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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200화 (200/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200화

“이야… 이게 다 뭐야?”

“뭐예요? 무슨 상황이에요?”

“몰라. 듣자 하니 세아 씨 지인이 커피 차를 보내 준다고 했었다던데…….”

“이만한 게 커피 차라고요? 그럼 내가 여태 동안 커피 차라고 알고 있었던 건 커피 자전거인가?”

주변에 있던 다른 스태프에게 물어봤던 남자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섬의 부두에 정박해 있는 큼지막한 크루즈선.

무인도치고는 제법 규모 있게 잘 갖춰진 부두라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이렇게 큰 선박의 옆에 있으니 그저 왜소하게 느껴질 뿐이다.

하나 놀라운 건 그 크기뿐만이 아니었다.

딱 봐도 느껴지는… 호화로운 느낌이라고 할까.

크루즈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갑판에서 선상 파티를 벌이더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은 크기였다.

“혹시 세아 씨의 현지 팬이 보낸 건가…….”

“인도는 팬부터 씀씀이가 다르네.”

“와… 그럼 저기에 쌓아 올리고 있는 것들은, 다 우리 먹으라고 꺼내 놓는 건가?”

세트장 설치 및 촬영 준비도 거의 끝난 상황이었기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부둣가 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진짜 세아 씨 인맥이 참 대단하네. 엘리펀트 그룹 회장이 이런 것도 직접 보내 주고.”

“하하하… 제가 아니라 지인의 지인이라니까요.”

부둣가에 모인 것은 감독과 배우들도 마찬가지.

감탄이 섞여 있는 조감독의 말에, 유세아는 어색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생각지도 못한 스케일에 모두 놀란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건 유세아 도한 마찬가지였다.

‘태한 씨가 지인이라고 하길래 아르힌 감독을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번 촬영 진행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아르힌 감독.

나름 인도 영화계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그가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강태한과의 친분 관계 때문이었다.

때문에, 유세아는 강태한이 말한 지인이 이번에도 아르힌 감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엘리펀트 그룹 회장이 직접 보냈다고?”

“예. 아까 찾아왔던 담당자가 말했었잖아요. 타르빈 마르케시가 보낸 거라고. 그 양반이 거기 회장이잖아요. 저번에 대청그룹이랑 수주도 맺었었고.”

감독이 의아한 목소리로 꺼낸 질문에, 조감독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설명을 해 줬다. 그 말을 같이 듣고 있던 유세아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타르빈 마르케시가… 대기업 회장님이었구나…….’

강태한이 아르힌 감독과 아는 사이가 된 것은, 지난번 영국에 휴가를 갔을 때 인연이 생겼던 한 사업가의 소개 덕분이라고 했었다.

그 사업가의 이름은 다름 아닌 타르빈 마르케시.

강태한에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라 기억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거물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유세아였다.

“감독님, 계십니까?”

“아, 여기 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을까.

처음 인사를 하러 왔었던 하얀 정복의 남자가 다시 찾아왔다. 감독과 눈을 마주친 그는 눈인사를 보내며 가까이 다가와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뷔페와 드링크바를 준비하려고 합니다만, 촬영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

“…뷔페랑, 드링크바요?”

열악하기 짝이 없었던 무인도의 환경.

구할 수 있는 물자는 제한되어 있고, 예산이 빠듯하여 여유도 없었다. 원래 예정되어 있던 식사는 현지업체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도시락이 전부였다.

한데 그런 상황에서 뷔페에 드링크바라니…….

너무나도 기쁜 동시에 저도 모르게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에어컨이 달려 있는 이글루라도 발견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 곤란하신가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바로 준비해 주세요.”

남자는 말을 잊은 감독의 반응을 난처함으로 해석했으나, 실제는 그냥 이 꿈 같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을 뿐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감독은 혹시라도 말이 바뀌기라도 할까 봐 두려운 듯, 양손을 과장된 몸짓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그리고 그 직후.

그가 말한 곧바로는, 말 그대로 곧바로였다.

촬영지와 가까운 인근의 평지에 순식간에 뷔페와 드링크바가 갖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대형 배터리가 설치되고, 간이 식탁과 의자들이 간격에 맞춰 줄줄이 나열되었으며, 심지어 식사 전에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설치되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 채워진 테이블. 그리고 반대편에는 커피는 물론이거니와 와인, 위스키까지 갖춰져 있는 드링크바…….

“이거 진짜로 우리가 먹어도 되는 거라고……?”

“사실은 이렇게 깔아 놓고 크루즈 안에서 다른 손님들이 나와서 먹는 거 아냐? 영화 촬영지 탐방 패키지, 뭐 이런 걸로 말이야.”

그 규모는 말 그대로 연회라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었으며, 단순히 규모만 성대한 것이 아니라 준비된 요리들의 수준도 굉장히 뛰어났다.

단순히 뷔페의 가짓수를 늘리기 위해 준비된 메뉴는 하나도 없이 전부 정성이 들어간 느낌이 난다고 할까. 어지간한 일류 호텔 뷔페에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그 호화로운 스케일에 ‘이 모든 게 정말 우리를 위해 준비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같은 의심을 스태프들이 떠올리고 있었을 무렵.

“자, 그럼 다들 자유롭게 이용해 주시죠. 아직 설치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만, 식사와 음료 정도는 지금 바로 이용하셔도 괜찮습니다.”

흰 정복의 담당자가 그들의 앞에 서더니, 식탁 쪽을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지켜보는 동안 가슴속에 쌓인 설렘과 불안 덕분일까, 주변에 서 있던 스태프들에게는 그 말이 마치 놀이동산의 입장을 허가하는 선언처럼 들려왔다.

“아, 그리고 야외 설비들의 설치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만, 선내 시설들은 지금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엑, 배 안에 들어가도 된다고요?”

뷔페를 향해 모두가 우르르 몰려가고 있던 와중.

덧붙이듯 이어진 담당자의 말에, 몇몇 사람의 발걸음이 브레이크라도 걸린 것처럼 멈춰 섰다. 담당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원래 예정에 없었던 출항인지라 몇몇 시설은 이용이 불가능합니다만…….”

“혹시 지금 어떤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나요?”

담당자는 기억을 더듬듯 손으로 턱을 짚었다. 생각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카지노와 대부분의 스포츠 시설은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만… 그 외에는 전부 가능합니다. 목욕을 하셔도 되고, 객실에서 주무셔도 됩니다. 이용하시기 전이나 후에 저희 직원에게 말씀만 해 주십쇼.”

청소를 할 때 참고해야 하니까요.

담당자는 담담한 목소리로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주변에는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 너무나도 좋은 나머지, 사람들이 입만 쩍 벌린 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던 탓이다.

* * *

“…이게 다 뭐야.”

카톡을 확인한 강태한은 당황한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화면에 나와 있는 것은 성대하게 차려진 뷔페의 모습. 꽤 규모 있는 야외 연회의 모습이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이건 어디 연회장의 사진이 아니라 영화 촬영지의, 그것도 섬에 있는 촬영지의 사진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화면을 슬라이드 하여 다음 사진으로 넘기자, 엄청난 크기의 크루즈선과 내부 시설들의 사진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사진들을 살펴보던 강태한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좀 과한 것 같은데…….’

타르빈 마르케시에게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때.

그는 ‘한국의 연예계에는 커피 차라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다’라더니, 꼭 유세아 씨에게 커피 차를 보내고 싶다고 말을 해 왔었다.

그 정도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않겠는가.

그래도 일단은 유세아에게 동의를 구했고, 그녀도 괜찮다고 하니 흔쾌히 괜찮다는 말을 해 놨었다.

그런데 이런 크루즈선을 보내다니.

강태한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다. 막연하게 일반적인 커피 차, 커 봤자 밥차 정도의 규모를 생각하고 있었던 강태한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뭐… 도움이 되었다면 상관없나.’

[태한 씨 덕분에 정말 편하게 쉬고 있어요 ㅎㅎ!]

[원래 무인도라 되게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리조트에 와서 촬영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날이 더워서 스태프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너무 좋아해요. 이런 촬영이면 휴가도 반납하고 나올 수 있다나 ㅋㅋㅋ]

사진을 끄자마자 나오는 유세아의 카톡들.

본인도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세아는 본인의 기분에 따라 메시지의 말투도 바뀌는 타입이다.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이 말투는 정말로 들뜨고 신이 나 있을 때 나오는 유형. 유세아의 메시지를 다시 한번 읽은 강태한은,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헛웃음을 터트렸다.

“태한 씨,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런가요?”

쇼파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황 실장의 말.

강태한은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는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유세아의 카톡에 답장을 보냈다.

“뭐, 기분이 좀 좋기는 하네요.”

“…좋은 일이라도 있나 보네.”

강태한의 대답에 황 실장은 조금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라면 이런 이야기는 말을 얼버무리거나 화제를 돌리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건 그렇고… 그래서 벽에서 떼어 낸 사인들은 어디에다 옮겨 놨어요? 안 보이던데.”

하나 아니나 다를까, 금방 다른 화제를 꺼내 이야기 방향을 바꾸는 강태한이다. 황 실장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일단 내 방으로 옮겨 놨지. 물론, 가게 자산을 횡령할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은 하지 말고.”

“실장님이 가져가셔도 아무도 뭐라 안 할걸요. 액자부터 종이, 사인펜까지 전부 실장님이 개인적으로 준비해 온 거잖아요.”

“에이, 아니지. 나 혼자서 이걸 어떻게 모아?”

강태한이 의아한 목소리로 묻자, 황 실장은 살살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두 손가락으로 강태한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원장님의 유명세, 인맥이 없었으면 이거의 반의반의 반도 못 모았지. 사인이 종이랑 펜만 있다고 받을 수 있는 건가? 사인할 사람이 있어야지.”

“그건… 그렇긴 하죠.”

틀린 말은 아니다. 애초에 사인이라는 건 특정 인물에게 직접 받아야 의미가 생기는 것이니까. 그게 아니라면 복사기로 슥슥 복사해도 되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가게에서 모은 걸 혼자서 소장할 정도로 내가 염치없는 놈은 아니고… 그냥 준비실에 놓기도, 사무실에 놓기도 애매해서 방에 옮겨 놨어.”

“근데 되게 열심히 설명하시네요?”

“…괜히 찔리니까 이러는 거지, 뭐.”

어찌 됐거나 자기 집에 갖다 놓은 것 자체는 사실이다. 황 실장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더니, 괜스레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어흠. 그건 그렇고, 성현이 이 녀석은 이 시간에 어딜 갔길래 이렇게 안 보이나?”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별건 아니고, 그냥 오랜만에 저녁이나 같이 먹으려고 했었지.”

현재 시간은 여덟 시.

오전 혹은 오후부터 일한 안마사 대부분이 퇴근을 하고, 야간에만 일하는 몇몇 안마사가 출근하며 인원이 교체되는 시간이다.

근래 늦게까지 남는 경우가 잦아지긴 했으나 원래는 강태한도 이때 퇴근을 하는 걸로 되어 있고, 최성현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평소대로 라면 진즉에 옷을 갈아입고 나와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을 타이밍인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그럴 만하죠.”

“그래? 무슨 날인가?”

하나 강태한에게는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그는 싱긋 미소를 띤 얼굴로, 아직 의아해하는 황 실장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가인 씨 오기로 한 날이거든요.”

“가인 씨라면… 아아.”

올림픽 국가 대표로 선정된 양궁 선수, 정가인.

원래라면 일상에서 마주칠 일이 없고, 설령 만나게 되더라도 용건만 보고 끝날 사람이겠지만, 최성현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계속 달달한 분위기를 이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 보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더라고요.”

오늘 정가인을 담당하기로 한 안마사는 최성현.

본래는 당연히 강태한이 맡아야 하는 일이었으나, 강태한이 내밀었던 조건을 당당하게, 그것도 기대 이상의 성과로 통과하며 얻어 낸 결과였다.

하나 그것과는 별개로 나름 긴장이 되는 것일까.

최성현은 휴게실에서 거울을 보며 머리나 좀 만지작거리더니, 사무실로 들어가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크으… 정신을 집중시킨다, 뭐 그런 건가?”

“그런 거죠. 도움이 되긴 하거든요.”

“좋네. 청춘이네.”

황 실장은 웃음기 반, 훈훈함 반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더니 문득 다시 본론이 생각났는지, 강태한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태한 씨는 시간이 되나?”

“전 되죠. 식사하러 가시게요?”

“응. 오랜만에 요 밑에 감자탕 어때?”

“좋네요. 바로 가시죠.”

최성현이 안마를 마치고 난 뒤의 후기가 궁금하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그걸 기다리고 앉아 있는 것도 주책이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후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선생님이 오실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로부터 잠시 후, 천마안마의 방 안.

안내를 마친 직원이 문을 닫고 나서자, 정가인은 한차례 방 안을 둘러보며 침대 위에 앉았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었던가. 이제는 방 안의 구조물도 제법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앞서 방문했던 두 번.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적은 숫자였으나, 그 단 두 번의 방문으로 정가인은 그녀의 인생에 들이닥쳤던 시련 하나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느닷없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올림픽에 출전도 못 하게 될 처지였으나, 요 얼마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기적처럼 회복해 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실력이 더 늘어난 느낌이고, 이는 훈련을 통해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음이 증명되었다.

실전이 아니라 훈련이긴 했지만, 그걸 지켜보던 코치진이 어이없어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덕분에 요 근래 웃을 일만 있던 정가인이었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에 띄게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스마트폰에 나와 있는 누군가와의 대화내역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오늘 저녁에 천마안마로 가는데, 혹시 시간 되면 같이 저녁 먹으러 갈래요?]

[가 보고 싶었던 식당도 있는데~ ㅎㅎ]

두 개 모두 정가인이 보낸 카톡.

보낸 지 시간이 꽤 되었는데, 답장은커녕 1자도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길어도 두 시간 안에 답장이 왔었는데 말이다.

‘나만 보고 싶어 하나?’

물론 그냥 바쁜 일이 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만난 건 펜션에서의 일이 마지막이었고, 그녀가 서울까지 올 수 있는 날은 드물다.

이런 날 굳이 이렇게 답장이 늦는다는 건…….

아무래도 서운한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상대에게 갖고 있는 호감이 깊을수록, 더더욱. 그녀는 푹, 한숨을 쉬고는 스마트폰을 옆에 올려놓았다.

그때쯤이었을까.

똑똑.

“네, 들어오세요, 선생님.”

문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

그 소리에 답하자, 곧바로 문이 열리고 그녀의 담당자가 방 안으로 발걸음을 내밀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릴게요, 강 원장… 님?”

인사를 건네며 문 쪽을 쳐다본 정가인.

하나 예상외의 상황에 그녀는 순간 말끝을 흐렸다.

“크흠, 흠…….”

문 앞에 선 채로 헛기침을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

당연한 말이지만, 그는 강태한이 아니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입꼬리를 씰룩거리고 있는 그 남자는, 다름 아닌 최성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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