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회사원이 선넘으면 생기는일-34화 (34/263)

오차장님 잡고 갑시다.(1)

“하대리 데려올거야. 어때?”

하대리란 말에 한록이 깜짝 놀랐다.

하대리. 남과장의 팀이자, 상당히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성격이 좋아 한록과도 잘 지내는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현과장, 유선 외에도 팀원을 데려올 수 있다면 당장 데려와야하는 1순위.

그러나 정작 하대리 본인이 신청서를 쓰지 않아서 한록도 아쉬워하던 참이었다.

“하대리는 신청서를 안 쓰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현과장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응. 하고 싶긴한데, 남과장 눈치가 보이는 모양이더라.”

팀장 입장에선 능력 좋고 성격도 좋은 팀원이 다른 팀으로 빠진다고 하면 화

가 나기 마련이다.

거기에 남과장은 오차장의 사람이며, 한록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돌린 사람

중 하나. 하대리를 쉽게 놔줄리 없었다.

“그럼 안 올 것 같은데요.”

하대리가 얼마나 gv를 하고 싶냐는 별개의 문제다.

팀장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팀을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당장 그 팀장과의 관

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괜찮아.”

그러나 현과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나 당연하게 말했다.

“내가 데려올 거거든.”

*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기 얼마 전.

“하대리, 부탁 좀 하자니까. 응?”

복도에서 큰 소리가 난다. 현과장의 목소리다.

마케팅부서 사람들이 모두 아닌 척 밖을 향해 귀를 기울인다.

“현과장님, 그게..”

하대리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다들 아쉬워하려는 찰나, 이번

엔 정말 큰 소리가 났다.

“난 얘기 했어. 그런걸로 알아!”

그리고 보기 드물게 화를 내며 들어오는 현과장과, 당황한 얼굴로 들어오는

하대리.

‘...데려오신다더니?’

하대리를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뜻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싸움이 났다.

메시지를 보내려는 찰나, 현과장으로부터 먼저 메시지가 왔다.

[이대리. 하대리 올거야.]

‘뭔가 있다.’

한록은 잠자코 현과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점심시간.

사람들이 빠진 틈을 타 한록이 현과장에게 다가갔다.

“계약 성사. 다시 물어본대.”

현과장이 보여준 핸드폰에는 하대리의 문자가 와 있었다.

[현과장님,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남과장님께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

다. 되도록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한록이 현과장에게 물었다.

“아까 하대리랑 싸우신거 아닙니까? 어떻게 데려오신다는 거예요?”

“싸우는 척 한거지. 하대리도 명분이 필요할거 아냐?”

‘아.’

그 말을 들으니 이제 이해가 간다.

gv에 참여하고 싶은 하대리.

그러나 팀장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멋대로 신청서를 쓸 순 없다.

그런 상황에서 하대리에게 gv팀에 지원하라고 강하게 나간 현과장.

“이제 남과장은 부장님이 알아서 하실거야.”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누군든 꽂아주겠다던 정부장.

“과장이 강요하고, 부장이 가래. 그럼 대리가 어쩌겠어. 가야지.”

하대리는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gv팀에 합류할 명분이 만들어진 것이다.

‘와...’

한록은 현과장의 스킬에 감탄했다. 확실히, 현과장이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

는 정말 뛰어났다.

‘그 스킬을 만년과장으로 살아남는데 써서 문제셨지.’

그러나 그날 밤의 대화 이후로 현과장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대리한테 좀 미안하네요. 부담스럽겠어요.”

“아니? 좋아할걸?”

“어쨌든 남과장님이랑 좋게 끝나는건 아니잖아요.”

“사실 남과장보단 오차장이 문제지. 우리 팀에 들어오는건 오차장이랑 척진다

는거나 마찬가지니까.”

한록과 오차장이 사이가 안 좋다는 것. 한록이 오차장의 품을 떠나 새로운 팀

을 만드는 것.

마케팅부서의 2인자인 오차장. 그리고 대리 한록. 그 둘 사이에 미묘한 균열

이 생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대리 되게 이대리랑 일하고 싶어해. 근데 저번에 얘기할 때 그러더라. 성

공하려면 이대리님처럼 위험을 감수해야하는건데, 자기는 그런 성격이 못 된

다고. 누가 등이라도 밀어줬으면 좋겠다고.”

큰 기회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회를 선택하지 못한다.

마치...

“내 등은 이대리가 밀어줬잖아.”

현과장이 그랬듯이.

“나도 보답하려고 하대리 등 좀 밀어줬다.”

씩 웃으며 말하는 현과장.

그에게서는 이제 패배의식 같은건 찾아볼 수 없었다.

*

점심시간이 끝나가자 퇴근 준비를 하는 한록.

반차를 내서 1시가 퇴근인 상황이었다.

“이대리. 뭘로 정했어?”

한록에게 다가와 묻는 현과장.

오늘은...

“k5입니다.”

한록이 차를 받으러 가는 날이었다.

한록의 첫 차는 영도가 넘긴 중고차.

영도의 집이 알아주는 부자여서 거의 공짜로 차를 받은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최근 사고가 나서 차를 끌고 다니지 못했는데, 인센 덕분에 드디어 차

를 바꿀 때가 온 것이다.

요즘 대기가 긴데, 영도의 인맥 덕분에 1주일만에 차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서는 한록.

‘반차...부럽다. 나도 집에 가고싶다.’

‘인센...부럽다. 얼마나 받았을까?’

‘차...부럽다. 능력이 되니까 서른인데 벌써 차를 바꾸네.’

그런 한록의 등을 바라보는 마케팅 부서의 사람들.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고, 차를 가지러 가기 위해 반차로 퇴근한 회사원.

오늘은 한록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었다.

*

“한서야.”

한록이 차를 받아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서울역.

그곳엔 강원도에서 올라온 한서가 한록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회사에는 말하지 않았지만, 오늘 반차를 낸 건 차보다는 한서의 병원 때

문이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한서는 강원도로 돌아갔다. 다만 정기적으로 서울에 올라와

검사를 받고 있었다.

“오빠! 어...차가 다른데? 영도 오빠 차야?”

“샀어.”

“어?!”

한록의 차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한서.

“오빠 돈 있어?”

“응. 인센티브 받았어.”

“그래도 이거 엄청 비쌀거 같은데...얼마나 받았는데?”

한록의 인센이 얼마인가.

이건 사실 마케팅부서에서 작은 토론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이대리. 아마 이번 달은 오백쯤 나오지 않을까? 뭐 살지 생각해봐. 정기인센

또 나오니까 합쳐서 사도 되고.’

현과장의 말에 고개를 젓는 정부장.

‘천은 나올거다. 더 받아야하는데, 대리급은 그 정도가 최대야. 나도 대리 때

딱 그만큼 받았다.’

그리고 한록의 인센티브는...

“이천 받았어. 차 살 수 있어.”

“헐!”

대리급 최대한도의 두배.

‘아마 하정엽이 신경을 썼겠지.’

회계팀에서 갖은 명목을 붙여서 넣어준 인센과 월급.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니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 정도면..회사원이 받을 수 있는 최대치지.’

아니, 그 이상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회사를 다니는 내내 꿈도 못 꿀만한 정

도의 금액들. 그걸 한록은 대리급에서 해내버린 것이다.

인센티브를 받고, 가장 먼저 어머니한테 이백을 보내드렸다. 그랬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한록아. 이게 뭐야?”

“이번에 인센티브를 받아서요.”

“그래도...이렇게 많이 보내줘도 되는거야?”

“괜찮아요. 이천 받았어요.”

“어머, 어머 세상에. 어머!”

“그러니까 편하게 쓰세요.”

“어휴, 고맙다, 정말. 안 그래도 이번달 생활비가 빠듯했는데...”

“그러면 저한테 말하시라니까요. 저 돈 잘버는거 아시잖아요.”

“그래, 알지. 그래도 너도 서울에서 혼자 고생하는데 말하기가 좀 그래.”

“네. 정말 필요하실 때 말하세요.”

“응, 그럴게. 정말 고맙다, 내가 아들 하나는 정말 잘 키웠다. 세상에 이런

아들이 어딨어.”

그렇게 용돈을 보내드려도 한참이나 남은 금액.

그 금액을 보니, 이제 차를 살 때가 됐단 생각이 들었다.

*

“이천? 연봉 아니야? 원래 그렇게 많이 받는거야?”

이천이란 소리에 한서가 어머니처럼 깜짝 놀란다.

“아니. 내가 많이 받는 편이야.”

“와...진짜 우리 오빠가 능력 하나는 짱이구나. 이야. 이야아. 이야. 멋있어!”

한서가 호들갑을 떨며 한록의 등을 팡팡 친다.

그리고는 요리조리 차를 살피는 한서.

“차 진짜 멋있다. 나도 어른되면 이거 살래.”

마치 자기가 차를 산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에 한록 역시 흐뭇했다.

한록이 차에 타자, 한서가 조수석에 올랐다.

“시트도 완전 푹신푹신해. 옛날 거랑 차원이 달라! 역시 돈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너 몇 살인데 그런 말을 하냐?”

“요새는 고딩도 알 건 다 압니다~.”

귀엽게 말하고는 열심히 셀카를 찍는 한서.

이제보니 한서의 핸드폰 화면이 깨져있었다.

“핸드폰 새로 사. 이번에 갤럭시 나온거 좋아보이더라.”

“오빠 그거 150만원이야. 아무리 싸게 사도 80은 할걸?”

“그냥 사. 그 정돈 사줄 수 있어.”

“진짜? 진짜 나 사도 돼?”

“응. 오늘 사러가자.”

“오프라인에서 사면 비싸! 인터넷에서 사는게 싼데...”

“그럼 돈 보내줄테니까 알아서 사. 200보내줄테니까 용돈하고.”

“오빠아!!나 오빠가 너무 좋다, 진짜!”

“대신 공부 열심히 해라.”

“당연하지! 일등할게!”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한서.

그러더니 한록의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오빠, 화면 안에 들어와 봐.”

“나도 찍어?”

“응. 애들이 오빠 잘생겨서 좋아해. 내 친구들 오빠 중에 오빠가 제일 잘생기

고 돈도 잘 벌어. 내가 엄청 자랑하고 다녀.”

“잘했어. 그래도 자랑은 적당히 하고, 자랑했으면 애들한테 밥도 사줘.”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한서.

한록 자신이 그랬듯 학창시절을 힘들게 보낼까봐 많이 걱정했다. 그래서 누가

보면 과보호라 할 정도로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덕분인지, 한서는 잘 자라주고 있었다. 볼때마다 참 고마웠다.

“오빠 차 샀다고 써도 돼?”

“그럼.”

사진을 다 찍은 한서가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한록과의 사진을 올린다.

[오빠차^_^#쇼미더머니아님#연예인아님#진짜우리오빠임#잘생긴거알고있음#부

러운거알고있음~]

귀여운 자랑을 하는 한서.

그 모습을 보니 드는 생각이 있다.

‘...다음엔 진짜 그랜져 사야겠는데?’

조금, 아니 많이 무리 하더라도 한서가 자랑할만한 오빠가 되고 싶다.

가족이란게 얼마나 힘이 되고, 또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인지.

한록은 다시 한번 현과장의 마음을 깊이 이해했다.

“오빠, 빨리 운전해봐. 운전하는거 찍어야해!”

한서의 말에 한록은 웃으며 시동을 걸었다.

*

“경과가 아주 좋네요. 완벽히 회복했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6개월 뒤에 한

번 검사하러 오세요.”

병원에서 한 말. 한서의 완치소식이었다.

인센을 받은것보다, 차를 산 것보다 기쁜 소식이다. 한록이 한서를 끌어안고

말했다.

“한서야. 고생했다.”

“고생은 오빠가 했지.”

어른스럽게 한록의 등을 두드리는 한서.

“오빠. 진짜 고마워. 오빠는 최고의 오빠야. 알지?”

어쩜 이렇게 예쁜 말만 하는지. 한록이 장난스레 답했다.

“모르겠는데?”

“내가 알려줘야겠다.”

“어떻게?”

“따라와. 오늘은 한서가 쏜다!”

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라타는 한서.

“빨리! 한서가 쏜다!”

한록은 크게 웃으며 차에 올랐다.

한서가 데려간 곳은 스테이크집.

맛있게 먹고 나오니, 한서가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거기 잘생긴 분. 오늘은 제가 살게요.”

“너 돈 있냐?”

“응! 서울 오면 오빠 밥 사주려고 용돈 모았어.”

“얼마. 이천? 이백?”

“이십...”

“까불지 마라.”

“한달에 칠만원씩 모은건데...”

귀여워 죽겠다, 정말.

*

한서는 기어코 자신이 쏘겠다며 한록을 아이스크림 가게로 끌고 갔고, 한록은

얌전히 얻어먹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한서를 서울역에 데려다주니 하루가

다 지나갔다.

“이제 왔네.”

집에 도착한 한록이 택배를 보더니 말했다.

한록이 시킨 것은 노트북. 최신형에, 영상 작업이 잘 되기로 유명한 기종이었다.

“이거 없으면 일 안 되지.”

영상부터 디자인까지 전부 다루는 한록에게는 꼭 필요한 제품.

그러나 아직 돈이 많지 않은 시기라 구형 노트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이번

인센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예전에 쓰던 건 한서 보내줘야지.’

한서에게 메시지를 보내기위해 핸드폰을 켜자, 한서가 보내 온 메시지가 보였다.

[한서:오빠 이거 봐 ㅇ3ㅇ]

한서가 보낸 것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

[지유:한록오빠..저예요 잃어버린 둘째동생]

[다영:나는 그럼 셋째]

[주영:형님 접니다]

피식 웃은 한록은 답장을 보냈다.

[한록: 오늘 용돈 준거로 친구들 밥 한번 사줘. 그리고 노트북 보내줄게.]

[한서: ㅠㅅㅠ 오빠 이것도 인스타에 올려도 돼?]

[한록: 무슨 말을 못하겠네]

몇 번 대화를 주고받은 한록. 문득 오늘 얼마나 썼나 하는 생각에 은행 어플

을 킨다.

‘차 샀고. 한서 핸드폰 바꿔줬고. 한서 용돈 줬고. 어머니 용돈 드렸고. 내

노트북 샀고.’

누가보면 사치라고 할 정도로 돈을 썼다.

그런데도 잔고는 풍족했다.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다.

회사에선 좋아하는 일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사람들과 사이도 좋다.

돈을 펑펑 써도 여유롭다. 거기에 앞으로는 더 벌 일만 남았다.

‘나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군.’

회귀 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삶. 이 모든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더 기쁜 것은

따로 있었다.

‘아직 많이 남았다. 삼일의 삶 전국개봉. 테마파크. 베니스 영화제. 그리고

식물.’

바로 이 모든 행복이 겨우 시작일 뿐이란 사실이었다.

*

다음날 마케팅 부서.

“오...이대리 아냐.”

“네. <그>이대리님 이시네요.”

“차 바꾼 이대리...”

회사에 출근하자, 유선과 현과장이 동경을 담은 눈으로 한록을 바라본다.

부서에서 느껴지는 부러움의 시선.

한록은 약간 머쓱해져 조용히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 집중.”

9시가 되자 정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한다.

“gv팀 발표한다. 현과장이 팀장이고, 이한록, 하선우, 김유선이 팀이다. 영화

제 끝나면 더 충원될 수도 있으니까 알아둬.”

현과장의 말대로, 하대리가 팀에 합류했다.

‘내말 맞지?’

정말 대단한 현과장. 눈을 찡긋거리는 현과장을 향해 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팀이 교체돼서 좀 어수선할거다. 그래도 영화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각별히 신경쓰도록. 일해.”

짧게 말하고 자리에 앉은 정부장.

정부장의 말이 끝나자, 모두 자리에 앉아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네, 지구특공대 관객수 산정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아, 재개봉 문의요? 그건 저희가 아니라 ckv쪽에 문의주세요.”

“영화제 gv 체크할 부분이 있어서요.”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는 마케팅 부서.

영화제가 얼마 안 남긴했지만, 마케팅 부서는 영화제에 크게 참여하지는 않는다.

마케팅 부서에서 영화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건 오차장과 몇 사람 정도. 지

금 마케팅 부서는 한록이 만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록은 화면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영화제는 현과장님이 회사에서 나가게 되는 계기다. 그리고 오차장이 정부장

의 라인이 되는 계기기도 하지.’

영화제 때문에 회사를 나가게 된 현과장.

그리고 영화제로 인해 실세가 된 오차장.

그 모든 계기는...

‘식물 때문이지.’

한록이 5년간 담당한 영화. 그리고 향후 한국 최고의 영화가 된 <식물>시리즈

때문이었다.

[영화제에서 자리가 하나 빌 거다. 거기에 삼일의 삶을 넣어주지.]

조만간, 영화제에서 영화 하나가 제외되는 일이 일어난다.

현과장은 그곳에 ‘식물’ 1편을 추천했고, 오차장은 다른 영화를 추천했다.

그렇게 벌어진 둘의 싸움에서 오차장이 현과장을 날려버린 상황.

‘그걸 지켜보고 있을 생각은 없다.’

유선. 현과장. 정부장. 최경준과 하정엽.

한록의 판은 모두 만들어졌다.

‘이제는 먼저 움직일 때다.’

잠시 후, 회의실에서 만난 한록과 현과장.

“현과장님.”

“응.”

한록의 비장한 목소리에 현과장 역시 진지하게 답했다. 한록이 자신을 부른게

보통 용건이 아니란걸 알아차린 것이다.

한록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번에 오차장님 잡고 갑시다.”

작가의말

이대리님 단 한번도 정시퇴근을 하신 적이 없어서 반차 한번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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