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장님 잡고 갑시다(3)
추억에 젖은 최경준의 모습.
그 모습은 평소의 젠틀한 신사도, 가끔 보여주는 냉철한 본부장의 모습도 아
니었다.
“이한록. 바닷가에 살아본 적이 있나?”
“네. 강릉에서 산 적이 있습니다.”
“역시 그렇군.”
그 모습은, 그저...
“바닷가에 살아본 사람들은 알지. 바다가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그리운 곳인지.”
회환에 잠긴 중년의 모습이었다.
한록은 조금 놀라 생각했다.
‘...처음보는 표정이다. 저 사람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추억과 그리움. 감정이란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는가.
오늘 한록은 그걸 눈앞에서 확인한 것이다.
“원하는 대로 해보게. 다만 아무 이유 없이 올릴 수는 없으니, 적당한 근거를
만들어 와.”
“알겠습니다.”
한록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라면 논리로 찍어 누르려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걸 가
져왔군. 갈수록 이것저것 잘하니 반대를 할 수가 없어지고 있어.”
“감사합니다.”
“내가 아는 이한록은 이렇게 능수능란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디서 또 이런
걸 배워온건가.”
한층 누그러진 최경준의 태도. 한록을 신기해하는것도 같았다. 한록이 답했다.
“현과장님이 조언 해주셨습니다.”
“현과장이?”
놀란 얼굴의 최경준이 다시 미소를 지었다.
“한동안 기를 못 펴고 있다 했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군. 아마 자네와
같이 일해서 그렇겠지.”
“아닙니다. 오히려 현과장님이 많이 도와주고 계십니다.”
“하하, 현과장이 어지간히 맘에 드나 보군. 자네는 정말 나와 생각이 달라.”
‘내가 왜 현과장을 신경써야 하냐’고 묻던 최경준.
그런 최경준의 말을 생각하며, 한록은 솔직히 답했다.
“네. 멋진 분이십니다.”
최경준이 아무말 없이 한록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나가보라는 듯 문을 가리키는 최경준.
한록은 최경준에게 인사를 하고 본부장실을 나섰다.
*
한록이 나간 후.
최경준은 창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내가 왜 현과장을 신경써야 하지?’
현과장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
‘멋진 분이십니다.’
현과장의 포텐을 미리 알아채고, 현과장에게 자신을 설득할 방법을 배워 온
한록.
“새파랗게 어린 놈한테 한방 먹었군.”
최경준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
[어떻게 됐어?!]
한록이 자리로 돌아오자 현과장이 메신저로 묻는다.
[허락해주셨습니다.]
[진짜?!!정말로?!]
[네. 원하는 대로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말도 안 돼. 이대리 꿈꾼거 아냐?]
[현과장님이 가르쳐 주신 거잖아요.]
[아니, 진짜로 될 줄은 몰랐지. 이대리 본부장님 제대로 꼬셨네!]
[표현이 좀...]
[부장님은 삼일의 삶이 맘에 안 든다고 하셨지?]
[네. 삼일의 삶만은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이걸로 결정됐다고 하면 화내실거야.]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에헤이. 회사 생활 치사하게 하랬지? 내가 이대리 혼나는 거 두고 보고 있을
거 같아?그러니까 우리 연기 좀 하자.]
든든하고 고마운 현과장의 말. 그러나 정확히 뭘 하겠다는건지 도통 모르겠다.
“부장님 오셨습니까.”
그때 회의를 갔던 정부장이 돌아왔다.
그리고 정부장이 한록을 본 순간, 현과장이 한록의 이름을 불렀다.
“이대리. 어떻게 됐어?”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던 한록이 방금 전 현과장의 메시지를 생각해냈다. ‘연
기 좀 하자.’ 한록이 현과장에게 장단을 맞췄다.
“삼일의 삶으로 결정됐습니다.”
“뭐? 진짜야? 본부장님이 그걸로 하시자고 하셨어?”
“네.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하셨습니다.”
“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이대리. 이대리가 너무 삼일의 삶을 좋아하는거
아냐? 아무리 본부장님 앞이라도 제대로 말씀을 드려야지!”
조금 언성이 높아진 현과장.
정부장이 다가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아, 그게...본부장님이 gv 영화로 삼일의 삶을 결정하셨다 합니다.”
“...내가 분명 삼일의 삶은 안 된다고 했을 텐데.”
현과장의 대답에 정부장이 얼굴을 찌푸리고 한록을 바라본다.
한록은 그저 사실대로 얘기했다.
“본부장님이 삼일의 삶이 좋다고 말씀하셔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러나...내용이 많이 생략된 사실.
“그래도 부장님이 반대하시는 건데, 이대리가 잘 좀 말해보지. 거기서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나랑 부장님이랑 다시 상의해도 되는 거잖아. 중간에 낀
우리 입장은 생각 안해?”
이쯤되니 현과장이 노리는게 뭔지 감이 잡힌다. 한록 역시 눈치껏 답했다.
“네,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대리 이럴 때 나 좀 화난다. 알지?”
따끔하게 얘기하는 현과장과 죄송하다는 한록.
이쯤되면 정부장이 ‘왜 삼일의 삶을 후보에서 빼지 않았냐’고 따지기도 애매
해진다. 이미 현과장이 한록을 가르치고 있으니까.
“이한록. 다음에는 조심해. 현과장도 적당히 하고.”
그 말만 남기고 자리로 향하는 정부장.
“네, 알겠습니다!”
현과장이 정부장의 뒷모습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화가 난 표정으로
한록을 바라보다가...
‘굿.’
능글맞게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
현과장과 한 편의 영화를 찍은 한록이 유선에게 다가갔다.
“유선씨, 부탁할게 있어요.”
“아...대리님! 이거 드세요!”
한록이 말을 걸자 갑자기 초콜렛을 내미는 유선. 일단 받고 유선을 보자, 유
선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현과장님도 많이 화나신건 아닐거예요..! 너무 속상해 하지마세요.”
아무래도 현과장이 진짜 한록을 혼낸 줄 아는 것 같았다.
‘우리 연기가 꽤 괜찮았나 보지.’
고맙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한록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그보다 지금 시간 되죠?”
“네!”
“그럼 잠깐 카페가서 얘기 좀 해요. 노트북 챙기고.”
한록의 말에 유선이 노트북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 카페에 도착한 둘. 한록이 자리를 잡고 얘기를 시작했다.
“부산영화제 gv에 삼일의 삶이 선정된거 알죠?”
“네.”
“보고할 때 구색을 맞추려면 데이터가 필요해요. 그래서 ckv 홈페이지에서 투
표를 할 건데, 거기에 올라갈 영화 리뷰를 써줬으면 해서요. 그냥 소개글이면
내가 쓰겠는데, 리뷰기도 하니까 유선씨가 맡아줘요.“
“네, 알겠습니다!”
“다른 후보는 ‘친절한 은주씨’ ‘살인의 기억’ ‘착한놈 나쁜놈 이상한놈’ ‘도
둑’ ‘신세계로’ 이에요. 이 중 최소한 3위 정도는 나와야 데이터로 쓸 수 있
을 거예요.”
“...그 영화 중 3위라구요..?”
한국 최고의 감독들과, 그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들.
그 영화들을 제치고 <삼일의 삶>을 3위로 만들어야 한다.
그 사실에 유선은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다른 영화들은....소개글을 영어로 쓸까요...?다들 못 읽게..? 다소 비
열한 방법을...아니 그래도 이미 다 아는 영화들인데...어떡하죠...?”
“다른 것도 다 써요. 대신, 삼일의 삶에 좀 더 공을 들여주세요.”
“어떻게요...?”
“어차피 부산영화제에 관심이 있고, 상영작을 투표까지 할 사람이면 영화 마
니아들일 거예요. 아마 삼일의 삶을 직접 보고 온 사람들도 꽤 있겠죠.”
한록은 삼일의 삶을 관람한 후, 윤감독에게 연결된 300개의 실을 떠올렸다.
‘이 사람 영화 또 보러오자.’
그들이 윤감독에게 가지는 강한 신뢰.
지금은 그걸 이용할 때다.
“네...그렇겠죠.”
“그 사람들이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돼요. gv전에 영화 상영이 있을
거다. 영화관에서 느꼈던 감정을 바닷가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요.”
“아..!”
유선이 드디어 감을 잡았다는 듯 외친다.
“다른 영화들이 유명해서 어렵긴 하겠지만, 삼일의 삶이 유리한 부분도 분명
있어요.
다른 영화들은 유명한만큼 이미지 소비가 크니까요. 삼일의 삶을 바다에서 볼
수 있다는 걸 부각하면 나름대로 반응이 올 거예요.”
“그럼 gv보다는 상영을 중심으로 써야겠네요.”
“맞아요. 할 수 있겠죠?”
“네! 막막했는데...대리님이 말씀해주신 대로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의욕적으로 답한 유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리님이 삼일의 삶을 맡으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유명해지고, 이렇게 gv도
하고...저 윤감독님 되게 걱정했거든요. 저희 아빠도 은퇴하신지 얼마 안 되
셔서..”
“좋은 영화니까 사람들이 알아봐 준거죠.”
“아니에요. 원래 웹개봉이었는데 대리님이 이만큼 가져오신 거잖아요. 대리님
은 진짜...대단하신 분이에요.”
진심으로 말하는 유선.
그 모습을 보니, 오늘 최경준의 얘기가 떠올랐다.
‘계약직에 만년과장이라.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사람들이야.’
한록을 믿고 따라와주는 유선, 현과장. 그리고 그 둘을 노리고 있을 오차장.
한록이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유선씨, 오차장님과 제가 사이가 좋지 않단 말 기억하죠?”
“네. 신청서 냈을 때 말씀하신 거요.”
‘유선씨. 이게 좋은 기회인 것도 맞지만, 오차장님과 대립하는 일이기도 해
요. 그리고 오차장님은 회사에서 꽤 입지가 있는 분이구요. 안전하게 가려면
지원하지 않는게 좋아요.’
유선이 gv팀 신청서를 냈을 때 미리 얘기한 부분이다.
말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지만, 유선은 계약직 사원.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사람에게 이 정도 얘기는 해야하는 일이다.
그러나 당시 유선은 괜찮다고 말했었다.
“삼일의 삶 gv에 관객이 충분히 차지 않으면...앞으로 gv팀 전체의 상황이 어
려워 질수도 있어요. 미리 말해둬야 할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유선이 한록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치만 대리님은...성공할거라 생각하시는거죠?”
“네. 확신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유선.
“그럼 괜찮아요. 대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될 리가 없죠.”
자신에 대한 끝없는 신뢰. 정말 고마운 말이었다.
한록은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았다. 유선과 얽힌 아주 단단한 실과 매듭.
유선은 자신에게 가장 먼저 ‘이 사람이라면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준 사람이었다.
“모험을 하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대리님.”
한록의 사과에 유선이 고개를 젖는다.
“저 어차피 gv에 지원 안했으면 그냥 계약 만료였어요. 지금은 저도 뭐라도
해야하는 상황이에요.”
“만약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면 다른 곳을 소개해줄게요. 유선씨도 아마 이름
들어본 곳들일 거예요. 여기만큼 대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잘 안 되면 샤로떼로 갈 거예요.”
CK의 라이벌 기업을 말하는 유선.
씩씩하고 장난스러운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농담이에요. 저는 그래도 계속 여기 남아있고 싶어요. 이 일도 좋고...사람
들도 좋아요.”
한록의 눈치를 보고, 구과장 때문에 몰래 울던 유선.
그때와 비교하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여기서 제가 해볼 수 있는거, 다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GV도 그래서
지원한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거 해보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유선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난다.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찬 모습.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또...
‘내가 멋진 사람을 몰라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과장, 유선. 열정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알고보면 멋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자신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기회가 없었을 뿐인 회사원들.
그런 사람이 참 많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유선씨는 어디 가서든 잘 할 거예요. 그래도 저랑 계속 일했으면 좋겠네요.
제 개인적인 바램이예요.”
한록이 진심으로 말했다. 그러자 유선이 놀란 눈으로 한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계속 함께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상황.
잠깐 당황하던 유선이 쑥쓰러운 듯이, 하지만 당당하게 답했다.
“저도요, 대리님. 저도 대리님이랑 계속 일하고 싶어요.”
그 말에 한록이 미소를 지었다.
*
“그럼 들어가볼게요. 유선씨는 커피 남았으니까 다 마시고 와요.”
“네!”
한록이 먼저 자리를 비웠고, 혼자 남은 유선.
유선은 노트북을 노려보았다.
‘앞으로 gv팀 전체의 상황이 어려워 질수도 있어요.’
괜찮다고 답했지만, 사실은 불안하다. 당연한 일이었다.
‘GV가 잘 될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나 잘하고 있는건가?’
‘계약 연장될 수 있을까?
‘안되면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
하루하루 불안에 떠는 계약직의 삶.
계약직만이 아니라 사회 초년생 모두가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고민해봤지만, 결국 도달하는 결론은 하나다.
‘괜찮을거야. 이대리님이 하시는 일이잖아.’
언제나 동경하던 한록. 그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 한록과 일을 하며 점점 성장하는 현과장까지.
그 둘을 볼때면 계속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멋있다. 진짜 멋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은 유선이 노트북 위에 손을 올렸다.
‘나는 이대리님을 믿는다.’
‘그리고 나를 믿는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부산영화제 GV 작품 투표]
그날 저녁 CKV 홈페이지에 올라온 투표.
“뭐야. 부산영화제 프로그램 추가 됐네?”
사람들이 저마다 글을 눌러보기 시작했다.
“라인업 대박이네.”
“오, 도둑. 이거 보고싶었어.”
“음...근데 다 너무 많이 본 건데.”
“야외상영이라고?”
후보 영화들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투표수. 한록은
조용히 화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연히 초반의 득표는 유명한 감독들이 많았다.
삼일의 삶은 3퍼센트를 받고 가장 꼴찌인 상황.
“대리님, 어떡하죠...?”
“일단 투표 끝날때까지 지켜봐야죠. 퇴근합시다.”
그렇게 유선과 한록이 퇴근을 한 후.
“어, 삼일의 삶?”
드디어 <삼일의 삶> 관람객들이 투표를 발견했다.
[철썩이는 파도와 커피 한잔. 그리고 어부가 읊는 기형도의 시.]
[바닷가 옆에서 삼일의 삶을 본다는 것.]
[그건 내가 시인과 함께 항해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선의 낭만적인 글. 거기에 직접 찍은 부산 밤바다 사진.
‘아, 이거...!’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삼일의 삶을 볼 때의 충격을 다시 떠올렸고-
“이거 무조건 바다에서 봐야해!”
그들의 손목에 얽힌 실이 더욱 굵어졌다.
“근데...꼴찌야?”
그러나 삼일의 삶의 득표수는 3%.
“...이러면 안 되는데!”
불안해진 사람들이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일의 삶 보고 오신분들! GV투표 합시다!]
[기프티콘 이벤트 합니다. 삼일의 삶 투표하시고 인증샷 찍어주시면 3분한테
커피 쏠게요.]
[바닷가 옆에서 바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영화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
<야 이거 투표 좀 해줘 ㅇㅇ>
<뭔데?>
<걍 하라면 해ㅡㅡ>
주위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
“엄마. 나 엄마 주민번호로 뭐 가입 좀 할게?”
심지어 가족 아이디 동원까지.
<삼일의 삶> 마니아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 감독이 주관하는 GV? 이거 이대리님이 하시는거 아냐?”
그리고 여기, 그 소식을 접한 한 사람.
<지구 특공대>의 장감독.
그는 지구특공대의 촬영감독인 후배와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네. CK 다니는 친구한테 들었는데 그분이 하시는거 맞대요.”
“왜 나는 연락 없지? 내가 GV 또 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형 GV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해요. 할 내용은 있어요?”
“없지...”
장감독이 GV후보작들을 천천히 살펴본다.
“다 유명한건데 삼일의 삶만 아니네. 이대리님이 미는건가 보다.”
“근데 그거 재밌어요.”
“나도 봤어. 죽이더라. 이거 바다에서 보고 싶긴 하다. 근데 4위면 안되겠네.”
“그거 많이 오른거예요. 지금 사람들이 엄청 홍보중이잖아요. 형도 한번 글
써보지 그래요?”
“내가?”
“네. 인스타에 뭐 하나 올리면 다들 궁금해서라도 한번 보지 않을까요?”
후배의 말에 생각에 잠긴 장감독.
‘아, 보고 싶긴 한데.’
‘근데 삼일의 삶만 밀어주면 다른 감독분들이 좀 그러시지 않을까? 앞으로 계
속 얼굴 봐야 하는 분들인데...’
‘근데 선배님들이 이런걸로 화내실 분은 아니지. 애초에 내 인스타를 보시려나?’
‘내 인스타 뭐, 우리 집에서나 화제 되겠지. 쟤 또 감독병 걸렸다고.’
‘근데 이대리님 진짜 왜 연락 안했지?’
‘이 라인업에 삼일의 삶이라. 삼일의 삶을 엄청 올리고 싶나 보네.’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이대리님이 지구특공대 살려줬는데. 나도 보답 한번 해볼까?’
“야. 인스타에 뭐라고 쓸까?”
장감독이 후배에게 물었다.
*
다음날 아침.
“이한록!”
한록이 출근을 하자마자 정부장이 한록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물었다.
“너 또 무슨 짓을 한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삼일의 삶 말이야!”
“그게 왜..”
한록이 묻자, 정부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이게 어떻게 투표 1위야?!”
작가의말
[월요일부터 제목이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로 변경됩니다.
제목 변경에 참여해주시고, 아이디어를 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현과장은 현명하게 굴어서 현과장인가?
라는 말을 32화에 하고 싶었는데 진지한 부분이어서 지금까지 참았습니다.
웃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