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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영업사원이 되었다-282화 (282/339)

282화

“일주일 만에 가능할까요?”

나는 예상보다 너무나 빠른 샘플 제작 기간에 놀라 그에게 물었고.

최대훈은 대수롭지 않게 머리를 흔들며 내게 말했다.

“네. 제가 혹시 이 샘플을 좀 뜯어봐도 되겠습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흔쾌히 손을 내밀어 동의의 의사를 표했다.

“그럼 저 잠시만 물건 좀 꼼꼼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현재 중요한 건, 샘플 작업에서 시간이 문제니까요.”

최대훈의 말대로 내가 원하는 샘플을 만들어 내려면, 시간이 문제.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정확한 물건이 나와야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없이 말이다.

그래서 최대훈은 보다 더 확실하게 알아내어 동일한 제품을 만들고자 스플린트 분해를 시작했고.

커튼 뒤로 자리를 움직인 그를 바라보며 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그의 형인 최대현.

최 대표가 나를 붙잡으며 입을 열었다.

“한번 믿고 맡겨 보시죠.”

“네?”

최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턱으로 최대현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대현이 실력 좋습니다. 제 동생이라 감싸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샘플 받아 보시면 실력이 좋다는 거 단번에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동생분은 제조업에 오래 계셨던 겁니까?”

내 말에 그는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답했다.

“음… 회사를 차린 건,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서둘러 그 표정을 숨겨 냈다.

1년이 채 되지 않았다면, 그의 실력을 떠나 경력이 너무나도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아무리 정으로 일을 한다 해도 턱없이 부족한 경력이었다.

최 대표는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제 동생 회사 명합입니다.”

그는 자신의 동생 명함을 대신 내게 건넸다.

‘블루 메디컬 대표 최대훈’.

역시나 처음 들어 보는 회사였다.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인지도가 없을 수밖에.

“그럼 최대훈 대표님은 어떤 제조품을 만드시는 건가요?”

“동생은 소모품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압박 붕대나 주사 니들 등…….”

나는 최 대표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질문을 던졌다.

“스플린트를 만들어 보신 경험은요?”

“아직 없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스플린트를 만들어 본 적도 없는데, 내 제품을 일주일 만에 생산해 주겠다?

전혀 가능한 일이 아니기에.

나는 결국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최 대표는 짧게 말을 이었다.

“이번 제조사에서는요.”

“이번 회사요? 그럼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신 경력이 있다는 건가요?”

“혹시 퍼펙트 메디컬이라고 아십니까?”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떡 벌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히…….”

“퍼펙트 메디컬 제조 쪽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스플린트를 주로 맡았다고 하고요.”

퍼펙트 메디컬.

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회사다.

메디컬 업계에 몸을 담그고 있다면 모를 수가 없는 기업이지.

워낙 다루는 제품이 많고, 그 제품의 질 또한 완벽에 가까웠다.

퍼펙트 메디컬에 입사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력이 출중하거나, 경력이 오래된 직원만을 뽑는다고 알고 있었지.

그렇기에 퍼펙트 메디컬에 다녔다는 그 한마디만으로도 최대훈의 실력은 검증된 셈.

그래서 내 샘플 작업을 일주일 만에.

그리고 최 대표가 이렇게 자신 있게 자신의 동생을 소개했구나 싶은 마음에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최대훈 대표님… 진짜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내 말에 그는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동생은 워낙 실력이 대단했어요. 퍼펙트 메디컬에서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한국에 와서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싶어 했죠.”

“충분히 그러실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아직 회사가 작아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서 민 대표님의 제품 생산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을 거고요.”

고맙기는 하지만,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력까지 뛰어나신 분이 왜 아직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 않으신 거죠?”

“아직 자본이 많이 부족하거든요.”

나는 앞에 앉은 최 대표를 바라보고 눈썹을 들썩였다.

“대표님이 먼저 업계에서 성공하신 분인데, 자본을 조금 투자해 주시면…….”

내 말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민 대표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도 바닥부터 시작했다는 걸요.”

그는 예전에 광주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내게 자신이 자수성가라는 것을 어필했었다.

그것을 어필하며 내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는 느낌보다는.

그저 자신이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고생을 겪으며 이 자리에 올라온 것.

자신의 신념을 뿌듯하게 여기는 듯 보였었지.

“네, 기억합니다.”

“저는 동생도 제가 끌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성공이 나중에 돌이켜 보면, 훨씬 더 값지다고 생각하거든요.”

나는 이어지는 그의 말을 경청했고.

“그렇게 간절하게 성공을 바라야만, 좋은 물건이 제조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 동생도 스스로 해내고 싶어 하고요.”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진짜 형제분들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동생분도 퍼펙트 메디컬에서 제조했던 실력대로라면, 금방 많은 제조품 생산해서 성공하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최 대표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사업가라 돈을 좇는 스타일입니다. 당연히 돈이 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는 최대훈이 있는 쪽을 손으로 쓰윽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대훈이는 환자를 위해 일하고 싶어 해요. 당연히 사업이라는 게,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맞지만. 녀석은 단순히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 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환자를 위한 보다 더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더라고요.”

최대훈이 가지고 있는 생각.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 역시도 환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어 직접 병원에 판매하고, 환자들에게 사용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니까.

단순히 돈만 좇았다면, 그동안 모은 돈을 전부 투자하며 제조 회사를 설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대로 영업직에 머물러도 됐고.

아니면, 영업 쪽으로 회사를 차려 돈을 벌었을 테니까.

내가 추구하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한다는 최대훈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고 있었다.

저런 사람이라면, 앞으로 나와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공장처럼 제품을 찍어 내기보다는, 세상에 없는 제품들. 혁신적인 제품을 제조하고 싶어서, 제조에 힘을 쏟고 있는 중인 것 같더라고요.”

점점 더 그에게 마음이 가고 있었고.

그때.

“민 대표님!”

스플린트 제품을 분해해 보던 최대훈이 커튼을 열고 내게로 다가왔다.

“네?”

그리고는 완전히 분해된 스플린트를 내게 보이며 물었다.

“여기가 파우더가 나오는 구멍인 건가요?”

“예, 맞습니다. 특수 파우더는 제가 받고 있는 곳이 있어서 납품을 해 드릴 거고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여기서 파우더가 분사되는 것보다, 이 위쪽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쪽은 어떠실까요?”

최대훈은 그 짧은 찰나에 제품을 파악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방안을 내게 제안했다.

“이 위쪽이 가장 불편한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떠십니까?”

그의 말에 나는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그러네요. 저는 전체적으로 파우더가 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최대훈 대표님 말씀대로 윗부분에 뿌려야 흘러내리니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최대훈은 뿌듯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우선 제가 기존과 동일한 샘플, 제가 방금 말씀드렸던 샘플. 두 가지로 모두 작업해 보겠습니다.”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에게 물었다.

“그 두 가지를 일주일 안에 해 주실 수 있다는 겁니까?”

그러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네, 충분합니다.”

* * *

코리아 메디컬 사무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사무실 전체가 울려 퍼지도록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사무실 한 대의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아니었다.

띠리리리—

“네, 코리아 메디컬입니다. 네? 물건을 빼시겠다고요?”

“코리아 메디컬입니… 아니, 당장 전량을 반품하시겠다고 하시면…….”

“코리아 메디컬입니다. 하아… 간호사 선생님, 갑자기 물건을 반품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저희가 그 병원과 이어 온 기간이 몇 년인데요.”

사무실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를 받았고.

그 통화 내용들은 조금씩은 달랐지만.

모두 물건을 전량 반품하겠다는 병원들의 전화였다.

“이번 발주 물건 오늘 들어갈 겁니다. 네? 주문을 취소하시겠다고요?”

띠리리리—

혼비백산이 된 사무실.

직원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급하게 메모하며 통화를 이어 갔고.

사장실에서 그 모습을 흘긋 본 임 사장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야!”

그의 말에 임 차장은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기에 나섰다.

“제가 빨리 알아보고 보고 올리겠습니다.”

한 시간 뒤.

회의실이 아닌, 사장실에 모인 사람들.

임 사장과 임 차장.

그리고 백 이사와 서 이사였다.

고요하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 임 차장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사장님, 지금 거래처 병원들에서 물건을 전량 반품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임 사장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소리쳤다.

“그걸 누가 몰라? 왜 그러냐고.”

임 사장의 호통에 임 차장은 몸을 움찔거렸고.

“지금 의사들이 저희 회사에 보이콧을 선언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다이어리 속에 적어 온 내용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갔다.

“코리아 메디컬의 소비 주체인 병원. 의사들을 깎아내리고, 의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말 때문에… 다 함께 담합을 한 것 같습니다.”

쾅—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친 임 사장은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감히 보이콧을 선언했다라…….”

백 이사 역시 마찬가지로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했던 몇몇 의사들의 입김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단체로 보이콧을 할 리가 없을 테니까요.”

“X발……!”

임 사장은 떨어진 매출을 확인하며 소리쳤고.

“병원 목록은?”

병원 목록을 찾는 그의 말에 서 이사가 정리한 명단을 내밀었다.

“현재 저희 병원 거래처 목록과 물건을 전량 반품하겠다고 한 병원들입니다.”

임 사장은 빠르게 목록을 살피며 읊조렸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3분의 1이나 빠진 게 말이 돼?”

종이를 쥐고 있던 임 사장의 손이 부들거렸고.

이내 종이는 구깃구깃하게 접혔다.

“지들이 임상 실험이 어쩌네, 물건이 어쩌네 미친 소리를 하니까 당장 입을 막으려 한 거지. 그걸 이딴 식으로 보복해?”

임 사장은 분노에 차오른 듯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그 모습을 본 임 차장은 그에게 생수를 건네며 말했다.

“삼촌, 아니 사장님. 물 좀 드시고 차분히…….”

“지금 차분하게 생겼어?”

사장실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그의 말에.

백 이사는 조심스레 임 사장에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당장 이 병원들도 이 많은 물건을 반품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없을 겁니다.”

그의 말에 임 사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백 이사의 말에 집중했다.

“그렇지. 우리 제품과 모두 동일한 것을 파는 회사는 없을 테니까.”

“네. 이렇게 많은 종류를 반품했다면, 새로 발주할 회사는 거대 메디컬뿐일 텐데…….”

백 이사는 좋은 묘수를 떠올린 듯 눈썹을 들썩였다.

“거대 메디컬의 가격 정보 알아보고,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병원에 판매하시면 어떠실까요?”

그는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을 이어 갔다.

“물론 당장 손해 금액이 크겠지만. 벌써 병원의 3분의 1이 보이콧을 선언했고, 이후에 더 반품을 막아야 합니다. 게다가 빠진 병원들을 다시 붙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임 사장은 이미 충분하게 받고 있던 판매가를 낮춰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됐고.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임 사장의 모습.

난관에 부딪힌 코리아 메디컬.

임 사장은 주먹을 꽉 쥔 손이 부들거리도록 분노를 보였다.

그러고는 백 이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장 단가표, 그리고 거대 메디컬 금액도 가져와. 의사 협회 자식들의 견고함을 갈라놓는 건, 돈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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