을 하는 게 맞나, 너무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인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들…….

물론 아무런 준비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강태한에게 계속 지도를 받아 왔고, 행여 모르는 부분이 있을까 하여 꼼꼼하게 처음부터 다시 복습을 하기도 했다. 사실 애당초 뭔가 문제가 있었다면 강태한이 제지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막상 자리에 오고 나니 없던 긴장까지도 생기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최성현은 그러했다.

“뭐… 하긴 해야지, 그래도.”

고등학생 시절이었나, 인터넷에서 그런 만화를 본 적이 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만큼, 선생들도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그런 만화였다.

상황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이라면 왠지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략 한 이틀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더 하고 오고 싶은 기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한다고 한 것을.

최성현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고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한편, 아카데미 내부에 위치해 있는 강습실.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생들이 모여 앉아 있는 이곳에는, 살짝 차분하게 내려앉은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 모여 있는 수강생의 숫자는 대략 서른.

다만 수강생이라고 해도 생초보자들은 아니다.

일단은 다들 기본적으로 안마사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었으며, 개중에는 이미 경력이 꽤 있는 사람, 어느 가게에서 나름 실력자로 꼽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형님, 의성이 형님!”

“…엉? 뭐냐, 너도 왔냐?”

“예! 하하. 이거, 아는 사람을 보니까 반갑네요.”

그렇다 보니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있을 법하다.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남자는, 아는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기색을 내비치며 인사를 건넸다.

“너 원래 다니던 가게 있지 않았냐?”

“아이, 형님도 아시잖아요. 거기 조건 삭막한 거. 요즘 천마안마가 한참 잘나가고 조건도 좋다고 해서, 슬쩍 갈아탈까 간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왔죠.”

의아해하는 얼굴로 물어보는 질문. 그러자 남자는 굳이 감출 이야기도 아니라는 듯, 당당한 말투로 입에 담았다.

“형님도 그런 생각으로 오신 거 아닙니까? 솔직히 뭐, 우리 짬 정도에 배울 게 그리 많진 않잖습니까.”

“뭐, 그야…….”

그 말에, 박의성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을 흐렸다. 다만 애매한 답이긴 했어도 사실상 긍정 쪽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사실 대놓고 말할 만한 내용이 아니라서 그렇지, 이곳에 있는 경력자 중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이제 와서 뭔가를 배운다?

솔직히 새삼스러운 이야기다. 때를 놓쳤다, 이미 머리가 굳었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들이 알고 있는 것에서 더 배운다고 해 봤자 그리 대단한 뭔가가 있지는 않을 것 같은 것이다.

‘여기 원장의 기술이 엄청 뛰어나다고 듣긴 했지만…….’

허나 그런 기술을 쉽게 남에게 알려 줄 리가 없다.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지만, 안마사들은 좀처럼 누군가에게 기술을 알려 주는 일이 없다. 자기도 스스로 터득했으니, 너도 알아서 찾아내라. 이런 느낌이다.

물론 나름 가게의 안마사들을 육성하겠다고 이런 시설까지 차렸으니 뭔가를 알려 주긴 하겠으나, 그렇다고 뭔가 엄청난 기대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여기서 뭘 알려 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천마안마에 취업할 거라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본격적인 뭔가를 가르쳐 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습 자체로 돈을 벌 생각인 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수강료도 딱히 비싼 편은 아니었고 말이다.

“그냥 기초적인 것들이나 알려 주면서 쓸 만한 인재가 있나 간추려 보는, 그런 느낌에 가깝겠지.”

“역시 형님!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일종의 장기 면접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박의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기 면접이라. 참으로 적당한 표현이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수업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진행할 것 같지는 않은…….”

그렇게 말하던 찰나.

“휴우.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죠?”

강습실의 앞쪽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앞에 놓인 교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는데, 긴장한 기색이 엿보이는 움직임이었다.

“안녕하세요. 이곳의 학원장인 최성현입니다.”

끽해야 삼십 대, 아니 그것도 안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이다. 청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그런 외모였다.

“이야… 형님 말씀대로네요. 나보다 십 년 정도는 어려 보이는데, 학원장? 인재가 그렇게 없나, 이건 좀 아니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학원장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못미더운 느낌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할까.

특히나 이미 경력을 쌓아 온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남자는 학원장의 인상을 처음 보고 떠올린 생각을 가감 없이 입에 담았다.

‘…뭐지?’

다만, 박의성은 후배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말없이 앞에 서 있는 학원장을 살펴보았다. 정확히는, 얼굴이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었다.

‘뭔가 다르다.’

선명하게 와닿는 그런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있다는 그런 느낌이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다른 경지에 있는 그런 인상인 것이다.

그런 인상을 받은 것은 박의성만이 아니었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늘어지듯 앉아 있던 몇 명, 그중에서도 이미 이 업계에서 꽤나 경력을 쌓아 온 몇 명은, 최성현이 들어오자마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박의성과 마찬가지로 뭔가를 느낀 모양새였다.

“일단 여기 나와 있는 대로, 앞으로의 수업은 이렇게 진행될 거고요. 되도록이면 이론보단 실습 위주로 그리고 되도록 실전성 있는 방향으로…….”

한편 앞에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 나가고 있는 최성현. 그는 앞에 PPT를 띄워 놓고는, 첫 수업의 정석대로 앞으로의 수업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뭐, 생각한 대로 대단한 건 딱히 없는 것 같네요.”

“…….”

“…형님?”

그 뻔한 이야기에 지루해하며 하품을 하면서 한마디를 입에 담은 남자. 허나 그에 대한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는 옆으로 시선을 돌리며 되물었다.

“쉿! 좀 조용히 해라.”

허나 그 순간, 박의성은 입가에 손가락까지 갖다 대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소리만 작았지 사실상 윽박을 지르는 것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너 때문에 집중을 못 하잖냐.”

얼핏 보기에는 별거 없는 수업 과정으로 보이지만.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박의성은 방금 전과 달리 기대감이 넘치는 눈빛으로, 최성현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꼼꼼하게 경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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