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5화 (285/339)

285화

“자, 슬레이트 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오오. 제가 슬레이트 치겠습니다.”

진희성은 카메라 앞으로 나와 밝게 웃었고.

그의 말에 PD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희성 씨 팔도 아픈데, 슬레이트 치려고요?”

“하하.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진희성은 모든 카메라가 자신을 잡을 수 있도록, 가장 가운데 자리에 서서 손뼉을 크게 부딪쳤다.

짝—!

“고생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촬영이 마무리가 된 후.

그의 매니저인 김 실장이 진희성에게로 다가왔다.

“희성아, 팔은 괜찮아?”

“응. 팔도 거의 다 나아 가는 것 같은데?”

괜찮다며 웃는 진희성을 보고도, 김 실장은 눈썹을 늘어뜨린 채 답했다.

“그래도 깁스 차고 있는 게, 불편하지. 너무 불편하면 잠깐 여기 동네 병원이라도 다녀오자.”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차로 이동하는 그들.

그러자 진희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

“아니야. 나 진짜 괜찮아. 이거 봐, 형.”

그의 말에 김 실장은 고개를 돌려 그의 팔을 바라보았다.

“이거 하 원장님이 말해 준 대로 파우더 뿌려지게 썼거든?”

“왕십리 정형외과 하 원장님 말하는 거지?”

“어. 맞아. 근데 저번에 다리 다쳤을 때랑 다르게, 진물도 하나도 안 나고 완전 뽀송하다니까?”

김 실장은 진희성의 팔을 바라보며 감탄을 쏟아 냈다.

“이야. 그러네. 깁스를 이렇게 차고 있었는데도, 뽀송하니까 좋은데?”

“그치. 이거 엄청 좋은 물건인 것 같아.”

그의 말에 김 실장은 눈썹을 들썩이며 답했다.

“그럼 병원은 당장 안 가도 되는 거야?”

“어. 촬영 다 끝나고 서울 올라가서 왕십리 정형외과 가도 충분할 것 같아.”

“오케이.”

김 실장은 차에 올라타려는 진희성을 부축하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근데 그거 제품 이름이 뭐야? 내 친구도 이번에 다리 다쳤는데, 그거 써 보라고 알려 줘야겠다.”

“음… 이게 이번에 하 원장님이 나한테 처음 쓰는 거라고 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내가 다음에 병원 가면 물어보고 알려 줄게.”

“알겠어.”

진희성은 자신의 팔을 어루만지며 의자에 기대었고.

김 실장은 룸미러를 통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희성아, 오늘 라이브 방송할 거지?”

“오늘 PD님이 해도 된대?”

“어. 곧 촬영도 끝나니까, 오늘은 팬들이랑 라이브 켜도 된다고 하시더라.”

한적한 시골에 내려와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기에, 최대한 대중에게 노출을 하고 싶지 않아 했던 PD.

그 덕에 진희성은 SNS도, 팬들과의 라이브 방송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촬영 막바지에 가까워지니, 라이브 방송을 해도 된다는 말에 그는 신이 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오예. 그럼 곧 라이브 방송 켜서, 오랜만에 팬들이랑 소통해야겠다.”

“대신, 이 방송 스포는 절대 금지야.”

“아이, 형. 나도 그 정도는 알지.”

김 실장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답했다.

“얼른 좀 쉬어. 몇 시간 뒤에 바로 촬영할 거야.”

“응.”

그렇게 진희성은 차에 기대 눈을 스르르 감았다.

몇 시간 뒤.

진희성은 차량에서 휴대전화를 거치대에 꽂은 뒤, 밝은 얼굴로 소리쳤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진희성 개인 SNS에서 켜진 라이브 방송.

인사와 동시에 접속자는 쉴 새 없이 오르고 있었다.

댓글 역시 진희성이 편하게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고.

- 꺄아. 오빠 이게 얼마 만이에요.

- 보고 싶었어요, 오빠!

- 희성 오빠 밥은 먹었어요?

- 촬영은 끝난 거예요?

수많은 댓글에 진희성은 눈을 빠르게 굴리며 팬들과 소통을 이어 갔다.

“저는 밥 먹었어요. 여러분은 밥 먹었어요?”

이어서 그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무 오랜만이죠?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에서 속세를 버리고 시골로 와서,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는데. 이제 마지막 촬영이라, 여러분들 보고 싶어서 라이브 열게 되었어요.”

그는 뒤에 보이는 밤하늘을 화면에 비추며 말했다.

“벌써 이곳에서의 날도 마무리가 되어 가요. 다들 잘 지내고 있죠?”

그때.

진희성의 팔을 본 팬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 팔은 왜 그래요?

- 팔 다쳤다더니, 괜찮은 거야?

- 팔은 안 아파요?

- 어쩌다가 다쳤어요ㅠㅠ

- 팔 좀 보여 줘요ㅠㅠ

팬들의 걱정이 쏟아지자 진희성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번에 촬영하다가 살짝 다쳤어요. 근데 여기서 잘 먹고 공기 좋은 곳에서 푹 쉬어서 그런지 많이 나았어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여러분.”

- 깁스하니까 좀 괜찮아요?

- 치료는 잘 받고 있죠ㅠㅠ?

“네. 안 그래도 병원에서 담당 의사 선생님이 좋은 제품으로 깁스해 주셔서, 정말 빨리 회복하고 있어요.”

그는 깁스한 팔을 화면에 보이며 말을 이어 갔다.

“이게 진짜 좋더라고요. 진물도 안 생기고… 여러분도 이 스플린트를……. 아니다. 여러분은 다치지 마요.”

스플린트를 차고 있는 진희성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자, 팬들은 다시 한번 빠르게 댓글을 올렸다.

- 뭐야, 저 깁스는 왜 저렇게 예뻐?

- 우리 오빠가 찬 거라서 예뻐 보이는 건가?

- 깁스 찬 모습도 멋있어…….

- 나도 오빠 손민수 할래.

- 손민수 하실 분 모집!

- 진희성이 한다면 나도 무조건 할 거야. 손민수 할래요, 오빠.

누군가를 따라 하겠다는 뜻인, 인터넷 용어로 사용되는 손민수라는 단어가 댓글에 도배됐고.

그 댓글들에 진희성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어휴. 여러분. 이건 아파서 하는 건데, 이걸 따라 하신다니요. 여러분은 아프면 안 돼요.”

- 오빠, 저 이번에 다쳐서 깁스하고 있는데. 자꾸 진물이 나요ㅠㅠ. 오빠가 쓰고 있는 스플린트 어디 병원 가면 받을 수 있어요?

- 저도 지금 팔 다쳤는데, 오빠 따라서 같은 거 살래요!

계속해서 병원이 어디인지 묻는 팬들.

진희성은 당황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이건 의료용품이라, 패션으로 따라 사시는 건 절대 안 돼요. 아시죠?”

그러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이어 갔다.

“여러분은 아프지 말고 건강하셔야 해요. 저도 금방 나을 거예요. 그리고 다치신 분들한테는 이 제품 알려 드리고 싶은데, 병원까지 알려 드려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의료법도 있고, 그건 제가 잘 몰라서…….”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채팅이 하나 올라왔다.

- 저 간호사인데요, 저희 병원에 얼마 전에, 저 제품 들어왔어요!

한 팬의 이야기로 이내 그녀에게로 질문이 이어졌다.

- 어느 병원이죠?

- 돈은 제가 낼게요. 물건 주기만 하세요!

- 희성 오빠랑 같은 건가요?

- 저는 희성 오빠 따라 사는 게 아니라, 물건이 좋다고 해서 진짜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병원명 좀 부탁드릴게요. 아니면, 제품명이라도!

진희성이라면 무조건 따라 하고, 추앙하는 팬들이기에.

그들은 진희성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고.

그렇게 한참 동안 팬들의 관심은 진희성이 차고 있는 스플린트에 집중되었다.

* * *

“너무 고마워서 내가 술 한잔 사고 싶다고 그렇게 했는데, 이제야 보네요.”

거대 메디컬의 한우철 사장.

한 과장을 통해 나와의 술자리를 제안했고.

이런 술자리 제안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각자 바쁜 시간 탓에, 이제야 자리를 하게 된 것이지.

우리는 술잔을 부딪쳤고, 나는 입에 술을 털어 부은 뒤에 그에게 답했다.

“저도 한 사장님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자리 만들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내가 민 대표에게 고맙죠.”

나는 그의 빈 잔을 채우며 말했다.

“사장님,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에이. 그래도 대표님이신데.”

“아닙니다. 저도 앞으로 한 사장님께 많은 조언 받고 싶은데, 편하게 대해 주셔야 저도 편합니다. 하하.”

내 말에 그는 흡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까? 하하하.”

“네, 편하게 해 주십시오.”

한 사장은 다시금 나와 잔을 부딪쳤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이 고마움을 어떻게 전하나 했는데, 항상 우리 회사 한 과장 통해서만 전달해서 미안했어.”

“미안하시긴요. 회사의 사장 자리가, 게다가 거대 메디컬이 그냥 일반 동네 회사도 아니고. 큰 기업 사장님께서 시간 내주시는 게 쉽지가 않다는 거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장난스레 답을 던졌다.

“원래 위로 올라갈수록 일하는 시간보다 사람 만나는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해.”

한 사장은 내게 술을 따르며 말을 이어 갔다.

“그건 그렇고, 우리 회사에 줄기세포 복원 주사 총판을 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덕분에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됐어.”

“저도 감사하죠. 거대 메디컬에서 총판을 맡아 주시고, 또 한 과장님이 열심히 영업해 주신 덕분에 저희도 매출이 올랐잖습니까?”

“앞으로 좋은 관계 유지했으면 좋겠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말.

좋은 사업 파트너로 관계를 이어 가자는 뜻이었다.

나 역시 이 손을 뿌리칠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서 메디컬 판매처 1, 2위를 다투던 회사가 거대 메디컬과 코리아 메디컬.

두 곳이었다.

하지만 코리아 메디컬의 최근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코리아 메디컬은 점점 나락으로 향하고 있는 게 눈에 선명히 보였고.

그에 반해 거대 메디컬은 코리아 메디컬을 보기 좋게 누르듯.

그들의 거래처를 고스란히 가져왔고.

매출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었으니까.

단연컨대, 거대 메디컬이 한국에서 메디컬 판매업 1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런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데, 거절할 리가 없었지.

“저도 거대 메디컬과 오래 관계를 이어 가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한 사장님.”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긍정의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한참 자리를 지키던 중.

술병이 하나둘 추가되고, 어느새 한 사장이 내게 경계를 하던 눈빛과 말투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래서 민 대표는 제조로 어디까지 가고 싶은 거야?”

“목표 말씀이십니까?”

“그래. 민 대표의 최종 목표 말이야.”

한 사장의 말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열었다.

“제 목표는 해외에 JH 메디컬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냥 단순히 알리기 위해 몇 번의 수출을 하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 저희 JH 메디컬의 제품을 받고 싶도록. 그리고 저희 회사를 모르는 해외 메디컬이 없도록. 그렇게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내 말에 그는 눈썹을 들썩이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해외 메디컬들에서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해지고 싶다?”

“그냥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저는 많은 환자들이 최대한 짧은 기간, 적은 통증으로 회복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메디컬 업계에 힘을 쏟고 싶었습니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내 말을 경청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제품들을 만들고자, 판매업에서 제조업으로 뛰어들었던 거고요. 그러기 위해선 이 업계에서 우선 유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희 제품을 믿고 사용할 테니까요.”

“그렇지. 판매가 되면서 유명해지는 것보다, 유명해져서 물건을 찾게 하는 게 더 빠를 테니까.”

그는 내 말에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러고는 술잔을 높이 들었고.

나는 서둘러 잔을 들어 한 사장의 잔 옆에 가져다 댔다.

한 사장은 술잔을 부딪치며, 내게 말했다.

“우리 회사가 해외에서 물건 수입을 많이 해 오는 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더 좋은 물건 제조하게 돼서, 해외 판로가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

그는 그 말을 끝으로 술잔을 부딪쳤다.

챙—

나는 술잔을 들이켜는 한 사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감사합니다, 한 사장님!”

“민 대표, 메디컬에서의 목표도. 대답도 모든 게 시원시원해서 좋네. 하하.”

해외 판로를 뚫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메디컬 업계에서 한국이 강국이 아니었으니까.

수입을 많이 해 오는 편이지, 국내 제품이 수출되는 일은 극히 드물었고.

나는 먼저 이런 제안을 던져 준 한 사장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물론, 내가 좋은 제품을 제조한다면.

그 어떤 판로든 열릴 테지만 말이다.

한 사장은 빈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뭐지?’

그 순간.

한 사장의 마음의 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이 정도면, 우리 딸 배필로 딱 완벽하겠는데. 내가 가운데서 힘이라도 써 봐야 하나?]

나는 그의 속마음 소리에 얼굴이 얼어붙고 말았다.

거대 메디컬 한 사장의 딸이라면…….

나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한 과장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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