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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24화 (224/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24화

‘음…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

한편, 천마안마의 안으로 들어온 김세후.

카운터에서 갈아입을 옷을 받고 탈의실로 들어온 그녀는, 품 안에 들린 옷과 탈의실을 이리저리 살피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한 것만큼 대단한 느낌은 없다고 할까, 좀 가게가 수수한 느낌이라고 할까…….’

한 가게에 몇 개월 동안 예약이 밀려 있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었으나, 그녀가 이런 가게에 와 본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놀랍기는 하지만 몇 번 겪어 본 일이라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연예인들이 다니는 메이크업 숍이나 헤어 숍들도 몇 주 정도는 예약이 밀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유명 원장님 같은 경우는 몇 개월씩 쌓여 있는 경우도 다반사. 물론 그녀는 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예약과 상관없이 다니는 것이지만… 어쨌거나 그녀에게 있어 처음 겪어 보는 일은 아니었다.

허나 그렇기에 의아한 부분이 생긴다.

그런 가게들은 으레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오기 마련이다. ‘역시 이런 곳은 달라도 뭔가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입구에 들어섰을 때부터 서비스가 다르고, 사소한 비품에서부터 하다못해 물 한 잔을 마시더라도 일반적인 가게들과 미묘하게 다른 차이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어딘가 스페셜 한 인상이 남는다고나 할까.

헌데 이곳, 천마안마에서는 딱히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물론 가게는 굉장히 깔끔했고, 전체적으로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다.

그냥 뭐, 괜찮은 가게 정도의 인상.

지금 그녀의 품에 안겨 있는 안마복도 그냥 평범한 찜질복처럼 보였고, 적어도 지금까지 봐 온 느낌으로는 딱히 특별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지. 가게를 평가하러 온 건 아니니까.’

다만 어찌 됐거나 그녀에게는 그리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체질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로 바꾸러 왔을 뿐이었으니까.

중요한 건 세아 언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뿐이고, 달리 말하면 안마사의 솜씨뿐이다.

“…아니 뭐, 그렇다고 진짜 사람의 체질을 바꿔 주는 건 아니겠지만.”

김세후는 순간 떠올린 본인의 생각을 부정하듯,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물론 효과가 아예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이 자리까지 헛걸음을 했을 이유도 없을 테니까. 단지 유세아가 조금 과장을 한 것이고, 실제로는 효과가 탁월한 다이어트 안마 정도가 아닐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 다 갈아입으셨어요?”

그렇게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옷 사이즈는 괜찮으세요?”

“예. 딱 맞네요.”

“다행이네요. 그럼… 1번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여기 복도로 쭉 가시다 보면, 왼쪽 가장 끝에 있습니다.”

직원은 옆에 있는 복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안내에 따라 복도를 걸어 방 안으로 들어서니, 여태 동안 느낀 가게의 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 나타났다. 깔끔하긴 하지만, 그렇게 특별한 뭔가를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건가.’

하긴, 평소에 안마원을 다녀 본 적이 없으니 업계 평균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정정하고는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생각보다 표면이 뽀송뽀송한 게, 확실히 관리 자체는 깔끔하게 잘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즈음, 문에4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김세후가 답하자, 이윽고 문이 열리며 한 남성이 들어왔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강태한이라고 합니다.”

들어온 남자를 쳐다본 순간, 김세후는 저도 모르게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말문이 막혀 버린 탓이었다.

‘…뭐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눈을 마주하는 순간… 압도되는 듯한 중후함과 동시에 부드러운 인상이 공존하는, 그런 모순된 분위기를 느껴 버렸다.

“완전… 스페셜 하잖아.”

이 정도로 유명한 가게라면 으레 존재하곤 하는 특별한 부분. 가게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녀가 의문스레 생각하고 있었던 그 부분.

바로 그 강태한의 등장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 * *

“스페셜이요?”

강태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손님을 찾아 방 안으로 들어왔더니 느닷없이 스페셜이라니, 꽤나 뜬금없는 말이지 않은가.

“아, 그게…….”

다만 당황한 것은 김세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한테, 그것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스페셜 하다니. 제정신으로는 쉽사리 할 수 없는 짓이다. 당연히 그녀가 의도해서 한 말은 아니었고,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을 뿐이다.

허둥거리며 애써 적당한 변명을 궁리하고 있는 모습. 다행히 뭔가 떠오른 듯, 그녀는 이내 머쓱한 표정으로 뺨을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 천마 코스가 굉장히 특별한 코스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기대를 좀 많이 하고 있었어요.”

“아, 그러셨군요.”

천마안마에서 제공하는 안마는 일반 코스, 장인 코스, 천마 코스의 세 종류로 나뉘어져 있다.

일반 코스는 일반 안마사들이, 장인 코스는 실력이 뛰어난 안마사들이 그리고 천마 코스는 원장인 강태한이 직접 안마를 한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안마의 실력은 훨씬 더 좋아지고 요금도 달라진다. 특히 강태한 혼자서만 담당하고 있는 천마 코스는, 굳이 말하자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좀 머쓱하군요.”

“하하… 갑자기 죄송합니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강태한과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는 김세후. 그녀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으… 부끄러워 죽을 뻔했네.’

여차하면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을 정도의 부끄러움이다. 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흘깃흘깃 강태한 쪽으로 향했다.

언뜻 위압적이면서도 묘하게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런 모순된 분위기. 더군다나 키도 훤칠하고 이제 보니 은근 근육질인 것이, 저도 모르게 눈길이 끌리는 마력이 있다.

툭 까놓고 말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남자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적어도 첫인상만 따지고 봤을 땐, 요 근래 그녀가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사람이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연예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흐음…….’

한편, 상대방을 살펴보고 있는 것은 강태한 또한 마찬가지였다. 항상 처음 손님을 마주했을 때 이뤄지는 과정이었다.

친한 동생이라고 했었던가.

유세아에겐 이미 그녀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녀가 무엇을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는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그와 관련된 사항을 중점적으로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 자체는 건강한 편이지만… 같은 직종이라 그런가, 여러모로 예전 세아 씨랑 비슷한 부분이 많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건강 자체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군살도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 아마 오랫동안 빡빡한 관리를 통해서 만들어진 몸일 것이다.

다만 이는 결국 제한과 억제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그로 인해 생긴 문제들이 대강 보이고 있었다. 유세아 때와 굉장히 유사한 부분들이었다.

사실 뭐, 그리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들은 아니다. 이대로 방치해 두더라도 큰 이상은 없는 부분.

다만 그녀가 여기에 찾아온 목적은 그게 아니었고, 강태한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일단, 엎드려 보실까요?”

“아, 네.”

그때까지 강태한을 흘깃흘깃 쳐다보다 깜짝 놀란 김세후. 그녀는 놀란 얼굴을 들킬세라 얌전히 침대 위에 엎드렸고, 강태한은 그 위에 손을 얹었다.

‘으하… 뭐야, 이거.’

그 순간 등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

묵직한 무게감과 함께 온몸으로 퍼져 가는 온기는, 마치 강태한에게서 느껴진 묘한 분위기와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역시 비슷하군.’

그리고 강태한은 그녀의 내부를 살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생각대로였다.

사람의 몸은 본능을 최우선으로 따른다.

그리고 본능 중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생존 본능이다. 고통이 느껴지면 반사적으로 몸이 움츠러들고, 위기가 닥치면 온몸의 근육이 긴장을 한다.

생존에 불리한 상황은 피하려 하고, 되도록이면 생존에 유리한 요소들을 갖추려고 한다. 그게 사람의 몸속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생존 본능이다.

영양을 섭취하는 것에서도 예외는 없다.

사람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필요한 열량을 몸에 축적해 두려 하고, 비축량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계속해서 식욕을 자극시킨다.

허나 그럼에도 열량이 비축되지 않는다면?

그럼 이제 들어오는 열량이라도 최대한 몸에 비축시켜 두려고 한다. 사람이 굶으면 굶을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김세후의 몸 상태가 대강 그런 느낌이었다.

몸에 들어온 열량은 어떻게든 최대한 비축해 놓으려고 하는 상태. 유세아 때와 비교해 봐도 정도가 좀 더 심한 편이었다.

‘혈도의 흐름도 영향을 받을 정도면, 상당한 거지.’

실제로 그녀의 혈도는 어느 정도의 자극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느릿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신진대사를 억제시키려는 것.

“자네는 밥만 먹어도 살이 붙는 체질이었겠구만.”

대강 상태를 파악한 강태한이 넌지시 한마디 입을 열었다. 갑자기 말투가 바뀌고 말 자체도 꽤 실례가 될 수 있는 말이었으나, 김세후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답했다.

“맞아요. 억울할 정도였어요.”

“아마 요즘 들어 더욱 그랬겠지. 그렇지 않은가?”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어져 온 식단 관리에, 몸이 거기에 맞춰 적응을 했을 뿐인 것이다. 그럴수록 관리는 더욱 빡빡해지고, 몸은 다시 거기에 맞추고.

“…네.”

김세후의 짤막한 대답. 그 말에 강태한은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등에 올려놨던 손을 천천히 떼어 냈다.

‘하지만… 의지력 하나만큼은 장난이 아니군.’

이 정도 상태가 되면, 그만큼 반발력도 강하기 마련이다. 다이어트 중에 요요 현상이라든가, 거식증이나 폭식증이 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이 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은…….

아마 겉으로 표출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속으로는 몇십 차례고 극한의 상태까지 몰아세워진 적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조금 도와줘 보도록 할까.’

강태한이 아무리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다곤 하나, 그렇다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고도비만인 사람을 단번에 근육질의 몸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그는 단지 신체의 신진대사를 끌어 올리고 혈도를 정리하여 신체 활동의 효율을 끌어 올려 줄 뿐이다.

강태한이 애써 손을 봐 준다 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경우는 다르다.

방향을 조금 잘못 잡았을 뿐, 그녀는 이미 한계까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며 의지 또한 상당하다.

그렇다면야 조치를 취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엇나가 있는 방향을 살짝 바꿔 주는 것만으로도 알아서 해결될 문제니까 말이다.

“슬슬 시작하겠네.”

“아, 저 근데, 선생님.”

양쪽 어깨를 붙잡는 묵직한 두 개의 손.

거기서 뭔가 느낌이 왔는지, 김세후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세웠다. 강태한은 그녀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뭔가?”

“그… 혹시, 아프거나 그렇진 않죠?”

그녀는 순간 자기가 회사 내에서만 안마를 받던 이유를 떠올려 냈다.

다른 곳에서 받는 안마는, 어딜 가든 몹시 아팠다.

이래야 시원하다고 하는데, 죄다 실력이 없었던 건지 아니면 그녀가 안마랑 잘 안 맞는 건지 개운함은 하나도 없고 그냥 며칠 동안 욱신거리기만 했다.

결국 그렇게 안마에는 아예 관심도 주지 않게 되고, 가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힘 조절을 해 주는 회사 내 안마사에게만 안마를 받아 왔던 것이다.

하도 오래전의 기억이라 잊고 있었지만.

강태한의 손이 올라오고 살짝 힘이 들어가는 순간, 그녀는 왠지 모를 불안감과 함께 그 사실을 떠올려 냈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생존 본능의 일종이리라.

“하나도 안 아플 걸세, 별것 아니니.”

“…정말요?”

“속고만 살았는가?”

김세후는 한동안 강태한의 눈을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몸을 엎드렸다. 적어도 강태한의 눈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안목은 잘못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을 뿐이다. 고통에 대한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으가아아악!”

강태한의 엄지손가락이 그녀의 어깨 안쪽을 찌르는 순간, 그녀의 입에선 당혹감과 배신감 그리고 고통이 뒤섞여 있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오, 태한 씨, 끝났어?”

“예. 실장님은 뭐 하고 계세요?”

일을 마치고 휴게실로 들어온 강태한.

황 실장이 그에게 말을 건네자, 강태한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냉장고에서 음료 하나를 꺼내 들며 넌지시 되물었다.

“나야 뭐 항상 같은 일 하지. 예약 관리하고, 애들 스케줄 체크하고… 근데, 그건 그렇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황 실장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않냐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금 태한 씨가 받은 손님, 어땠어?”

“예? 갑자기 왜요?”

“아니, 직원들이 이런저런 이야길 하더라고. 진짜 예쁜 사람이었다고 말이야.”

김세후는 모델로 활동하다 배우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유명세와는 별개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외모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를 본 직원들 사이에서 한마디씩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그리고 이런 이야깃거리를 좋아하는 황 실장이 여기에 관심을 갖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글쎄요…….”

다만, 정작 질문을 받은 강태한의 반응은 시큰둥할 뿐이었다. 그는 옆머리를 긁적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는 잘 모르겠던데.”

유세아를 보면서 눈이 높아진 걸까, 아니면 이미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어 버린 걸까. 강태한은 본인의 생각을 담담한 말투로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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