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11화 (311/339)

311화

[- TO. JH MEDICAL.]

나는 신소율에게서 받은 상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해외에서 온 택배인가 보네요?”

내 말에 그녀는 입술을 말아 넣은 채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었고.

부욱―

나는 상자 테이프를 뜯어 안을 확인했다.

“어?”

그리고 안에 든 내용물을 보자마자 내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메딕스.]

내가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것.

미국의 메딕스 잡지였고, 나는 잡지인 것을 확인하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빠르게 페이지를 뒤적였다.

내 물건을 받아 그게 괜찮은지 아닌지를 자체적으로 평가한다고 했었고.

그 결과가 괜찮다면 잡지에 내 제품을 싣겠다고 했었다.

그리고 결과는 따로 연락을 주지도 않는다고 하더니, 정말 연락 한 통, 메일 하나도 없이 내 제품을 정말 실은 건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잡지에 내 제품을 실었다고 이렇게 잡지만을 택배로 보내 준 건가?

촤르르―

나는 서둘러 잡지를 한 장씩 넘기며 제품 소개 혹은 나와 관련된 페이지가 있는지 뒤적였고.

몇 분 뒤.

‘새로운 메디컬 제품의 등장’이라는 페이지에 내 제품의 사진이 크게 실린 것을 발견했다.

“있다……!”

나는 잡지에 집중해 내용을 읽어 갔고.

페이지를 가득 메운 영어.

[리무발이 필요 없는!

몸에서 생분해되어 사라지는 혁신적인 제품!

…한국의 JH 메디컬에서는 생분해 제품을 오랜 연구 끝에 출시했다.

외상 수술 제품은 수술 시, 환자의 몸에 플레이트와 나사를 삽입해 손상된 뼈를 치료한다.

이후 뼈가 완전히 붙고 나면, 삽입했던 플레이트와 나사를 제거하는 리무발 수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JH 메디컬에서 만든 생분해 외상 수술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면?

리무발 수술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제품이 체내에서 생분해되기 때문에, 제거 수술을 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건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제품이며…….

제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머나먼 작은 나라에서 만든 최첨단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잡지에는 빼곡하게 내 제품에 대한 이야기와 JH 메디컬을 포함한 한국의 메디컬 현 위치를 보여 주고 있었다.

내 제품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 장점이 빼곡하게 늘어져 있었다.

물론 단점도 존재했지만, 그럼에도 장점이 너무나 많은 제품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었다.

제품에 대한 설명은 내가 그들에게 보낸 자료만큼이나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아마 자체적으로 내 샘플을 분석하고 판단했기에, 내가 정리한 자료와는 살짝 다른 내용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설명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들어가 있었지.

“와아… 이게 결국 실렸네.”

나는 잡지 한 페이지를 모두 읽은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듯 말을 내뱉었다.

내가 ‘메딕스’ 잡지사에 열심히 연락을 취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잡지 한 페이지를 메우리라는 것은 확신하지 못했었다.

세계에서 너무나도 큰 잡지사기에, 과연 한국에서 만든 메디컬 제품이 그 잡지에 실릴 자리가 있을까? 라는 걱정이 됐던 것이지.

그저 나는 어떻게든 한 줄이라도 소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일같이 메일을 보냈을 뿐.

모든 내용을 읽은 후, 넋을 놓듯 잡지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짝짝―

그때, 귓가에 박수와 환호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고.

옆에는 신소율과 문지음, 한태준이 환하게 웃으며 내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맞아요. 드디어 메딕스 잡지에 저희 제품이 올라가다니요.”

“크으… 역시 민 대표님은 제 롤 모델이시라니까요?”

그들의 축하에 나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다들 고마워. 나만 잘 되는 게 아니라, 우리 JH 메디컬 제품이 이렇게 된 거야.”

내 말에 한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럼 대표님, 저희 회사 더 바빠지겠네요?”

그의 말에 나는 눈썹을 들썩였다.

“음… 그렇겠네?”

“얼른 새 직원 들어오면 일 가르치고, 두 배로 일해야겠습니다. 하하.”

한태준의 말에 신소율과 문지음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리 회화도 배워 두길 잘했네요. 앞으로 영어 쓸 일 많아질 것 같은데요?”

신소율의 말에 문지음이 어깨를 들썩였다.

“저는 오늘부터 회화 학원 등록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고.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뼉을 부딪치며 직원들을 살펴보았다.

“다들 고마워요. 자부심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JH 메디컬 성장시켜 보겠습니다.”

내 말에 그들은 활짝 웃으며 답했다.

“저희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신소율의 옆에 있는 탁상 달력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 소율 씨. 메딕스 잡지 나오는 날이 언제죠?”

그녀는 내 말에 서둘러 날짜를 확인했고.

“오늘이에요. 그러니까 미국 시차로… 아마 오늘 저녁부터 미국에 잡지 쫙 깔릴 것 같습니다.”

“네. 그래서 오늘 우리한테 맞춰서 보냈나 보네요.”

나는 서둘러 시간을 확인한 뒤, 내려놓았던 가방을 챙겼다.

“저 그럼 나갔다 올게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

내 말에 한태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대표님, 방금 사무실 오셨는데 바로 나가십니까?”

“어. 잡지도 출간됐으니, 더 바쁘게 움직여야지.”

나는 사무실 문을 나서며 다시금 외쳤다.

“저 다녀오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 * *

“안녕하십니까.”

수한 메디컬에 도착하자 나를 반기는 건 최 대표나 신 대표가 아닌.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기계 소리였다.

생분해 제품의 샘플이 나온 지 오래였고, 이제는 제품 생산에 힘을 쏟는 중이었지.

출시 후 얼마나 물건이 판매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량으로 생산해 놔야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야만 했다.

더군다나 한국은 미리 영업을 해 뒀던 탓에 병원 발주를 받아 뒀었다.

그때.

“민 대표님, 오셨어요?”

내게로 다가오는 블루 메디컬의 최 대표.

“최 대표님, 혼자 계셨습니까?”

“조금 전에 신 대표님 일정이 있으셔서, 잠시 자리 비우셨어요.”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으로 자리를 가리켰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누실 수 있으십니까?”

“아유, 그럼요.”

우리는 시끄러운 기계를 지나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민 대표님.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얼굴에 티가 납니까? 하하.”

“그럼요. 이렇게 쌓여 가는 제품들 보셔서 기분이 좋으신 건가?”

그의 말에 나는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흠흠… 최 대표님께 보여 드릴 게 하나 있어서요.”

나는 챙겨 온 잡지를 그에게 내밀었고.

최 대표는 놀란 눈으로 잡지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메딕스 잡지… 설마……?”

“맞습니다. 거기 표시한 페이지 보시면, 제품 소개가 실렸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최 대표는 잡지에 시선을 고정했고.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이야… 진짜 고생하셨습니다. 민 대표님.”

“아닙니다. 최 대표님께서 도움 주신 덕분이죠.”

“메딕스 잡지에 실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이걸 민 대표님이 해내셨다는 건, 민 대표님이 다 하신 거죠.”

최 대표는 나를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들었고.

잡지를 손으로 툭툭 치며 말을 이어 갔다.

“이제 잡지가 나갔으니, 해외 진출은 따 놓은 당상이네요.”

“그런가요? 이제야 판로를 하나씩 뚫을 수 있는 길이 생긴 것 같아서 안심입니다.”

최 대표는 해외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기에,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민 대표님은 이제 해외에 보낼 제품 금액, 샘플은 어떻게 어디 업체에 보내실지 고민해 보시면 될 것 같네요.”

“예. 어디부터 연락을 돌려야 할지도 고민입니다.”

그는 내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해외 업체들에 샘플 돌리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일 겁니다. 해외배송이라 하나씩 준비해서 많은 업체에 보내는 기간도 오래 걸리고, 보내겠다는 연락부터… 받은 후 대처까지 모두 말이죠.”

최 대표의 말에 나는 막막한 감정이 문득 들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한 단계를 올라왔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힘든 과정을 겪을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저는 벌써 설렙니다.”

“맞습니다. 여기까지 오는 것도 대단하셨으니까요.”

“내일이면 잡지가 다 발간될 테니. 우선 어느 나라부터 업체 몇 군데에 보낼지 차분히 고민해 봐야겠네요.”

내 말에 최 대표는 휴대전화의 날짜를 확인하며 답했다.

“잡지가 내일이면 세계 전역에 나갈 테니, 그때부터 반응 보시고 결정하시죠.”

“네. 저는 오늘 업체들 선정 좀 해 보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최 대표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 말에 그는 웃으며 내 손을 맞잡아 흔들었다.

“고생은요. 게다가 저희 파트너로 일하는 건, 이제 완벽한 시작 아닙니까?”

“하하. 그렇죠. 이번 제품을 시작으로 세계로 넓혀 가 봅시다, 최 대표님.”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손을 꽈악 잡았다.

“좋은 아이디어 있는 우리 민 대표님 줄 제가 꽉 잡겠습니다.”

“아휴.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실현해 주시는 최 대표님을 제가 꽉 붙잡아야죠.”

우리는 서로 덕담을 주고받으며,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을 더욱 크게 불려 갔다.

* * *

아침이 밝자마자 나는 급히 사무실로 발길을 옮겼다.

메딕스 잡지에 내 제품이 실린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고, 또 그로 인해 출시 임박을 앞둔 제품의 영업을 위해 병원에도 가야 했지만.

오늘은 서둘러 사무실에 가야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늦으면 안 되니까… 조금 더 서둘러야겠다.”

집에서 급히 준비를 마친 후.

카페로 향해 커피 다섯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그리고 몇십 분 안에 도착한 사무실.

“좋은 아침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나를 반기는 건, 한태준이었다.

“한 대리, 일찍 왔네?”

내 말에 그는 밝게 웃으며 내 짐을 받았다.

“그럼요. 오늘 특별한 날이잖습니까. 하하.”

“그래서 미리 와서 청소하고 있던 거야?”

“네. 제가 광주에서 입사했을 때, 그 당시에 대리님께서 먼저 출근하셔서 일을 알려 주셨거든요. 참 좋은 분이셨죠…….”

한태준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랬지. 그 대리가 아마 훌륭한 사람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내 말에 한태준은 어깨를 들었다 내려놓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그리고 그 말씀을 직접 하실 줄은 몰랐지만요. 하하.”

“내가 너 입사했을 때, 먼저 출근해서 청소도 다 해 놓고 맞이해 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는 동시에 과거를 회상했다.

한태준이 WG 메디컬에 입사하던 당시.

그를 맞이하기 위해 평소보다 한 시간은 일찍 출근을 했었던 것 같다.

선배의 본보기가 되기 위함이었지.

“맞습니다. 근데 어느덧 그 대리님이 성공하셔서, 이렇게 회사를 차리시고. 제가 그 회사의 직원이 되고, 오늘 제 밑으로 직원이 들어온다니까 너무 신기합니다.”

“그러게. 나도 신기하다.”

우리가 예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던 그때.

“안녕하세요.”

신소율과 문지음이 나란히 사무실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대표님, 일찍 오셨네요?”

“네, 오늘부터 일이 좀 바빠질 것 같아서 일찍 나왔어요. 새로운 직원도 환영할 겸.”

그렇게 우리는 인사와 함께 새로운 직원을 기다렸고.

몇 분이 흘러가고 있었다.

8시 40분.

9시까지 출근인 회사였기에, 우리는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마 직원 첫 출근이니까 50분이나 55분에는 오지 않을까요?”

문지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오면 이야기하고, 다들 편히 쉬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한 사람.

앳된 외모와 큰 키.

막 다려입은 듯 각이 잡힌 정장과 어제 새로 샀는지 먼지도 묻지 않은 새 구두.

그의 등장에 우리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바라보았고.

시선을 발끝부터 천천히 올리자, 그의 헤어스타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주 깔끔하게 올려 이마가 훤히 보이는 머리.

올빽이라고 불리는 헤어스타일에 나는 피식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삼켜 냈다.

“안녕하십니까!”

잔뜩 긴장했는지 힘이 들어간 목소리와 높게 올라간 어깨.

그의 등장에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어요?”

“어서 와요. 반갑습니다.”

우리의 환영에도 그는 긴장한 듯 정자세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오늘부터 함께 일하게 된, 26살 임재민이라고 합니다!”

우렁찬 목소리에 신소율은 실소를 터트렸고.

우리 모두 그의 헤어스타일에 자꾸만 시선이 고정됐다.

나는 인자한 미소와 함께 그에게 말했다.

“우리 면접 때 봤죠?”

“네, 대표님.”

“소개해 줄게요. 여기는 재민 씨 선임으로 일하게 될 영업직 한태준 대리. 여기는 사무실…….”

나는 직원들은 하나하나 소개했고.

임재민은 허리를 깊게 접으며 외쳤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의 외침에 나는 왠지 모를 뭉클함이 가슴 깊숙이에서부터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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