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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안마하신다-164화 (164/286)

천마님 안마하신다 164화

“혹시 부담스러우시다면, 그냥 여기서 바로 말씀을 좀 드리는 걸로 할까요.”

머쓱해하는 강태한의 반응에, 장재연이 슬쩍 말을 덧붙이듯이 꺼냈다. 중요한 건 제안을 꺼내 놓는 것이지,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물론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그냥 이야기만 나누는 것보단 함께 식사라도 하는 편이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지만… 상대방이 그걸 부담스러워한다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으음… 일단 여기서 이야기를 먼저 들어 보는 편이 좋을 것 같기는 하네요.”

강태한은 곁눈질로 시계를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시간은 대략 8시 30분 정도. 간단하게 식사만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시간인 것도 사실이다.

“식사는 다음에 같이 하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말씀을 드릴게요.”

강태한의 대답에, 장재연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가 정리를 마치고 말을 꺼내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가 라이너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의 CEO인 건, 이미 알고 계시죠?”

“예. 그렇게 전해 들었죠.”

“저희 위아리치에서는 이곳뿐만 아니라 이십여 개의 지점들을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이번에는 동유럽 쪽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재연은 오른손을 자신의 가슴 위에 올린 채로 말했다. 목소리 자체는 담담했으나, 손짓이나 표정에서 자부심 같은 것이 묻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개중에는 비즈니스 호텔처럼 간단하게 숙박만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대개는 여기, 라이너 호텔처럼 복합적인 편의 시설들을 제공하는 곳들이에요.”

여기까지 말을 마친 장재연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강태한 쪽을 쳐다보았다. 여기까지 이해했는지 확인을 묻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친 강태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고, 장재연은 살짝 앞으로 몸을 숙인 채 아까보다 진중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바로 제안을 꺼내 놓자면… 혹시, 다른 지점을 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다른 지점이라 하신다면?”

“이곳 천마안마의 체인점을, 저희 위아리치와 함께 열어 보실 생각은 없으시냐는 말입니다.”

호텔의 부대시설은 어디까지나 투숙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간혹가다 그 수준과 만족도가 너무 뛰어난 나머지, 시설 자체가 더 유명해져 호텔의 인기와 인지도를 견인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는 호텔에 묵는 김에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을 정도.

멀리서 찾아볼 것도 없이 이곳, 라이너 호텔의 천마안마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처음에는 아무리 그래도 뭔가 외부적인 요인이 추가로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직접 안마를 받고 보니, 충분히 납득이 가는 만족도였다.

그렇다면… 만약 이 천마안마를 다른 호텔들에도 입점시키게 된다면, 꽤 긍정적인 효과들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떠세요?”

장재연은 미소를 지으며 한 번 더 물었다.

물론, 체인점을 낸다고 해도 이곳 정도의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안마의 만족도는 안마사의 실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천마안마의 간판을 가져간다 하더라도 안마사들의 실력은 제각각일 테니까.

하지만 장재연은 보고서에 적혀 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원장의 실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나긴 하지만, 그에게 강습을 받는 장인이나 일반 안마사들의 실력도 상당히 뛰어나다고.

그녀가 의심했던 강태한의 이야기도 사실이었으니.

후자에 대한 이야기도 어느 정도 사실일 것이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따로 체험을 해 봐야겠지만, 자기가 느꼈던 만족도의 반의반이라도 낼 수 있다면, 호텔 브랜드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흐음.”

한편, 그녀의 말에 강태한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만 그 생각은 고민과는 살짝 거리가 먼 것이었다.

‘신기하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네.’

안 그래도 체인점과 관련하여 황 실장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제안까지 들어오게 되다니.

새로운 안마사들을 뽑고, 강습 시간을 좀 더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이미 사업을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 단계를 밟던 중이었기에, 강태한에게 있어선 참으로 시기적절한 제안이라 할 수 있었다.

“나쁘지 않게 들리는 제안이군요.”

솔직한 생각을 입에 담는 강태한.

“다만… 확실히, 다음번에 식사라도 같이하면서 나눌 만한 이야기인 것 같네요.”

하나 굳이 여기서 확답을 내릴 필요도 없고, 그럴 만한 안건도 아니다. 장재연 본인도 이 자리에서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연락처 좀 주시겠어요?”

그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덧붙이듯이 말했다.

“물론, 비즈니스적인 목적으로요.”

“안 될 것 없죠.”

강태한은 안쪽 주머니에서 작고 얇은 봉투를 하나 꺼내더니, 그 안에서 명함 한 장을 집어 장재연에게 건넸다.

“아까 말씀드렸듯 오늘은 좀 늦었으니, 이따가 깨어났을 때 연락이나 한번 주시죠.”

“알겠습니다, 강 원장님.”

장재연은 명함을 받아들고는,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지갑에 꽂아 넣었다. 하나 그러던 중, 문득 의아한 부분이 하나 생겼다.

‘이따가 깨어났을 때?’

마치 자기가 잠드는 게 확실하다는 듯한 뉘앙스지 않은가? 하나 그녀가 그 의문을 해소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럼, 편히 주무십쇼.”

어느새 그녀의 목 뒤쪽에 닿아 있는 강태한의 손.

그 손이 어느 지점을 콕, 하고 짚어 내는 순간, 그녀의 정신이 순간 몽롱해졌다가…….

* * *

“허으윽!”

다음 순간, 장재연은 화들짝 놀라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방의 불은 꺼져 있었고, 앞에 서 있던 강태한도 사라져 있었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고…….’

그런 게 아니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들었다가 이제 깨어난 모양이다. 그녀는 그 사실을, 벽에 붙어 있는 디지털시계를 쳐다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한 시간의 시간이 지나 있던 것이다.

“…진짜 장난 아니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자기가 피곤해서 잠이 든 게 아니라 뭔가 조치가 있었다는 건,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람을 재우기까지 할 수 있다니.

게다가 그냥 자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꿀잠을 잔 모양이다.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본 그녀는 너무나도 쾌적한 컨디션에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다.

‘이건, 꼭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체감 효과에, 그녀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천마안마라는 가게가 이미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막말로 페르모 가이드 3성에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었다.

위아리치의 호텔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슬슬 한계가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수많은 호텔 브랜드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브랜드만의 특색이 필요한데, 비교적 신생 기업인만큼 그 특색이 희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천마안마라는 색깔을 입힐 수 있다면… 적어도 투자를 해 보기엔 충분하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기, 일어나셨나요?”

“아, 네. 일어났습니다.”

그때쯤 살짝 열리는 방문.

조심스레 들어온 직원은 꾸벅 인사를 하고 조명등을 켜더니, 들고 온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좀 더 쉬시다가 천천히 나오세요.”

직원은 인사를 남기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장재연은 물끄러미 테이블을 바라보다, 쟁반 위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딱히 목이 마른 건 아니었지만, 그냥 보고만 있기엔 차의 향이 제법 향기로웠다.

“그건 그렇고… 괜히 좀 아쉽네.”

장재연은 잠시 잠들기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정확히는, 같이 대화를 나눈 상대방, 강태한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

겉으로 보기엔 연하인데, 분위기는 연상 중의 연상.

게다가 단순히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사람의 깊이가 느껴지고 대화 몇 마디에서도 중후함이 묻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건…….

그야말로 그녀의 이상형이었다.

연하이면서 연상 같은 사람.

그 자체가 모순적인 말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그녀의 기준도 높다 보니 이런 사람을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론 첫눈에 반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하지만 식사 제안을 꺼냈을 때, 조금의 사심도 없었다고 하면 그것도 거짓말일 것이다.

“좋은 사람은 꼭 단점이 하나씩 있단 말이지…….”

그 단점은 이미 연인이나 아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된 게 하나같이 철벽이다. 즉답으로 칼같이 잘라 냈던 강태한의 반응을 떠올리며, 장재연은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다음 날, 라이너 호텔의 총지배인실.

그곳에선 호텔의 총지배인인 곽상영과 기업의 사장인 장재연이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는 상태였다.

“오랜만에 봅니다, 곽 매니저.”

“그러게요, 사장님.”

곽상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커피 머신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는 때마침 다 내려진 커피를 찻잔에 옮기고, 장재연에게 커피를 권하며 말했다.

“그래서, 어제 직접 체험해 본 소감은 어떠세요?”

“…보고서에 틀린 내용이 없더라고요.”

그녀는 짐짓 담담하게 말하려는 듯했지만, 목소리에는 살짝 들뜬 기색이 섞이고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나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제가 그랬잖습니까, 장난 아니라고.”

그런 장재연의 반응에서 묘한 만족감을 느꼈는지, 곽상영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반응에 장재연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는 제가 아예 무시했던 것처럼 말씀하시네.”

“무시는 안 했지만, 객관적이지 못한 것 같다고 보고서 다시 올리라고 하셨잖아요.”

“그건… 솔직히 바로 믿기 힘든 내용이기는 했잖아요. 안 그래요?”

곽상영의 말에 장재연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하듯이 말했다. 다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듯, 곽상영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어제 거기 원장님이랑 이야기해 놓은 게 있어요. 뭐 확답을 받은 건 아니지만.”

“어떤 이야기입니까?”

장재연은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손가락으로 큰 원을 그리며 말했다.

“우리 쪽 호텔들에다 체인점을 내는 이야기요.”

“체인점이라면, 천마안마를요?”

“그럼 그것 말고 더 있겠어요?”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말하는 장재연. 그녀의 말에 곽상영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장님이 강 원장님을 만나면 사업적으로 뭔가 하나 할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죠.”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이야기만 꺼내 놨고, 그쪽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

곽상영이 살짝 감탄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장재연이 정정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되도록 빨리 진행하는 편이 좋을 것 같기는 해요. 여기서 시간이 더 지나면… 다른 사람들까지 눈독을 들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곽상영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고 있던 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쯤이었다.

똑똑.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

곽상영은 잠시 장재연의 눈치를 살폈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남자. 다름이 아니라 홍보 및 기획 팀을 담당하고 있는 지배인이다. 그는 곽상영과 장재연이 함께 앉아 있는 걸 보고 짐짓 놀란 반응을 보였다.

“사장님과 계신 줄은 몰랐네요. 다음에 올까요?”

“아냐, 괜찮아.”

손에 뭘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뭔가 보고할 내용이 있는 모양. 그리고 그가 아는 장재연이라면 같이 보고를 듣는 편을 더 반길 것이다.

“알겠습니다.”

곽상영은 말하라는 손짓을 하며 답했고, 남자는 곧바로 들고 있는 종이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다른 게 아니고, 총지배인님이 말씀하셨던 것대로 페르모 가이드 평가 팀이 이번에 한국에 방문했던 것이 맞더군요. 내부적으로 평가 표도 나왔습니다.”

“…아, 그래?”

순간 곽상영의 손이 움찔 떨렸다.

평가 팀이 한국에 왔다는 건 이미 알던 사실이다.

다만 그는 언제 올지 모르는 평가원에게 잘 보이는 것보다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우선시했고, 다른 호텔들이 기합을 꽉 주고 있던 시기에 오히려 직원들을 느슨하게 풀어 줬었다.

그렇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선택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타이밍이 안 좋다.

지금은 바로 앞에 사장님이 앉아 있었으니까!

나름 오래 알았고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치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넌지시 물었다.

“그럼, 자세한 내용은 이따가 다시…….”

“라이너 호텔은 어떻게 나왔나요?”

슬쩍 뒤로 미뤄 두려 했던 곽상영이지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장재연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며 물었다.

“3성입니다.”

애써 긴장을 감추고 눈을 감고 있던 곽상영.

그는 순간 들려온 말에,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기업 이름을 말하는 거야?”

“아뇨. 페르모 가이드 별 개수가 3개라고요.”

1성이라면 또 모를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말.

하나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까 전과 똑같이 담담한 말투로 점잖게 그의 오해를 고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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