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300화 (300/339)

300화

지이잉.

지이잉.

휴대전화에서 계속해서 울리는 알림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전화를 바라보았고.

마치 전화가 오는 것처럼 진동이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지훈아, 이번에 기사도 났더라? 대단해.]

[민 대표, 엄청나게 기부도 했다며. 멋있다. 조만간 얼굴 한번 보자.]

[안녕하세요, 저번에 방문해 주셨던 주완 정형외과 공급실입니다. 문자 확인하시면, 전화 한번 부탁드립니다.]

[이야, 민지훈. 기사까지 나오고 대박이다!]

[민 대표, 나 공 원장이야. 기사 봤어. 이번 주에 시간 되면 물건 가지고 병원 좀 올 수 있나?]

휴대전화에 울리는 진동은 모두 교정용 스플린트.

그러니까 내가 진희성과 함께 기부해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연락을 한 것이었다.

나는 쏟아지는 연락들에 눈을 휘둥그레 뜨고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내가 휴대전화를 산 이후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동시에 받았던 적이 있었나……?”

기부를 해서 대단하다는 연락.

배우 진희성과 함께, 그리고 JH 메디컬이 기사에 나왔다는 축하 연락 등.

연락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그때.

지이잉.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울렸고.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며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 JH 메디컬의 민지훈 대표님 전화 맞으실까요?

“네, 그런데 어디서 전화 주셨을까요?”

- 아, 안녕하세요. 여기는 특종 일보라고 합니다.

“예? 특종 일보요?”

특종 일보라는 말에 놀란 이유.

내가 아는 특종 일보는 한국에서 잘나가는 뉴스 일보였다.

신문이 나오기도 하는 곳이지만, 인터넷 뉴스로 많이 알려진 곳이지.

특히나 연예계 관련 이야기로 항상 많은 사람에게 관심을 받는 곳이었다.

메디컬과 관련도 없는 곳에서 내게 연락이 온 것에 의아함을 느끼며 그에게 되물었다.

- 네, 이번에 진희성 배우님과 기부를 하셨다는 이야기에 몇 가지 여쭤보고 인터뷰를 좀 하고 싶어서요.

“아…….”

- 많은 사람들이 JH 메디컬은 어떤 곳인지, 민지훈 대표님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가 먼저 자료를 보내 드릴 테니…….

그는 내게 인터뷰 제안을 걸어왔고.

“우선 보내 주시면,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제가 인터뷰는 생각해 보지 못해서요.”

- 네. 기부와 같은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민지훈 대표님을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요. 충분히 고민해 보시고, 연락 부탁드립니다.

메디컬과 관련된 것도 아닌, JH 메디컬과 민지훈, 나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기자의 말.

전화를 끊은 나는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 속 기사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배우 진희성과 함께 기부를 했다는 것.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이들이 내게 주목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기대 효과를 가지고 기부를 한 것도 있지만.

영향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교정용 스플린트가 유명해지는 것, 파우더 스플린트가 유명해지는 것.

그리고 JH 메디컬이 널리 이름을 알리는 것을 기대했고, 그 기대가 충족되자 나는 입가에 미소가 번져 왔다.

당장 매출이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JH 메디컬에서 출시할 모든 제품에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나는 더욱 제조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내 또다시 울리는 전화.

“또 뭐지?”

[발신인 : 어머니]

당연히 병원 관련 전화일 거라 생각하고 바라본 휴대전화.

그러나 발신인이 어머니임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지훈아, 바쁘니?

“아니요. 통화 괜찮아요.”

- 지훈아, 네 아버지가 인터넷에서 무슨 글을 하나 찾아서 보여 주길래. 이게 뭔가 싶어서 전화했어.

“네?”

- JH 메디컬… 기부… 뭐 이런 내용인데, 너 맞니?

“어머니, 아버지도 그걸 보셨어요?”

- 응. 네 아빠가 이런 거 잘 찾아보잖아. 우리 아들이 그럼 배우랑 같이 기부를 한 거야?

어머니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아이고. 언제 이게 여수까지 소식이 퍼졌대?”

내 말에 어머니는 웃음을 보이며 답했다.

- 어머. 진짜 멋있다, 우리 아들.

“아니야, 어머니 아버지는 잘 지내시고?”

- 그럼. 우리는 늘 잘 있지. 우리 아들은 밥 잘 챙겨 먹고 일하는 거야?

“네, 항상 잘 챙겨 먹죠.”

- 아무리 바빠도 밥 거르지 말고, 잠도 잘 자야 오래 일할 수 있는 거야.

“어머니 몸은 이제 다 괜찮으셔요?”

- 응. 네가 말해 준 병원으로 항상 진료 잘나가고 있지. 이제는 완전 건강해.

“다행이네. 병원 빠지지 말고 잘 가시고, 아버지는요?”

- 네 아빠도 옆에서 같이 있지.

그때 아버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 아들, 아픈 데는 없고?

“하하. 아버지. 저 그래도 메디컬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건강 잘 챙기죠. 어머니 아버지 건강 항상 잘 챙기세요.”

아버지와의 짧은 대화에 어머니는 참지 못하고 수화기에 소리쳤다.

- 아들. 근데 얼굴 까먹겠다. 언제 얼굴 볼 수 있어?

그녀의 말에 아버지는 어머니를 다그치듯 입을 열었다.

- 어휴. 사업하는 애가 시간이 어디 있어. 아직 자리 잡는 것도 못했을 텐데……. 지훈아, 여기는 신경 쓰지 말고, 너 하는 일에 집중해. 밥 거르지 말고.

아버지의 말에 나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

“안 그래도 조만간 여수 가려고 했어요.”

- 왜,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은. 어머니 아버지 보러 가는 거지. 곧 갈 거라, 안 그래도 연락 드리려고 했어요. 가기 전에 미리 전화 또 드릴게요.”

- 그래. 바쁘면 굳이 안 와도 되고, 항상 네 일 위주로 해.

“알겠어요.”

- 얼른 밥 챙겨 먹고.

“네, 어머니, 아버지도요!”

이내 전화가 끊겼고.

나는 전화가 끊어진 화면을 바라보며 코끝을 찡긋거렸다.

오랜만에 전화를 해도 항상 내 밥과 잠, 그리고 건강만 물어보시는 부모님.

전화를 걸면 첫 마디가 ‘밥은 먹었냐’.

끊을 때면 ‘밥 챙겨 먹어라’, 라는 대화로 끝이 난다.

항상 내 걱정뿐인 부모님과의 통화만으로도 나는 가슴 한편이 찡해져 왔다.

그리고 나는 서둘러 탁상 달력의 날짜를 확인했고.

빨간색으로 쳐진 동그라미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여수에 가는 거 진짜 얼마 안 남았네?”

* * *

“안녕하세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광경.

바쁜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병원 한 곳을 돌고 도착한 회사라, 시간은 11시가 넘어 점심 시간을 향하고 있었다.

신소율은 바삐 전화를 받느라, 내가 온 것을 보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

나는 대표실로 들어가지 않은 채, 신소율과 문지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띠리리.

내게 인사를 했던 문지음 역시 울리는 전화에 자리에 앉아 전화를 받았다.

나는 그녀들의 모습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기부를 하고, 기사가 난 지도 벌써 2주의 시간이 흘렀고.

그럼에도 교정용 스플린트 발주에 대한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었지.

퀭해진 신소율과 문지음의 얼굴.

“이대로 있을 수는 없겠네…….”

나는 그녀들의 전화가 끊어지기를 기다렸고.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입을 열었다.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내 말에 신소율은 시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이제 병원도 곧 점심시간이라 전화 안 올 것 같습니다.”

그렇게 회의실로 모인 우리.

그녀들은 볼펜과 다이어리를 손에 든 채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신소율과 문지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요즘 힘들죠?”

이 분위기는 마치 데자뷔 같은 상황이었다.

몇 달 전, 파우더 스플린트가 나왔을 때.

급격히 바빠졌던 회사.

그때도 나는 힘들어하는 그녀들을 위해 새 직원을 뽑아 주겠다고 이와 같은 상황을 펼쳤었다.

하지만 신소율은 문지음과 둘이서 해낼 수 있다며, 제안을 거절했었지.

그녀가 내게 필요할 때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었고.

나는 신소율의 말대로 가만히 기다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나 또한 정신없이 움직이며 바빴지만.

회사 직원들도 나처럼 바쁜 것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내 물음에 신소율과 문지음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금 블루 메디컬에서 택배를 보내 주기는 해도, 사무실에서 할 일이 많잖아요. 그렇죠?”

내 말에 문지음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블루 메디컬에서는 대량 택배만 보내니까, 적은 수량은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발주 연락이 끊이지 않아서…….”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나는 시선을 신소율에게로 옮겼고.

“우리 직원 더 뽑아야 하지 않겠어요?”

내 말에 그녀는 고민을 하는 듯이 시선을 회피했다.

“음… 근데 파우더 스플린트도 초반에 바쁘다가 정상화 됐었잖아요. 이번에도 그러면…….”

나는 그녀의 말에 곧바로 입을 열었다.

“소율 씨, 그래서 이번에는 남직원을 뽑으려고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그녀의 얼굴.

“여직원도 더 필요하면 뽑아 줄 수 있어요. 근데 제 생각에는 남직원을 뽑아서 납품과 영업을 맡기려고 해요.”

내 말에 신소율은 입을 벌린 채 머리를 흔들었다.

“소율 씨 말대로 이 기세가 금방 꺾일 수도 있으니, 준비를 하려고요. 계속 영업을 이어 나가고, 매출이 주춤하지 않도록 말이에요.”

“맞아요. 대표님이 영업, 납품, 제조까지 신경 쓰시는 건 너무 바쁘셨잖아요.”

“저도 이 기세를 몰아 제조에 더 힘을 써 보려고요. 그렇다고 영업에 소홀할 수는 없으니까, 남직원을 뽑아서 영업도 하고, 제품 납품도 하면 사무실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내 말이 끝나자 신소율과 문지음은 그제야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때요?”

재차 묻는 내 말에 신소율과 문지음은 합창하듯 소리쳤다.

“좋아요!”

“그럼 지음 씨가 직원 공고 좀 사이트에 올려 줄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연봉이랑 내용은…….”

문지음은 공고에 올릴 내용을 간단하게 내게 물었고.

나는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한 뒤, 재차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사무실 직원이 필요하다 싶으면, 편하게 이야기해 줘요. 내가 마음대로 사무실에 직원을 더 늘리는 것보다 소율 씨랑 지음 씨가 원할 때 뽑고 싶어요.”

신소율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네, 지금은 아닌 것 같고. 저희가 필요할 때, 꼭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다들 힘내고, 필요한 거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해요. 대표실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요.”

* * *

드디어 달력에 표시해 둔 빨간 동그라미의 날이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본가인 여수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아… 부모님 만날 생각에 좀 떨리는데?”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심호흡을 하며, 핸들을 꽉 쥐었고.

“아니다. 이건 설렌다고 해야 하나?”

절로 새어 나오는 미소에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끼익—

입구에 다다르자, 저 멀리에 보이는 우리 집.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도착할 시간을 이야기해 드렸더니, 집이 아닌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던 모양.

나는 차 안에서 보이는 부모님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휴. 집에서 편히 기다리시지, 뭐 하러 나와 계셨대…….”

괜히 도착 시간을 알려 드린 건가 죄송한 마음에 나는 눈썹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서둘러 부모님 앞으로 다가가 주차를 했고.

차가 정차되자마자 나는 마른 침을 크게 삼키며, 문을 벌컥 열었다.

“어머니, 아버지!”

나는 그들을 부르며, 조수석을 열었고.

내 부름에 부모님은 화들짝 놀라 내게로 달려오듯 빠르게 걸어오며 소리쳤다.

“어머… 지훈아,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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