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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12화 (312/339)

312화

대표실에 들어온 뒤.

문을 닫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네, 들어와요.”

내 목소리에 들어온 건 한태준이었다.

“어, 한 대리 왜?”

“대표님 저 바로 재민 씨 데리고 병원 좀 돌고 오겠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벌써 다녀오려고?”

“예. 재민 씨도 바로 일할 자세가 되어 있더라고요. 하하.”

한태준의 옆에 붙어 정자세로 서 있는 임재민이 보였고.

그의 얼굴과 자세에는 열정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한태준 역시 열정하면 빠지지 않는 직원인데, 그의 옆에 서 있는 임재민 또한 그런 기운이 물씬 풍겼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첫날이니까 너무 무리만 하지 말고. 조심히 다녀와.”

“넵.”

“재민 씨도 한 대리 따라서 잘 배우고 와요.”

내 말에 그는 허리를 깊게 접으며 소리쳤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요.”

그들은 빠르게 대표실 문 앞을 빠져나갔고.

나는 텅 빈 대표실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서류들만 정리하고 바로 나가야겠다.”

당장 다음 주면 출시될 생분해 제품.

병원들에 제품을 영업하려면 이제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물론 제품이 출시된 후 영업을 하고 출고해도 충분하지만.

출시와 동시에 물건이 병원들로 나가야 그 홍보 효과가 톡톡하게 나타난다.

출시하자마자 많은 병원에 깔린 것을 보면, 주변 병원에서도 신제품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에 더욱 눈길을 가지니까 말이다.

메디컬 용품 역시 일반 다른 제품들과 별다를 바가 없다.

출시를 하고 서서히 매출이 오르는 것보다는 출시와 동시에 시장에서 먹혀야 성공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렇기에 나는 다음 주에 곧바로 병원들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영업을 해야만 했다.

“뭐야, 메일이 많이 왔네?”

하루의 일과 중 대표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일 확인이다.

아무래도 회사에는 문자나 전화보다는 메일로 자료를 주고받는 게 많은 편이지.

읽지 않은 메일이 열 통도 넣게 쌓여 있었고.

“빨리 읽고 처리한 뒤에 나가야겠네…….”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자세를 고쳐 잡았고.

메일함을 클릭한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소리쳤다.

“이게 다 뭐야?”

메일함에는 평소와는 달리, 영어로 된 제목들이 한가득 쌓여있었고.

그 메일 제목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수밖에 없었다.

“네스트 메디컬… 파원 메디컬… 원투 메딕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전부 메디컬 기업들이었고.

그 기업들에서 메일이 온 것은 처음이었지만, 나는 그 기업들이 전혀 생소하지 않았다.

“이거… 다 외국기업이잖아?”

미간을 찌푸린 채 보낸 사람을 하나씩 읽어 내려갔다.

네스트 메디컬, 파원 메디컬, 원투 메딕스 등.

이 해외 메디컬 기업들은 하나 같이 전부 유명한 메디컬 회사들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내게 메일을 보냈다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내 빠르게 메일 내용을 살폈다.

“…대박.”

메일 내용을 읽던 나는 놀라 벌어진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메일의 내용은 전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잡지 ‘메딕스’를 보고 생분해 제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에 내게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자료를 보내 달라는 내용.

거기에 추가로 샘플까지 요청한다는 내용이 길게 담겨 있었다.

잡지에 실리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곳에 내 제품이 기재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던 게 바로 어제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잡지에 JH 메디컬이 언급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해외 기업에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물꼬가 터졌다고 생각했었다.

어느 나라부터 어떠한 기업부터 연락을 보내고, 어떤 식으로 판로를 열어야 할까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많은 나라와 기업에서는 내게 먼저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믿기지 않는 이 현실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때.

딩동.

메일의 알람이 하나 더 울리고.

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메일함을 새로 클릭했다.

“뭐야… 퍼펙트 메디컬?”

새로 메일이 온 회사는 ‘퍼펙트 메디컬’.

메일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나는 회사명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미쳤다.”

퍼펙트 메디컬은 독일의 유명한 메디컬 회사이자, 나와 끈끈한 사업 파트너인 블루 메디컬의 최 대표가 오랫동안 근무를 했던 기업이지.

퍼펙트 메디컬은 독일에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였다.

나는 거친 심호흡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메일을 클릭했고.

내용은 역시나 생분해 제품에 관한 이야기였다.

‘메딕스’ 잡지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파급력이 대단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고작 한 페이지에 장식된 한국의 작은 메디컬 회사의 내용으로 이런 뜨거운 관심사에 올랐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아직 이 많은 기업이 내 제품을 구입하고 싶다고 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제품에 너무나도 자신이 있었다.

그들이 이 제품에 대해 알게 된다면, 무조건 발주를 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메일을 전부 확인한 뒤, 감격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판단했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료를 가득 안은 채 사무실을 나섰다.

해외에서도 이렇게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 국내에는 더욱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제품을 제조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환자들이었다.

아픈 환자들이 빠르고 간단하게 치료받기를 원해 제조업에 뛰어든 것이었지.

그런데 그들이 내가 만든 제품을 쓰게 하려면, 당연히 병원에 영업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환자들은 메디컬 업계에서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어떻게 사용하고 얼마나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병원에 제품이 들어가고, 의사들이 그 제품을 환자들에게 설명해 치료하고 수술하는 것이지.

그렇기 위해서는 먼저 많은 병원에, 많은 의사에게 제품을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나는 한국의 많은 병원에 생분해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바삐 걸음을 움직였다.

* * *

점심도 먹지 못하고 하루 내내 수많은 병원들을 돌아다닌 후.

병원 진료 시간이 끝나서야 나 또한 발길을 멈출 수 있었다.

“하아… 오늘도 바쁘게 움직였다.”

꼬르륵―

내내 긴장하고 돌아다녔던 탓에 배가 고픈 줄도 몰랐는데, 이제야 확 풀린 긴장감에 배에서는 배꼽시계가 울리고 있었다.

나는 배를 쓸어내리며, 약속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

모든 자리가 룸으로 이루어진 조용한 한 술집.

직원의 안내에 따라 나는 한 룸 안으로 향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자 안에서 환하게 나를 반기는 두 사람.

최 대표와 신 대표였다.

“아이고. 대표님들 먼저 와 계셨습니까?”

나는 그들을 향해 밝게 웃으며 들어섰고.

그들은 나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끄덕였다.

“민 대표님, 오셨어요?”

최 대표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민 대표님 오늘 많이 바쁘셨나 보네요. 피곤해 보이시는데, 저희 약속 미뤘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의 말에 나는 얼굴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휴. 아닙니다. 오늘 좀 바쁘게 병원 돌아다녔는데, 약속을 미룰 수는 없죠.”

나는 서서 나를 반기는 그들을 바라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얼른 앉으시죠.”

“네.”

우리는 그렇게 마주 보고 자리에 앉았고, 곧장 앞에 놓인 술잔에 술이 가득 채워졌다.

“드디어 저희 셋이 회식을 하게 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생분해 제품 출시하면 거하게 한잔하기로 해서, 빠르게 제품 만들었습니다. 하하.”

신 대표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고.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분해 제품을 만든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나는 JH 메디컬의 자리를 잡느라 바쁘게 움직였었고.

신 대표 또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었다.

중간에 투입된 최 대표도 빨리 제품을 마무리 짓기 위해 주말, 밤낮없이 고생했고.

그래서 셋이 함께 술 한잔을 기울이는 날이 없었지.

제품 출시가 되면 마시자고 했던 술 한잔.

그날이 드디어 찾아왔다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는 술잔을 허공 높이 들었고.

나는 최 대표와 신 대표를 번갈아 쳐다보며, 진심 어린 눈빛으로 소리쳤다.

“그동안 너무 고생들 많으셨습니다.”

“민 대표님이 고생 많으셨죠.”

“우리 다 수고 많았습니다. 하하.”

챙―

그렇게 술잔이 허공에서 부딪치고.

넘실거리는 술을 서둘러 입안에 털어 부었다.

“크으… 오늘따라 술맛이 단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최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좋은 날에 마시는 술이라 그런가 봅니다. 드디어 세상에 엄청난 제품이 나오게 됐으니까요.”

그의 말에 나는 입꼬리를 길게 휘었다.

그리고는 최 대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최 대표님. 오늘 저 어디서 연락받은 줄 아십니까?”

내 말에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어디서 연락받으셨습니까?”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퍼펙트 메디컬이요.”

“네? 퍼펙트 메디컬에서 연락을 받으셨다고요?”

그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게 물었고.

“예. 메딕스 잡지 보고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외에도 여러 기업들에서 메일이 몇십 통 쌓였습니다. 하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최 대표를 포함해 신 대표까지 감탄을 쏟아냈다.

“이야… 그럼 저희 해외 판로는 뚫린 거 아닙니까?”

“퍼펙트 메디컬에서 요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독일은 퍼펙트 메디컬 통해서만 수출한다고 하더라도 독일을 다 먹은 거나 다름없어요.”

최 대표는 다소 흥분한 듯 술잔을 들이켰고.

눈을 희번덕 뜨고 말을 이어갔다.

“퍼펙트 메디컬에서 요청이 온 거면, 샘플 받아서 봐보고 바로 발주할 겁니다. 제품에 이상이 없다고 판단된다면요.”

“정말요?”

“네. 제가 아는 퍼펙트 메디컬은 그래요. 모든 물건의 샘플을 다 요청하는 곳이 아니거든요. 아마 잡지사에 요청해서 자료를 받아보고 이미 파악을 완료했을 겁니다.”

그의 말에 나와 신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고.

“자신들 선에서 이미 통과된 제품이기에, 실 제품을 보고 싶은 걸 거예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과 제품이 동일하다면, 바로 발주하겠다는 뜻이죠. 제가 근무 당시에도 그랬었고요.”

최 대표의 말에 나는 코를 찡긋거리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내가 만든 제품의 카탈로그와 실제품의 다른 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거짓 하나, 부풀림 하나 없는 자료였으니까.

“그럼 이제 독일은 퍼펙트 메디컬 자체만으로도 문제없겠네요.”

“네. 독일의 작은 기업들은 퍼펙트 메디컬에서 대부분 물건을 받아서 사용해요. 굳이 독일의 작은 기업들까지 힘들게 거래를 할 필요 없다는 말이죠.”

“거의 독일의 총판인 셈이네요.”

내 말에 그는 미소로 화답했고.

챙―

우리는 술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퍼펙트 메디컬에서 어떻게 답변을 줄지 모르겠지만. 제품을 보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 동안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병을 하나씩 비워갔다.

한 시간쯤이 흐른 뒤.

같은 제품을 바라보며 달려온 사람들이었기에,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술병 대신 대화가 주가 된 자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던 것에 비해 술병은 얼마 쌓여있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는 멀쩡한 정신으로 업무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었지.

“저는 잠시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최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가 일어나는 것을 본 신 대표도 주머니 속 담배를 만지작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최 대표님 나가시는 김에 저도 잠시 나갔다 와도 되겠습니까?”

그들의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들이 동시에 자리를 비우고.

홀로 술잔을 홀짝이는 와중에도 나는 입가에 미소가 자꾸만 번져왔다.

처음 생분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차렸던 제조회사.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었다.

다음 주 제품 출시.

그날을 위해 지금껏 달려온 것이니까.

나는 긴 심호흡을 하며 너무 들뜨지 않도록 기쁨을 조금 삼켜냈고.

창밖으로 깊어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지이잉.

주머니 속 휴대전화의 알람이 울리고.

나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바라보았다.

[발신인 : NA 바이오 이태현]

나는 의외의 인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면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 시간에 NA 바이오에서 전화가… 대체 무슨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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