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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42화 (242/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42화

“어떤 식으로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정말, 정말… 너무 큰 신세를 졌습니다.”

다만 베네릭의 감사 인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살짝 기분이 고양된 탓일까, 그는 자기도 주체가 안 되는 듯이 거듭 감사를 입에 담았다.

“하하… 뭐, 다음 주에도 또 봬야 하는걸요.”

“그래, 임마. 너 감사하다는 말을 지금 이렇게 해 놓으면, 나중에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머쓱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는 강태한. 그리고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보르가 그의 말을 거들 듯이 한마디 입을 열었다. 그는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감사 인사도 과하면 부담이 되는 법이라고. 아마 오늘 안마는 시작에 불과할 텐데, 너무 이러는 것도 선생님 입장에선 호들갑처럼 보이지 않겠냐.”

“으음… 그건 또 그런가.”

듣고 보니 확실히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이보르의 말에 베네릭은 납득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소 흥분한 상태인 것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 판단력은 남아 있었다.

“…물론,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긴 하겠지만.”

다만 그렇게 말하는 이보르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또한 강태한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고, 그 효과를 맛본 적이 있었으니까.

비록 부부 사이에 불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는 감히 알 수 없었으나, 그래도 친구의 보기 드문 우울한 모습에, 정신적으로 얼마나 힘든 상태인지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아니, 시간만 들이면 확실하게 고칠 수 있다는 확신까지 받아 낸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뭔가 보답을 해 드리고 싶은데요.”

그렇기에, 이보르가 한차례 브레이크를 건 상황에서도 베네릭은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 애초에 받기만 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기에, 어찌 보면 정해져 있던 수순이었다.

“에휴. 그럼 그렇지.”

이보르는 핀잔을 주듯 한마디를 덧붙였으나,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다시 찻잔을 집어 들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있을까요?”

“흐음… 글쎄요.”

그 말에 강태한은 턱을 감싸 쥔 채, 짐짓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 필요한 것들이 있기는 하나, 그런 것들은 이미 계획이 잡혀 있거나 혹은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냥 고맙다는 말만으로도 충분한데 말이지.’

터놓고 말하자면 그게 강태한의 솔직한 심정이다.

딱히 큰 대가를 바라고 안마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뭔가 대단한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행동도 아니다. 그냥 여유가 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조금씩 도와주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자신에겐 그리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고 해도, 상대방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될 만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오만이나 자만이 아니라 지극히 객관적인 관점에서의 이해였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그렇기에 강태한은 중간 지점을 답으로 내놓았다.

“지금은 제가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요. 베네릭 씨의 치료가 모두 끝나면, 그때까지 생각해 보고 다시 말씀을 드리도록 하죠.”

마냥 받지 않겠다고만 해도 실례가 된다.

아니면 뭐라도 해 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갑자기 유세아의 촬영장으로 크루즈선을 보낸 마르케시처럼 말이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반면에 이건 어느 정도 합리적인 이야기.

베네릭도 이걸로 납득을 했는지, 두어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보다, 혹시 다들 출출하지는 않으신가?”

그렇게 어느 정도 이야기가 일단락되어 가던 그때.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듣고만 있었던 이보르가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는 본인의 배고픔을 표현하듯 배 위를 쓸어 만지며 말했다.

“지금 배가 엄청 고픈데 말이죠.”

“…사실 그건 나도 그래.”

이보르의 말에 베네릭도 배 위에 손을 올렸다.

그는 저녁을 거르고 이곳에 온 참이었다. 근심으로 인한 우울증 때문일까, 요 근래 식욕이 없어 끼니 생각이 딱히 나지 않았던 탓이다.

허나 지금은… 뭐라도 먹고 싶은 심정.

솔직히 말하자면, 이 휴게실 안에 퍼져 있는 차의 쌉쌀한 향마저도 입맛을 다시게 할 정도였다.

그럴 만도 했다.

안마를 받고 깨어난 그의 몸은 여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진 상태라고나 할까. 여기에 끼니까지 걸렀던 상태이니,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도 명상을 해서 좀 허기진 상태인데, 그럼 같이 야식이라도 먹으러 가실까요? 술도 한잔하고요.”

그런 와중, 소파에 앉아 있던 최성현이 슬쩍 말했다. 명상을 했었던 탓일까, 그 또한 꽤나 허기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너도 갈 거지?”

“좋지. 딱히 약속도 없으니까.”

“하하, 그럼 넷이 갈까요?”

“선생님도 가신다면, 식사는 제가 사겠습니다.”

강태한의 말에 베네릭이 사뭇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싹 달라지는 모습에 맞은편에 있던 이보르가 반응을 보였다.

“뭐야, 당연히 네가 사는 거 아니었어?”

“내가? 왜.”

“여길 소개해 줬으니까?”

“음… 너한텐 그동안 이미 많이 사 줬던 거 같은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소파에 앉아 있던 네 사람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일어나 바깥으로 걸음을 향했다. 뜻밖의 뒤풀이 자리였다.

* * *

“…드디어 완성이 된 건가.”

“예. 회장님. 이게 바로 완성품입니다.”

대청그룹의 자회사, 바디케어의 연구실.

그곳에 서 있던 장태현 회장은, 권태수 팀장의 소개를 듣자마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다가가 해당 물건을 조심스레 쓸어 만졌다.

“일단 외견부터가 다르구만. 꽤 잘 나왔어.”

마치 보물단지라도 만지는 듯한 손길.

다만 그 표현이 과장은 아닌 것이, 적어도 지금의 장태현 회장으로서는 어지간한 금은보화보다 이쪽에 더 깊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대히트를 치다 못해 그야말로 안마 의자의 열풍까지 일으켰었던 더 마이스터.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에서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그야말로 효자 상품이었다.

“이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군.”

그리고 지금 그가 쓸어 만지고 있는 이것이… 바로 그 더 마이스터의 차기작 모델이었다. 설렘이 묻어 나오는 장태현의 말에는 복합적인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경영자로서 제품에 갖는 기대.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안마 의자를 사용하는 이용자로서 갖는 기대였다. 겉모습을 살펴보던 그는 권태수 팀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나?”

“물론이죠.”

장태현 회장의 말에 권 팀장은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당연하다는 듯이 답했다.

이건 불안정한 시제품이 아니라 완성품이었다.

완성품의 완은 완성(完成)의 완.

그동안의 실험을 통해 개발자가 확신을 내린 물건이 것이다. 물론 향후 세밀한 부분들이 바뀌거나 미세한 재조정이 들어갈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제품으로서의 기능 자체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대답이구만.”

장태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신발을 벗고 안마 의자 위에 몸을 올렸다. 조심스레 등받이에 등을 기댄 그는, 다음 진행을 위해 손에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켰다.

‘후후… 놀이기구라도 타는 기분이구만.’

이번 차기 제품은 자체적인 기능과 성능도 꽤 업그레이드가 되어 있으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에이폰의 건강 어플과의 연동 시스템이다.

거기에 수집되어 있는 평소의 헬스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보다 차별화되고 세밀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 핵심적인 골자인 것이다.

그리고 장태현 회장은 이를 위해 요 며칠, 에이폰을 휴대한 채로 평소 안 하던 운동까지 해 왔다.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당연히 일단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개발 프로젝트가 거의 끝에 다다랐고 곧 시승도 가능해질 것이란 말에, 장태현은 곧바로 스마트폰부터 에이폰으로 바꿨었다.

그야말로 이날을 위한 준비였다고나 할까.

마침내 그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장태현은 저도 모르게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일단 연결은 됐고… 이걸 누르면 되는 거지?”

“예. 그러면 에이폰의 데이터가 기계로 연동되고, 기계 내부에도 기록이 남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 바로 시작하시면 됩니다.”

데이터가 연동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화 도중에 과정이 끝날 정도로 짧은 시간. 장태현 회장은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안마 의자를 가동시켰다.

부우웅, 하는 진동음과 함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안마 의자. 앉아 있는 장태현 회장의 몸에 맞춰 구조가 바뀌고, 이윽고 부드러운 센서가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가기 시작했다.

‘확실히 만족도도 올라온 느낌이군.’

시작할 때 사용자의 크기와 근육 등을 센서로 파악하는 단계. 이것 자체는 에이폰의 연동과는 연관이 없는 기능이다.

다만, 여기서도 더 마이스터와 달라진 성능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기대감 때문에 느끼는 착각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이 부드러운 센서의 느낌은 이전 모델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부분이다.

그 전에는 살짝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번 모델은 확연하게 부드러워진 느낌이라고 할까.

매일 아침 그리고 오늘 아침에도 집에서 더 마이스터를 이용하고 나온 참이었기에 그 차이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는 장태현이었다.

“…으음?”

그렇게 센서의 검사와 조정이 끝이 나고.

슬슬 시작되는 안마. 약간 워밍업처럼 가볍게 시작되는 타이밍인데도, 전에 느끼지 못한 자극이 장태현 회장의 신경을 타고 흘렀다.

‘어라?’

더 마이스터는 시장에 존재하는 안마 의자 중 최고의 기능과 성능을 자랑했으나, 그렇다고 만능인 것은 아니었다.

결국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까.

아무리 센서가 뛰어나다고 해도, 결국 이 안마 의자에 앉아 있는 잠깐의 상태를 확인해 볼 뿐이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정보가 없으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에도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사일이 있어도 타깃의 위치를 모르면 쏠 수가 없다. 강태한 원장의 솜씨를 기계에 애써 옮겨 담더라도 제대로 된 분석이 없다면 활용할 수가 없다.

물론 장태현 회장은 그 상태에서도 이미 굉장히 만족스럽게 더 마이스터를 애용해 오고 있었으나…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허나 지금의 느낌은 뭔가 달랐다.

앞에서도 그랬듯, 더 마이스터를 자주 애용해 온 장태현은 그 차이를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평소 자극이 오지 않던 곳에 닿고 있어.’

저릿, 한 감각이 그의 등을 타고 올라온다.

더 마이스터를 이용할 때는 자극이 없었던 부위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천마안마에 찾아갈 때 강태한 원장이 종종 짚어 주곤 했던 부위다.

“이거… 확실히 다른데.”

장태현은 머릿속 생각을 저도 모르게 입에 담았다.

부위만 다른 것이 아니다. 안마의 호흡과 지압의 세기도 다르다. 살짝 아프긴 하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은, 불편함과 시원함 딱 그 사이의 어딘가에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제가 온다고 따로 데이터를 맞춘 건 아니죠?”

“설마요. 그런 데이터를 어디서 구하겠습니까.”

그것도 그렇다.

키나 몸무게라면 또 모를까, 어느 정도 지압을 해야 하고 어디가 불편한지, 이런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더 마이스터도 엄청났었는데 말이지…….’

이건 진짜 물건이다.

사실, 그룹 내부에서는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게 있었다.

차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시기가 조금 빠르지 않느냐고. 더 마이스터가 아직까지도 현역인 상황에서, 성능이 엇비슷한 신제품이 나와 봤자 입장이 애매해다는 말이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경영자라면 당연히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그런 우려를 단번에 날려 버릴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장태현 회장이 느끼기에는 그러했다.

“어떻습니까. 느낌은 좀 괜찮으신가요?”

“좋아. 아주 편안해.”

“연동이 제대로 된 모양이네요.”

넌지시 물어보는 권태수 팀장. 그의 말에, 장태현은 노곤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자체로 만족감을 표현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살짝 자극이 심심한 느낌은 있다.

허나 그게 부족함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편안함이 되어, 신체의 긴장감을 풀어 주는 느낌이다.

“그럼 여기까지가 휴식 모드였고… 일반 모드, 시작하겠습니다.”

“음……?”

그러면서 들고 있던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는 권태수 팀장. 그러자, 안마 의자 내부의 기계음이 조금 더 격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으그그윽……!”

머지않아, 편안했던 장태현 회장의 얼굴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통과 쾌락이 미묘하게 섞여 있는 듯한 표정. 평소 그가 안마를 받을 때 나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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