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235화 (258/263)

알에서 깨어나오는 순간

[알렉산드로 감독으로 광고를 찍고 싶다고?]

<네.>

[이유는?]

<앞으로 알렉산드로 감독이 받을 관심을 <삼일의 삶>으로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삼일의 삶>이 성공한다면, 알렉산드로 감독도 조금 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거고요.>

[우리 둘 모두에게 좋은 전략이군요.]

<그러니까 제안하는 겁니다.>

[하지만 한의 말에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습니다.]

한록의 말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던 제롬이 갑자기 어조를 바꾸며 말했다.

<한은 내 스카웃을 세 번이나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한의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합니까?]

제롬의 살벌한 질문과-

<네.>

한록의 당당한 대답.

자기 능력에 대한 자신감 뿐만 아니라 제롬의 성향까지 완전히 파악한 대답이었다. 한록의 말에 제롬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이 오지 않은 게 아쉬워.]

허락을 뜻하는 제롬의 말. 그러나 제롬이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한. 난 이제부터 달려볼 생각입니다. 곧 온 세상이 내 발 밑 아래 있게 되겠죠.]

제롬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알렉산드로 감독의 신작은 세계적인 히트작이 될 것이었고, 제롬은 그걸 발판으로 빅6를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계 구조를 바꿔낼 것이다. 빅6의 부진. 제롬의 활약. 그렇게 빅6가 꼼짝 못하는 채로 몇 년, 아니 3년만 지나면 모두가 생각할 것이다.

‘지금은 제롬 앤더슨의 시대다.’

[한이라고 봐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건 CK 역시 피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한록. 제롬이 한록에게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 오겠다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네. 조만간 제롬의 발목을 붙잡겠단 뜻이었습니다.>

한록의 명백한 선전포고에도 제롬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은밀하게 오간 두 신성 회사의 대화. 그 대화의 마지막에, 곧 헐리웃의 주인이 될 남자는 이렇게 답했다.

[기다리겠습니다. 늦지 않게 오세요.]

한록의 도전을 받아주겠다는 말이었다.

*

“스크린 MAX 설치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테스트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알렉산드로 감독 내한 일정 픽스했어요.”

그로부터 한달 후. 많은 일들이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한록이 무엇보다 기다리고 있는 일은 따로 있었다. 바로-

“목요일이 <오징어 서바이벌> 크랭크인입니다.”

<오징어 서바이벌>의 첫 촬영이었다.

목요일. <오징어 서바이벌>의 촬영장에 방문한 한록. 첫 촬영은 한강 주위의 넓은 공터였다. 배우. 스탭들. 한록. 임감독의 멘토형식으로 촬영장에 방문한 서감독. 그곳에 있는 모두가 임감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임감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레디.”

덜덜 떨리고 있는 임감독의 손.

그걸 본 순간 느껴지는 아득한 기분에 한록은 눈을 감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많은 것들이 잊혀지는 시간을 넘어.

“액션.”

우리는 여기에 왔다.

**

“컷.”

그렇게 첫 씬의 촬영을 끝낸 임감독. 사람들이 현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임감독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많은 생각이 담긴 눈으로 강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님이...아니, 임감독님이요. 거의 10년만에 현장에 복귀한거라고 했죠.”

“네. 그동안은 대본 작업만 했으니까요.”

휴식시간이 되자, 서감독이 현장에서 빠져나와 한록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한록의 말에 짧은 소감을 남겼다.

“잘하네요.”

그건 아마 현장에 있는 모두가 느끼고 있을 감상이었다. 임감독은 10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현장을 완벽하게 지휘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완성본이 이미 눈앞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의 태도였다.

그러니까...

“이팀장.”

“네, 차장님.”

“임감독님 지금 위험하다.”

임감독의 문제를 느낀 것은 오로지 현차장과 한록 둘뿐이었다.

**

“10년만에 복귀한 감독이, 제작비 300억짜리 영화를 저렇게 잘 끌어간다고? 저거 말도 안돼. 분명 엄청 준비하신 거야.”

임감독에 대해 얘기하는 현차장. 그 말에 한록 역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건 임감독의 실력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마 임감독은 이 현장을 위해 이를 악물고 준비를 해온 것이 분명했다. 그 덕분에 지금 임감독은 놀라울 정도로 좋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문제는, 영화촬영은 단기레이스가 아니라 거의 1년은 걸리는 마라톤이라는 점.

“이팀장이 보기엔 어때?”

“무리하고 있는 건 맞아요.”

그리고 임감독은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록은 촬영 내내 임감독의 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임감독의 실은 촬영 현장의 모두에게 뻗어있었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임감독이 촬영장에 있는 모두를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났을 때. 임감독의 실은...

‘컷!’

자기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팀장. 나 의견 한번 낼게.”

가만히 한록의 말을 듣던 현차장이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임감독님 내가 잘 케어해 볼게. 근데 그래도 못 버틸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감독 교체해야 한다고 본다.”

“아직 첫 촬영인데 너무 이른 걱정 아닙니까.”

임감독에 대한 우려를 보이는 현차장과, 신중하게 판단하자고 말하는 한록. 한록의 말에 현차장이 입을 다물었다. 현차장은 무언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다. 현차장이 다시 한 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건 그래. 그치만, 이런 식으로 진행됐던 촬영 중에 잘 끝난 게 거의 없잖아.”

‘...그래, 그렇지.’

현차장의 말에 한록은 두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 내가 성우형 일이다보니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못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는 빠른 자각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첫 번째 생각과는 완전히 방향이 다른 생각이었다.

한록과 현차장 사이에서 크게 흔들리는 현차장의 실. 그걸 볼 때 현차장은 지금 엄청난 갈등을 겪고 있는게 분명했다.

천재라고 불리는, 항상 완벽한 결정만 내리는 어린 상사. 그의 말에 반대하는 자신. 언제나 그렇듯 ‘내가 틀렸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현차장의 머리에 파고든다. 하지만 말해야한다.

‘차장님. 우리 팀을 부탁해요.’

그것이 나의 일이니까.

현차장은 지금 시험의 순간에 다다른 것이었다.

“차장님.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 하시는 것 같습니다.”

현차장의 말에 답하는 한록. 자신이 잠깐 판단을 잘못했고, 임감독이 이미 한계가 왔다는 것 정도는 이미 깨달은 후였다. 하지만 한록은 현차장의 말에 다시 한번 반대를 했다. 왜냐하면...

‘지금입니다, 차장님.’

현차장이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돕기 위해서였다.

한록의 말에 현차장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다시 한 번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든 것이었다. 한록이 또다시 현차장에게 말했다.

“임감독님이 워낙 성실하신 분이라서요. <오징어 서바이벌>은 별 문제 없을 겁니다.”

‘차장님. 제가 틀렸다고 하세요.’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한록의 말. 그 앞에 갈등하는 현차장.

‘내가 지금 이한록한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언제 이팀장 말이 틀린적 있나? 이번에도 이팀장이 맞고 내가 틀렸겠지.’

‘이팀장 말이 맞을 거야.’

‘내가 말해봤자 바뀌는 건 없을 거야.’

‘난 틀렸을 거야.’

‘그래, 그랬겠지.’

생각이 깊어질수록 실이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최과장이라면 말했을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든 생각에 현차장이 한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록을 앞에 둔 현차장. 현차장이 숨을 들이마쉬고,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팀장. 다시 판단해. 지금 이팀장 잘못 생각하고 있어.”

그 말에 한록은 생각했다.

“이건 정신력 문제가 아니라 체력이랑 경험 문제야. 임감독님이야 열심히 하시겠지. 하지만 열심히 할수록 더 문제야. 체력이 못 버텨줘. 그러니까 감독님은 열심히 하게 냅두고, 우리는 제 2안을 생각해야해.”

오늘, 자신은...

“이팀장. 나 한번 믿어봐.”

누군가가 성장하는 순간을 지켜보았다고.

살면서 ‘네가 틀렸다’란 말이 이렇게 기쁜 적이 또 있을까. 한록이 감출 수 없는 기쁨에 미소를 지으며 현차장에게 물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차장님. 그럼 차장님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는 정말, 이 사람을 믿을 수 있겠다고.

**

“이 페이스로 가면 곧 문제가 생기는 때가 올 거야. 그때 임감독님이랑 얘기해보고, 감독 교체하든, 제작 좀 쉬다가 다시 진행하든 선택해야 해.”

“네. 알겠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현차장의 의견을 신중하게 받아들인 한록.

과연, 현차장이 말한 ‘때’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주 뒤. 야외촬영이 이어지던 어느 날.

“감독님! 괜찮으세요? 감독님!”

임감독이 촬영장에서 쓰러진 것이었다.

“형.”

임감독의 병실을 방문한 한록. 임감독은 그날 하루는 촬영을 중단하고 수액을 맞기로 한 상황이었다.

임감독은 한록이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첫 촬영 날 말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시선과 똑같은 표정에 똑같은 눈. 그 눈빛에 한록은 오늘 <오징어 서바이벌>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직감했다.

“형.”

“아, 미안.”

한록이 다시 한번 인사를 하자 임감독이 그제야 답을 했다. 한록이 임감독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촬영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촬영 생각 하지 말고 쉬라니까. 빨리 복귀해야지.”

“일주일 안에 복귀 못할 수도 있어.”

한록의 질문에 임감독이 솔직하게 답했다.

“복귀작이니까. 욕심이 나니까. 정말 잘하고 싶었어. 그래서 무리했어.”

“잘하고 있었어. 지금까지 촬영분 다 완벽해.”

“나도 알아. 그런데 이 이상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아니. 이 이상 못해. 나 아직 그 정도로 촬영에 익숙하지가 않아.”

그리고 임감독은 <오징어 서바이벌>을 시작했을 때부터 느꼈을 감정을 얘기해주었다.

“이거 내 역량 밖의 일이야.”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런데 안 되는 일도 있더라.”

노력하는 사람이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 지금 임감독은 많은 사람들을 무너뜨린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서감독님이랑 전화했어. <오징어 서바이벌> 맡고 싶대.”

“그럼 형은?”

“나는 손 뗄게.”

그 질문 앞에서 임감독은 선택을 내렸다. 영화를 포기하는 것. 이전과 같은 선택이었고...

“그리고 서감독님 옆에서 배울거야.”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서감독님이랑 얘기했어. 시나리오 작가로 촬영장에 계속 남아도 좋대. 매일 현장에 나갈거고, 촬영장 지켜볼 거야. 내 시나리오가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지는지 보고 배워야지.”

그 말을 하는 임감독의 눈빛엔 패배감보다 더 큰 감정이 담겨있었다.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만들 거니까.”

바로 아주 강한 의지였다.

“실망시켰지. 미안하다.”

말을 마친 임감독이 한록에게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한록은 상황에 맞지 않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한록은 임감독이 이런 선택을 하리란 것을 대충 예감하고 있었다. 처음 액션을 외친 순간부터 임감독 역시 이런 일이 생기리란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최과장이 떠날 때의 현차장도 마찬가지였다.

살다보면 언젠가 자신만의 시험을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아니, 실망 안했어. 더 기대 되는데.”

“...왜?”

‘<영화관에 가는 사람들>은 정말 제대로 만들 거니까.’

‘이팀장. 나 한번 믿어봐.’

그리고 그때 자신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형 말처럼 제대로 배워올 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더 기돼 돼.”

언젠가 반드시 성장하기 마련이다.

믿음과 기대가 담긴 한록의 말.

“...응. 믿어봐.”

그 말에 임감독이 이번에는 사과대신 다짐을 건넸다.

**

<오징어 서바이벌>의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

“와, 그 감독 어떡하냐. 영화 뺏긴 거 아냐?”

“본인이 넘긴 거래.”

“중간에 감독 바뀐 영화중에 잘 된 거 없는데.”

“야, 무슨 걱정을 하냐. 상대가 이한록이다.”

“하긴, 그건 그래. 이한록이 해결 못할게 뭐가 있겠어.”

[<오징어 서바이벌>의 제작이 중간에 중단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삼일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겁니까?]

[네, 제롬. 걱정하지 마세요.]

[계획이 어그러지다니 안타깝게 됐군요. 문제가 있으면 연락 바랍니다.]

영화계 전체가 <오징어 서바이벌>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상황. 그러나 그 중 유일하게 이 사건을 흡족해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록의 라이벌도, 샬롯테의 직원도 아닌-

“좋은 기회야.”

최경준이었다.

“임성우 작가의 시나리오에 서지훈 감독. 거기에 이한록이라. 완벽해.”

CK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들어가는 영화를 신인감독에게 맡긴다. 원래 최경준의 성격이라면 절대 용납하지 않았을 일이나, 한록의 안목을 믿기에 내버려뒀다. 그런데 내버려뒀더니 알아서 감독이 교체된 것이다. 그리고 교체된 감독은 한국 최고의 감독이라 불리는 서지훈이었다.

<앞으로 2년 안에 빅6를 완벽하게 죽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하는 최경준.

[바라던 말이군요.]

최경준이 들뜬 목소리로 말한 상대는 바로 스튜디오 B의 대표, 제롬 앤더슨이었다.

현재 둘은 한록과 알렉산드로, 그리고 닉이 활약하는 틈을 타 빅6를 서서히 말려 죽여가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CK가 한방을 날려준다면 빅6의 아성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이번 필름 포럼 협의회 회의에 참석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CK가 협의회에서 영향력을 보여줄 때입니다.]

<좋습니다.>

CK에게 협의회에 한자리 챙겨주겠다고 말하는 제롬과,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경준.

‘제대로 눌러주고 와야겠군.’

이제 CK는 헐리웃에서 충분히 주목받을만한 위치였고,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든 CK를 깎아내리려 들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번쯤 그들에게 CK가 어떤 곳인지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내가 가서 우리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려줘야-’

그러나 거기까지 생각한 최경준은 잠시 후 말을 바꿨다.

<아뇨. 저말고 다른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헐리웃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필름포럼 협의회. 아마 거의 모든 회사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CK의 기세를 눌러버리기 위해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그때 회의에 참석해 적들을 완전히 제압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이다.’

‘한번 덤벼봐라.’

그런 말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다.

<이한록 팀장이 저 대신 협의회 회의에 참여할 겁니다.>

최경준이 한록이 헐리웃을 물어뜯는 즐거운 상상에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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