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님 안마하신다 177화
‘하긴, 뭐 무슨 상관이겠냐.’
최성현의 말마따나 자기는 안마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래서 이해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성현 혼자 말하는 거면 또 모르겠지만 강태한도 그렇게 말을 하고 있으니, 이쪽으로 생각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울 것이다.
‘게다가… 어찌 보면 이게 더 납득이 가기도 해.’
그동안 강태한이 보여 줬었던 놀라운 솜씨들.
처음 찜질방의 안마 숍에서 봤을 때만 해도 ‘안마를 엄청 잘하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 수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오랫동안 앓았던 지병을 고쳐 준다든가, 하반신 마비를 고쳐 준다든가… 아니, 굳이 다른 사례들을 찾을 것도 없이, 지압 한 번 눌러서 사람을 재우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전부 황 실장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는 일들.
다만 굳이 자기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태한 씨는 이런 것까지도 가능하구나’라고 그 현상 자체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한데 그 모든 것이 사실은 황 실장의 상식 밖의 개념인 기와 혈도를 다룰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 하면… 오히려 납득이 가는 편이다.
뭐 생판 모르는 누가 그런 말을 한다면 콧방귀도 뀌지 않겠지만, 강태한은 이미 그만한 성과들을 보여 왔으니까 말이다.
“…그럼, 태한 씨는 막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그런 거라뇨?”
“그 왜, 무협지에 나오는 거 있잖아. 무공이라고 해야 하나? 막 이런 태극 모양 그리면서 상대 공격도 흘려 보내고, 풀 밟으면서 뛰어다니고.”
황 실장은 과장된 몸짓까지 곁들여 가며 말했다.
영화나 웹툰 같은 매체에서 접한 무협의 이미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알고 있는 무협은 안마 같은 것보다는 고수들끼리 혈투를 벌이며 선보이는 화려한 무공들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다.
기와 혈도가 정말 실존한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이런 쪽으로 호기심이 뻗어 나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으음…….”
다만 강태한에게는 대답하기 꽤나 애매한 질문이었다. 뭐 당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있겠지만, 대답은 또 다른 질문을 부르는 법이다. 말한다면 어디까지 말해야 하겠는가?
“하하, 실장님. 무림헌터를 너무 많이 보셨네.”
하지만 강태한이 굳이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옆에 서 있던 최성현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대신 답했기 때문. 그는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은 채 덧붙이듯이 말했다.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그게 말이 되나. 픽션이랑 현실은 구분해야죠. 현실에서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해요?”
원래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 했던가.
최성현은 기감이 트여 혈도를 감지할 수 있게 되었고, 연습을 통해 혈을 찾고 짚어 내는 것도 가능해졌지만… 딱 거기까지다.
기(氣)의 존재를 인지하고 느끼곤 있지만, 그가 이해하고 있는 영역 내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황 실장에게 말하는 최성현의 목소리에는 확신마저 담겨 있었다.
“에이, 나도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
다만 황 실장의 입장에서는 이쪽이 더 믿기 쉬운 이야기다. 황 실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젓고는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알아서 정리가 됐구만.’
뭐라 대답을 해야 할까 잠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해결이 된 상황. 강태한은 혼자 어깨를 으쓱이고는, 테이블에 놓인 물 한 모금을 마셨다.
“저, 최성현 선생님.”
그때쯤, 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최성현을 호출했다. 다름 아닌 카운터의 직원이었다.
“저 여기 있습니다. 손님인가요?”
“예. 방금 옷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바로 갈게요.”
그럼, 먼저 갑니다.
최성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 말을 남기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최성현이 자리를 비우고 잠시 동안 흐르는 정적.
거기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황 실장이었다.
“요즘 태한 씨가 아주 흐뭇하겠네.”
“왜요?”
“성현이 솜씨가 하루하루 올라가고 있잖아.”
원래 안마 연습을 할 때는 안마사들이 서로서로 상대해 주고 있었지만, 최성현의 경우엔 기감이 트이고 난 이후로는 황 실장에게만 부탁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내용이 내용인 만큼, 다른 안마사들 앞에서 하기엔 좀 쑥스럽기도 하고 껄끄러웠기 때문.
어쨌거나 그렇기에, 황 실장은 최성현의 안마 실력이 날이 갈수록 큰 폭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며 느끼고 있었다.
“뭐… 그렇죠.”
그런 황 실장의 말에, 강태한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말마따나 꽤 흡족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황 실장처럼 매번 안마를 받는 입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으로만 봐도 최성현의 성장을 얼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속도는 강태한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한참 멀기도 했고, 무림의 기준으로 보자면 초심자 축에도 못 끼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혈도를 읽고 혈을 짚어 내는 건 꽤 자연스러워졌으며, 실제 안마를 할 때에도 응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뭐 아직 기를 다루는 것까지는 불가능하고, 상대방의 체내에 기감을 펼치거나 생기를 불어 넣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단순하게 막혀 있는 곳을 풀어 준다거나, 혈을 자극하여 혈도를 활성화시킨다거나 하는, 그런 기초적인 부분은 얼추 가능한 단계다.
말 그대로 기초적인 부분이기는 하다만, 지금 이곳이 무림이 아닌 현대라는 걸 감안하면 이것도 상당한 성장 속도라 할 수 있으리라.
“뭐 일단… 아까 말한 것처럼 기랑 혈도라는 개념이 실제로 있다고 치고.”
한편, 황 실장은 자세를 고쳐 앉고는 그다음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나름 진지한,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새였다.
“그걸 다룰 수 있는 건 태한 씨랑 성현이뿐인 건가? 아니면 다른 안마사들도 가능해지는 건가.”
앞의 내용이라면 그냥 두 사람이 특별한 안마사인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지금의 최성현 정도 되는 실력의 안마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후자 쪽이죠.”
그리고 그 말에 강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 * *
“순서랑 시기는 다 다를 거고 사람에 따라 불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예전부터 있었던 사람들은 다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하고 있어요.”
예상이라 말은 했지만, 사실상 확신이다.
아직은 최성현뿐이지만, 그건 최성현의 선천적인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일 뿐, 조금 더 있으면 하나둘씩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건… 엄청나구만.”
그리고 그런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은 조그마한 감탄을 터트렸다. 사실, 지금도 천마안마에 있는 안마사들의 수준은 꽤나 높은 편이다.
강태한이 꾸준히 강습하고 케어를 해 준 보람이 있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이뤄진 것이다.
처음에는 솔직히 강태한을 제외하면 장인 코스의 세 명 정도만 특출 난 정도였는데… 지금은 얼마 전에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제외하면, 일반 안마사들도 다른 곳에서 ‘에이스’ 소리를 들을 만한 실력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실력이 더 뛰어나진다니.
그것도 한두 명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안마사 중 대다수가 그렇게 될 것이라니. 그야말로 잠재력의 끝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성현이의 역할도 커지겠죠.”
“…그게 그렇게 되나?”
“네. 지금도 강습을 할 때, 다른 안마사들이 막히는 부분을 성현이가 알려 주고 있잖아요.”
강태한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다시 이어서 말했다.
“그런 것처럼, 먼저 기감에 익숙해진 성현이가 다른 안마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죠.”
훨씬 높은 경지에 있는 사람이 알려 줄 수 있는 가르침이 있지만, 비슷한 경지의 사람만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있는 법이다.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길을 걸으며 생기는 공감대라고 할까.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조언과 자기가 먼저 이해한 것들을 토대로 세부적이면서 세밀한 조언들이 가능해진다.
문파에서 제자들 간의 교류와 친목을 권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같은 문파원들 간의 단합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까운 위치에서 서로가 서로를 끌어 주며 수련에 박차를 가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런 것처럼, 이곳 천마안마의 다른 안마사들도 하나둘씩 기감이 트이게 되면…….
아마 최성현이 그런 역할을, 먼저 몇 걸음 더 앞장서서 가는 선배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무림식으로 비유를 들자면, 안마사들의 대사형이 되는 셈이라고 할까.
“으음, 성현이 역할이 너무 큰 거 아닌가?”
“저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봐서요.”
황 실장의 우려에 강태한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강태한은 오십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으며, 수많은 경험과 수십 차례의 실수에서 비롯된 안목과 직감이 있다.
그런 그가 누군가에게 뭔가를 맡기거나 부탁을 하는 건, 그 사람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뿐이다.
“아니, 성현이의 능력을 의심하고 그러는 건 아냐.”
다만 황 실장도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건 아니었다.
황 실장은 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중간 관리자였고, 안마사들 사이에서 최성현의 평판이 좋고 인정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다만 성현이가 좀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거지.”
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최성현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나름 가게의 핵심 멤버 중의 한 명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직함은 안마사일 뿐이었으니까.
지금 다른 사람들의 연습을 도와주는 것도 선의와 동료 의식으로 해 주는 것일 뿐이지, 최성현에게 배정되어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흐음. 사실, 그 부분에서도 이야기를 좀 나눠 볼까 했었는데 말이죠.”
다만 강태한은 마침 잘되었다는 듯, 살짝 앞으로 몸을 숙이며 말했다.
“직원들 조직도를 개편하면 어떨까 싶어요.”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던 내용 같은데?”
“네. 맞아요.”
일반 코스를 담당하는 안마사와 장인 코스를 담당하는 안마사의 직급을 나누고, 승진하는 형식으로 바꾸자고 말했었던 이야기.
아마 처음 체인점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 나왔던 이야기일 것이다. 기억을 떠올린 황 실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네. 좀 더 체계적인 느낌도 들고. 열심히 한 사람들에겐 그만큼의 보상이 될 테니까.”
“네. 사실 지금 일반 코스 내에서도 안마사분들 사이에서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개편은 필요하죠.”
강태한의 말에 황 실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데 대우는 비슷하다면, 아무래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인 코스를 찾는 손님은 잔뜩 늘어났는데, 안마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세 명뿐이었으니… 뭔가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다.
“좋아. 한번 진행해 볼게.”
필요한 일이라면 굳이 시간을 미룰 필요도 없다.
황 실장은 즉각적으로 대답했고, 강태한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팔짱을 끼며 덧붙이듯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이게 본론인데.”
“뭔데?”
“좀 나중의 일이지만, 성현이를 부원장에 앉히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말에 황 실장은 살짝 놀란 기색을 보였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어떻게든 성현이는 열심히 일을 할 팔자인건가?”
“그만큼 능력이 출중하다는 거죠.”
방금 전, ‘최성현의 역할이 좀 많지 않느냐’라고 했었던 황 실장의 말. 확실히, 그냥 직원인 안마사가 맡을 만한 업무량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부원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약간 간부급의 느낌이라고 할까… 어찌 보면 승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계약 조건도 좋아지겠지만, 그만큼 일을 맡기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뭐 그럼 나도 할 말이 없지. 성현이는 체인점으로 나갈 생각도 없다고 했으니, 딱이네.”
황 실장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중간 관리자인 그의 입장에서 또 다른 중간 관리자가 생긴다는 건… 나름 반길 만한 이야기였다.
* * *
인도 델리 외곽에 위치해 있는 한 주택가.
본래 인도의 치안은 빈말로도 좋다고 말하기 힘들었으나, 이곳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길거리는 깨끗하고, 정원들은 말끔하게 관리가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부촌의 분위기다.
그리고 그 주택가 사이를 자동차 한 대가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딱 봐도 값이 나가 보이는 큼지막한 검정 리무진.
그 리무진은 정원이 널찍한 한 주택 앞에서 멈춰 섰고… 거기서 엘리펀트 그룹의 회장, 타르빈 마르케시가 내리며 선글라스를 꺼내 들었다.
“벌써 시작하신 모양이구만.”
정원에는 꽤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심심하지도 않은 분위기.
좀 더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마르케시지만, 가끔은 이런 파티도 나쁘지 않다. 그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신원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던 중, 누군가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주택을 지키는 경호원. 하나 옆에 서 있던 다른 경호원이 곧바로 비키라는 손짓을 하며 다가왔다.
“환영합니다, 미스터 마르케시.”
“오, 저를 아십니까?”
“선생님 같은 VIP는 당연히 기억해야하는 법이죠.”
남자는 방금 그의 앞을 막아섰던 경호원에게 눈빛을 쏘아 보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방금 경호원은 신입이었던 모양. 마르케시는 호방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하지만 새로 산 선글라스를 낀 VIP는 몰라볼 수도 있는 법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관대한 말씀, 감사합니다.”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 담긴 말.
마르케시는 그 말을 남기고 정원으로 들어섰고, 들어가자마자 두 팔을 벌리며 큰 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좋은 점심입니다! 하하!”
“오, 마르케시! 오셨군요.”
“왜 이렇게 늦게 왔습니까.”
그러자 곧바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들었고, 그를 아는 사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시선을 끌고 다니는 남자.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과 한마디씩 인사를 나눈 마르케시는, 뒤늦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아르힌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르힌 두르.
인도의 국민 배우였던 인물이자 유명 영화감독으로, 이 저택의 주인이자 오늘 생일을 맞이한 이 파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특히나 훤칠한 키로 유명한 인물.
본래라면 이런 인파 속에서도 머리 하나가 빼꼼 나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좀 시간이 지났을까.
“나 여기 있네, 마르케시.”
아래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름 아닌 아르힌 두르의 목소리.
여전히 위쪽을 두리번거리던 마르케시는, 그제야 아래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방금 인파를 헤치고 다가온 듯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르힌… 어디 다쳤어요?”
“못 본 사이에 키가 좀 작아졌지?”
마르케시의 말에 아르힌 두르는 낄낄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